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지난달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손 감독은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가지고 (변화 없이) 얼마나 또 우려먹겠느냐.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들까 봐 걱정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과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말에도 손 감독은 “(선수 개인 기량의 총합을 놓고 볼 때) 한국은 일본에 게임도 안 된다. 우리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축구 실력, 축구계의 투자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진다. 우승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64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못 한 것에 대해 나는 물론이고 모든 축구인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들이 대표팀 캡틴인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는 물음에도 손 감독은 “텅 빈 실력으로 어떻게 속여서 일본 한 번 앞섰다고 해도 그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승하면 안 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대회 직전 가진 인터뷰를 손흥민이 볼 수 있었지만 단순히 ‘우승을 못 한다’는 예측이 아니라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서 “우승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한준희 축구협회부회장은 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했는데, 사회자가 “손흥민 선수 아버지인 손웅정이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한 부회장은 “정당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총선이 코앞인데 어느 당이 됐든 총선에서 승리하는 당이 나온다. 승리한 당 내부에서 이대로 하면 안 된다. 이거 이기면 안 된다. 괜히 국민들한테 잘한 건 줄 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이런 식으로 받아드리니 한국축구가 늘 그 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상황을 이렇게 판단하지 못하는지 한심합니다. 여기 또 한 사람의 얘기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거짓말로 잠깐 잠깐 책임을 벗어나려는 사람입니다.
<긴 목록이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 리스트에 또 하나의 굵직한 사례가 추가됐다.
원내 과반 정당의 대표로서 선거제 개편의 열쇠를 쥔 이 대표는 지난 5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형비례정당이란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에둘러 한 것뿐이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1월 “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며 작은 피해에 연연하여 위성정당 창당 행렬에 가담하여 국민의 다양한 정치 의사 반영을 방해하고, 소수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까지 약속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2년3개월 만에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정치인이 유불리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것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문제 삼고 싶은 지점은 이 대표가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으로,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한 대목이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란 표현은 1960년대 6회 국회 때 김대중(DJ) 당시 민주당 의원이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정치인은 철학에 기반한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반 환경도 늘 함께 고려해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번에 이 대표의 말 바꾸기에는 상인의 현실감각이야 넘친다고 쳐도 어떤 서생적 문제의식이 담겼다는 건지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쨌든 준연동형을 유지했으니 조금이나마 역사의 진보로 봐달라고? 그러려면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아야지, 위성정당을 만드는 순간 준연동형은 제도의 취지 자체가 완전히 상실되는 것 아닌가.
이건 마치 소주 2병을 마신 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던 사람이 4년 뒤 소주 1병을 마시고 또 붙잡혔는데, 지난번보단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많이 좋아졌다고 자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대표는 DJ의 이 어록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2022년 8월에도 ‘꼼수 탈당’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민형배 의원의 복당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상인의 현실감각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DJ가 그럴 때 쓰라고 한 말이었을까.
당시 민 의원은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것이고, 이는 국회법 정신을 모독하고 법규의 허점을 악용한 몹쓸 행위였다. 여기에서 서생ㆍ상인 운운하는 건 황당한 난센스다. 심지어 그 검수완박법이 지금 좋은 평가나 받고 있나?
이 대표는 예전부터 말이 자주 달라진다. 그는 지난해 6월 국회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석 달 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말 바꾸기란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21년 12월 경북 칠곡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가 좌파 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러자 이틀 뒤 “전두환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며 톤을 확 바꿨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한 적도 있다.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이 대표의 말이 뒤집힌 케이스는 수두룩하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는 다 사정이 있을 것이고 결국 국민이 평가할 몫이다. 다만 그럴 경우 “말 바꿔서 정말 죄송합니다”는 사과만 하고 끝냈으면 좋겠다.
공연히 DJ 어록까지 끌어와 말 바꾸기에 철학적 분칠을 하는 건 듣기가 영 거북하다. DJ가 말 바꾸기의 알리바이로 쓰라고 남긴 말은 아니잖은가.>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김정하의 시시각각, DJ가 왜 거기서 나와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우리 축구대표팀이 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팬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안컵은 4강에 든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평하며,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회 내내 수비가 흔들리며 10골이나 내줬고, 특히 피파랭킹 87위 요르단과 준결승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4강에 든 아시안컵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며 다음 달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클씨도 더민당 대표에게서 말장난하는 것을 제대로 배운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아시안컵 우승은 고사하고라도 그런 졸전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으면 부끄럽고 생각하고 사과할 일인데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화자찬을 하니 동네 개도 황당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역사에 배우는 것은 훌륭한 사람의 업적인데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선배 정치인을 끌어드리며 자신의 얼굴에 분칠을 하니 외국에서 온 축구감독까지 그대로 배운 것 같습니다.
이런 변명이 언제까지 통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