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생각만으로도 빛이 나는 계절..
미풍으로 이산저산 눈부신 연록의 물결이
마치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생명의 숨결 같다.
오월은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계절..
성장기 청소년시절에 만났던 오월은
보리밭에 깜부기 피어오르고 보리잠자리 낮게 비행하고
새파란 살구알이 제법 실해질때쯤 선보였던
지구상 최고 별미 빠알간 알꽃게의 게장..
그 게장을 생각나게 한다.
농촌 들녁은 영농 시작을 알리는 발길로 분주하고
초등학교 아이들 봄소풍에 들뜨는 시기였던 이때..
이런 생동감 넘치는 오월에 태어난 나는
강원도로 짧은 기념여행을 떠난다.
-----------------------------------------------------------------------------------------------
강원도 여행..
백두대간 선자령으로
대관령 옛길로(옛길은 옛일을 추억하게해서 좋다)
그리고.. 양떼목장으로 ..오대산 선재길로.....
아내와 함께하는 길에 모처럼 딸아이 동참하니 일견 그림도 좋아 보이는데..
사실 딸아이는 나와 사이가 별로 그렇다.
딸아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세상과 이별한 아버지가 생각난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도 별로 그랬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버지도 눈부신 오월생이셨는데..생전의 아버지와 나는
알수 없는 이유로 오월동주 격돌의 연속이었다.
오~~오대산!
주봉인 비로봉,상왕봉,두로봉,동대산등 다섯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서
흡사 중국의 오대산과 형세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 그 유명한 아름드리 전나무길 걸어보고
걷고 싶은 길로 세인들이 꼽는 선재길도 밟아본다.
선재길!
걷기에 포근하고 참 부드러운길~
아내와 딸은 뒤에서 도란도란.. 분위기가 좋다.
나는 앞서서 맛없이 홀로 걷는다.
그 옛날 수많은 수도승들이 이길을 걸었다 하는데..
그들은 이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그냥 무념무상?
나는 속세의 한사람이지만 사색이라면 몸에 체득된지 오래..
사색이 진지해지면 행동은 자연 느려진다.
이때.."내 그럴줄 알았다.매사 꿈지럭 대더니~~"
생전의 아버지 말씀이 숲속에서 새소리 타고 들려온다.
운동할때만 민첩하고 실생활에서는 느릿느릿
행동이 굼뜬 나를 아버지는 못마땅해 하셨다 .
아주 어릴적부터 아버지와 겸상으로 마주하며
사랑도 많이 받고 기대도 많이 받았던 세째아들이지만
성장과정에서..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화를 주고받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갑자기 뒤에서 깔깔대는 소리로 상념에서 벗어난다.
마냥 즐거워보이는 모녀..부러운 나..이런 그들 때문에 가끔 소외감 느끼지만
그래도 아내와 딸의 즐거움은 곧 나의 즐거움이려니~~~자위해 본다.
가정에서 내 입지는 좁다.
나도 한때는 치국평천하를 생각한적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이처럼 쪼그라진 모습이다.
대학은 이리 말한다.
수신연후 제가요 제가 연후 치국이고 천하평이라~~
그런데 나는 천하 평정은 고사하고 수신제가도 안된 미력한 인생임을 자각한다.
지난세월 수많은 승려와 중생들이 오르내린 이길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평천하가 아니라 지금은 한참 뒷걸음질해서 수신제가에 주저앉고
그리고 한줌 흙으로 사라질때까지 이대로 쭉~ 갈 모양새이다.
선재길은 울창한 숲..커다란 바위,계곡,징검다리로 압축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놓여진 징검다리는 모두 17곳..
여기에 나무다리와 섶다리가 각각 하나씩 놓여 운치를 더한다.
선재길 유래는 신라시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는 자장대사가
깨달음을 목적으로 지나다닌 길이라해서 전해 내려온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10킬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딸과 별로 말을 나누지 못했다.
걸으면서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요새 많이 늙었어~~몇년전까지만해도 참 좋았는데.."
이말에 갑자기 울컥한다.
그리고 이말에 지금은 안계신 아버지 생각이 또 난다.
