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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탁스 (DOTAX) 원문보기 글쓴이: 모태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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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를 치면서 기다렸지만, 시간이 40분을 넘기자 슬슬 걱정이 되었죠.
어떤 사람은 집에 도망쳤을거라 하고,
어떤 사람은 그 흉가 앞에서 기절해 있을거라 하고,
아니면 근처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을거라 하고....
그런데 저희를 더 걱정스럽게 만든 건 형님이 전화를 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장대비도 거기에 한 몫했죠.
혹시나 발을 헛디뎌 어디선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 흉가에 가보자는 사람은 없었어요.
솔직히 무서웠죠.
다 들 무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혹시나 누가 가보자는 말을 할까봐 두려워하며 눈치만 보기에 급급했죠.
그런데 그 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덜커덕 열리는 겁니다.
형님이 문 앞에 서 있는 겁니다.
우와..........그 땐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죠."
그는 잠시 떨리는 손으로 담뱃재를 털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섭던지....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스릴러영화 보면 범인이 빗속에서 사람 파묻고 돌아올 때 그 모습.....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우비 속으로 형님의 얼굴이 반쯤 보이는 겁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진 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형님을 바라보았죠.
바로 그 때 형님이 우비 속에 감춰진 뭔가를 우리 앞에 탁 던져 놓는 겁니다.
그 영정사진이었죠.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아니 그것보다는 승균이 형님이 미친 것 같았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영주 형님은 비명까지 질렀다니까요.
놀랄만도 했죠.
우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사진으로부터 재빨리 물러났습니다.
영정사진의 얼굴은 확인할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우비를 벗을 생각도 안하고 형님이 사무실 안으로 발을 옮기는 겁니다.
그리곤 저에게 다가와 약속한 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래서 줬어?"
"형사님이라면 안주고 배기겠어요?
저는 얼만지도 모르는 제 앞에 놓인 만원권을 쓸어담아 형님한테 냉큼 건넸죠.
형님은 여기저기 돈을 우겨넣더니 다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형님이 그 영정사진을 다시 들고 나가는 겁니다.
그 형님이 어디로 가려는지 아무도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단지 그 사무실에서 빨리 나가주기만을 바랬던 거죠.
형님이 나가자 저희는 그제서야 숨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포커판은 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였구요.
거기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승균이 형님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수근거렸죠."
"양승균......딴 사진으로 사기친 것 아냐?"
"그 생각도 해 봤죠.
그런데 그 다음 날 그 폐가를 지나가는데 그 사진이 안보이는거예요.
형님이 가져온 게 분명했어요.
사기를 쳤다 하더라도 그 때 그 형님 얼굴빛을 본 사람은 저와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래서 황승균이 죽은 것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거야?"
나는 애써 그의 얘기를 무시하려 했지만 나도 이미 그 것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형님이 조금씩 이상해졌어요.
며칠동안은 모든 작업이나 회사일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갔어요.
그런데 날이 갈 수록 형님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게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일단 술이 늘었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두 세병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일곱여덟병을 나발 분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 이상한건 그러고도 정신이 멀쩡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어요.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겁니다.
어떤 작업자는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그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뭔가를 잔뜩 싸들고 말이죠.
심지어 그 폐가에서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모두들 형님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눈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했죠.
그 즈음에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승균이 형님이 귀신을 불러낸다는 거예요."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살인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형사가 귀신 얘기나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얘기를 중지시킬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이 죽은 딸내미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나는 순간 피해자의 아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주연이라는 딸 애?"
"예. 딸내미를 만났다는 거예요.
모두들 승균이 형님이 이젠 정상상태가 아님을 직감했죠.
다들 그 형님이 미쳤을거라 얘기했지만, 속으로 혹시나 진짜로 귀신을 불러내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하고 있었죠.
생각해 보세요.
그 폐가를 들락거리면서 사무실에 들어올텐데...
그것도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중장비를 다루는 회사인데, 귀신이 몸에 붙어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죠.
그런데 그 때 영주 형님이 뭔가 제안을 하나 했죠."
"...?"
"그 집....폐가를 부수자는거예요.
벽돌집이라 부수는건 눈깜짝할 사이예요.
그런 구조의 집은 포크레인으로 슬쩍 밀기만 해도 넘어가거든요.
