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홍*권 님의 수염이 그대로 있기에 홍*권 님께 면도를 하는 것이 어떤지 물으니 면도기가 고장 났다고 한다. 직원은 홍*권 님의 면도기에 꽂힌 충전기를 제거하고, 혹시 몰라 다른 충전기를 꽂으니 충전이 잘 되기 시작했고, 작동도 잘한다.
“아저씨 이거 다른 충전기 꽂아서 충전이 안 되고 있었나 봐요! 지금은 충전도 잘 되고 잘 작동하는데요?”
“면도기 사야 하는데?”
“이거 잘 작동하고 있는데 한 번 사용해 보실래요?”
“사야 하는데?”
잘 작동하고 있는 면도기, 하지만 홍*권 님은 충전 불량으로 작동이 안 되었던 기억 때문인지 고장이 났다고 생각하고 새 것을 사 야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거 충전기 제대로 꽂으니까 잘 되요 아저씨!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사야 하는데...”
홍*권 님은 직원에 제안에도 그냥 사야 한다고 하며 자리를 피했다. 다른 직원도 같은 제안을 해봤지만 새 면도기를 사야한다며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오늘, 홍*권 님은 직원에게 다시 다가와 면도기를 다시 사야한다고 말했다. 직원이 면도기를 다시 한 번 작동해보니 잘 되고 있는 건 여전했다.
“아저씨! 면도기가 잘 되기도 하고, 산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면도기 1년도 안 돼서 3대 째인데... 조금 더 사용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새 걸로 사야 하는데? 이마트 가서!”
“그럼 일단 아저씨! 다음 주에 휴대폰 구입하고! 그 뒤에 면도기 구입에 대해서 의논해 볼까요?”
“면도기 사야 하는데?”
“그럼 우선 지금 수염이 너무 기니까 면도 먼저 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휴대폰 구입하고 면도기에 관해서도 다시 이야기 해보고...”
홍*권 님은 ‘면도기 사야 하는데...’ 라는 말만 반복했다.
“우선 면도 먼저 하시면서 고장 났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볼까요?”
“자꾸 꺼지는데?”
홍*권 님은 면도를 하면서도 면도기가 자꾸 꺼진다고 하며 새 걸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아저씨! 깔끔하게 면도가 잘 되었어요!”
“새 걸로 사야 하는데?”
“그럼 우선 이따가 다시 이야기 하시죠!”
홍*권 님과 면도기에 대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권 님은 직원을 마주칠 때마다 면도기를 사야 한다고 말했고, 점심시간에도 사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면도기 이야기만 했다.
“아저씨 저랑 면도기 이야기 이어서 하실까요?”
“네”
“아저씨 면도기 아까 면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작동이 잘 되고 있어요! 그래도 새 걸로 바꾸고 싶으신 거예요?”
“네”
“혹시 왜 그러신지 물어도 될까요?”
“그냥!”
“네 아저씨, 우선 아저씨가 얼마나 새 면도기로 바꾸고 싶으신지 알겠습니다!”
“저기! 이마트 가서 사야 하는데?”
“네 그럼 우선 휴대폰 먼저 구입하시고 다음에 면도기 사러 가시죠!”
“네”
“아저씨 그래도 이번엔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침대에서만 안 계시고, 저한테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아저씨한테 계속 지금 면도기 사용해 보시라고 한 건 아저씨가 이번 달에 옷도 여러 벌 사시고, 휴대폰도 사실 거고, 하시니까 혹시나 이렇게 계속 돈을 많이 지출하면 나중에 아저씨가 필요한 거 있을 때 못 사실까봐 그랬어요...”
“돈 뽑으러 가야 하는데? 천 원짜리!”
“네, 아저씨 용돈도 뽑아서 지갑에 넣으셔야죠! 그럼 아저씨 이번에 휴대폰도 사고, 면도기도 새로 사신 다음엔 당분간 꼭 필요한 것만 사면서 지내시는 게 어떨까요?”
홍*권 님은 대답이 없고 면도기를 사러 가자고만 이야기 했다.
새 면도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니 사러 가기로 했다. 그래도 이번엔 서운함을 느끼지 않고 직원에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해 주신 점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한다.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선 홍*권 님과 계속 이야기 해보며 지출에 대해 의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