생전에 아버지와 좀더 따뜻한 말이라도 나눴으면 좋았을 것을.......
오월은 아무래도 김영랑님의 "찬란한 슬픔의 계절" 이라는 싯구가 정말 잘 와 닿는거 같다.
봄이 막바지로 치닫는 오대산 선재길..
그래도 이곳은 오늘 아기자기한 연록의 숲길과 산새소리,물소리로 마냥 정겹기만하다!
* 선재길을 걷는 마음으로 오늘도 수필방에 출근합니다.
이곳의 많은 분들처럼..저 또한 문학도도 아니고 문예창작기법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다만 이곳이 수필뿐 아니라 단상을 올릴 수도 있는 편안한 곳이라 생각하여
드나든지 이제 10년 되었군요.
10년전 5월 어느날 ..
제가 이곳에 처음으로 올렸던 글..
마침 오늘이 5월을 시작하는 첫날이기도 하기에
첫발자욱 남겼던 그날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올려 봅니다.
첫댓글 앗? 10년 전 글이었어요? ㅎ
저도 몇 년 전
아내랑 비로봉 산행 후
그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달려 다녀왔던 그 기억을
덕분에 잠시 돌이켜 봅니다.^^
연세 있으신데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을 등정하셨다면
신의 축복입니다.
저는 10여년전 오대산을 오르면서
그 당시에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산행이 힘들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걸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그 선재길을 저는 차로만 몇번 오가고 말았네요.
그래도 선재길을 떠올리면 그 때의
바람 소리 물 소리 새 소리 풀벌레들 소리...
여전히 들려옵니다.
저는 그길이 많이 알려지기전
여러차례 다녀왔는데..지금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도보 아닌 차량으로 지나다녔어도
그 느낌 곱게 간직한다면 그런 추억도 소중해 보입니다.
저는 오래전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가을이오면 님과 반대로 걸었지요
관광버스로 갔는데 상원사에 내려 주어서요
선재길이 걷기에 참 좋은 길이더군요
여름인데도
산그늘이 좋아서 시원하게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철에 시원함을 느꼈다함은
당시 산행이나 걷기 운동으로 땀 많이 흘리셨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ㅎ
역시 사람은 땀을 흘려봐야 바람의 고마움..고진감래의 교훈을 체득할 수 있겠지요.
추정컨대 좋은 분들과 함께했을 여정이었기에
오늘의 루루님 마음에 그날의 일들이 더 시원하게 다가오나 봅니다.
2년에 한번정도는 오대산을 갑니다. 월정사가는 진부면에 제친구가 약국을 해서 겸사겸사갑니다. 작년에도 집사람과 용평리조트서 숙박하며 비로봉.노인봉을 올랐습니다. 하두 등산객이 오르며 내리며 다람쥐에게 먹을것을 주어 줄때까지 따라옵니다.
언덕저편님 연세로
비로봉을 등정하심은
후배인 제게는 깜짝 놀랄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건강으로
지금 저보고 한번 오대산을 등정해보라 한다면
저는 자신도 없고..해서 완강히 거부할 것 같습니다..ㅎ
아~
그 10년 전이
어쩌면 이렇게 따끈따끈 할까요.
따님은 지금 결혼한 가족들과 외국에 있지요?
가을님은 아버지와도
따님과도 왜 가까워지지 못했을까요?
지금이라도
노력하셔서 좋은 부녀관계 누려 보시길요.
가을님이 권위주의적이시나?ㅋ
함께 산을 오르는 가족들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듯 합니다.
제라님댁과 우리집은 가족구성이 유사합니다.
단 제라님 댁은 가장이 팔팔한 분으로 기둥을 받치고 있는데..
우리집은 제가 많이 노쇠해서..가장이 싫은 소리 좀 듣게되면 바로 쓰러지지요...
사실
이분이 가을이오면과 알고 소통한지 10년은 되기에
말하지 않은 우리집 사정까지 알고 있음도 별로 놀랍지는 않은데..그래도 조금은 무섭습네다..ㅎ
저는 절대 권위주의적이지는 않은데..