처음엔 불태우자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주변의 눈도 있고...
아무리 버려져 있다해도, 소유자가 누구인지만 모르는 엄연한 사유재산인데....."
"그래서 부셨어?"
"부수자는데는 모두 동의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어요.
그걸 누가 하냐였죠.
눈치만 살피던 저희들은 제비뽑기를 했죠.
그 때 영주 형님이 걸린겁니다."
"노영주는 지게차 기사 아냐?"
"면허증 없으면 운전 못하나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분야가 아니어도 중장비의 간단한 조작은 다 할 줄 알거든요.
승균이 형님이 비번인 날을 골라서 영주 형님이 회사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로 갔죠.
모두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마냥 포크레인 뒤로 졸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수십여미터 근처에 다다르자 영주형님만 빼놓고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어요.
영주 형님은 그 때까지도 두려운 표정이 역력했어요.
조심스럽게 영주 형님이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에 다가갔죠.
그리고 삽을 들어 굉음을 내며 옆의 창고를 막 부수고 있는데........"
태섭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짓이겼다.
"그 비오는 날 승균이 형님이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만큼 놀랐어요.
거실에서 형님이 뛰쳐 나오는겁니다."
"뭐?"
"놀란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형님이 호통을 치는거예요.
내 집에서 썩 물러가라며...
그런데 그 목소리가 형님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나도 낯선 생소한 목소리였어요.
그나마 멀리서 바라 본 저희들이 그럴 정도였는데, 바로 앞에 있던 영주 형님은 어땠겠어요?
비명을 지르며 영주 형님이 운전석에서 뛰쳐나왔죠."
"포크레인을 놓고 도망쳤단 말이야?
황승균이 그 걸로 무슨 짓 할 줄 알고?"
"다행히도 영주 형님이 키를 뽑아들고 도망을 쳤던거죠.
저희는 사무실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 때 저희를 수상히 여긴 사장님이 무슨 일인지 물었죠.
그제서야 저희들은 그간의 일을 사장님께 모두 털어놓았죠.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사장님은 같이 그 폐가로 가자는거예요.
사장의 명령이니 안 따를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저희들은 그 곳으로 다시 갔습니다."
"황승균이 있었어?"
"예. 경비원처럼 어디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와 거기서 지키고 있더라구요."
"가서 뭐했어?"
"사장님이 형님한테 가서 말을 걸었죠.
나머지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봤구요.
그런데 웃긴 건 승균이 형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우리 직원들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더군요.
포크레인만 가지고 갈테니 화를 푸시라고 말을 하더라니까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승균이 형님이 몽둥이를 내려놓더니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는거예요.
귀신이 빠져나간 것처럼 말예요."
태섭은 잠시 양 팔을 쓸어내렸다.
"그 날이 언제야?"
"형님이 죽기 이틀 전이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어떻게 되긴요? 승균이 형님을 업고 사무실로 내려갔죠.
정신이 돌아온 형님이 집엘 가겠다며 사무실을 나선거예요.
그리고 이틀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시체로 발견이 된거죠.
연락이 없음에도 우리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승균이 형님이 우리에게 연락을 할까봐 두려웠죠.
차라리 나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너...황승균이 죽은 걸 어떻게 알았어?"
"예?"
내 예상대로 그는 놀라는 눈치였다.
"신고 접수 후 경찰이 도착한게 대략 4시 반이야.
10분도 안되서 도착했지.
내가 도착한 건 20분 후고....
그 사이에 죽은 황승균 와이프가 회사에 연락을 취할만큼 여유롭진 않았겠지.
회사 사람들은 마치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느냥 여유로웠어.
아무리 소속감이 적다해도 무리가 있지.
게다가 현장에서 도망을 쳤던 노영주는 이미 황승균이 죽을 걸 알고 있던 사람 같더라구..."
나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누가 그 전에 다녀갔어.....그렇지?"
태섭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사람이 노영주일 수도 있고, 바로 너 일수도 있지.
노영주가 어제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하고자 했던 그 말이 지금 니가 하고 있는 말보다 더 깊은 내용일 것 같아.
형사들은 직감이라는게 있거든.
