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제주 바다는 시원함을 넘어 상큼함을 안겨준다.
숙소 바로 옆에 용두암이 있어 산책하듯 걸어서 용두암을 둘러보고 예전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올 때는 반드시 거치는 용두암...
용두암
용두암을 지나 용연을 가다보니 제주 무덤이 한 기 있는데 망주석을 두개를 세워
특이하다. 제주를 몇 번 다녀왔지만 용두암 너머 용연은 처음 가본다. 그만큼
일반인에게는 안 알려진 곳이다. 바다와 접해있는 깊은 골짜기로 물이 크게
드나들고 있다. 아래에 내려가서 8각정을 바라보는 맛이 너무 좋다. 옛 목사,
판관, 유배인 등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용연 가는 길에 있는 묘지...망주석을 두개씩이나 세워 특이하다
용연과 팔각정
제주성지를 가니 한창 공사중이다. 일제시대 때 제주항을 건립하면서 이곳 성곽의
골재를 바다를 매립하는데 사용했다 한다. 제주도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상흔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어 안타깝다. 같이 온 일행이 읍성 복원이 잘 못되었다고하는데
제주도에 문화 바람이 불어서인지 곳곳에 복원공사가 많이 진행 중이다. 이왕이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벽하게 복원했으면 한다.
복원한 제주읍성
오현단은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되었거나 목사 등으로 와 제주 발전에 공헌을 한
다섯분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제단이다. 충암 김정 선생을 비롯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등 다섯분이다. 이곳에는 송시열 선생의
증주벽립(曾朱壁立) 마애명이 있는데 이것은 대학로에도 똑 같은 것이 있다고
우리 답사팀장님이 알려줬다. 증주벽립은 증자(曾子)와 주자(朱子)의 사상을
계승하고 실천하려한 우암의 확고한 신념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안내판에는 증주벽립을 增株壁立이라고 한자가 잘 못 기재되어 있다. 빨리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비록 유배지의 땅이었지만 유배온 그들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창조한 제주도 민초들의 정신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현단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증주벽립 마애명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찾은 제주박물관에서는 뜻밖에 문화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어디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명제를 이번에도 확인한 셈이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생활 전반에
걸친 설명을 듣고나니 제주답사의 목차를 보는듯 아주 명료하게 이해가 된다.
제주박물관
제주에 유일하다는 5층석탑을 답사하기위해 불탑사를 찾았다. 불탑사는 원제국
시대 제주도 3대사찰의 하나인 원당사터에 세운 절인데 원나라 순제의 기황후가
태자를 얻기위해 이곳에 탑과 절을 세웠다 한다. 그래서인지 불탑사 사천왕은
원나라 복제를 하고 있다. 불탑은 현무암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제주도의 유일한 석탑이라는데에 큰 의의가 있겠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약 1m
깊이의 웅덩이에 거북이와 두꺼비 형상의 바위가 있었는데 이 절의 탄생설화와
관련이 있는듯 했다.
불탑사5층석탑(보물1187호)
이번 답사여행에서는 유난히 날씨가 변덕을 부려 여러 사람의 애간장을 태운 일이
잦았다. 특히나 배를 타야하는 시각에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람에
'걱정도 팔자'인 내게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비록 내색은 안했지만...ㅎㅎ
우도로 향하는 뱃머리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특유의 왕관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도 가이드 말을 빌자면 세마리의 동물이 된다고 한다... 상어, 코뿔소, 코끼리...
우도가는 뱃머리에서 본 성산일출봉....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왼쪽부터 상어,코뿔소, 오른쪽에 코끼리 형상
우도는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섬 일주 버스를 타고 도는데 천하의 입담 운전기사 아저씨를 만나
신나게 즐겼다. 자칭 유학파 기사-우도에는 고등학교가 없어서 모두 제주도로
고등학교를 유학간다-라고 하는데 섬 일주하는 동안 우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도..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과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도에서 제일 높은 우도봉에는 등대가 세워져 있다. 약 100년이 넘은 구(舊)우도
등대가 보존되어 있고 그 옆에 새로 건설된 등대가 같이 있다.
우도봉에 솟아있는 등대공원...왼쪽이 구우도등대
등대 앞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멀리 보이는 멋진
산을 배경으로 우도의 마을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집은
아마도 인물이 나올만한 산이다. 한가지 이곳 야산에 무더기로 있는 묘지의 모습은
아무래도 우리들 장례문화를 한번쯤 되새겨 보게 한다. 좁은 섬에 이렇게나 많은
묘지를 해야하는지...?
우도봉에서 본 우도마을 전경...멀리 보이는 멋진 목형산이 아름답다
우도봉 입구 등대공원을 오르는 절벽에 우도팔경 중 하나인 경안동굴이 있다.
굴 속의 굴 즉 이중동굴로 이루어졌는데 '동쪽 언덕의 고래가 살만한 굴'이라는
뜻이다.
경안동굴...등대공원을 오르는 입구에 있다
우도를 한바퀴 돌고나면 '서빈백사'라는 또하나의 우도팔경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산호모래로 된 국내 유일한 해수욕장인데 천연기념물 제438호
(우도홍조단괴해빈)로 지정되어 있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산호모래가 아니라
홍조단괴라고 하는데 조금 틀리다고 뭐 대수이겠는가? 아무튼 이 모래는 외부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는데 멋모르고 만지작 거리다가 손톱에 몇 알 끼워왔다가는
꼬질대가 나간다고 운전기사분이 엄포를 놓더이다..ㅎㅎ
서빈백사 해수욕장...깊이에 따라 색이 변하는데 애머럴드 빛이 일품이다
성산일출봉을 오르지 못하고 막바로 섭지코지로 갔다. 우도는 성산일출봉을
동쪽에서 바라보는 곳이라면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을 그 반대편인 서쪽에서
바라보는 곳이다.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섭지는 협지(俠地)의 제주도 방언이며 코지는 끝이라는 뜻으로 '드나드는 좁은
길목의 땅끝'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더 알려져 있는데
성산일출봉과 신양리 바닷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듬성듬성
유채꽃도 피어있어서 감사하게 사진 한장 찍을 수 있었다.
섭지코지...드라마 올인 촬영지
신양리 섭지코지 해변... 선돌이 아름답다..
이날의 마지막 코스로 영화박물관을 찾았는데 한국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입장료가 너무 비싸 본전 생각이 나는 곳이다. 오히려 그 아래 해안
경승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그곳만 보고 오는 편이 훨씬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느낄 수 있도록 관람료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화박물관 내의 영화배우들의 사진...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 그래도 무사히 답사를 마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더구나 숙소에서 만남기념으로 뒤풀이를 하자고 의기투합이 이뤄져 싱싱한
횟감을 안주 삼아 부어라 마셔라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나로서야 왠 떡이냐 싶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몇몇분은 아마도 고역의 밤이였으리라...ㅎㅎ
밤새는 줄 모르고 떠들다가 다음날 왠종일 머리가 두쪽 나는줄 알았다...ㅎㅎ
첫댓글 참 알뜰하게 제주도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걸 메모해 두었다가 제주도 가는 일 있으면 다 둘러 보겠습니다.
미얀마로... 제주도로... 모두들 떠나고...흑흑...저라도 카페를 지키고 있어야겠지요....마라도의 짜장면맛이 일품이던데 그 맛은 못보고 오셨군요.
마라도는 다음편에 올리겠습니다... 미얀마 안가셔서 심심하시겠군요.. 편안하게 자리 지키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