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매듭처럼
전도7:8
해마다 이 때쯤이면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시작은 잘 하였으나 끝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시작이 반이다'하여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편, “다 가서 문지방 못 넘어간다”는 말이나 “용을 그려 놓고 눈동자를 안 찍었다”는 속담으로 끝마무리의 중요함도 함께 가르쳐 주었습니다. 시인 롱펠로우는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고 말하며, 셰익스피어는 “끝이 좋아야 모두가 좋다.”고 하고, 성경도 “일의 끝이 시작보다 낫다”(전7:8)고 말하는 것을 보면 끝마무리를 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보셨습니까? 자전거를 타면은 제일 많이 넘어질 때가 언제입니까? 처음에 올라탈 때 넘어지고 어떻게 해서 가다가 멈출 때 넘어집니다. 우리 사는 인생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운 고비들을 만나는데, 저마다의 고비가 험난하든 순탄하든 간에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앞으로의 삶의 갈림길이 됩니다. 갈림길의 고비를 넘는다는 것은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것으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잃을 것은 잃고 담을 것은 담아 좀 더 용기 있는 삶으로 재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나무의 강함이 높이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움과 매듭에 있듯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망년회로 즐기며 보내는 것보다는 조용히 묵상하고 기도함으로 욕심을 비우고 갈무리하면 한 차원 더 높은 성숙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끝마무리를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매듭 없는 자루는 어떤 것도 담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대나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디를 형성하는 매듭을 지으며 하늘 높이 자랍니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디와 매듭 때문입니다. 그게 대나무의 성장과 마디의 신비한 조화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하던 일을 멈추고 매듭지어 줄 때가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나 일주일, 혹은 한달 단위로 매듭을 짓고, 또 1년 단위로 매듭을 지어 가면 그것이 마디의 역할을 하고, 그런 인생의 마디가 많아질수록 어떠한 고통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무난히 버티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매듭은 저장이며, 에너지의 축적입니다. 대나무의 매듭 위에서 새로운 줄기가 시작하여 더 높이 커 가는 것처럼 매듭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모험이자 출발이며, 더 성숙해지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즉, 매듭이라고 하는 말은 종결의 의미와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뜻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매듭은 고통이며 상처입니다. 매듭지을 때까지 한 동안 아픔이고 시련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 때문에 발전과 도약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매듭을 짓는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마음 아프고 쓰라린 상처가 많지만 매듭을 지어야만 합니다. 때로는 홀로 조용히 매듭을 지어야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매듭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끝이 좋다는 것, 매듭을 짓는다는 것은 다음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간 관계의 끝이 좋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더불어 살고 어울려 사는 과정에서 좋게 지낼 수도 있고 좋지 않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끝만은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용서와 진정한 화해가 필요합니다. 너와 나 그리고 나와 우리 사이가 좋아야 다음을 생각할 수도 있고, 다시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하는 일의 끝이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결과가 좋아야 하겠지만 그보다 선한 열매를 맺었느냐는 것이며,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끼쳤느냐는 것입니다.
셋째, 하나님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알기에 하나님의 권유를 받아들입니다. 또한 마지막 심판이 있음을 알기에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이런 사람은 삶의 목적도 분명합니다.
넷째, 우선 순위를 안다는 것입니다. 실타래가 헝클어지면 매듭을 지을 수도 없고 풀 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매듭을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무꾼이 먼저 톱날을 갈 듯이 영혼의 톱날을 가는 것은 기도입니다. 회개와 기도 없이 매듭을 짓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끝이 좋다는 것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나간 것을 생각하면 불평의 요소도 있겠지만 오히려 감사함으로 매듭을 짓는 것이 은혜를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끝마무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매듭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겨울은 사계절의 끝과 같지만 겨울 속에 봄의 씨앗이 담겨 있듯이,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은 한 해의 끝과 같지만 연말 속에는 새로운 한 해의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12월의 남은 날은 마무리만을 짓는 날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 새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끝맺음은 멋진 출발을 예고하고, 멋진 출발은 아름다운 끝맺음을 가능케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너희가 이같이 어리석으냐,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갈3:3)는 책망을 듣지 않도록 확실한 믿음을 갖고 회개와 감사의 기도로 한해를 매듭짓고, 헌신의 기도로 복된 새해를 맞이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