내가 볼 때 노영주는 황승균 집에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
그러지 않고서야 비번인 날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사람 주변에 나타난다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
태섭은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접더니 오히려 나의 시선을 회피하기 바빴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들을 족치면 되거든.
그러면 누가 거짓말 하는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오늘 니가 한 얘기의 대부분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취조실을 빠져 나갔다.
문 밖을 나서자 박형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형사님, 죽은 황승균씨가 3억짜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던데요?"
"뭐? 그래?"
"그런데...가입자는 황승균으로 되어있고, 수혜자는 황승균씨 와이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뭐야...황승균 본인이 가입하고 보험료를 냈단 말야."
"예. 보험회사 알아보니까 본인이 직접 싸인했다하더라구요.
보험료도 본인 통장에서 자동이체 되도록 했구요.
가입일도 20여일 전이예요."
"뭐야...자기가 죽을 줄 알고 있었단 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리고 김홍선씨하고 몇 차례 큰 돈거래가 있었는데요?"
"김홍선?"
"아...그 중장비 업체 사장이요."
"무슨 돈거래?"
"월급 같지는 않고 수백만원 몇 차례 계속 왔다갔어요.
그런데 정리는 깨끗이 한 것 같아요.
더하기 빼기 하니까 빵이 되더라구요."
"노름돈 빌렸나 보지. 아참...박형사... 김태섭 취조장면 봤어?"
"예."
"어떻게 생각하냐?"
"믿기도 그렇고 안믿기도 그렇고...."
"그 폐가에 대한 등기부 등본 좀 뽑아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예."
"참...황승균씨 내일이 발인인데, 유족들 부검할지 물어봤어?"
"별로 탐탁치 않아 하던데요."
"음...그럼 우리가 빨리 알아보는게 나을 것 같군.
나 급히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뒷 일 좀 부탁해"
"어디 가시게요?"
"그 마을에 가장 최근까지 살고 이사갔던 사람을 알아보고 만나야겠어."
나는 군청을 들러 가장 최근까지 살았던 사람 중에 비교적 고령자를 찾았다.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정되었는데 10년 전에 이사를 했고, 그 때까지 마을의 이장을 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이사를 해서 차를 몰고 40여분 정도만 가면 만날 수가 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이 아닌 비교적 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아파트 단지에 그는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지 반백발의 노부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아내는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남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그 집...참 안타깝지...
그 고가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장사가 잘 되던 가겟집이었어.
이름이...대흥상회였나? 이봐 할멈..맞지? 최씨가 하던 가게.."
"맞아요. 그 집 모르면 간첩이지."
"그 시골에서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없었는데,
그 집은 어디서 그렇게 음식 기술을 배웠는지, 식당 일을 같이 하면서 지나가는 외지인들을 상대로
맛난 음식을 팔더라고.
알다시피 그 집이 얼마나 외진 곳에 있나?
마을 자체가 촌구석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그것도 산 중턱에 있지 않은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해 먹고 살다니 참 신통했지.
돈도 많이 벌어들이고 말야.
그 사람이 마을 노인정까지 지어줬다니깐.
모든 시골인심이 그렇듯이 우리는 서로 정도 많이 나누고, 음식도 나눠 먹고 그렇게 살았지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낯선 도시 사람들이 마을에 나타났어.
그리고 이장인 나를 찾아오더니 여기 저기 토지들을 매입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구.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사람들이 왜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나 저러는지 몰랐지.
알고 보니까 1년안에 우리 마을에 고가도로가 들어선다는거야.
그 고가도로가 들어온다는 얘기가 돌면서 마을에 분란이 생기기 시작했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고가도로가 들어서는 걸 반대했지.
돈 보다는 우리 삶의 터전인 논과 밭이 먼저 아닌가?
그 사이에 낀 이장인 나는 어땠겠나?
그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 설득해 주면 한 명당 얼마식 주겠다 하면서 나를 계속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지.
에이..난 싫었어.
난 논과 밭이 있고, 자식새끼들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데 그 깟 돈 몇푼에 마을 사람들을 팔 순 없진 않은가?
그런데 그 도시 사람들과 업자들이 우리를 설득 못하니까 도시에 살던 자식새끼들을 꼬드긴거야.
아주 난리가 났지.
생판 얼굴 한번 비치지 않던 놈들이 부모라고 여기저기서 찾아 오더군.
