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작고 연약한, 부모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영아 레오폴드가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수 많은 아저씨들을 향해 빙긋 눈웃음도 짓고, 자신을 달래기 위해 흔들흔들 놀이를 시전하는 부모에게도 까르륵 순진무구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영아는 집안의 천사이며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귀한 보물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레오, 넌 누굴 닮아 이리 귀여운거니? 새까만 흑진주 눈도 반짝, 오똑한 코도 반짝. 입도 반짝! 얼굴이 마치 나를 꼭 닮았구나! 머리카락 색은 그렇다 쳐도 눈동자는 그를 닮은 새파란 바다빛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혹시 성격은 그를 닮은 거니? 안 돼!!!
레오의 탐험일기-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서 가자~ 영아는 고개를 들었다. 한 없이 넓은 집안이 마치 거대한 모험을 하는 숲 같았다. 주변을 보니 자신보다 훌쩍 큰 거대한 아저씨들이 자신을 보며 까르륵 웃고 정체불명의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노란 옷을 입은 야옹거리는 검은 생명체는 영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 뒤 제 갈길 가고, 하얀 멍멍이는 헥헥거리며 달려와 영아의 뺨을 핥았다. 우와 세상은 정말 신기하고 재밌어! 룰루랄라~
어이 거기 지나가는 귀여운 꼬맹아. 이 베토벤 아저씨랑 까꿍놀이나 하지 않겠나? 난 말썽 꾸러기 꼬맹이들을 놀래키는 게 가장 좋거든!
아저씨가 꼭꼭 숨었네~ 자 이 아저씨 얼굴 어디로 갔게?
짜잔~ 이 아저씨 여기있다! 어때 재밌지? 재밌지? 재밌다고 말해! 이거 우리 어머니가 나 어릴 때 내가 울면 달래주려고 종종 해 줬던 놀이란 말이다!
우와 저 아저씨 얼굴 크다! 정말 원숭이처럼 신기하게 생겼네? 저 얼굴에 난 따끔따끔 한건 뭐지?? 솔직하게 말하면 저 아저씨 별로 재미없어. 시시해!! 하지만 거짓으로라도 안 웃어주면 저 이상한 아저씨가 삐져서 간식도 안 줄껄?
우오오오! 영아는 자신보다 두세배는 더 큰 손가락을 보며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커질 수 있는거야? 그리고.... 영아는 곧 그의 손가락에서 반짝거리는 황금과 붉은 루비 보석을 보고 눈을 빛냅니다. 저거 갖고 싶어요!
아찌 반지 줘요 반지 줘! 빨강색 반짝반짝!! 익.... 왜 안빠지는 거야?? 반지 내꼬!!
영아는 이 세상에는 단순히 힘으로만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있음을 오늘 깨달았습니다. 나도 반지 사 주세요!
에이 씨 지지. 영아의 반지 뺏기 혈투의 결과물. 어딘지 손가락에서 시큼털털한 냄새가 납니다....
하하 건방진 자식. 내 연인이 결혼 선물로 준 소중한 루비반지를 감히 함부로 줄 수는 없지! 어디 한 번 놀려나 볼까? 어차피 독일어는 알아듣지도 못할테니.
Du dummes Kind, schlag mich, warum gehst du nicht und trinkst noch etwas Milch?(바보 꼬맹이, 나를 이겨봐라 메롱! 가서 젖이나 더 먹고 오는 건 어때?
우아아아앙!!!!! 아저씨 미워 미워 때찌해줄꺼야!!
어? 저 꼬맹이 혹시 독일어 알아들었나??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본 베토벤은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그만 울어! 내가 장난으로 너 울린 거 알면 영감탱이가 나에게 꿀밤을 먹일거란 말이야!! 아 씨 전생에 결혼해서 애를 키워봤어야 알지! 까까 사줄께 제발 좀 그쳐줘....
영아는 무서운 아저씨 품에 안겨 서럽게 울고 다짐합니다. 언젠가 내가 훌쩍 커지고 저 베토벤 아저씨가 할아버지가 되서 약해지면 그때 실컷 주먹으로 두들겨패줄테야!
우리 아이 맛있는 모유줄까? 이 가슴을 물면 맛있는 초코우유가 나온단다!
유치한 아버지의 장난에 껌뻑 속은 레오는 호기심을 갖고 가슴을 물어봅니다. 물론 남자에게 모유 따위 나올리는 없죠. 아무리 물어도 우유 따위 나올리 없고 그런 자신을 보며 재밌다며 낄낄대는 아버지를 본 영아는 이 세상에 가짜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첫 쓴맛일까요....
