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에는 품사(品詞)가 없다.
한글 사전이나 영어 사전에는 모든 단어 마다 품사가 있다. 즉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을 구분해 놓았다. 하지만 한자 자전에는 이러한 품사가 없다. 왜냐하면 한자의 모든 글자는, 글자의 위치에 따라 모든 품사가 다 될 수 있기 때문이다. 靑出於藍靑於藍의 예를 보자. 여기에서 앞에 나오는 靑자는 "푸른색(The blue color)"이라는 명사가 되고, 뒤에 나오는 靑자는 "더 푸르다(bluer)"라는 비교급 형용사가 된다. 於자도 두 번 나오는데, 앞에 나오는 於자는 "~로 부터(from)"가 되고, 뒤에 나오는 於자는 "~보다(than)"라는 접속사가 된다. 한문의 해석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사나 동사의 구분만 있어도, 동사 앞부분은 주어, 동사 뒷부분은 목적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는 어디까지가 주어이고, 어디부터가 목적이인지를 알 수 없다. 더욱이 한자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더더욱 어렵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無無無無無"를 해석해보면 "無란 없다(無)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무(無)란 없는 것(無) 조차도 없다(無)"가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無)의 해석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논어(論語)에 나오는 문장 중 "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고 해석한다.
■ 한자를 잘 해석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한문을 해석하려면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야한다. 위의 문장에서 앞의 "君"은 주어니까 "임금은"이 된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君"은 "임금다워야 한다."로 해석하였다. 왜 하필이면 “임금다워야 한다.”일까? "임금은 임금일 뿐이다", 혹은 "임금을 임금이라 한다."라고 해석하면 안 되나?"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굳이 답이 있다면 앞뒤 문장으로 뜻을 추리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말에도 "나는 배를 샀다"라고 하면 "배"가 "먹는 배"인지, "타는 배"인지, 이 문장 하나만으로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앞뒤 문장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먹는 배"인지, "타는 배"인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따라서 한자를 해석할 때에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을 보면 문장의 해석을 통채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왔다. 하지만 한문 해석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