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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앞 붉은 물결… “BBK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오마이뉴스 / 이주연 / 2011-12-26)
“오늘 우는 분들 한나라당 프락치다. 울면 즉시 적발해서 같이 교도소에 가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조현오 경찰청장 성대모사를 하며) 우는 사람들, 물대포 쏴! (김용민 시사평론가)”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했지만, 26일 오후 1시께 <나는 꼼수다> 팬 3000여 명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 정문 안으로 들어간 정봉주 전 의원을 비롯한 <나꼼수> 멤버들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2일 BBK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낮 12시께,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열린 환송회는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을 비롯한 <나꼼수> 팬들은 빨간 코트, 빨간 목도리, 빨간 장갑, 빨간 가방, 빨간 신발 등으로 ‘드레스코드’를 빨간색으로 맞추고 정 의원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들의 손에는 흰색 풍선과 빨간 장미가 들려 있었다. <나꼼수> 팬들은 정 의원을 위해 영화 <러브 액츄얼리> O.S.T인 ‘All you need is love’를 부르며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고 외쳤다. 무대 차량 위에 올라선 정 전 의원과 <나꼼수> 멤버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썼다. 정 전 의원이 “교도소에 쥐가 많다. 제가 쥐 잡겠다. 제가 쥐 잡는 것 ‘쥐지’ 하시겠습니까”라고 외치자,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무슨 소녀시대도 아니고”라며 핀잔을 줬다. 주 기자를 향한 환호성이 자신보다 더 크게 나오자, 정 전 의원은 주 기자의 말을 끊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다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지역기반을 넓히고 있는 18대 응응응 정봉주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에 주 기자가 “응응응이 뭐냐”라고 묻자, 정 전 의원은 “묻지마”라며 답변을 피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정 의원은 구속 수감되는 것 아니다. 무상급식 현장 시찰하고, 다음에 오실 분을 위해서 지도방문하는 것이다”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김근태 전 의원, 조현오 경찰청장 성대모사를 한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정봉주 의원이 들어갔다 나온 뒤, 검찰청 근처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교도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을 배웅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무대 차량 위에 올랐다. 정 전 의원, 김현미 의원과 함께 ‘BBK 저격수 3인방’으로 활동한 박영선 의원은 “오늘 정봉주 의원과 제가 ‘정봉주법’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그 범위가 모호하다. 그대로 놔두면 정치검찰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명예훼손죄 역시 진실을 말해도 정 의원처럼 잡혀갈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오늘 민주당이 BBK 진상조사위를 만들었다”면서 “정봉주 의원을 위원장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제가 노무현 대통령 때 법무부 장관이었는데 우리는 이런 치사한 짓 안 했다”면서 “내년 4월, 12월 선거를 통해 정치보복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외쳤다. 그러자 <나꼼수> 팬들은 “보복해, 보복해”라고 외쳤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정봉주가 유죄라면 박근혜 의원도 유죄”라며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진출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꼼수> 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노 공동대표는 “정 의원과 박 위원장이 같이 감옥 가면 우리가 구해주겠다”면서 “오늘부터 한 달 내로 정봉주 의원을 사면복권시키지 않으면 그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3일 정 전 의원에게 영치금을 전해준 명진 스님은 “지난번에 만났을 때 정 의원에게 ‘탈옥하라’고 했는데 오늘 탈옥 말리러 왔다. 정 의원은 탈옥하면 안 된다”면서 “MB와 그 친인척들이 감옥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감옥 들어오면 얼차려 시키고 혼을 내서 다시는 잡범짓을 못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꼼수> 4인방이 다시 차량 위에 올랐다. 출석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이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주진우 기자는 “다음 파도는 저한테 온다고 한다. 검찰과 법원은 이전까지 상대해보지 못한 잡놈들을 만났다”면서 “꼼수식으로 끝까지 싸우겠다. 반드시 이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어준 총수는 “정봉주 의원을 보낸 사람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그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외쳤다. “실컷 웃어둬라. 그 웃음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꼭 이기겠다.” 정봉주 전 의원이 마이크를 받았다. 눈가가 촉촉해진 정 의원은 “지금은 우리가 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길 날이 멀지 않았다. 오늘은 진실이 갇히지만 내일은 거짓이 갇힐 것이다”라면서 “정봉주가 구속됨으로 인해 BBK 판도라 상자가 국민 여러분께 열렸다”라고 말했다. “돈 워리, 비 봉주”를 외친 정 의원이 중앙지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꼼수 팬들은 ‘정봉주’를 연호하며 그에게 빨간 장미를 던졌다. … (하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