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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주강현 원장의 글입니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세월호 침몰 대참사를 얘기하고 있어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군요. 글이 길더라도 일독하시길....
출처 : https://www.facebook.com/kang.hyun.777/posts/659278124138641?stream_ref=10
한겨레신문과 함께 하는 환동해취재 중에 일본에서 잠시 들어왔습니다. 내일 두만강 하구 도문과 혼춘으로 다시 출국하고 몽골로 가야합니다. 내일자 어느 신문에 실리게되는 원고 초고를 공개해놓고 갑니다. 이번 사건에 관해 한번도 글을 올리지 않앗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쭉 사태진행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해양문화학자로서 바다에 관한 나름 아는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쓴 글이니 비록 길더라도 자세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사태를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기들에게 삼가 명복을 빌면서.......
환동해권 조사로 일본 호쿠리쿠(北陸) 해변을 돌아다니던 중에 소식을 들었다. 일본 언론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때를 만난듯 ‘3류국가’ 소개에 열을 올렸다. 해양전문가들이 물어왔다. “해난사고 기동특공대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거부했다는군요.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돌아와 신문을 보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민족감정 때문에 거부한 것을 조금 이해해준다해도, ‘스스로 구할 능력도 없으면서’하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 '21세기 밀레니엄의 신화‘를 통과하고 ’글로벌 한류‘의 도도한 물길을 만들어내던 ’대한민국호‘가 사실은 침몰하는 중이다. 우리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몰랐다. ‘그렇게 잘 나간다는 조선강국 한국, 이번에는 왜 그렇게 밖에 못합니까’. 외국해양계의 지인들이 안타까운, 그러나 가시가 돋친 분노의 메일을 보내온다. 어린 생명을 집단 수장시키므로써 한국의 국가해양력이 일거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절박한 순간에 아주 미안한 말씀이지만, 사건을 총체적으로 복기해보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을 놓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시간이 채 안되지만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허비되었고, 마지막 결정적으로 중요한 10여분이 그냥 수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사라져버렸다. 거기에는 도망친 선장은 물론이고 국가 시스템 자체와 우리사회의 도덕성이 없거나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이런 국가를 어떻게 믿고 살 것이며, 이런 나라에서 누구보고 아기 낳으라고 할 것이다.
첫째, 해양재난을 통합 관리하지 못하는 허약한 국가안전시스템이다. 해양통합부서 해수부는 MB정부에서 해체되었다가 재탄생한 신생부서다. 지난 4월에 해수부는 겨우 몸을 추스르고 해양안전헌장과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안전문제에 관한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해양안전의 실제 적용이 가시화되기 전에 폭탄을 맞은 셈이다. 해수부 재탄생과정에서 해양경찰, 즉 해경은 나름 영역과 지분을 넓히려고 힘을 썼다. VTS를 독차지하려한 것이다. 진도와 제주의 해상교통관제센터를 둘러싼 분분한 이야기들 뒤편에 해경의 지분넓히기 싸움이 도사리고있다. 그래서 무늬만 바다경찰이지 ‘육경’, 즉 육지경찰이 바다옷을 입은 방식이란 비판이 있어왔다. 이번 사고와 해결과정에서 해경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해난사고에 관한 해양수산부의 총합적 장악능력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수부와 해경, 해경과 해군, 게다가 안전행정부까지 만들어져서 혼란의 극을 달한다. 미국의 해양기상청(노아)가 바다의 모든 집중된 권한으로 해결해나감과 비교해볼 일이다. 안행부를 모든 재난의 중심으로 설정했지만, 바다전문성이 결여되고 인적·물적 시스템도 없이 무슨 일을 하겠는가. 작금의 모든 혼란은 이같은 국가시스템 전반의 뒤범벅과 모순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제 아무리 엄벌,처벌 등의 극단 발언을 쏘아대도 관료적 편가르기는 제 갈길 갈 것이다. 해양재난의 통합적 정책을 구현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순간에도 분단은 지속되고 있다.
