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v.daum.net/v/20230403203114425
'100미터 10초 복귀' 명령에 아수라장‥공군 훈련병 수백 명 넘어져
정동훈입력 2023. 4. 3. 20:31
[뉴스데스크]
◀ 앵커 ▶
공군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병 수백 명이 한꺼번에 좁은 계단을 뛰어가다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일부 훈련병들은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는데요.
한 간부가 군기를 잡겠다면서 무리한 명령을 내리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
지난달 1일 훈련병 1천400명을 대상으로 유격훈련 시범 교육이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소대장이 한 중대 소속 훈련병 380여 명에게 "숙소인 생활관으로 10초 안에 헤쳐모여"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동료 병사의 유격 동작을 보면서 웃는 등 군기가 흐트러졌다는 이유였습니다.
연병장에서 생활관까지 거리는 100미터.
10초 안에 복귀에 실패한 훈련병들이 얼차려를 받자 뒤를 이어 지시를 받은 다른 훈련병들의 전력질주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생활관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에 훈련병 수백 명이 몰리면서 서로 부딪히고 넘어지고 뒤엉키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는 보름 뒤 훈련을 마친 병사들이 휴가를 나와 관련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당시 훈련병이었다는 한 작성자는 "이태원을 방불케 하는 생존의 사투가 벌어졌다"면서 "뒤에선 밀고 앞에선 비명에 밀지 말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훈련병은 어깨가 탈골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군은 코피를 흘리고 치아가 손상되거나, 어깨와 무릎을 다친 7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박찬구/전 국방부 군복무정책심의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무리한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군기를 잡는 것도 상황에 걸맞게 또 안전을 담보한 상태에서 해야죠."
소대장은 사고 다음날 "훈련병들의 태도가 불량해 기강을 세우려고 한 건데 잘못된 명령을 내린 것 같다"며 전체 훈련병들 앞에서 사과했습니다.
소대장을 최근 훈육업무에서 제외한 공군은 "향후 안전에 유의한 훈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