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국 투수가 위기를 삼진으로 넘깁니다." - 주자 없이 2아웃에서 세번째 아웃을 스트라이크로 잡아낸 상황.
"타자가 전력으로 1루로 질주했습니다." - 볼넷이기 때문에 타자는 그냥 걸어서 1루로 나가도 되는데 뛰어갔더니,
"엘지는 이제 류재국 투수가 사라지기("살아지기"인가 본데) 때문에 좋아졌습니다." - 류재국 투수가 요즈음 투구를 잘하고 있는 상황.
"병살타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 타자가 1루에 있다가 2루로 도루를 했더니.
주자 1루, 1아웃 상황에서 타구가 내야에 떴는데, 공을 야수가 잡으니까 "아, 아웃이 되었습니다." - 공이 내야에 뜬 순간에 이미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을 테고, 공을 잡든지 못잡든지 이미 아웃인 상황임.
이런 상황을 "인 필드 훌라이 아웃 이프 훼어(in field fly out if fair)라고 하는데(문자 좀 써봅시다), 노아웃 또는 1아웃에 주자가 1루 또는 1루와 2루에 있을 때에 타자가 친 공이 내야(in field)에 뜨면(fly) 심판은 그런 선언을 합니다. 그 공이 파울지역이 아닌 페어지역에 떴다면(if fair) 야수가 공을 잡든지 못 잡든지 타자는 아웃이 됩니다.
왜 이런 규칙을 만들었느냐 하면, 만약에 주자가 1루나 1,2루에 있을 때에 타자가 친 공이 내야에 떴는데 야수가 그 공을 잡으면 주자들은 자기 루를 밟고 있어야 하므로 움직이지를 못하고, 만약에 야수가 그 공을 고의든 아니든 떨어뜨리면 그때부터 주자들은 다음 루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살아서 다음 루로 들어갈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상황에서 2아웃 또는 3아웃까지 고의로 만들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주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므로 야수가 뜬 공을 잡든 못잡든 그 상황에서는 타자를 아웃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중계하는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야수가 공을 잡은 것을 보고나서야 아웃이라고 말하면 가장 기본적인 이 규칙도 모르고 중계를 하는 겁니다.
위의 여러 예를 보면 이들이 과연 야구규칙이나 알고 중계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세세한 야구규칙과 야구 속언, 작전 등을 들어가며 중계를 하던 당대 최고의 야구중계 콤비였던 이규항 아나운서와 이호헌 해설위원이 그립습니다.
실은 이 말을 하려던 것인데, 요즈음은 하루에 네 게임을 네 방송국에서 중계를 합니다. 자기가 보고싶은 경기는 한 곳에서만 중계를 합니다. 네 방송채널에서 중계를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중계는 한 곳에서만 하니까 일종의 독점중계인 상황이 되는 것이고 시청자는 싫든 좋든 그 방송만 봐야만 합니다. 그러니 1급 캐스터와 1급 해설자를 고비용을 들여서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좋은 선수가 좋은 해설자가 아니라는 사실쯤이야 눈감으면 됩니다. "분명히"를 "불명히"라고 말하고, 야구규칙 하나 말할 줄 모르는 실력이라고 해도 방송국은 신경쓸 일이 없는 것입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맘에 안들고 짜증나? 그래서 안 봐? 그럼 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