친근감의 표시로 하는 말투가 투박해서
가족들이 싫어하나 봅니다.
글이 가을님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더니, 역시입니다.
오붓이 가족과 함께한 선재길에서
여러 상념을 가지신 모습이
건강한 가장의 모습이 아닐까요.
품안에 있을 땐 잘 몰랐던
어린시절의
아버지의 그 모습을 요.
문학도는 아니었지만,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고
인생의 맛과 멋을 아우러는 수필방 여러분입니다.^^
5월 첫날인 오늘..
오늘따라 많은 분들이 좋은 글을 올려주셨군요.
수필방이 더욱 활기 있는 모습 보이니
그동안 콩꽃님의 노고가 크게 빛나 보입니다...
저도 오월에는 콩꽃님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온한 저녁시간 누리시기 바랍니다.
오대산 선재길을 수 년 전에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무척 많고 북적였었으니 필경 주말이나 공휴일이었을 거고, 그러니 퇴직 전이었겠네요.
이젠 절대 붐비는 주말엔 길 떠나지 않거든요. ^^
아름다운 선재길의 풍광과 더불어 따님과의 이야기를 병렬시키신 필력이 역시나! 이십니다.
우리 남편도 딸들과의 사이가 저와 딸들의 사이만 못합니다.
그래도 애들이 자라니 전보다 아빠에 대한 이해심이 깊어졌습니다.
이 또한 가을님 댁과 같네요.
이 땅의 아버님들 힘내세요! ^^
그렇지요..
주말이나 휴일에 움직인다함은
가성비가 워낙 떨어져 피하는게 좋겠지요.
그나저나
부군께서도 그러십니까?..ㅎ
사실
저는 다른 거는 뭐 별로 부럽다는 생각 안하는데..
딸들과 손잡고 내지는 팔짱하고 가는 이땅의 아버지들..그들이 부럽더군요.
물론 그 숫자야 아주 적지만........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는 달항아리님..감사합니다.
오래전에 쓰신 글인데도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여러번 가봤지만 선재길은 한번도 걸어보지못하고
차타고 상원사 주차장에서 내려 오대산에 여러번 올랐던 기억만 있습니다
요번주말 평창에 1박2일 가족여행 가는데 선재길을 걷고 싶습니다 ^^
저는 선재길이 많이 알려지기 전 여러차례 방문했습니다만..
근간에는 가보질 못해 최근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변모했는지 모르는데.
달항아리님 댓글보니 ..주말에는 많이 사람들이 찾아 붐비나 봅니다.
전에는 참 좋았지요.
힐링 겸 한번 찾아볼만 합니다.
몸은 용봉산 아래에 있지만
마음은 오대산 선재길을 걷고있군요.
아버지와의 살가운 교감, 그건 저도 그리움입니다.
한때는
제가 오대산 선재길 홍보를
이카페에서도 많이 했습니다.
대선배님의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그 말씀에 저도 다시한번 아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딸의 아버지가 되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던 시간을 그려보는 봄날.
앞서거니 뒷서거니
5월의 숲 속을 걷는 가족의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예..감사합니다.
플로라님..고운 밤 되시기 바랍니다.
오대산 선재길 넘 좋죠.
가을에 가면 넘넘 좋을 것같은데요.
저는 여름에만 두 번 가봤어요.
저는 여름,가을 경험을 다 해 봤는데
나무랑님 말씀처럼 가을에 가니 단풍이 너무 곱고
참 좋았던 걸로 기억되네요.
따라서
가을철 방문을 적극 권유합니다..ㅎ
잔잔한 수필 글 잘 읽고 갑니다. ^^~
예..감사합니다!
수피님의 평온한 저녁시간 기원합니다.
오대산 선재길, 시간 내서
한번 다녀오리리 마음 먹어 봅니다.
오월에 세상나들이 오셨군요.
오월 어느 날에 있을 생일 미리
축하합니다.
세 식구 오붓하게 오대산 선재길
걷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행복한 오월 만드시기 바랄게요.
예..감사합니다.
이베리아님도 행복한 오월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