결국 자식들 성화에 못 이겨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개발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특히 업자들에게 돈으로 매수가 되었는지 마을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가 여기저기 설득하며 도장 받으러 다녔어."
"청년회 회장이오?"
"늙어서 그런지 그 친구 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월남전까지 다녀와서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조금씩 연명하던 친구야.
거기 가기 전에는 참 착하고 순진했는데 다녀와서 성격이 많이 망가졌어.
업자들 앞잡이가 되어서 마을 사람들 선동하고 다니는 게 영 꼴불견이었지.
사실 청년회도 도시 사람들 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 급조된 모임이야.
그 넘의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무슨 청년회란 말인가?
그렇게 토지보상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어.
고가도로 교각 하나가 대흥상회 주인 최씨 밭을 지나가는데 마지막까지 최씨가 동의를 안해주는거야.
솔직히 보상금도 쏠쏠해서 그 때까지 반대하던 사람들도 그냥 도장 찍어줬어.
업자들이 구슬려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안하더라니까
특히 청년회 회장이라는 그 친구가 최씨를 많이 닥달했지.
아마 그 때 그 친구 눈빛 봤으면 도장 안찍고는 못배겼을 거야.
그런데도 최씨는 장사를 그만 둘 수 없었던 거야.
고가도로가 나면 망한거나 마찬가지거든.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최씨가 집 근처 개천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어."
"예? 누가 죽인건가요?"
"아냐. 그 친구가 원래 엄청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는데, 그 날도 술 한잔 하고 읍내에서 집에 돌아오다가 쓰러진 것 같더라구.
그 개천길이 굵직굵직한 돌길이라 발을 헛딛기 쉽상이야.
넘어지면 머리를 부딪힌것 같애.
결국 남은 가족들이 그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그 집이 제일 먼저 마을을 떴어.
그런데 최씨가 죽은 뒤로 이상한 소문이 나돌더라구.
최씨가 죽은 날,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같이 했던 사람이 청년회 회장이라더군.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그 친구가 최씨를 죽인 것 같다는 소문이 나도는거야.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는 어떤 놈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녔지.
아니 대낮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다니더라니까.
그 땐 진짜로 누굴 죽일 것 같았다니깐.
마을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었지.
그 정이 넘치던 우리 마을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
최씨 가게는 개발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은 그대로 남았어.
물론 그런데 있는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지.
그대로 폐가가 되어 버린거야.
동네 아그들 놀이터가 되어버린거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 집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거야"
노인은 목이 마르는지 주전자의 물을 한 컵 따라 들이켰다.
"그 집에서 놀던 어린 아그들이 최씨 아저씨를 봤다는거야.
한 둘이 아니었어.
어떤 아그는 최씨 아저씨가 줬다면서 장판 밑에 오랫동안 묵혀둔 듯한 천원자리 지폐를 보여주더라구.
그 집이 식당하면서 생선요리 많이 해.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좀 나.
그런데 그 천원짜리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거야.
어휴...그 애 부모들은 사색이 되서 애를 야단치더라구.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말라고.
어느 날 밤에는 그 집에서 최씨 목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다더군.
그 친구가 술에 취하면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었지.
비가 오는 밤이면 그 노랫소리가 들린다는거야.
혹시나 귀신이라도 옮겨 붙을까봐 모두들 최씨집을 멀리했지.
게다가 더 이상한 건 그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의 모습이었어."
"뭐가 말입니까?"
"어디서 피를 빨려서 온 사람처럼 갈수록 몰골이 상하더라구.
눈은 휑하니 꺼져 있고, 눈 밑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더라구.
며칠 동안 굶은 사람처럼 볼이 함몰되어 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는 것 같더라니까.
죽은 최씨한테 시달린다는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지.
혹시나 그 친구한테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었어.
그 날밤.... 최씨가 죽었던 그날 밤....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게야.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친구가 보이질 않더라구.
어차피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서 언제든 어디서 빌어먹고 살겠지만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는게 너무 이상했다네.
마을이 극도로 흉흉해졌지.
그 뒤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이사를 떠났어.
그나마 내가 가장 늦게 떠난거지.
