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노거수(老巨樹)
김 난 석
여인아 보느냐
나는 여기서 한 발짝 떼지 않고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음을
아느냐 여인아
나는 땅에 내린 빗물 길어 올려
하늘에 되돌려 주고 있음을
세월은 흘러 흘러
내 나이 삼백을 넘어서는데
너는 내 숨소릴 듣느냐
휴(休) ~
오늘도 바람은 나를 뒤흔들고
너는 내게 기대어 쉬려는구나.
* * * * *
이태 전 오월 초순이었다.
우리 카페 아자마켓에서 강릉의 유서 깊은 선교장을 찾았다.
유서를 말해주듯 장내에 노거수(老巨樹)가 우뚝 서있었고
그걸 어떤 여성 회원이 다가가 껴안았다.(최 멜라니아)
그걸 또 다른 회원이 '찰칵' 했는데(모렌도)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졸 시를 남겼다.
이름하여 '선교장 노거수'
시와 사진을 어떤 문학사에 보냈더니
문학지에 실어주더라.(계간 문학시대)
모델(최 멜라니아)이 그 책이 궁금하다기에
한 권 보냈는데 이게 인연이 되었다.
인(因)은 씨앗이요 연(緣)은 물이라 한다.
씨가 물을 만나면 싹이 트고, 물이 씨를 만나도 싹이 튼다.
연밥(蓮實)은 백 년이 가도 썩지 않고 물을 기다린다는데
그러면 싹이 트고야 만단다.
노거수는 여성회원을 만남으로 인해
모렌도 님은 그 모습을 봄으로 인해
나는 그 모습을 넘겨봄으로 인해 작은 이야기가 생겼던 것이니
우리들의 인연은 그런 것이었다.
가을날의 짧은 동행(단양 도담삼봉에서)
김 난 석
벌겋게 물들어가는 가을
네 가슴 내 가슴 빨갛게 타들어 가도
나는 팔십 輛에, 너는 육십 輛에 타고 있어
인연이 멀기만 하이
앞태도 괜찮아
뒤태도 괜찮아
속까지 뒤집어 보여주었건만
보는 척 마는 척 지나가고 말더이
두어라, 인연은 따로 있는 법
한 백 년 기대이고 있으려니
인연이 아니라도 인연인 척 찾아오면
나는 떨켜 놓고 허공에 파문이나 그리려네.
* * * *
아자마켓이 열린 지도 벌써 오래 되었다.
마켓 오픈 커팅하기 직전
나는 자유게시판 방에서 첫 물품을 올렸다.
'아이리시 플루트' 였는데, 어떤 공주님이 찜해갔다.(요석공주)
이렇게 해서 아자마켓과 인연을 맺었다.
어느 날 꽁아 님이 청치마를 내놓아서 내가 찜했다.
봉화 어느 산골에 묻혀 사는 환속 여 스님에게 줄 요량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 첫 번째 아자마켓 나들이에 꽁아 님이 왔다.
이때 눈치 빠른 채스 방장이 소위 짝꿍을 만들어 주더라.
그 뒤로 나는 여러 물품을 내놓았는데
그중에 서양화 도록을, 그것도 꽤 비싼 도록을 꽁아 님이 찜해갔다.
찜하면서, 서울에 올라오면 와인 한 잔 대접한다고 하더라만
한동안 감감무소식이더라.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번 아자마켓 나들이에 또 짝꿍이 되었는데
단양 나들이 때 점심에 결국 백세주 한 병 사더라, 겨우.(ㅎ)
그걸 나 혼자 마시나? 아니다.
채스 방장이 가져온 백세주와 함께
끙아 님도, 벙이 방장도, 사슴 님도, 이더 님도, 리스향 방장도
또 오분전 님도, 채스 방장도, 카페지기도 함께 나눠마셨으니
함께 한 이웃들이여! 무병하시고
나머지 먼 곳에 앉아 함께 즐기신 분들도
모두 장수하시라는 덕담을 남겼다.
사진은 용띠방의 우영님이 찍어줬고
이 사진을 보고 나는 위와 같은 못난 시를 남겼다.
풀이하자면
이 노야의 그늘에서 바람을 피하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나는
살그머니 손을 놓겠다는 심사였다.
인연은 만나야 이루어지는 거지만
때론 떨어내는 인연도 있는 것이기에..