둘째, 자본에 모든 지분을 넘겨준 상태에서 안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조선강국 한국이 여객선을 못만든다? 사실이다. 조선 입장에서는 거대 도크에서 작은 객선 만들어야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 화물선과 다르게 객선은 내장, 즉 인테리어 등도 중요하다. 바다디자인에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다. MB정부는 규제 푼다고 20년을 30년으로 풀어주어 폐선을 사들여올 수 있는 법적 근거라는 융탄자까지 선사해주었다. 선주 입장에서는 폐선 직전의 외국배 사들여서 지방의 C급 회사에서 뚝딱거려 재사용한다. 건조 당시의 안전기준을 벗어나서 멋대로 층수를 높인다. 1/10 고철가격에 사들여 몇푼 들여 본전을 뽑는 식이다. 1950년대에 미군트럭 두드려서 버스 만들던 방식인데, 위험천만한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 객선에 1950년대식이 도입되었으니 앞으로는 ‘조선강국’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
이를 통제할 공적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을 책임진 해운조합과 선급협회, 그리고 선주들이 모두 뒤얽힌 내적 연관을 갖는다. 관료출신 기관장들이 자본을 감독하는 고유기능을 적당한 선에서 유야무야 넘어간다. 로비용 비용의 1/10도 안전비용에 쓰지않아 오로지 0.001% 정도 쓰는 선주에게 무슨 안전을 기대하겠는가. 중요 항로 선정의 결정과정은 엄청난 로비를 요구한다. 로비에는 국회의원도 동원된다. 국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건에서 국회가 한 일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추후 관료들 불러다가 호통이나 친다고 해결될까.
셋째, 바다의 품격이 없는 민족인데 무슨 바다안전의 품격을 원하는가. 토정비결을 보면 아직도 ‘수재수’가 있어 물가에 가지 말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이고 섬으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물가에 가지말라! 우리는 방방곡곡(坊坊曲曲)이라하는데 일본은 진진포포(津津浦浦)라고 한다. 일본 초등학교에는 운동장은 없어서 수영장은 있다. 본디부터 바다를 ‘갯것’이라 하대하다가 갑자가 타이타닉호 침몰과 선장의 위엄을 비교한다. 비정규직,비전문가로 가득한 낡은배에서 박봉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무슨 품격을 기대하겠는가. 선주는 필경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벨러스터의 물을 넣지않으므로서 기름값 절감의 묘수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배를 운항할 정신적 도덕적 기준조차 없는 선장이 아기들을 개죽음으로 몰고갔다. 맹골수도는 소문난 험한 수로다. 오죽하면 가사도와 조도군도 곳곳에 일제강점기부터 등대가 있었을까. 선장은 최소한 입회했어야 했다. 그러나 선장만 문제인가. 선원들 누구도 비상벨도 누르지 않았고 전원 무사히 탈출하였다. 배를 버리고 선원 전원이 탈출한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오죽하면 외국의 선장·함장들이 ‘선장의 품격’을 저버린 행동에 대해 국제적 비난을 시작했는가. 선주는 물론이고 선원들 전원을 긴급 체포해야한다. 착하고 불쌍한 우리 아기들만 이들 불충한 어른들의 말같지 않은 말을 순진하게 듣다가 고스란히 선내에 수장되었다. 평소에 바다에 관한 어떤 교육도 받지못하고 오로지 입시공부에만 내몰리던 어린 아기들이 그만 수장되고 말았다. 우리 어른들 모두의 잘못이다.
넷째, 필자를 포함한 해양계 전문가와 지도층 책임도 있다고 본다. tv등에 나서던 교수들이 일제히 자기 검열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등으로 매개된 일련의 통제가 들어간 듯하다. 한국에서 카훼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지적한 논의가 없었다. 본디 화물과 승객을 같이 태우는 카훼리는 근본이 불안정한 배다. 그래서 IMO(국제해사기구)에서도 차츰 로로선(승객과 화물이 같이 실리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카훼리 자체가 불안정한 배라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낡은 신화가 바로 카페리이다. 이제 제주카페리 폐지 논의가 시작되어야한다. 실제로 세월호를 타본적이 있다. 승용차를 끌고갔는데 결박장치를 그야말로 대충 걸었다. 나중에 알은 내용인데 이 일조차도 하청을 주었단다.