나야 뭐, 가까운 읍내에 아들 내외가 살아서 언제든 이사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어르신, 혹시 예전 마을 사람들 사진같은거 가지고 계시나요?"
"꺼림칙해서 몇 년간 꺼내보지도 않았는데...잠깐 기다려보게"
잠시 후 노인은 두꺼운 앨범 하나를 들고와 그 위의 먼지를 닦아내며 나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바래진 앨범 표지를 보니 오랜 전 지워진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 든 앨범을 한장씩 넘기자 주로 노부부의 사진들이 먼저 펼쳐졌다.
몇 장을 넘기자 노인이 손가락으로 어떤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최씨라우...그 대흥상회 주인....
어휴...술을 엄청 잘 마셨지. 상상도 못할걸?"
건장하다고 해야 할지, 풍만하다고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지만 매우 풍체가 좋은 선한 얼굴의 40대 얼굴의 모습이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자 전형적인 시골 촌부의 모습들이 여기저기 펼쳐졌다.
그 순간 내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이런...."
"아는 사람인가?"
"예."
"이 친구가 바로 그 청년회 회장이었다네."
"뭐라구요?"
나는 노인의 말을 듣자 마자 휴대폰을 꺼내 박형사를 찾았다.
"응. 박형사 나야.
지금 당장 김홍선 사장 행적 파악해!! 지금 당장!!"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이 맞장구를 쳤다.
"형사 양반... 맞아!! 그 친구 이름이 김홍선이었지."
나는 순간 일이 복잡하게 꼬여감을 느꼈다.
"형사 양반...그 친구 봤나? 지금 어디 있나?"
"어르신 살던 마을에서 작은 중장비 회사를 하나 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이쿠...세상에나 이젠 정신 차렸나 보네."
"어르신..김홍선씨...아니 그 청년회 회장 얘기 좀 더 해주실래요?"
노인은 앉은 자세를 잠시 옆으로 틀더니 입을 열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정말 착하고 순진한 친구였지.
그 때는 홍선이..홍선이 하면서 이름도 잘 불렀는데 조금 전엔 왜 기억이 안 났는지 몰라.
사람이라는게 안 좋은 기억은 본능적으로 자꾸 잊버리려고 하나봐.
월남전 갔다왔다며 마을에 돌아왔는데...어이쿠...사람이 좀 이상해 보이더라구.
얼굴은 전보다 더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체구는 더 왜소해 진 것 같앴어.
거기에다 눈빛에 살기가 돌더라구.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네.
최전선에 있었다는데 얼마나 사람을 많이 죽였겠나?
동네 사람들 모두 그 친구를 반가히 맞았지만, 얼굴빛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
술만 마시면 전쟁 얘기를 하는거야.
자기 손으로 월남군 수십명의 목을 땄다면서 목을 따는 시늉을 앞에서 막 보여주는거야.
미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킥킥대면서 말야......
게다가 마치 그 전장에라도 있는 것처럼 혼자 총질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엎드려서 포복하는 자세도 취하다가,
혼자 고함을 지르며 돌격 앞으로 하면서 전쟁 놀이를 하더라니까
그 순진한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겠나.
그리고 알아 듣지도 못하는 월남노래를 혼자 군가처럼 막 부르고 다녔지.
동네 사람들은 그 친구가 월남귀신에 쓰인 거라며 서로 수근댔지.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뭐 말입니까?"
"그게 말야...
밤이 되면 이상한 주문을 읊으며 돌아다니더라구.
그 괴상한 노래까지는 들어주겠는데 말야...그 주문 소리는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구.
들으면 엄청 기분 나쁘고, 뭔가에 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름이 끼쳤다네.
한국말인지, 월남말인지, 중국말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이상한 주문이야.
지금 뭐라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네.
흉내도 못내겠고...
그런 행동을 십년 넘게 하고 다녔으니 사람들 심정이 오죽했겠나.
그것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그 친구 마주칠까봐 밤에 돌아댕기질 못했다니까.
동네 사람들은 말도 못하고 죽을 맛이었다네.
잘못 보였다가는 그런 상태의 친구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당할지 모르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최씨가 죽은 뒤로는 그 주문 소리가 더 커졌어.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다니까.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는 점점 피골이 상접하면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게 바뀌어가더라구.
