집의 창고 가득 쌓인 만화책과 교과서를 팔기로 했다.
나는 아까워서 팔기 싫은데 켄은 나중에 필요하면 북오프- 일본의 중고책방-에 가서 사면 된다고. 짐만 많고 자리만 차지한다고 이젠 팔자고 한다. 나는 화장실에서 읽을, 혹은 심심할때 읽을 몇개만 빼고는 팔라고 했다.
켄은 자기가 산 책들은 다 팔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나는 나대로 내가 산 만화책은 절대 팔 수 없다고 우겼다.
어쨋든..그리하여 우리집의 창고를 한 가득 차지했던 수백권의 책을 팔기로 결정했다.
먼저..만화책.
사실..우리집이 요즘 마이너스 통장인지라 요며칠 켄의 기름비, 그 외의 것들을 다 합해서 약 400불로 약 2주 넘게 버티고 있었다.
그리하여 매일 오코노미야끼..혹은 우동으로 연맹을 하고 있는 나와 반대로 켄은 팔빙수가 먹고 싶다면서 만화책을 팔자고 했다.
젠장...
팥빙수때문에 만화책을 팔어!!!! 창고가 가득차서가 아니라!!
그리하여. 우리는 만화책을 팔기로 하고..북오프에 가지고 갔다. 여기에 가지고 가 봤자. 얼마 받지도 못하는데..1센트는 받으려나..흐흑..ㅜㅜ
차라리 웹사이트에서 팔면 더 받을텐데, 켄의 고집과 귀찮음에 할 수 없이 그냥 북오프로 가지고 갔다.
역시나 한권에 1센트..그 이하..안 받는다고 하는 것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냥 줬단다..버려달라고 흐흑
그리고 켄이 손에 넣은 돈은 약 25불. 한화로 약 3만원쯤 조금 넘으려나?
150권을 팔아서리..3만원 조금이라..음.
그걸 가지고 켄과 나는 맛있게 팥빙수를 먹었다. 그래..먹는 와중에 시엘은 팥빙수의 그릇에 손을 담그고, 팥을 달라고 소리 꽥꽥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지..그래..
더 크면 이제 어디 못 데리고 다니겄군 큰일이여.
달라는 것은 너무 많고, 먹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큰일이다.
시엘을 안고 맛있게 팥빙수를 먹고 남은 돈은 생활비로 들어갔다. 야채 몇개와 우유를 사니 없어진다.
그래..마이너스 통장. 돌려막기..남의 이야기가 아니야.
울 어무니 이 이야기를 듣고 불쌍하다고 돈 보내줄까? 라고 묻는다.
딸내미 시집보내놨더니 맨날 굶는다..밥이 없어서 감자 삶아먹는다..물 떨어져서 자판기 음료수 마신다..등등.
울 어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돈 보내줄까? 니 젖에 영양분이 시엘이한테 가는데..니가 못 묵어서 우야노."
"하하하하하하"
옆에서 켄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저 문디 머스마는 와 웃노!!!?"
"책 파는게 돈이 없어서 먹고 싶은거 못 먹어서 판게 아니라고 설명해드려..내가 나쁜 넘 되잖아..ㅜㅜ"
"엄마. 켄이 책이 필요없어서 판 거지..팥빙수 먹을 돈 만들려고 판 거 아니라고 설명하란다."
"그게 그거지!!ㅡㅡ^"
넌, 켄..찍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