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주택과 다가구·다세대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대출을 받아 다가구·다세대 구입에 나섰던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의 집들이 자금압박으로 법원경매에 부쳐지는 곳이 늘고 있다.
임대시장도 사정은 비슷해 연초보다 월세가 10% 이상
하락하고 전세가도 1000만∼3000만원정도 내렸다.
◇강서·양천구=다세대주택 공급이 집중됐던 강서구 화곡동, 양천구 목2,3동
일대에는 한여름인데도 ‘오뉴월 서리’가 내리고 있다. 공급 포화의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보면 밟히는 게
신축 다세대주택이다. 그야말로 ‘한 집 걸러 한 집’일 정도로 온통 ‘빌라 밭’이다. 이들 다세대주택은 보통 30∼40% 가량이 장기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면서 잔여가구를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씩 싸게 ‘덤핑 처리’하는 곳도 많다.
화곡동 풍인 로즈빌 빌라를 분양하고 있는 S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다세대주택 수요층들이 대부분 돈없는 서민들이어서 담보대출이 축소된 이후 구입
여력을 잃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미 다세대주택을 구입했던 입주자들마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담보대출비율이
많았던 시기에 다세대주택을 구입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융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화곡동의 E빌라의 경우 입주자의
절반이 넘는 6가구가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은평구=서울 은평구일대 단독주택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섰던 다세대 신축주택도
오랫동안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등 빈 집이 많다.
불광동일대 주택가에는 ‘정우 쉐르빌’ ‘초원드림빌’ ‘송광맨션’
‘백마타운’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주변의 불광동 일대 신축 다세대의 경우 5개월 이상 집 주인을 찾지 못한
다세대가 수두룩하다.
불광3동 ‘북한산 캐슬’ 다세대는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2가구 가운데 4가구가 비어 있었고 불광동
‘아름다운 집’도 9가구 중 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은평구 응암동·수색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광동 우리공인 김영철
사장은 “경기 침체 국면이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송파권=강남구 논현동과 대치동, 역삼동 등
원룸주택,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도 공실증가로 인한 전세가 하락으로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를 배후에 두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사정이 낫지만 월세가 하락하고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테헤란로 인근에 위치한 원룸주택
10평형은 연초보다 1000만원정도 하락해 6500만∼7500만원선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월세도 10만원정도 하락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에 임대된다. 예전에는 방이 2∼3개인 다세대 주택도 월세가 잘 나갔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전세를 고집하고 있다.
대치동 젊은공인 장정희 실장은 “장기공실까지 발생하진 않지만 임대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축 다가구·다세대 밀집지역인 송파구 신천동, 석촌동 일대도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철과 멀리 떨어진 다세대주택은 전세를
찾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