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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유형, 제가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과일, 견과류만 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에요.
일부 프루테리언들은 정말 동물과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땅에 떨어진 열매만 주워 먹기도 합니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는 비건(Vegan)이라고 부르는데,
라틴어 Vege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기 왕성한’ ‘생기 넘치는’이라는 뜻입니다.
채식을 ‘건강식’, ‘활력식’ 등으로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락토(Lacto)는 우유를, 오보(Ovo)는 알을 뜻합니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은 식물, 과일과 유제품을 먹고 달걀은 먹지 않아요.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은 식물, 과일과 달걀을 먹고 유제품은 먹지 않고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은 달걀과 유제품을 모두 먹는 채식주의자입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물고기자리를 뜻하는 Pisces에서 파생된 말로
달걀, 유제품, 생선까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이며,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은 달걀, 유제품, 생선, 닭고기까지는 먹고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습니다.
‘플렉시테리언’은 가장 하단에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비건 채식을 지향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육식도 하는 채식주의자를 뜻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을 때만 육식을 하거나, 동물 복지 농장 인증을 하는 농장에서 공급하는 고기를 적은 양만 먹는 등
다양한 행위가 플렉시테리어니즘에 포함될 수 있답니다. 생각보다 채식주의자엔 다양한 종류가 있죠?
플렉시테리언으로서 제가 먹었던 음식 또는 제품들을 소개해볼게요.
1. 비건 식재료
비건 식재료 사이트에서 구매한 콩고기, 비건 만두, 콩까스, 채식 카레, 팽이 자반입니다.
외식으로는 비건을 실천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시도해보려고 주문했어요.
2. 비건 만두
고기 맛이 안 나는 비건 만두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예요.
3. 화장품을 고를 때도
비건, 글루텐 프리, GMO 프리인 매드 히피(Mad hippie)에서 나온 화장품들입니다.
이렇게 음식뿐 아니라 다른 생활용품 구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4. 콩고기 요리
콩고기와 토마토, 호박, 가지를 함께 볶은 요리입니다.
레시피도 없는 정체불명의 요리이지만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재료들이지요.
5. 팽이 자반
밥반찬으로 제격인 팽이버섯으로 만든 자반입니다.
직접 조리한 것이 아니라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6. 비건 스콘
슬로워크가 입주해 있는 헤이그라운드 1층 영춘커피에서 파는 펌킨 비건 스콘입니다. 조금 퍽퍽했지만 맛있었어요.
7. 비건 포케
건강식으로 유명한 하와이식 날생선 덮밥 포케. 주문할 때 들어갈 재료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데,
날생선 대신 두부만으로 토핑하고, 날치알을 넣지 않아서 비건 포케가 되었어요.
그런데 왜 채식을 하게 된 거야?
진짜 동물이 불쌍해서 안 먹는 거야?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던데 괜찮은 거야?
이 맛있는 것을 어떻게 참는 거야?
2012–2013년에는 지금보다도 채식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매우 도덕 지향적이고 금욕적인 사람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를 별세상 사람으로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저의 그런 선택이 주변인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었습니다.
각자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청문회가 늘 반갑지 않았어요.
남들과 다른 생활방식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매번 그것에 관해 설명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가장 힘든 것은 비 채식인들과 함께 식사할 때였습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외식은 육류를 포함하는데요.
저를 배려해 동행인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변경하는 상황은 매번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할 자유는 있지만, 타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소극적 채식인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우리의 동물 친구들도 참 중요하지만, 우선은 제가 속한 인간 공동체 안에서 잘 지내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동물성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가져오는 문제는 자명합니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해서,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채식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식사’를 선택하는 문제는 매일매일의 생활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생활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죠.
가끔은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거나 여건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채식을 시도하면서 자꾸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는 게 마냥 좋지는 않더라고요.
모두가 좋자고 하는 일인데 저만 기분이 안 좋으면 안 되잖아요.
그것보다는 ‘오늘도 이 정도면 잘했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채식을 하면 훨씬 지속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하는 채식을 ‘편식’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떤 숭고한 가치를 위해서라기보다 ‘맛있어서’ 채식을 한다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에게도 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식에 관해 떠올릴 때 불편함보다 즐거운 마음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사실 채식은 맛있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채소들은 정말 맛있어요.
찾아보면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아도 미감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다양한 풍미의 채식 음식이 많습니다.
2018년에 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슬로워크의 안식휴가를 이용해 베를린에서 약 3주간 지냈는데요.
예전부터 채식의 천국이라는 베를린에 꼭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었던 거죠.
그곳에 있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채식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무조건’은 없었습니다. 저는 채식에 관해 확고한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고,
잘 안다고 하더라도 실행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해서 몇 가지 예외를 두고 실천했어요.
