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춘화가 20일 방송된 SBS ‘강심장’에 출연해 “생명의 은인이었던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과 오해가 불거져 10년동안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춘화는 “이주일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며 “이주일이 그 동안 나한테 섭섭하게 했던 게 싹 없어지고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무명이었던 이주일이 하춘화와 함께 공연을 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주일은 하춘화와 8000여회의 공연을 함께 했다. 돈독했던 하춘화와 이주일의 관계는 하춘화 쇼가 열렸던 전북 익산에서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하춘화는 “이리시가 통째로 날아갈 정도의 큰 사고였다”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게 바로 전쟁이구나’, ‘나 혼자라도 살아나가야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고 말했다.
두려움에 빠진 하춘화는 자신을 부르는 이주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이주일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본인이 다친 줄도 모르고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와 줬다”며 “폭발물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에서도 이주일은 무서워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폭발 사고로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진 하춘화를 구해 준 이주일은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며 명성과 인기를 얻었다.
근데 그때부터 하춘화는 이주일에 대해 점점 서운함을 느끼게 됐다. 그는 “그때부터 이주일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며 “연락도 뜸해지고, 외국에 공연을 가면 다른 가수들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주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하춘화 밑에서 10년 간 고생했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거의 남남이 됐다.
폐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고 하춘화는 10년만에 이주일을 찾아갔다. 그는 “이주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처음에 공연을 하겠다며 찾아왔던 그 얼굴이 고스란히 떠오르더라”고 했다. 문병 온 하춘화에게 이주일은 “함께 공연하면서 집을 처음 샀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다시 함께 공연하자”고 말했다.
이주일은 하춘화가 다녀간 지 며칠 후 숨을 거뒀다. 10년만의 만남은 마지막 인사가 됐다. 하춘화는 이주일에게 “10년이라는 오해의 시간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그립고 사랑한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