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 우글거리는 바이러스 틈바구니 속에서 숨죽이느라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속내를 끌어 내린다고 내려올 일도 아니다 싶어
바깥바람이라도 좀 쐐이자고 와글와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섬나라
제주도를 선택하여 꼬불꼬불 올래길도 구불구불 곶자왈도 들어가보고
40년 전 신혼여행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쉬엄쉬엄 되짚어 보기도 하면서
기웃기웃 이곳저곳 예년에 가 보지않았던 고샅길을 걸으며 제주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자며 걸음걸이는 느긋하니 느리지만 눈초리는 촘촘하고
세세하게 많이 보겠다고 싸돌아다녀봐야 별 것이냐며 이번에는 좀 색다른
테마로 다가서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오일장 따라 나설 때는 설래발에
잔뜩 기대하고 부푼 가슴 탓에 가볍던 발걸음이 시오리길이 어디 쉽던가
오는 길은 투정이 반이더만 반나절은 흥얼흥얼 경쾌하던 걸음 걸이가
점심을 찍고나면 느려지고 허우적대다보니 어디 달짝지근 붕어빵냄새라도
풍긴다싶으면 죽치고 앉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빵굽는 아주머니 붙들고
세 살아닌 예순다섯살 인생살이 세살을 부리고 묻지도 않은 허접한 얘기꺼릴
추려내어 아픈 다리를 추스리고 숨을 가다듬어 일어나 걸어보지만 너댓발자국에
등짐 진 나귀 꾀병부리 듯 나자빠지는 마나님을 핑계로 까페를 기웃거리지만
어디라고 내 나이가 벌써 엉덩이 들이밀면 주접 떠는 신세라니 오래 앉았다가는
눈치없는 늙은이라고 할까싶어 은근히 낌새를 살펴야 하는 젊은 틈바구니에 끼어서
잠깐 저 나이 또래 일 때 아무렴 담배 꼬나물고 연기 가득한 구석자리에서 다리꼬고
어울리지 않은 거드름 피우면서 어줍잖은 폼새였을텐데 요즘 젊은이들은 세련을
넘어 멋드러져 부리지 않아도 귀티나고 다듬지 않아도 아름다운 자태들이라니
세태는 참으로 변화가 무상하다더니 무던히도 변화되었음을 실감하는데
언감생심 "제주의 산천도 어마무시하게 변하였건만 멀리 보이는 한라산은
의구하니 우두커니 말이 없더라니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은 옛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객들이 각지에서
모였으니 수선스럽기 여지없고 왁자지껄 북적대다보니 부글부글 끌어오르던
소득도 없이 자발없는 늙은이 속내는
비싼(?) 끼니 물가에 그랬는지
많은 시간 부대끼느라 그랬는지
맑은 바다에 씻겨서 그랬는지
각양각색의 세류에 뒤섞여서 그랬는지
탈없이 귀가해서 그랬는지
이 번 여행끝이 시원섭섭이네 ㅎㅎ
첫댓글 광주에서 칠십 평생을 살면서 차문화랍시고 기웃거렸더니만,
나보다 훨씬 웃나이의 난다긴다하는 사모님들의 은유일로 비스꾸리한 폼새들이 생각납니다.
동감입니다!
그래서 어제 도착한 둘째네의 제주도여행을 마다했거든요.
구경 잘하고 왔냐가 아니라 애썼다, 그래도 집이 젤 나으니 푹 쉬어라고 했지요.
ㅎㅎ 선생님께서 마음 한 자락 들떴더라면 제주도에서 만났었을 수도 있었는데 ... 아쉽습니다 ㅎㅎ 문화라고 해 봐야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의 무늬에 덧칠한 일들이 허다하지요 색감없이 덧칠하지 않더라도 좋을 일들을 치장이랍시고 이색저색 입히다 보면 원색은 어디로 갔는지 엉성한 무늬만 요란하다가 유행처럼 사라지는 허무가 늘 있었기에 문질은 빈빈해야 한다고 선현들의 말씀이 자자하였는데 사람살이는 속되고 반복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