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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고요하다는 것은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고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당신은 곧 수많은 작은 소리 세포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숨소리
온갖 깃털과 관절을 잎과 뿌리들이 음계와 음계 사이에서
서로 몸 비비며 움직이는 소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여운이 끝난 자리에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희미한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새로 생겨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너무 촘촘해서
현미경 밖에서는 그저 한 덩이 커다란 돌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아주 당연하답니다
하지만 한 모금 샘물처럼 이 고요를 깊이 들이켜 보세요
즐겁게 배 속으로 들어오는 음악을 들어 보세요
고요는 가슴에 들어와 두근거리는 심장과 피의 화음을 엿듣고
허파의 리듬을 따라 온몸 가득 퍼져 나갈 것입니다
뜨겁고 시끄러운 몸의 소리들은 고요 속에 섞이자 마자
이내 잔잔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흔들어도
마음은 돌인 양 꿈쩍도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