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숙한 여성과 어린 서방의 사랑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후기 ‘고금가곡’ 중 사설시조 필사본. (영남대학교도서관 소장)
조선후기 사설시조에 기록
<잠자리 능력 놓고 옥신각신>
<연상연하 밀당 재미있게 표현>
아름답고, 밥도 잘 사주는 ‘누나’와 어리지만 매력적이고 듬직한 ‘남성’의 만남은 전통시대에 매우 흔했다. 옛날에도 수많은 연하남과 누나가 사랑을 약속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오히려 양반 남성의 첫 결혼은 대부분 연상의 여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보통 두어 살 정도 나이 차이를 보이다가 급기야 꼬마 신랑까지 등장한다. 아내를 보고 놀라 엄마의 품으로 도망가는 남편을 달래고 아들처럼 키우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다.
연하의 남자와 연상의 여자는 오히려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연상의 여자는 이해심이 많고, 모성애를 느낄 수 있으며,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연하의 남자는 권위적이지 않아 평등한 부부생활에 도움이 되고,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속궁합은 단순히 생물학적 주기로만 보아도 좋다. 남자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할 때가 20대이고, 30대까지 유지되다가 40대부터 감퇴하는 데 비해 여자는 30대 전후 최고조에 달해 40대까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시대 연상연하 커플은 행복했을까? 어린 남자의 펄펄 끓는 정욕과 능숙한 누나의 이불 속 만남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사설시조가 있다. 연상의 여자와 어린 남자의 대화로 이뤄진 이 시조는 남녀의 밀고 당기는 이불 속 대화가 재미있게 표현돼 있다. 이들이 혼인한 사이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
밥도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결혼하면 어린 서방을 얕잡아 보며 ‘아이놈’이라고 부른다니, 연상의 여자가 늘 어질고 고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확 깬다. 어쨌거나 이 두 사람은 잠자리를 두고 옥신각신 밀고 당긴다. 누나는 어린 네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겠느냐고 묻고, 남자는 조목조목 예를 들어 반박하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어린 남자가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는 비유가 재미를 더한다.
“너처럼 작고 어린 사람이 나를 안을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조그만 딱따구리라도 크나큰 회양나무를 삥삥 돌아가면서 혼자 다 안을 수 있는데, 누나 하나 안지 못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어 누나가 “나를 불붙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조그만 벼룩 불이라도 일어나기만 하면 청계산이며 관악산을 다 태우는 것처럼 문제없다”고 큰소리친다. 이불 속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면서도 결국 잠자리는 성사된다.
“각시님 물러나 눕소, 내 품에 안기시오
.
이 아이놈 괘씸하니 네가 나를 안을쏘냐.
각시님 그런 말 마소 조그만 딱따구리 크나큰 회양나무 삥삥 돌아가며 제 혼자 다 안거든 내 자네 못 안을가.
이 아이놈 괘씸하니 네가 나를 휘게 할쏘냐.
각시님 그런 말 마소 조그만 도사공이 크나큰 대준선을 제 혼자 다 휘게 하는데, 내 자네 못 휘게 할까.
이 아이놈 괘씸하니 네가 나를 불붙일쏘냐.
각시님 그런 말 마소 조그만 벼룩 불이 일어나기만 하면 청계산이며 관악산을 제 혼자 다 불붙이거든 내 자네 못 불붙일까.
이 아이놈 괘씸하니 네가 나를 가릴쏘냐. 각시님 그런 말 마소 조그만 백지장이 관동팔면을 제 혼자 다 가리거늘 내 자네 못 가릴쏘냐. 진실로 네 말과 같을 양이면 백년동주하리라.”(‘고금가곡’ 중에서)
문화일보ㆍ김은양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