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거여-개롱-오금-방이’ 역세권에서 유일하게 상가거리가 형성된 곳이 개롱역이다. 5호선 동남권 라인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대단위 혹은 중소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번화상권보다는 주거상권이 형성돼 있다. 소규모의 업무시설들이 인근에 속속 들어서면서 역세권이 다소 활기를 띠는 양상이지만 유동인구를 흡수하기 보다는 지역중심의 안정상권인 셈이다.
개롱역 역시 다른 동남권 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근린공원으로 역 주변이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교육시설이 많다. 따라서 유흥시설 등이 적은 편이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주 수요층으로 하는 지역상권이다.
하지만 개롱역은 다른 역세권과는 차이가 있다. 역에서 가까운 1km 안팎의 도로 양측에 생활편의 근린상가들이 밀집된 특화거리 ‘개롱골 장군거리’가 조성돼 있어 여느 지역보다는 상권이 활성화돼 있다.
서울시 지명사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개롱역은 조선 인조 때 의주부윤인 임경업 장군이 갑박산에서 고리궤짝을 주웠고, 현재 가락제2동 개롱근린공원 위치에서 이를 열어보니 투구와 갑옷이 나왔다고 해 개롱(開籠)이라고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 갑박산은 현재 판교-구리간 고속도로가 가로 지르고 있는 작은 산으로 전해지며, 임경업 장군이 농을 열고 갑옷을 꺼내 입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1996년 3월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처음에는 역 이름이 개농역이었으나 이후 2000년 5월 개롱역으로 바뀌었다.
최상의 근린상권 형성 조건 갖춰
개롱역 1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제일 먼저 맞은 편에 오금공원이 보인다. 이 공원은 오금역까지 이어져 있다. 이 길을 따라 송파도서관, 서울곰두리체육센터 그리고 오주중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2번 출구 방면에는 학교가 많다. 982세대의 가락상아아파트와 뒤편에 있는 264세대 가락우창아파트를 지나면 보인중학교, 보인고등학교, 개롱초등학교가 있다. 2번 출구 끝자락에는 또 215세대의 오금삼성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4번 출구로 나오면 우선 맞은 편에 있는 고층아파트 대단지를 발견할 수 있다. 삼성래미안파크팰리스아파트로 모두 915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아파트 길을 따라 가동초등학교, 가주초등학교, 송파중학교 등도 보인다. 4번 출구 끄트머리에는 555세대의 가락극동아파트도 위치해 있다.
3번 출구에도 아파트가 모여 있다. 거여동사거리에 인접해 648세대의 가락삼환나우빌아파트와 672세대의 가락프라자아파트 그리고 1316세대의 문정시영아파트가 남쪽으로 뻗어 있다.
개롱역 주변에 2개의 대규모 근린공원, 7개의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소규모 아파트를 제외해도 총 5567세대의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거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근린상가 위주의 상권이 형성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역사배경과 연계된 상권 브랜드화 시동
개롱역 3번 출구로 나와 300~400m 걷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2차선 도로가 오금동 일대의 상가들이 몰려 있는 ‘개롱골 장군거리’다. 바로 개롱역세권의 핵심상권이다.
또 3번 출구 뒤편으로 단독 및 다세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이면도로를 따라 곳곳에 상가들이 산재해 있다.
장군거리는 송파구가 이곳에 위치한 상점가를 ‘장군거리’로 명명하고, 지난 2011년 5월 거리 입구에 상징조형물을 설치하면서 특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송파구는 임경업 장군의 전설과 지역 역사를 연계해 개롱골 장군거리를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지역경제의 활력이 될 수 있도록 상가번영회를 중심으로 매년 문화행사 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곳 장군거리에는 우선 인근 학생 수요로 대형학원에서 보습학원까지 학원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또 서울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권투체육관에서부터 실내 골프연습장까지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편의 시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업종은 음식점과 주점이다. 학생들을 위한 분식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고깃집, 횟집 등이 많다. 또 민속주점, 호프 등 다양한 주종의 술집들과 술 판매 위주의 카페도 있으며 노래방, 노래주점 등도 눈에 띈다.
물론 생활상권인 만큼 대형 할인마트들도 많다. 우리농산물마트가 장군거리 중간 사거리에 있고 대로변에는 유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이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군거리 도로변 외에 아파트 단지 대로변과 3번 출구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도 일부 상가가 들어서 있다. 4번 출구 방면 대로변에는 정선, 함흥냉면 등이, 이면도로에는 가야재한정식, 어도락, 아낙아구찜 등 대형음식점이 들어섰다.
이밖에 부담없이 한 잔 할 수 있는 소규모 주점들이 장군거리와 이면도로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번화상권보다는 주거상권으로 승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개롱역 상권은 지역주민들 뿐 만 아니라 주변에 소규모 사무실도 많아 점심때에는 장군거리 식당에 직장인들이 많고, 특히 식당의 경우 업종이 중복되지 않아 장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이 관계자는 “장군거리에 실평 49.6㎡(15평) 규모의 상가가 현재 권리금 4000만원, 보증금 1500만원, 월세 90만원에 임대매물로 나와 있다”며 “건물주와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곳 평균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정도 수준이다”고 소개했다.
개롱역은 이미 교통, 교육, 생활편의시설 등 주변에 생활환경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갖춰져 있어 인근 배후수요만으로도 상권 활성화는 충분하다는 게 주변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장군거리의 한 상인은 상권 평가에 대해 “장사는 목인데 장군거리가 브랜드화 되면서 점포 입지가 괜찮다”며 “가족단위의 고객을 많이 끄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롱역은 주로 거주인구만 있을 뿐 다른 고객을 흡수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 상권은 아니다. 때문에 상권 전문가들은 학생 수요와 거주민들을 상대로 하고 기존의 업종과 겹치지 않는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