여행지에서 장을 비우는 것은 컨디션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유제품은 꼭 챙겨 먹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의 계란은 딱 두 번 먹었습니다.
조리된 음식에 쓰인 재료를 엄격하게 신경 쓰지는 못했지만, 장을 보러 갈 때는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의 육류와 생선은 먹지 않았습니다. 아, 한 번은 지인의 집에서 한국의 멸치조림을 꺼내 주셨는데요.
고향의 맛이 그리워 그때 살짝 먹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소개해볼게요.
1. 비건 커리부어스트
독일 하면 소시지와 커리부어스트죠.
그 유명한 음식들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비건을 위한 콩고기 커리부어스트가 있어 먹어보았습니다.
2. 버거리쉬(Burgerlish)의 퀴노아 버거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퀴노아 버거. 패티가 퀴노아로 만들어져서 속이 편하고 담백했습니다.
사이드로 주문한 구운 야채도 정말 맛있었어요.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이라면 테이블에 내장된 태블릿으로 버거를 주문합니다.
매장 한편에는 디제잉 부스도 있어요. 같이 갔던 일행끼리 일명 힙스터 버거집이라고 불렀던 재밌는 가게였습니다.
3. EDEKA에서 산 프로틴 뮤즐리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까 봐 걱정이라면,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마트에서 프로틴 뮤즐리를 구매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4. 사이공 스트릿 푸드, 디스트릭스 못(District Mot)
의외로 맛있는 아시아 음식이 많았던 베를린.
일반적인 베트남 식당의 메뉴인 쌀국수, 볶음밥이 아닌 채식 메뉴를 고르다 보니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메뉴를 고를 수 있었어요.
바삭하고 매콤한 두부조림과 커리 소스에 찍어 먹는 고구마튀김, 구운 가지·호박·버섯 요리가 별미였습니다.
5. 고급진 채식이 먹고 싶을 때는, 콥스(Kopps)
주말엔 뷔페, 주중 저녁은 코스 요리가 나오는 콥스는 베를린에 가시면 꼭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주말 뷔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 채식요리, 수프, 버터, 빵 등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다양한 채식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주중 코스요리 중에 특히나 놀라웠던 메뉴는 버섯 스테이크였는데요. 정
말 이게 버섯인가 싶을 정도로 톡톡한 질감에 고급스러운 풍미가 느껴져서 한 점 한 점 아껴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엄격한 비건 생활을 하시는 분이 제 글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채식을 더 오래 나눌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채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세상에 채식을 시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이를 더 자주 이야기하고 싶어요.
채식의 기준이 엄격해서, 속한 공동체에서 차별받을까 두려워서, 음식점에 갈 때마다 눈치를 보게 돼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욕망을 포기해야 해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서.
이렇게 수만 가지 이유로 단념하는 이들에게 저의 방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글을 통해서 채식을 시도하는 장벽이 낮아졌으면 합니다.
다양하고 더 많은 채식인이 생겨서 채식의 이유를 질문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유로 저는 그때그때 고기를 편식합니다.
이 글을 통해 채식이 정말 맛있고, 꽤 해볼 만한 좋은 경험으로 비치길 바라봅니다.
글, 사진 | 슬로워크 디자이너 쏠
이미지 | 슬로워크 디자이너 길우
원문: 슬로워크 블로그
슬로워크는 조직과 사회의 변화를 돕는 디자인솔루션 회사입니다.
첫댓글 저는 간건강 때문에 페스코채식을 해야하는데
가끔 고기를 먹게되죠
플렉시테리안이 제 채식방법의 하나였네요
동물권 생각하면 채식에 공감하나도 안되는데 환경생각하면 충분히 가치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단체급식이라던지 이미 다 조리되었고 내가 안먹어서 버려질거라면 그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고딩때 급식에 나온 고기는 먹는 채식하는 친구 있었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싶었어요
중간에 동물권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한 인간 공동체 안에서 잘 지내고싶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에요. 채식을 포함한, 동물권을 위한 행동 하시는 분들중에, 말씀하실때 같은 인간을 좀 후려치는 분들도 종종 계셔서 반발심 들때도 있음..
근데 한국은 진짜 채식주의자가 살아가기 너무 힘든거 같아 우리 엄마는 아예 몸에서 받지 못해서 동물성 음식을 못 먹는 비건인데 항상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어야해 유난떤다거나 나중에 건강할지 두고보라거나... 몸에서 못 받아서 못 먹는다는데도 무조건 본인들 기준으로
고기 먹고싶은데도 환경 생각해서 채식하는 분들 존경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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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친구들이랑 항상 하는말 한식은 육류위주가 아니라서 육류소비가 적은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