우리 레오, 저런 이상하고 외설적인 아빠 말은 신경 쓰지 말고 나랑 분유 먹을까? 그런 의심스런 눈으로 보지 말렴! 빠는 만큼 진짜 우유가 나온단다!
우와아아아 맛있다 맛있어!!! 달콤한 분유에 반한 영아는 정신없이 젖병을 빨아댑니다. 이 달콤한 맛은 마치 천사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녀석 배 많이 고팠구나?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하게 살아다오! 하나뿐인 내 새끼가 잘 먹으면 부모는 안 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한 법입니다.
남동생! 이라는 새로운 생명체에 호기심을 느낀 누나가 레오를 향해 장난을 칩니다. 메롱~ 약 오르지? @#$%! 다행히 레오는 매우 재밌어합니다. 한번 더!!
모차르트: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분유 타 드릴까요? 아버지의 똥기저귀를 갈아드릴까요? 아버지에게 제 피아노 음악을 들려드릴까요? 레오폴드 모차르트 씨, 나의 아버지 사랑합니다!
살리에리: 아들에게 당신 아버지 이름을 따서 붙혀주고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다니, 과연 당신다운 놀이군요! 만약 당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아마 당신을 죽이려고 날뛰다가 혈압이 많이 오르셨을 지도 모르겠어요.
딸랑딸랑 딸랑!! 알로달록 나무 막대기가 꽃힌, 등근 원통 속 요란한 소리가 나는 색색의 구슬! 영아가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딸랑이에 흠뻑 빠진 유아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다는 듯 해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까르륵!
얌냠냠....새로운 것이 있으면 무조건 입에 넣어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물론 맛은 하나도 없지만요! 왜 사탕이나 과자맛이 나는 딸랑이는 이 세상에 없는 건가요??
딸랑....딸랑....딸랑.... 딸랑이가 꼭 영유아만 좋아하리란 법 없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유치하게 행동하지 말란 법 없잖아요? 전생 어린시절에 친구들이나 장난감이랑 제대로 놀지도 못했으니 이번 생은 실컷 놀다 갈래요!!
성인 딸랑이의 부작용- 반복적인 소리, 최면이라도 걸린 듯 눈동자가 사라집니다.... 딸랑...
신체 나이는 다르지만, 정신 연령은 비슷할 것 같은 이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놀이중! 아들, 이제 나도 그 자동차 한 번 갖고 놀면 안될까? 대신 이 코알라 인형 빌려줄께!
만약 전생에서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아마 매일 아침 여우같은 마누라의 눈총을 받으며 딴데 새지 말고, 술 먹지 말고 일찍 오라는 잔소리를 들었겠지. 아이를 업은 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을거고, 한 손으로 펜을 쥔 채 작곡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었으려나? 분유병을 빠는 아이를 보며 베토벤은 여러가지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분유는 무슨 맛일까? 모유는 아마 전생에 먹어봤겠지만. 젖병을 빨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배부르다며 아이가 내던진 분유병 속 남은 분유 절반. 묘한 호기심을 충족시켜보려 시도할 때, 뒤통수에 눈이 달린건지 독심술 마법이라도 익힌 건지, 영감탱이가 부엌에서 뒤도 안 보고 소리친다. 쳇, 이래서 눈치빠르고 교활한 영감탱이는 싫어!
살리에리: 젖병 혹시 부엌으로 갖다 주시겠습니가? 아, 혹시 말해두지만 베토벤군, 당신의 그 쓸데없는 호기심 충족으로 아이에게 니코틴과 알코올 냄새를 맡게 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헤헤.... 내 속옷 갈아입기도 귀찮아 죽겠는데 젠장! 난 왜 다시 태어나서 하는 일이 아기 똥기저귀 갈아주기야??
근심걱정 없는 야옹이와 레오. 세상 부럼없이 쿨쿨....
리스트 아찌 얼굴 하얀 거 반짝반짝! 물론 리스트는 영아가 왜 자신을 보고 미친 듯 깔깔거리는 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자신이 잘 생겨서 그런가 보다 하고 좋아할 뿐이죠!
아 슬슬 졸려.... 애 보기는 전생이나 지금이나 따분하고 졸리네.... 낮잠이나 자러 가야지!
리스트: 여기요, 드디어 레오가 잠들었어요! 그나저나 레오가 선생님이랑 꼭 닮지 않았나요? 이탈리안의 검은 눈동자, 백금발의 직모! 1750년엔 살리에리 선생님도 이런 모습으로 천사같이 요람에서 잠들었었겠죠?
