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홋카이도 핫플 모음집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새로운 홋카이도. 코로나 기간에 리뉴얼한 오리지널 핫플과 2022 신상 핫플을 모았다. 이대로 여행계획만 짜면 인증숏, 힐링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나만 알기 아쉬운 도야코
홋카이도가 숨겨놓은 보석, 나카지마섬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나카지마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곳이 캐나다인지, 일본인지 착각에 들리라. 맑고 투명한 청색의 호수와 초록빛 섬, 사람이 많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 거기에 모든 걸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가루 햇살이 더해지니 절로 힐링을 누린다. 눈으로 담고 발로 직접 밟으며 온몸에 섬을 새기고 돌아가야지.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울창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홋카이도가 숨겨놓은 보석 같은 자연을 누리는 데 비용은 단돈 0원. ‘호수의 숲’ 박물관이라는 뜻의 미즈우미노모리 박물관(대인 기준 200엔)과 카페를 이용할 때만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갑판 위에서 갈매기와 춤을, 도야호 유람선
도야호 한가운데에 위치한 나카지마 섬에서 유람선을 타고 뭍으로 나온다. 도야호는 약 11만년 전에 거대한 분화로 생긴, 일본에서 3번째로 큰 칼데라 호수. 편도로 20~30분 정도 이동하는 동안 유람선 내 매점에서 새우깡 한 봉지 사서 갑판 위로 나가보자. 갈매기가 큰 편이라 새우깡을 들고 ‘그들’이 낚아채기를 기다릴 때는 채혈실에서 주사를 기다리는 것 마냥 스릴을 즐길 수 있다. 갑판 위 풍경도 아름답다. 동남아시아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 탁 트인 푸르름이 차고 넘친다.
해발 1,370m 소파에 누워 절경을, 우스산 로프웨이
우스산 로프웨이는 그 유명한 쇼와신산(昭和新山) 경치를 즐기면서 올라간다. 수증기를 뿜어 올리는 모습이 신비롭기도, 약간 화난 것 같기도 한 쇼와신산. 반대편 광경으로는 구름 같은 나무들이 지평선까지 겹겹이 포개져 있다. 길이가 1,370m 정도 되는 우스산 로프웨이를 타고 우스산 정상에 오르면, 널찍하고 푹신한 소파들이 기다리고 있다. 소파에 기대 달콤한 디저트 한 입 넣고 우스산 전망을 가만히 감상하다 보면 시원한 초록빛에 마음이 물들어간다.헬기를 타서 보면 감동이 2배, 사이로 전망대
사이로 전망대를 빼놓고 가는 한국인이 과연 있을까? 전망대에서는 도야호와 우스산, 쇼와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가장 재미있게 경치를 감상하는 법은 헬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다. 전망대 바로 옆 헬기장에서 작은 헬기를 타고 두둥실 몸이 떠오르면 세상 모든 것이 미니어처로 변신한다. 도야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그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을 법한 항공뷰를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본다. 순간 드론과 새와 이 헬기를 몰고 있는 조종사의 삶이 부럽게 느껴진다.
불꽃놀이와 뜨끈한 온천, 도야코 만세각 호텔 레이크 사이드 테라스
도야코는 온천으로도 유명한 지역인데, 노곤노곤한 몸을 풀기에는 ‘도야코 만세각 호텔 레이크 사이드 테라스’가 최적의 장소다. 이곳으로 온 여행객들의 패턴은 다 비슷하다. 호텔 온천에서 여독을 푼 다음 유카타를 입고 나른해진 마음으로 호텔 앞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것.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매일 저녁 8시45분에 시작해 20분 정도 진행되는 ‘도야코 롱런 불꽃놀이’는 여행 첫날밤의 끝을 장식하기에 딱이다. 살짝 찬바람에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실린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삿포로
일본 맥주의 시작, 삿포로 비루엔
삿포로는 한국인에게 2가지로 유명한 도시다. 맥주 그리고 눈. 그중 삿포로 맥주는 1877년 첫 출하한 이래, 알다시피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는 대표 맥주가 됐다. 붉은 벽돌의 삿포로 비루엔은 1876년에 지어진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이다. 일본인 양조기사가 독일에서 맥주기술을 배워오면서 삿포로에서 맥주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삿포로 비루엔은 유럽 교외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많지 않은 거리, 고즈넉한 붉은 벽돌의 건물들, 야외에서 구워 먹는 고소한 고기 냄새와 가끔씩 들려오는 웃음소리들. 이 나른한 휴일 분위기에 절로 취한다. 아니, 취해야 한다. 징기스칸(양고기와 야채를 구워 소스에 찍어 먹는 일본식 철판 구이)을 곁들이면서 삿포로 맥주잔을 높이 들어 건배한다.
무한정 탕진잼, 삿포로 프린스 호텔
기억하는가. 밤만 되면 매대를 통째로 쓸어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한국인들이 모여들었던 만남의 광장, 돈키호테를. 삿포로 프린스 호텔은 돈키호테에서 걸어서 약 12~15분 정도. 선선한 밤, 조용한 도시를 걸으며 여행의 흥취를 차분히 복기하기 좋은 거리다. 아, 모찌롤을 쓸어갈 수 있는 로손편의점도 호텔 앞 1분 컷.
