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발달한 의술과 또다른 문제 -
권다품(영철)
요즘은 의술이 엄청 발달했다.
걸리면 사형선고라고 말했던 암도 이제 정복해 간다고 하니, 이제 못 고치는 병이 없다 싶을 정도다.
옛날에 비해서 생명이 엄청 길어지고, 젊음도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어졌다.
엄청난 의술의 발달을 부인할 수는 참 좋은 세상인 듯 하다.
그런데, 우리가 미쳐 모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도 몰랐다.
내 느낌이나 생각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
얼마전부터 98세 되신 장인어른을 우리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
요양병원에 안 가시겠다는 어른을 억지로 모시기도 그렇고, 또, 가족들도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그 곳으로 보내기가 내 마음이 안 내켜서, 그래도 딸자식 집이긴 하지만, 우리 집으로 모시는 것이 덜 외롭겠다 싶어서 우리 집으로 모셨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가족들에게 코로나 찾아왔다.
아직 젊은 우리야 집에서 약만 먹으면 되는데, 노인은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벌써 주위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노인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거의 대부분이 돌아가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래도, 우리는 설마 그렇게까지야 될까 하면서 입원을 시켰다.
그런데, 이틀만에 노인을 따라 같이 입원을 했던 아내에게서 연락이 와서 "아버지 집으로 모시고 가야 되겠다. 선망증세 때문에 병원에서 잠을 안 잔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모시고 올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모시고 왔는데도 잠을 안 주무신다.
병원에서 이틀, 집에 와서 이틀 밤낮을 잠도 안 주무시고, 자꾸 정신없는 말씀을 하시고, 이상 행동을 하신다.
전에도 어느 병원에 두 번 입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두 번 다 선망증세 때문에 집으로 쫓겨났던 적이 있었다.
아는 한의사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약이 사실은 효과가 빠르긴 한데, 기력이 없는 노인들은 그 약에 못 이길 수도 있습니다. 약을 계속 드시면 선망증세가 계속 나타날 수 있으니까, 약 대신 생강을 갈아서 달지 않게 꿀물을 시원하게 드려 보세요."한다.
그렇게 약을 끊고, 생강꿀차를 드렸는데도, 그날 밤에도 계속 증세는 그대로였다.
참 답답했다.
그런데, 밤새 화장실을 자꾸 다니시더니, 몸속의 신약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그 이튿날부터 잠을 엄청나게 주무신다.
그렇게 주무시고 일어나시더니 선망증세가 없어진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옳은 정신이 돌아오셔서 운동도 하시고 성경 필사도 하셨다.
그러다, 계단 두 개를 내려가시다가 엉덩방아를 찧으셨는데 아프시단다.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다행히 뼈는 괜찮고 멍이 들어서 그렇다고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시며 물리치료를 좀 받으시고는,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시며 좋아하신다.
집으로 모셔다 놓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그런데, 병원에 갔다오시더니 또 선망증세가 나타났단다.
또, 병원에서 주는 약을 다 끊어보자고 했다.
밤새도록 "집이 떠내려 간다. 권서방 아이마 큰일 날 뻔 했다."느니, "삽을 어디다 뒀냐? 저기 물을 좀 막아야 겠다."는 둥, "도민증 사진이 떨어졌다."는 둥 이튿날 아침까지 선망증세가 나타났다.
아내에게는 "밤에는 내가 지켜볼 테니까 니는 자고, 낮에는 니가 좀 돌보고." 하면서 내가 꼬빡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시길래 잠도 못자고 긴장을 했다.
날이 다 새니까 지치셨는지 이제 좀 주무셨다.
다행이다 싶어서 아내에게 맡기고 눈을 좀 붙였다.
늦은 점심 때가 됐는데도 깨워도 못 일어날 정도였다.
아내가 억지로 깨웠더니 밥도 안 드시겠단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뭘 좀 드시게 해야겠다 싶어서 둘이 같이 일으켰더니, 짜증을 내시면서도 할 수 없이 일어나셔서 화장실을 갔다 오시더니 식탁에 앉으셨다.
말을 시켜 봤다.
어젯밤과는 조금 달랐다.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억지로 좀 드시고 나서 또 바로 주무신다.
또 그렇게 저녁까지 주무시고 나더니 더디어 정신이 조금 돌아오신 듯 하다.
현대의학이 참 편리하기도 하고 좋은 건 맞겠다.
그런데 이런 문제도 있다는 걸 연세드신 분을 모셔보니까 알겠다.
어떤 병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신약을 오래 먹다보면 간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혈관을 약하게 할 수도 있고, 위장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런데 뇌에 이런 영향을 줘서 이런 선망증세가 나타나는 줄은 처음 알았다.
이제 참을 수 있는 통증정도는 좀 참아야 겠다 싶어진다.
꼭 필요하지 않은 약은 가능하면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절실히 든다.
이제 우리 노인께서 건강하셔서 가능하면 약을 안 드셨으면 좋겠다.
물론 연세가 98세시니 적게 사신 연세가 아니긴 하다.
그래도, 돌아가시더라도 참 편하게, 평소의 인품을 품은 그 모습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2023년 4월 15일 저녁 9시 15분,
권다품(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