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로 딱 갈린 헌재…미래 암울한 '수사기소 완전 분리'
[ 시민언론민들레 | 고일석 에디터 goandgo1@mindlenews.com ] 2023.03.24 01:30
헌재, ‘검수완박’ 무효청구 기각…“수사권, 검사 헌법적 권한 아니야”
4인 재판관 “수사권, 검사의 헌법적 권한”
친윤 재판관 보강되면 완전분리 길 막힐 수도
‘중간지대’ 없이 둘로 갈린 헌재 재판관 지형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선애 재판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수사기소 분리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2023.3.23.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와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법사위 가결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은 인정되지만 무효에 이를 정도는 아니며,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과 무효 확인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고, 검사들은 권한 침해 가능성이 없어 각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수사소추권은 검사의 헌법적 권한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결과만 보면 국민의힘과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하거나 각하하여 제한적이나마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헌법적 정당성’을 확인받은 것이지만, 내용을 살펴 보면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검찰개혁 진영의 목표가 근본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인 재판관 “수사권은 검사의 헌법적 권한”
국힘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은 수사기소분리법안의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었지만, 법무부와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은 ‘수사권이 검사의 헌법적인 권리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 재판관 5명은 “수사소추권은 검사의 헌법적 권한이 아니”라는 다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4명의 소수 의견은 “수사소추권은 검사의 헌법적 권한으로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가 검사들의 소추권과 수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행정부 내에서 수사권 및 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는 헌재의 기존 입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은 다음 달 퇴임하는 이선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9명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교체된다. 만약 윤 대통령 임기 내에 이번 심판에서 소수 의견을 취한 4명의 재판관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재판관이 2명만 더 늘어나면 수사기소 완전 분리는 ‘헌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돼버릴 수도 있다. 특히 대법원·국회·대통령이 각 3인씩 추천하게 되어있는 현재 재판관 인선 방식에 따라 최소 3~4명은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검사 출신 헌재 재판관’이 자리를 채울 수도 있게 된다.
‘중간지대’ 없이 둘로 갈린 헌재 재판관 지형
이번 결정의 내용은 5인의 다수 의견과 4인의 소수 의견이 중간지대 없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힘 권한쟁의 심판의 경우 ①법사위 의결 권한침해 확인 ②법사위 의결 무효 확인 ③본회의 의결 권한침해 확인 ④본회의 의결 무효 확인 등 4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①법사위 의결 권한침해 확인에 있어서는 5인의 다수 의견으로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②법사위 의결 무효 확인에서 이미선 재판관이 “표결 과정에 국회법을 위반한 하자가 있고 권한침해가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아 의결 결과를 무효화할 수 없다”며 기각 의견을 내 무효 확인 청구가 기각되고, 이후 이 재판관이 본회의 의결 권한침해 확인과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하는 입장에 서게 되어 최종적으로 무효 확인 청구 기각이 결정됐다.
이미선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인 국회와 청구인인 국힘의 주장과 입장을 각각 100% 받아들여 마치 기름과 물처럼 공통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검사 수사권 헌법적 권한’의 여부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져 국힘 청구에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검사 수사권은 헌법적 권한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검사 수사권은 헌법적 권한”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