그러더니 어느 날 동네가 그 주문 소리로부터 해방됐어.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거야.
살던 집도 버리고...
어차피 그 친구는 보상금을 받았으니까 떠나도 할 말이 없지만, 우째 이상하잖아."
나는 차를 몰면서 박형사와 통화를 나누었다.
"김형사님, 김홍선 사장이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직원들은 뭐래?"
"어디 좀 들렀다 온다고 했는데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있어?"
"뭐...비번인 사람 빼 놓고는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태섭이 오늘 조퇴를 했다는데요?"
"어디 있는지 파악했어?"
"아뇨. 그건 아직..."
"그 폐가 등본 좀 뽑아 봤어?"
"예. oo리 산 447번지로 되어 있어요.
20년 전에 집이 빈 뒤로는 그 주소지로 이사 온 세대가 없어요.
그냥 그렇게 쭉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재밌는게 있어요.
10년 전에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는데요."
"누구한테?"
"김홍선씨요."
"뭐?"
"그리고 그 폐가를 매입한 시점과 회사 사업자 등록 한 시점이 비슷합니다."
"회사를 거기에 차리면서 매입했다는 거네."
"예."
도대체 김홍선이란 사람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박형사 그 회사 사무실로 가 있어. 나도 거기로 갈테니까."
"알겠습니다."
차창 앞에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사장님, 어디 갔어요?"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오늘 어디 가신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여직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나는 사장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만이 돌아왔다.
조퇴한 김태섭도 마찬가지였다.
"아따.. 우리 사장님 좀 그만 괴롭히쇼."
직원 중의 누군가가 나에게 명령하듯이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까칠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사장님이 얼매나 좋은 사람인디...뭐 털어봤자 아무 것도 안 나온당께요.
전에도 누가 이 건물 무허가라고 신고했다가 군청에서 나온 직원 면박만 당하고 돌아갔당께.
그만 하소."
"지금 이게 무허가 건물 조사하는 것하고 같습니까?
사람이 둘이나 그것도 이 회사 직원이 죽었어요. 댁이 경찰이라면 가만히 있겠소?"
"영주는 사고라고 들었고, 승균이 그 친구는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과는 아무 상관 없을겁니다."
"사장과 무관한지 당신이 그 걸 어떻게 알아요?"
"승균이 그 놈이 노름빚에 허덕일 때 사장님이 다 뒷치닥거리 해줬당께요.
승균이가 딸내미 잃은 후 일도 안하고 넋이 나가 있었을 때도, 사장님이 다 뒷치닥거리 해주고 기다려줬당께요.
그런 분이 뭣땜시 승균이에게 해를 가하겄소? 안그렇소?
우리 직원들한테는 친삼촌같은 분인디."
"혹시 김태섭씨가 황승균씨한테 노름빚 진 것 알고 있어요?"
"승균이, 태섭이, 영주 그 자식들 끼리끼리 노름질 하는 것 땜에 사장님이 엄청 속상해 하셨습니다.
태섭이 이놈은 승균이한테도 빚지고, 영주한테도 빚지고...흐미...장난 아니었당께요.
승균이한테는 무슨 차용증까지 썼다합디다."
나는 그에게 뭔가 정보를 더 얻어낼 것 같았다.
"한달 전쯤 사무실에서 노름하다가 큰 소동이 벌어졌다는데.... 알아요?"
"무슨 소동인지는 모르겄는디...그 자식들 월급날만 가까워지면 맨 포커질이나 한당께요
그 세 놈이 똘똘 뭉쳐가지고는......월급 받기도 전에 그 날 돈 다 날리고 싸우고 지럴염병을 합디다.
한 두번도 아니고.."
"그 친구들 사이가 별로 안 좋았나 보네요?"
"처음엔 좋았지라....
근디 그 넘의 노름질이 다 망쳐놨당께라.
딴 놈은 몰라도 승균이 그 놈은 사장님 얼굴 봐서라도 그러면 안되는디..."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디..그 놈들은 뭔 재미로 허구헌 날 셋이서 포커를 친다냐?
포커는 세명이서 하면 패가 안 떠서 재미가 없는디...다섯이 딱 좋은디..."
"뭐라구요? 세 명이요?"
순간 나의 미간이 찌푸려짐을 보자, 옆에 있던 박형사가 입을 열었다.
