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가면]⑥ 생들기름부터 미숫가루까지… 협동조합 ‘연과미소’가 키운 로컬푸드
원주=김민정 기자
입력 2025.10.12. 06:00
김원훈 연과미소 이사장(왼쪽)과 윤영구 이사가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생들기름과 미숫가루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김원훈 연과미소 이사장(왼쪽)과 윤영구 이사가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생들기름과 미숫가루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공복에 올리브유를 마시듯 생들기름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메가3가 풍부해 저속 노화의 비결로 삼는 거죠.”
지난달 30일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라옹정길. 협동조합 ‘연과미소’의 들기름 공장은 고소한 향으로 가득했다. 연과미소는 원주의 농가들과 손잡고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이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교육, 지역 행사와 연계하며 로컬푸드의 가치를 키워왔다. 들깨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기름과 미숫가루, 두부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내놓는다.
연과미소의 대표 상품은 단연 ‘생들기름’이다. 볶은 들깨로 짜는 일반 들기름이 고온 로스팅 과정에서 영양 손실이 크고 여러 차례 착유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반면, 생들기름은 40℃ 이하의 저온에서 단 한 번만 착유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덕분에 색은 맑은 황금빛을 띠고, 들깨 고유의 향과 맛이 온전히 살아난다. 무엇보다 고온에서 발생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소비자 신뢰를 높인다. 한 스푼만으로 고등어 한 마리 분량의 오메가3를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식 올리브유’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생들기름은 영양과 향미 면에서 뛰어나지만, 기름이 적게 짜여 수율이 낮고 산패 우려로 유통기한이 짧다. 가격도 일반 들기름보다 높은 편이다.
김원훈 연과미소 이사장은 “생들기름은 샐러드에 그대로 뿌려 드시거나, 조리가 끝난 스파게티에 둘러 살짝 섞어 풍미를 더하는 방식으로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제 생들기름은 단순한 조미유가 아니라 건강 오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과미소의 생들기름에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전용 품종 ‘들샘’이 쓰인다. 들샘은 들깨 고유의 향이 강하고 풍미가 뛰어나 생들기름용으로 특히 적합하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들깨 20품종을 전자코로 분석한 결과, 들샘의 향기 성분이 33종으로 가장 많았고, 향을 내는 핵심 성분 ‘피라진’ 함량은 다른 품종보다 7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농진청 품평회에서도 들샘으로 만든 생들기름은 “향이 진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영구 연과미소 이사는 “소비자들이 ‘이게 진짜 들깨 향’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들샘 품종을 고집한다”면서 “품종 자체가 품질을 담보하는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윤영구 연과미소 이사가 들기름 착유 기계에 들깨를 투입하는 모습. /연과미소 제공
윤영구 연과미소 이사가 들기름 착유 기계에 들깨를 투입하는 모습. /연과미소 제공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한 미숫가루는 저소득층이나 신생아 가정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꾸러미 사업’과 같은 복지지원 사업에 꾸준히 납품되고,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대량 공급된다. 이른바 ‘꾸러미 사업’은 지자체가 산모나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물품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공공 소비처로,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 역할을 한다. 생들기름 역시 들깻가루, 볶은 들기름과 함께 출산 꾸러미 구성품으로 포함돼 수요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강원도 지역 가뭄 등의 영향으로 들깨 수확량이 줄면서, 9월 초 이후 주문을 받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팔고 싶어도 들깨가 없어 못 짠다”는 하소연이 나왔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의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지원 사업’도 큰 힘이 됐다. 가공 설비를 지원받고 저온·냉압 착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발생 위험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줄였다.
연과미소는 제분·착유를 넘어 신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두부’다. 전두부는 콩을 삶아 압착하는 대신 콩가루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비지가 남지 않고, 영양소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겉모습은 치즈와 비슷해 샐러드에 바로 곁들일 수 있고, 생으로도 먹기 좋은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윤 이사는 “전두부는 단백질과 영양소가 풍부한데도 버려지는 부분이 없어 지속가능한 식품”이라면서 “생들기름과 함께 건강한 식탁을 채울 수 있는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과미소는 윤영구 이사와 아내 김원훈 이사장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부부가 직접 공장을 지키며 미숫가루 쿠키, 시폰케이크 같은 신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다. 가족이 함께 지역 농산물을 살려낸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도 한층 높다.
연과미소의 성장은 협동조합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다. 원주시사회적기업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자원과 판로를 공유하며, 지역 사회적경제의 일원으로 함께 커가고 있다.
윤 이사는 “생들기름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건 농민들이 농사를 이어갈 희망을 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생들기름이 열어가는 저속 노화의 길, 그리고 협동조합이 만들어가는 상생의 길이 ‘연과미소’가 꿈꾸는 로컬푸드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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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김민정 기자
부동산부, 사회부를 거쳐 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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