실내에서 여유롭게, 미쓰이 아웃렛파크 삿포로 기타히로시마
해외의 여느 아웃렛들처럼 춥거나 더운 날에 야외에서 쇼핑백들을 끙끙거리며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이 얼마나 큰 강점인가).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친절하며, 무엇보다 그 토끼 밥주걱, 그 미키 식판, 그 에코백의 브랜드 ‘프랑프랑(Franc Franc)’이 입점해 있다.
이외에도 1층에는 페레가모, 보스, 에트로, 코치 등 소위 명품 라인과 큰 규모의 선물용 식료품점이, 2층에는 캐주얼한 브랜드와 푸드코트, 드럭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삿포로 역에서 버스를 타면 50분 정도(320엔),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30분 정도(1,100엔) 걸린다.
홋카이도의 스위스와 프로방스, 후라노
요정들의 아지트, 닝구르테라스
닝구르테라스는 숲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우연히 발견한 요정들의 아지트 같다. 통나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마을의 정체는 공예점과 커피숍. 아늑해 보이는 노란 불빛의 통나무집들을 지나칠 때 나무 향과 함께 향초 냄새가 난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일본 영화의 촬영지로 쓰였던 카페가 또 하나의 아지트처럼 나온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비유하자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혜자가 이병헌을 기다리던 산장 카페와 비슷하달까. 닝구르테라스는 높다란 나무들로 그늘져 있어 낮에도 시원하게 산책하기 좋지만, 어두컴컴한 저녁에 오면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난다.
푸른 잔디밭에서 우유 한 모금, 후라노 치즈공방
홋카이도로 오기 전 버킷 리스트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맛있는 우유를 맛보는 것. 후라노 치즈공방의 우유는 지방이 겉돌아 밍밍하고 느끼한 맛이 아닌, 고소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난다. 슬쩍 옆을 보니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도 한 병 클리어는 기본이더라.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에 앉아 우유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서 멍 때리기 좋다. 초록빛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치즈공방 건물 안에서는 치즈 제조 과정을 통유리를 통해 구경할 수 있는데 나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다양한 치즈를 시식하고 입맛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의 나무 통창도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힐링 스폿이다.
신비로운 물빛, 시로가네(청의 호수)
좁다란 산책길 속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줄을 지어 들어간다. 마치 맨 앞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며 아이들을 이끌 듯이. 그들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풀숲 사이로 어렴풋이 우유빛을 머금은 ‘시로가네(청의 호수)’가 반짝거린다. 호수의 색깔이 신비로운 이유는 물속에 콜로이드성 수산화 알루미늄 때문이라고.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층 더 선명한 쪽빛과 에메랄드가 섞인 색을 볼 수 있다. 호수 위로 고사한 낙엽송과 백엽송들은 생일 케이크 위에 초처럼 꽂혀 있다. 때마침 호수 위로 적란운이 생크림 같이 하늘에 떠 있다.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홋카이도의 랜드마크, 팜 토미타 & 토미타 멜론하우스
홋카이도 여행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드넓은 밭에서 살랑거리는 라벤더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진한 라벤더 향 그리고 달콤한 라벤더 아이스크림. 홋카이도의 랜드마크인 팜 토미타는 프랑스 프로방스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하다. 거기에 일본 만의 아기자기함을 더해 로맨틱 지수를 120%로 끌어올렸다. 인생숏을 건지고 싶다면 꿀팁으로 파스텔 색감의 옷을 입고 가자. 또한 규모가 굉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라벤더의 절정은 7월 중순부터 말까지다.
팜 토미타 바로 옆 토미타 멜론 하우스에서는 1인용 멜론을 꼭 반드시 맛봐야 한다. 호박고구마 색을 닮은 멜론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사르르한 멜론향과 함께 달달한 과육이 혀 위에서 부드럽게 굴러간다. 멜론의 최적기는 6월부터 9월까지.
늦여름의 설국, 소운쿄
백악기의 절경, 구로다케 로프웨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책 <설국>의 배경지는 니가타현이지만, 왠지 소운쿄의 다이세쓰산에도 어울리는 문장들이다. 다이세쓰산을 한국말로 풀이하면 ‘대설산’. 한여름에도 펑펑 눈이 내릴 것 같은 산의 이름대로, 이르면 8월에 첫눈이 내리기도 한단다. 아침 이슬이 맺힐 때부터 객들을 실어 나르는 ‘구로다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다이세쓰산의 중간 정상 지점에 선다. 깊고 웅장한 계곡, 두터운 산새를 보고 있노라면 백악기 시대의 산들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에 빠진다. 나만의 홀리데이, 소운쿄 온천 호텔 다이세쓰
소운쿄 온천 호텔 다이세쓰는 직접 머물러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차분한 호텔 로비와 아늑하고 널찍한 객실, 산속에서 즐기는 노천온천은 묘하게 마음을 들뜨게 한다. 1층에는 게으른 하루를 보내기에 완벽한 베이커리 카페가, 지하에는 저녁 늦게까지도 하는 뜨끈한 라멘집이. 이보다 더 완벽한 호캉스가 있을까. 아지트에 꼭꼭 숨어 나만의 홀리데이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