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같은 전시회에 여러 번 다니면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날도 몇몇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전시장 식당 테이블에 합석하게 되었다. 서양인들은 식사하면서도 대화가 많다. 모두 안면이 있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출장을 왔으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전시회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백인 한 명이 전시회와는 상관이 없는 주제를 꺼내들었다. 밥 먹는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무슬림 국가의 국민들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손으로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이해하기에 그는 그것을 흉보는 말투였고 그 행위에 슬그머니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기를 바라는 마음 같았다. 돌아보니 우리 테이블에 아랍인은 없었지만 같이 앉았던 동양인들 중에는 그런 국가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동양인이 그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문화대로 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저 말없이 들어주는 척만 하였다. 대화는 영어로 해야 했고 이런 대화를 깊숙이 나누는데 대한 영어에 자신도 없기 때문이었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자 그는 혼자만의 말을 계속 이어갔고 흉한 표현은 더욱 노골화 되었다. 참 꼴 보기 싫었다. 그렇다고 밥도 다 안 먹었는데 일어서기도 싫었다.
그가 자아도취적으로 말을 하다 잠깐 멈춘 사이 영어 소통이 어려우면 몸으로라도 한 번 덤벼보자고 기습적으로 물었다. 예의를 차려 묻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
“너 햄버거 먹을 때 뭐로 먹냐? 포크와 나이프 사용하냐?”
기대하지 않았던 나의 기습질문에 그는 손으로 먹는다고 대답하였다. 한 걸음 더 나가 나는 “한 손이 아니고 두 손으로 먹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친김에 한 마디 더하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지?”
이건 영어가 안 돼서 웃으며 몸으로 표현 하였다. 내 옆에 앉았던 동양인이 슬그머니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했다.
“무슬림들과 손으로 밥을 먹는 동양인들은 깨끗한 것에는 오른 손, 지저분한 것에는 왼손만 사용한다. 밥 먹을 때 두 손을 다 사용하지도 않고 손가락을 빨지도 않는다.”
더 들어가면 시비가 일어날까봐 그 말을 남기고 “익스큐즈 미”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잃어났다. 같이 일어난 그 동양인이 테이블이 좀 멀어지자 “땡큐”라는 말과 함께 배꼽을 잡고 웃기시작 하였다.
이번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경기를 하던 날,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 기술자협회(CITGEJ)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한국인 유튜버를 향해 눈을 찢는 행동을 하여 비난을 받고 있으며 결국 그는 공개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이런 눈찢기 행동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위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종차별행위로 인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가 한창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도 일부 관중들이 그런 행동을 하여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였다. 난 이번 그의 기사를 보며 ‘자리가 사람을 말한다’라고 하였는데 동양인에게 우월감을 표시하고 싶어 하는 철없는 관중도 아닌, 기술자협회의 회장으로까지 있는 사람이 왜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과거 조선시대라면 모를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가 회장으로 있는 측량이나 지리공학의 기술을 포함하여 현재 멕시코가 우리나라에 보편적으로 우월감을 가져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축구에서 만이라도 좀 우월감을 표하고 싶어 혼자 그런 생각 없는 행동을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게 눈을 찢는 표현을 하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동이기는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그 표현의 역사는 1860년대 시작된 것으로 생각보다 깊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 철도 노동자들에게 하던 행위가 모든 서양인들이 모든 동양인들을 비하하는 행위로 확산되었다는 기록이다. 당시 많은 동양의 국가들이 서양의 식민화가 되면서 이런 차별의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서양인의 우월감으로 이런 행위가 유행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아직도 일부 철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보니 그 회장이라는 사람도 100% 백인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그저 흉내를 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백인이라고 해서 동양인에게 우월감을 표출하는 무지함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자신의 존재감을 그런 식으로 세우고 싶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특히 우리보다는 소득이 좀 떨어지는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가 싫어하는 3D라는 직종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동력이 없으면 인력부족으로 우리 산업계가 곤란을 겪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외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두지 않나하고 스스로 반문한다면 솔직히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생각해 보았다. 단순 노동직이라고 아무에게나 무조건 반말을 하지는 않는지, 동남아나 아랍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친구하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부모는 없는지, 위의 그 백인처럼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흉보지는 않는지, 검은 피부색으로 차별하지는 않는지 등등. 우리도 동양인이니 눈 찢는 행위는 하지 않을 테지만 혹 내가 모르는 다른 표현은 없는지 인종차별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떠올리곤 한다.
과거는 그랬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바라보면 이제 눈 찢는 행위에 우리가 흥분할 것은 못된다. 옛날과는 달리 백인들의 그런 행위는 동양인들이 이제 서양인들을 넘어서고 있음을 알고 있는, 자신들의 우월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일부 백인들의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실제로 그들의 대표팀에 동양인은 없다고 하여도 유색인종이 절반이 넘는 팀들이 수두룩하다. 백인국가에서 백인만으로는 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불안감을 그리 표출하는 것이겠다. 따라서 그에 대처하여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지금은 그들이 그런다고 우리가 열등감을 가져야할 환경도 아니고 현 위치로 보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여전히 그들보다 우월하지 못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의연함이 우리의 미덕 아닌가. 그런 행위는 그저 국제사회의 보편적 판단에 맡겨두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동양에서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으면 서양의 산업은 함몰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항공유 공급을 끊으면 월드컵 선수들과 관중들을 실어 나르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철없이 눈찢는 그들이 알기나 하고 있을는지.
2026년 6월 23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