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3월 11일에 호주 대사로 부임했다고 합니다. 출국 금지가 해제되자 마자 급히 출국한 이 전 장관은 11일 새벽 호주에 도착했고 이어서 정식 부임했다고 합니다. 지난 2022년 12월에 임명된 김완중 대사는 졸지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 3개월만에 급하게 귀국하게 된 것입니다. 대사 임기가 보통 2년이라고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과 호주사이에 어떤 특별한 현안도 없는 상황에서 일요일날 부랴부랴 출국하고 도착하자마자 정식 부임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이 전 장관의 출국 장면은 무슨 첩보영화 보듯 합니다.대사 임명에서 출국까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됩니다. 국내 MBC에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하게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더니 곧 이어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됩니다. 그러자 또 갑자기 도망가듯 일요일 출국해 버립니다. 원래 대사가 출국할 경우 출국장에는 환송인파가 꽤 있습니다. 잘 다녀오라 한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는 덕담이 오고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공항 출국장에는 이 전 장관의 급속한 출국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과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막으려는 일부 야당 인사들이 전부였습니다. 이 전 장관은 취재진을 따돌리고 출국장을 벗어났는데 MBC 기자가 다가오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까지 하느냐" 입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군인출신입니다. 육군 중장출신에 합동참모차장을 역임했습니다. 육사출신의 직업군인이고 한국의 국방을 책임지는 최고 관리였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자 지금도 북한과 치열한 대결상태에 놓인 한국의 국방 최고 책임자였다는 말입니다. 그런 그가 대사로 부임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을 따돌리고 도망가듯 한 행동이 한때 이 나라 국방장관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국회 야당의원앞에서 그렇게 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건 전 국방장관으로서의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전 국방부장관이 왜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궁금하고 왜 출국금지를 받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됐으며 왜 특정 언론사의 출국금지 소식후에 공수처에 자진 출석을 했으며 왜 곧장 출국금지조치가 해제됐으며 왜 부랴 부랴 호주로 야반도주하듯이 출국하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국민들을 대신해 언론사 기자가 취재를 했는데 그에게 왜 이렇게 까지 하느냐는 말은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일부 언론과 일부 야당인사들과 일부 국민들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오히려 전직 국방장관으로서 "나는 이래이래 출국한다 그리고 나는 수사외압사건에 떳떳하다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강하게 말했으면 덜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이 전 장관은 얼마나 급했던지 대통령의 신임장 원본을 받을 새도 없이 사본만 가지고 나갔다고 합니다. 정말 급하게 출국했구나 하는 정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출국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범죄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피의자 이 전 장관은 결국 해외도피에 성공했다면서 가히 런종섭이라 불릴만 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또한 국내상황이 잠잠할 때까지 잠시 해외에 나가 있어라하는 조폭영화의 한장면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호주 현지 교민들도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의 부임에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은 사실상 범인 도피이자 범행 은폐라고 주장했습니다. 호주 교민들은 영사업무를 주관하는 대사가 출국금지를 교묘히 이용해 부임하면 앞으로 영사업무의 투명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입장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호주대사의 부임과 관련해 호주 현지는 그다지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호주의 유력한 공영언론 ABC는 이 대사의 부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 흐름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수사에도 호주 입국'이 제목입니다. 이 대사의 부임이 외교적 골치거리라는 소제목도 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대사의 자국 입국에 대해 미중일 정도의 강국들의 경우는 기사화되지만 그외 국가들의 대사는 그다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호주의 대표 언론에서 한국 대사의 부임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고 그것도 상당히 비판적으로 다뤘다는데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국내 야당들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자 신임 호주대사가 결국 출국하자 이 사안과 관여한 인사에 대한 고발을 물론이고 외교부와 법무부 장관 탄핵까지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시민단체(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도 주 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 금지됐다가 해제돼 출국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이 시민단체는 대통령실은 전 국방부 이종섭장관을 포함한 공수처 수사 대상자들의 출국금지 사실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대통령실에 보고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무부와 외교부 등에 근무하는 부하 직원 등에게 중대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사실상 해외로 도피시키는 의무없는 부당한 일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직권 남용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종섭 신임 호주대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임무를 띠고 호주에 부임한 인물입니다. 한국에서 환송을 받고 부임해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한국과 호주사이의 여러 현안을 해결해야할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이고 이제 첫 자진출석만을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수차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와 함께 피의자로 되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신임 대사의 후배들이자 부하들입니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명예를 위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라를 수호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밤낮 구별하지 않고 국방을 지키는 한국 파수병의 최고 수장이었던 사람이 바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를 야반도주하듯 그렇게 기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치듯 출국하게 만들었을까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의 명령을 따랐던 다른 피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고 헤아렸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또한 한국의 대표로서 호주에서 자신있게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떳떳하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호주정부에 양해를 구하고 다시 귀국해서 제대로 수사를 받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그러면 호주정부는 충분히 양해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불편한 상태에서 대사직을 행하면 현지 교민들의 사기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끊임없는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2024년 3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