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과 신토불이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 아우디 전기차 / 2018.05.04.
프리미엄 브랜드가 그리는 전기차 세상은? (2)
아우디에게 얻은 교훈, 전기차 충전 토착화 솔루션 절실하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대로 아우디 E-트론 전기차의 사례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지금 현재의 통계를 바탕으로 하여 찾아가는 안간 중심의 접근법이었습니다.
즉, 결국은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기계장치가 그 기능이 아니라 소비자 자신이 거기에서 얻는 혜택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겁니다.
그러나 아우디의 방법을 우리가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휴게소에서 30분 정도 쉰다는 점은 어느 정도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우리나라는 절대 10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주유기에서 기름을 넣고 건물 안의 카운터까지 가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지불하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셀프 주유소조차도 주유기에서 원스톱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시간이 짧습니다.
즉, 아우디의 접근법에 깔린 사상은 큰 참고가 됩니다만 그것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나름의 소비자 패턴을 연구하여 이에 알맞은 솔루션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이런 시장 친화형 솔루션 개발의 경험은 전기차 뿐만 아니라
제품, 그리고 고객 서비스의 시장 친화도를 높이는 순기능을 가져올 것입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브랜드 간의 기술적 독창성이나 우열이 지금보다도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제품보다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결정짓는 것들, 즉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차별화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제품에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HMI)일 것이고 비 제품 영역에서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사용 프로그램,
즉 플랫폼 또는 서비스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충전 관련 솔루션의 제공은 비 제품 영역에서 전기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특히 전기차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가 주행 가능한 거리라면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충전 문제입니다.
어쩌면 충전 문제가 더 중요한 걸림돌일 겁니다. 그 첫 번째는 충전 시간 문제입니다.
배터리나 충전기의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배터리가 커질수록 충전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면 배터리가 커진 것이 차 값만 비싸지고 더 불편해진 것처럼 느껴져서 회의감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충전 네트워크입니다.
충전 네트워크의 1번 문제는 절대적 숫자이고, 2번은 그 중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실효성,
3번은 가정용 충전기의 서류 절차와 충전기 설치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에 확인한 결과 아우디는 첫 전기차를 출시하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충전 문제에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단 충전 시간 문제는 지난 칼럼에서 알아본 대로 오늘날 유럽 자동차 사용자들의 장거리 여행시 휴식 시간과 및 일상 주유 시간의 통계를 근거로 150kW 고속 충전기를 선보이고 350kW 충전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그 수치는 생활 패턴의 차이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충전 네트워크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다소 수동적인 태도로 환경부와 한전 등에 기대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됩니다.
일단 다임러, BMW, 폭스바겐 그룹, 포드가 설립한 충전 컨소시엄인 아이오니티(Ionity)는 150kW 및 350kW 등 고속 충전 기술을 개발했고 이 컨소시엄이 그대로 차인(CharIn)에 가입합니다. 차인은 공통 규격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추진하는 전 세계적 협회로서 자동차 제작사는 물론 충전기 제작사, 에너지 및 통신 전문사 등 충전 네트워크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모임입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그룹, 와이어링 하네스 및 충전 전문 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 등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아이오니티의 멤버 브랜드들은 이미 차인의 회원사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충전 솔루션의 제공자라는 새로운 입장으로 아이오니티가 차인에 다시 가입한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이오니티는 고속 충전 기술을 제공하고 브랜드는 이를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적용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즉 자동차 브랜드가 충전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자기들이 만든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사용할 충전 네트워크기이 때문입니다.
이런 자세는 국내 브랜드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우디는 아우디 E-트론 고객이라면 기존의 충전 네트워크를
‘모두’ 한 장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했습니다.
유럽 16개국의 220여개 충전 서비스 회사들이 갖고 있는 약 7만 개의 충전소를 아무런 불편 없이 사용하도록
브랜드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단 세 개의 충전 서비스 제공사가 있음에도
통합 과금 소식이 들려온 지 2년이 넘은 지금에야 통합이 공식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들은 역시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해외 충전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다행일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용 충전기 설치 부분에서도 아우디는 매우 적극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프리미엄 턴키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이 서비스는 딜러를 통한 예약만으로도 각 가정에 가장 알맞은 충전기 설치, 태양광 등 그린 에너지가 설치된 가정에는 최적화된 에너지 사용 설정, 마이아우디 앱 등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일괄 제공합니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가정용 완속 충전기도 11kW급의 기본형을 하나 더 차량에 내장하여 22kW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점과 빅 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충전 전류 제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독립 주택이 대부분인 유럽의 경우는 각 가정에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효하겠지만
아파트가 중심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파트에 충분한 전기차 충전소를 갖추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사전 준비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터리의 용량이 점점 커지는 추세는 현재 보급중인 출력 3kW대의 220V 콘센트용 RF ID 이동식 충전기는 진짜 임시방편으로 만들 것이고 7kW 수준인 완속 충전기로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아파트에 충전소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민원 등의 이유로 힘들기 때문에 한 대의 전기차가 충전용 주차 공간을 차지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우디처럼 11Kw 또는 22Kw 정도가 완속 충전기의 기준이 되어야 할 날이 멀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필요한 선행 연구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급속 및 완속 충전기가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다면 아파트로 인입되는 전기 용량이 매우 커질 것입니다.
오늘날 공장 수준의 변전소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 발생하는 전자파에 의한 건강 문제는 현재 거의 연구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이 문제를 연구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자동차 브랜드들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타산지석. 배울 것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신토불이, 즉 우리 현실에 맞는 솔루션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