모차르트: 활발하고 까부는 성격은 저를 닮았어요! 그래서 좋아요. 아마 안토니오를 닮았다면, 저에게 세상 근엄하고 딱딱하게 말했겠죠. "아빠 무언가 할땐 충동적이지 말고 신중함을 기르세요!." 라고요. 얼마나 따분하겠어요!
레오의 저녁 식사 시간. 첫 이유식 도전! 수 많은 어른들의 기대와 환호를 받느며 레오가 첫 식탁에 앉았습니다. 우리 레오가 거절하는 이유식 고르는 사람이 오늘 한 턱 내기하자! 어때? 물론 레오는 어른들의 실험(?)비밀은 알지 못한 채 그저 생글생글.
당근? 무언가 새콤해서 좋아요! 아삭아삭 맛있어요! 적어도 아이가 채소 편식을 할 일은 없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영아가 스스로 음식을 쥐고 먹어보게 했을 때. 물론 치우는 건 부모의 몫이겠죠?
위우우웅~ 베토벤 비행기 들어간다! 으깬 레몬을 맛보시겠습니까?
분유보다 맛있는 게 세상에 존재하다니!!! 음식을 더 내 놓으라며 귀엽게 눈이 커지고 입을 한껏 벌립니다. 아~
윽 시큼털털해! 사과 안 먹어 이런 건 너나 먹어 키다리야!! 단호하게 손으로 거절할 줄도 아는 똑똑한 영아.
에이 씨 오늘 용돈 다 털리겠네! 술값을 내야 할 아저씨의 한숨은 오늘도 깊어갑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애 목욕시키고 빨리 재우라니까 둘 다 뭐하는거야!!! 만화 그만 보고 당장 씻어! 하여간 저 빌어먹을 만화를 못 보게 하든 가 해야지 원.
어디보자 우리 레오, 물 온도는 따뜻하니? 부드러운 거품이 많아서 신기하지!
오리 꽥꽥! 우리 이 물오리 갖고 놀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란다!
깜짝 놀란 모습이 귀엽구나! 어찌 이리 눈동자가 귀엽지? 마치 신혼 첫날 밤 술에 취한 마에스트로를 씻겨줬을 때의 반응이랑 똑같아! 그때도 커다란 눈동자가 귀여웠지. 물론 그가 따귀로 날려먹은 내 뺨은 덤이었고.
레오, 이 쇼팽 아저씨가 책 읽어주마. 아.... 전생에도 여동생에게 비슷한 걸 질리게 읽어줬는데. 자 오늘은 코델리아와 배우는 도형이야기- 프랑스어 판이란다! 재밌으려나?
Cercle, triangle, carré-Cent, vingt,trois....최선을 다해 레오에게 자신의 연기 실력을 발휘하여 동화를 읽어 주었지만, 레오는 쇼팽이 첫 줄을 읽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없었나.... 쇼팽은 어딘지 서운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잘 자라 귀여운 아가야.
우리 사랑하는 레오, 잘 자렴! 꿈나리에서 멋진 요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구나! 쪽~
볼프강, 아직 안 자고 있었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불면증이라면 당신도 자장가를 불러주고 안아드릴까요?
고마워요 내 사랑, 나에게 귀여운 보물을 낳아주어서. 혼자 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출장 때문에 손도 못 잡아주고 옆에 있어주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침대에 누운 당신은 불평 한 마디 없이 그저 아이를 보여주며 해맑게 웃고 있었죠. 남은 생은 아이도, 당신도 혼자 외롭게 두지 않을 거에요, 나의 안토니오 사랑해요!
사랑과 미안함을 담아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합니다. 내 맘 알죠?
으아아앙 과자랑 사탕 더 먹고 싶어요. 과자 더 주세요!!!
레오, 이가 썩을 수 있으니 과자랑 사탕은 하루에 한 개씩만 먹기로 약속했잖니. 너 자꾸 그렇게 떼쓰고 울면 저 다리 밑에 사는 진짜 엄마에게 도로 보내버릴 줄 알아!!
아이: 잉....그게 무슨 소리야! 안토니가 내 엄마잖아. 다리 밑에 진짜 엄마 있어?
아이: 아빠 진짜 저 다리 밑에 레오의 진짜 엄마 아빠가 살아요? 나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요?
모차르트: 그럼! 너 다리 밑에서 주워온 거 맞아. 다리는 다린데 마에스토로 다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당장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지 못해! 빌어먹을, 아이나 아빠나 수준이 똑같군.... 구멍난 도구(?)만 안 썻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