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정리 김광한
책소개
93년 국내 첫 출간된 이후 끊임없이 사랑 받아온 90년대 로맨스 소설의 고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나흘간의 사랑을 일생의 사랑으로 창조하는 가운데 단지 추억하고 또 추억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고통과 세월의 시련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의 이야기는 다만 90년대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기의 독자들에게도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전한다.
젊은 시절 꿈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채,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프란체스카.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 견학 겸 짧은 여행을 떠난 사이, 모처럼의 휴식을 맞이한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사랑이 찾아온다. 물 빠진 청바지와 낡은 레드윙 부츠, 손 때 묻은 니콘 카메라와 카멜 담배, 낡은 픽업트럭…….
오래된 다리의 사진을 찍겠다며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 고립된 낡은 도로 같던 그녀의 삶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남자, 로버트 킨케이드. 머물지 못하는 바람 같던 그의 인생에도 처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이가 생겼고, 프란체스카는 다시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도 그녀도 더 이상 젊지 않고, 첫 무도회의 설레임은 이미 자라날 아이들의 몫이 되어버렸음에도.
로버트 제임스 윌러
저자 : 로버트 제임스 윌러
저자 로버트 제임스 윌러(Robert James Waller / 1939.08.01~2017.03.10)는 미국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으며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텍사스 사막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지내면서 글 쓰는 일과 사진, 음악, 경제학, 수학에 몰두하며 평생을 보냈다. 1990년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감을 얻어 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의 대표작으로, ‘제2의 러브 스토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되어 5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워너브라더스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윌러의 주요 작품들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2), 《시더 벤드에서 느린 왈츠를》(1992), 《길 위의 사랑》(1995),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2002) 외 다수가 있다.
역자 : 공경희
역자 공경희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쉘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호밀밭의 파수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 이야기》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프란체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기타를 치는 남자, 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바람 같아 보이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사람. (p83)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 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 오, 하나님, 저는 그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변함없이. 그를 더 많이 원하는 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어젯밤에 입었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어요. 그 샌들도 신고. 딱 그것만 걸쳐요. 오늘 아침,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사진을 찍고 싶소.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사진을.” (p141)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p149~150)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울었소. 눈물을 왕창 쏟았지. 노인을 울게 하는, 색소폰을 연주하게 하는, 그런 울음이었소. 나중에 나는 왜 그가 늘 《고엽》을 신청했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는 이 사내를 사랑하기 시작했소. 한 여자에 대해 그런 식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p204~205)
4일의 추억, 22년의 그리움
1백만 한국 독자를 뭉클하게 했던 단 하나의 사랑이야기
영화로, 뮤지컬로, 세기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신화
2017년 4월, 옥주현, 박은태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막을 연다. 이미 2014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그해 토니 어워드 작곡상, 오케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첫 한국 공연임에도 이미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1992년 첫 출간될 때만 해도 가정이 있는 주부와 중년 남성의 사랑이라는 설정만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원작 소설은 초기의 근심 어린 시선을 떨치고 보수적인 미국 출판계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뉴욕타임스 164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기의 로맨스로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작품 속에서 킨케이드의 사진을 실은 것으로 나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후로도 오래도록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문의에 시달려야 했을 정도.
인터넷을 넘어선 SNS의 시대, 더 이상 그가 실존하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동명 영화조차 이제는 고전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작가 제임스 윌러는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의 사랑을 지지하는 팬레터를 받곤 한다. 십여 년 전 그들의 사랑에 설레었던 한국의 첫 독자들이 여전히 그의 소설을 인생 책으로 꼽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