제주 카훼리는 더더욱 이상한 노선이다. 장흥 등지의 최단거리 노선도 생기고 저가항공도 생겨났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전국 최저의 렌트비다. 따라서 수학여행이나 집단적 여행, 아니면 개별적 자유여행자가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예전같은 영화를 누리기 어렵다. 비행기타지 누가 배를 타겠는가. 그러다니보 인천-제주노선은 한마디로 ‘민중노선’이 되고 말았다. 애꿎은 학생들만 도매금으로 수장되었다. 제주노선은 말만 국내선이지 국제선 이상의 거리이다. 칭따오나 후쿠오카 국제노선보다 제주 국내선 노선이 더 멀다. 그런데 규정은 국내선이다. 싼 배에 비교적 싼 가격에 싸구려 안전의식이 덧칠해져서 참사는 늘 기다리던 중이다. 특별자치도 제주도는 이런 싸구려 배의 입항을 거부해야할 것 아닌가. 오로지 제주관광객 천만돌파식과 수학여행 덤핑관광은 제주를 알리는데도 외려 방해가 된다.
단거리를 뛰는 연안객선은 보조항로가 많고, 정치권의 표심잡기 노력으로 섬사람들 뱃삯의 절반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니 선주 입장에서는 수입의 절반이 보장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주가 비싼 배를 띄울 것인가. 해양전문가들은 이런 모든 시스템의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침묵 중이다. 관료들만 얽혀져있는 것이 아니라 해양전문가 교수들도 관료, 업체, 직원 등과 인적으로 얽혀있다. 대한민국호가 총체적으로 침몰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사망이 확인된 유가족및 실종자 가족에게 정말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한다. 이들이 지켜보고, 국민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허둥대면서 무언가를 하긴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 맹골수도는 조류가 가파른 곳이다. 그런 곳에 미국 로봇을 들이민다, 머구리들이 군인들 보다 낫다 그런 무지들이 판을 친다. 로봇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강한 조류를 어찌 당하겠으며, 산소탱크에 의지하여 기동성있는 작업으로 훈련된 군인들이 지상에서 공기주입을 받고 1시간여 해산물채취들을 해온 머구리들을 능가할까. 이런 저런 무지와 편견이 유언비어를 만들어냈으며 앞으로도 만들어낼 것이다. 바다를 잘 모르거나 알려고하지않는 민족, 해양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한 민족에게 하루아침에 모든 걸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SNS를 보면 애절한 비탄과 과도한 비난이 난무할 뿐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재빨리 추스르지않으면 남은 과정이 더 힘들어지고 국격은 외신보도를 통하여 나날이 엉망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배는 차츰 펄 속에 깊숙이 박혀지고 있다. 맹골은 물펄이 강한 곳이다. 펄에 박히면 이 거대한 배는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단기간에 배인양은 불가하고 모든 시신의 완전한 인양도 어렵다고 본다. 온갖 설이 나돌고 있지만 불행은 점차 깊은 펄늪으로 더 깊게 빠져들어가고 있다. 천안암사고에서도 에어포트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호들갑떨었지만 시신만 건졌다. 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세월호의 정확한 전체 도면 조차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세월’이 가고 있다. 시신이 부패할 여름도 다가오고 있다. 지나치게 죄괴적이라고? 나름 바다를 안다는 전문가로서 판단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양은 우리가 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해양수산부도 만들었다. 해양자원의 미래, 해양물류와 조선, 해양과학과 해양문화, 게다가 독도와 이어도 등 해양영토문제까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2030년의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래를 담보할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동력은 커녕 침몰 중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러한 글이 혹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극복하지 않고서, 우리는 후진국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이 자괴감....이것이 해양한국의 참모습인가. 아이들의 목숨값 받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도 우리는 어떤 결정도 제대로 못내리며 거센 물길에서 방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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