첫댓글 선교장의 노거수에 등을
기대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듬직해 보이는 노거수를 제가 껴안기 보다는
제가 기대보고 싶네요.
석촌 님의 멋진 시에 댓글 달기도
주눅이 듭니다.
멋진 시, 잘 감상했습니다.
그런 큰 의지처가 있길 바랍니다.
너무 멋진 글입니다.
읽어 내려오면서 그만 심쿵~ㅋㅋ
만나야 이런 저런 인연도 맺어지겠지요.
아자마켓과 인연을 맺으시며
술도 한 병 얻어 드셨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듯요.
석촌님은 풍류에도
조예가 깊으실듯요.
글이 사진만큼 멋져요.^^
삶이란게 씨를 뿌리는 사람도 있고
가만가만 다독이는 사람도 있고~
저는 사진에 눈이 먼저 가네요.
저 큰 아름드리 소나무가 저기서
최말라니아님을 만날 때 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요.
짝궁을 만들어 주신다고
석촌님이 너무 크게 웃습니다.
선교장역사가 350년이랍니다.
그때 심어져서 오늘날까지 기다렸으니 오래 기다렸지요.ㅎ
아!!!
고리 가 연결 되듯이
이어진 인연 으로
영광스럽게도 350년 아름드리 소나무 와 함께여서 모델이 된듯 합니다
저 아름드리
소나무 같은 석촌님
뵙게 되면 좀더 살갑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참으로 감사 합니다!!!
내가 저 소나무 같다고?
나 아직 삼백살 안 됐는데~ㅎ
물론 웃자고 해본 소리라네요.
잘 지내시길^^
살며 선연으로 맺어지는 인연들이
얼마나 기적 같고 놀라운지...
그런 인연들로 5060은 더욱 알차지고
뿌리가 튼튼해집니다.
노거수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인연은 날로 깊어집니다.
안연은 선연만 있는건 아니지요.
선연이 변질되어 악연이 되기도 하고요.
새벽이와 함께 오늘도 달려 달려~
좋은 만남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아름다운 인연은
향기가 그윽하지요
역으로
만남이 악연으로
그곳에서는 악취가
진동하지요
선배님은
좋은 만남이 가득하여
보기 좋습니다
그 사진이로군요.ㅎ
그때만 해도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는 이제껏 몰랐는데 검색해 보니 석촌님이
유명한 분이셨네요 ^^
저도 온라인에서 만나 25년 정도 인연을 잇고
있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인연이 우물가 바가지에 버들잎을
뛰우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면 요즘 세상에서는
온라인을 타고 오는 게지요.
별말씀을 하시네요..ㅎ
그냥 법부일 뿐인걸요.
사실 요즘엔 만나는 인연보다 소셜 네트워크로 만나는 인연이 더 많지요.
이런 인연, 저런 인연.
얽히고 설키며 한 평생 즐겁게 살다 가야겠습니다.
그레요, 사실 인연이 아닌 게 없지요.
강릉 선교장, 저희 부부가 정말 자주 가는 고택입니다.
러시아식 차양이 한옥과 안 어울리는 듯 잘 어울리는 열화당,
연못가에 그림처럼 지어진 활래정 등이 정말 갈 적마다 좋은데
최멜라니아님과 함께 포즈를 취한 저 노거수 또한 기가 막힙니다.
선교장의 재 발견! ^^
그리고 빠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불타는 레드 커플 의상을 맞춰입으신 선남선녀, 우왕~~ 넘 멋지신 거 아닙니까? ㅎㅎ
정과 풍류가 가득한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네에, 고마워요.
선교장이 효령대군의 후손이 지은 99칸 집이라 하데요.
370년 역사라니
아마도 숙종 경종 영조조의 그 시절인 것 같습니다만
역사의 굴곡도 많이 품고 있겠지요.
인연이란
밤안개처럼 슬며시
담장을 넘어 오는 거라던데
그렇게 슬며시 넘어 오는 인연이
부도수표가 될지 가계수표가 될지는
하늘외에 아무도 모르는 일
선교장 노거수도
가을날의 짧은 동행도
석촌님 주머니에 있는 씨앗 한 알
용케 껍질을 벗기고 나온 그 씨앗들이
석촌님의 전생 인명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에, 그게 다 채스님이 판 깔아줘서 그랬던 거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