"어? 김형사님. 취조실에서 김태섭이 말로는 여섯명이서 포커를 했다는데..."
이에 그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여섯이오? 고것이 무슨 말이라요? 이 사무실엔 포커 칠 줄 아는 사람이 그 놈들 딱 셋하고 나 뿐인디....
게다가 지는 그런 지저분한 아그들 판에는 안낀당께요"
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김태섭...이 새끼....어디서부터 거짓말인거야?"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콘테이너 사무실의 천장에 쌀알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고...오늘 야근은 다 날아가부렀네..야근을 해야 돈이 좀 되는디..."
남자는 천장을 한번 쳐다보더니 푸념을 늘어 놓았다.
"저 산 중턱의 폐가에 대해서 알아요?"
나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가 경기를 일으키며 손을 가로 저었다.
"오메...형사님. 그런 흉가 얘기는 꺼내질 말랑께요.
못들었소? 거긴 귀신 나타난다믄서...
여기 사람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단 말이오.
그랑께 왜 사장님은 이런 곳에 사무실을 차려가지고는....."
"황승균씨가 한 달 전에 저 폐가에 갔다던데 알고 있어요?"
"뭐시라? 그 폐가에 갔다고라?"
"몰랐어요? 김태섭이 그러던데...."
"워메...그랑께 승균이가 좀 이상하게 보였구만..
언제서 부턴가 말도 잘 안하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했는디..."
나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그들은 한 달전 여기서 포커를 쳤을 것이다.
김태섭의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인 걸로 봐서 어느 부분까지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지금 이 남자의 얘기도 어느 정도 김태섭의 말이 신빙성이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날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는거다.
정말로 황승균이 그 폐가에 갔을까?
사람들이 모두 다 이렇게 무서워하는 곳인데....
혹시나 황승균이 거길 갔다 하더라도 제 발로 걸어갔을까?
나는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확실한 건 그곳에 갔다면 분명히 뭔가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내일이면 죽은 황승균의 발인날이다.
오늘 무언가를 밝히지 않으면 이대로 황승균은 사고사로 처리되고, 사건은 종료된다.
지금 뭔가를 해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박형사에게 말했다.
"박형사...지금 그 폐가로 가봐야겠다."
나에 말에 박형사보다 오히려 그 까칠한 수염의 남자가 더 놀래는 것 같았다.
여직원은 떡 벌어진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오메... 형사님... 미쳤는갑네. 뭔 짓이라요.
그 집은 귀신 나타나는 흉가랑께요."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멀뚱거리고 서 있는 박형사를 다그쳤다.
"뭐해? 차에서 후레쉬랑 우산 챙기고 출발하자구."
"예?...정....정말로 가시게요?"
"그럼..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 같애?
설마 박형사..진짜로 귀신 나타난다고 믿는건 아니겠지?"
"그..그게 아니라..."
"오메...참말로...형사님. 뭔 귀신 잡으러 가요?
그러지 말랑께요. 귀신이라도 들려오면 어쩔라고 그런다요?"
남자는 여전히 나의 행동을 만류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서 차로 향했다.
내 등 뒤에서 여전히 그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워메...형사질에 무당질까지 할랑갑네.
김양아...빨리 퇴근해 버려야 쓰겄다. 형사가 귀신들려 오면 뭔 험한 꼴 당할지 모르겄다."
이제 막 해가 기울었을 시간인데도 주위는 이미 먹구름과 쏟아지는 빗줄기가 만든 어둠 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우산과 손전등을 꺼내 든 나는 잠시 먼 저편을 응시했다.
사무실 뒷편의 산 중턱을 돌아가면 그 곳이 있다.
간간히 번쩍이는 번갯불이 그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듯 조명을 밝혀주고 있었다.
여전히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형사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정신 차려. 우리는 귀신을 만나러 가는게 아니라 증거물을 찾으러 가는거야."
출처 : 웃긴대학, 하드론님
첫댓글 크 ... 실화인진 뭔진 모르겠는데 글 진ㅁ자 애지게 잘쓴다 몰입감 오짐
필력도 깔끔하고 몰입감ㄷㄷ이런거 넘 좋아ㅜ 꿀잼
글 증말 잘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