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가을, 한화는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 2승 1패로 이겼습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한화와 삼성이 싸웠고, 그 당시 두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는데
이듬해 준플옵에서 바로 삼성에게 복수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입니다.
전년도 준우승팀이 지난해 우승팀을 꺾고 플옵 진출.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었고, 그 시절 대부분의 한화팬들이 그것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삼성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그 날 저녁
그러니까 플옵 진출이 확정된 그 날 밤에
카페 게시판에는 김인식 당시 감독을 성토하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글이 절반, 그리고 감독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이 절반이었죠.
김인식 감독은 05~07 3년 연속 가을야구로 팀을 이끌었고
06WBC로 [국민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왜 그런 비판을 받았을까요?
바로, 준플옵 최종전에서 류현진을 마무리로 기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준플옵 최종전입니다.
류현진이 그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그저 페넌트레이스의 중요한 한 경기를 이긴 게 아니라, 팀을 우승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한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는 "아무리 승리가 중요해도 류현진을 마무리로 쓰면 안 된다"는 글이 잔뜩 올라왔습니다
"플옵에서 로테이션이 꼬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류현진의 불펜 알바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당시 감독이 그 선택을 해서 준플옵을 이겼으므로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또 그만큼의 찬사를 받았지만
우려의 목소리대로 플옵에서는 힘 한번 못 써보고 패하면서, 그 만큼의 비판도 또 받았습니다.
한화팬들이 유별나서 류현진이나 김인식 감독을 가지고 괜히 싸운 것일까요?
아닙니다. 원래 야구 관련 게시판에서 [투수의 등판 간격 및 투구수]는 굉장히 뜨거운 주제입니다.
가을야구에서 경쟁팀을 떨어뜨리고 우승에 한 발 다가선 날 저녁조차도, 저렇게 비판과 의견이 맞부딪칠만큼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핵심 중간계투를 시즌 내내 많이 활용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고유 스타일 중 하나인 것 처럼
핵심 투수의 등판간격에 대해 팬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야구 게시판에서 늘 있는 일이죠.
그 팀이 야구를 잘 하든, 혹은 못 하든 상관 없이
그리고 그 팀의 감독이 누구든 간에 똑같이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최동원이 KS에서 4승하던 시절, 정민철이 선발로 14승 하면서 마무리로 7세이브까지 하던 시절
박충식이 15이닝 완투하며 170개의 공을 던지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그런 논쟁이 덜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느 팀, 어느 감독 체제에서나 저 주제는 팬들에게 늘 뜨거운 감자입니다.
누군가 김성근 감독의 입지를 흔들어 쫓아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어서 안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반대로,
07년 가을의 그날, 류현진이 걱정 되면서도 승리가 더 기뻤던 또 다른 회원들처럼
승리의 기쁨을 말하는 사람들 역시 권혁의 건강에는 관심 없고 감독만 옹호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며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어서 옹호자들이 노심초사 욕 먹을까 보고 있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조건 보호 하는 것도 아닙니다.
팀 주력 중간계투 투수가, 당해년도 시즌 KBO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고
4-6월에는 공이 위력적이었으나 7-9월에 그 위력이 떨어졌다면
누군가는 감독을, 또 누군가는 그 선수를 비판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팬심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같은 상황을 보고 있더라도
누군가는 좀 더 믿어보자고, 시즌이 끝나고 평가해보자고 권하게 마련입니다. 이것도 너무 당연한 팬심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게시판에서의 많은 싸움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상대의 야구관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입니다.
상대의 야구관이 옳다고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의 야구관이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죠.
최대한 많이 비판하셔도 좋고
최대한 많이 옹호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비판이 그르다는 주장, 상대의 옹호가 틀렸다는 주장은 최소한으로 줄여주세요
상대방이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계속 자기 주장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시죠?
아마, 상대방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원래 사람은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고 자기 주장을 반복합니다.
[듣고 보니 아무개님 얘기가 맞네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야구팀 게시판은 맨날 편갈라 싸웁니다
실수한 누구에게 책임도 돌리고, 결과론을 가지고 잘잘못을 요목조목 따져가며 비판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그래도 잘했다. 결과론으로 공격하지 마라'고 반론하며 옹호합니다.
원래 야구팀 게시판이, 10개구단 어디든 다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무슨 이상한 의도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상대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도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사실 그 싸움은 상대방이 아니라 당신이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우아...글 잘쓰셨네요 공감하고갑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
상대방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글이 더 불편한 느낌입니다.
강요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생각만 글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헐...구구절절...옳으신 말씀뿐이네여....
공감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굳이 야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제와 우리 세상사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좋은 얘기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글 잘봤습니다~
그당시 인식옹 비난하던 1인 이었네요 세월이 흐르건 많이 흘렸네요 ㅎ
멋진 글이네요~
05넌,07년도 플옵 두산한테 힘도 못쓰고 패했던걸로 기억 하는데 그래서 전 두산이 별로에요 선수들은 매력있는 선수들이 참 많은데ㅋ
공감합니다... 어떤 분들 보면 귀막고 눈감고 소위 "아 몰랑~" 식으로 자기 말만 쏟아내고 거기에 다른 의견 말하는 사람은 거의 무슨 성격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니.. 참..
솔직히 요즘 게시판 보면 서로 도긴개긴이네요..
수고가 많습니다
오늘은 정말 공감이 많이 됩니다 *^^*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어떤 책에서 본 글이 있습니다.
한 야구 팬(축구 팬이었을지도 모름..)이...
게임에 이겼을 땐... "우리가 이겼다" 라고 하고,
게임에 패했을 땐... "그들이(선수들이, 감독이) 잘 못해서 우리가 졌다" 고 말한다고요...
졌을 땐 그 결과를 자신과 '분리' 시킴으로써 패배감을 벗어나고자 한다고요...
그래서 경기에 진 날 더 비판적인 글이 많이 나오는 거라 생각합니다요..^^
.. 그냥 한 가지 전제만 서로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표현 방식이 다르더라도... 우리 카페는 이글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요!
카페 대문 첫 말이 그거잖아요..
We Love Eagles!
죄송해요.ㅠ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틀림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겠지요.
정말 좋은글이네요..
누가 쓴글인지 참잘쓰셨네 이카페의 성향을 잘나타냈구나 했더니 1번선발님이시네요~ㅎ
보통 글번호를 붙여서 올리시더니...
공감합니다^^
감독님이 매번 프런트와 안좋은 이별을 해서 그런지 감독님을 예전부터 좋아하던 분들은 감독 비판에 너무 예민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성근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이글스의 감독이기 때문에 비판하고 불평하는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