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보니
싸리눈이 내린다
오랜만이 아니라, 거의 있을 수 없는 날이다
한국에 한파가 이곳에 까지 눈을 내려 주다니..
늘 걷는 나의 산책로, 죽도에 핀 설경을 보러 나섰다
집에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다리를 건너 계단을 올라 신사에 합장을 하고 내려와 섬을 한바퀴 돌아 나오면 산책 끝.
바다 한 가운에 떠 있는 죽도에 하얗게 눈이 덮혀 있다
몇 십 년을 이곳에 살고있지만 처음보는 광경이다
햇살에 비친 윤슬까지도 눈처럼 보인다
雪에 굼주린 요시의 착시현상이다
죽도로 가는 이 다리는 왕복 800미터
햇볕이 강한 낮에는 거의 안나서는데 오늘은 눈이 내리기에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마치 철부지 강아지처럼..
아침 7시쯤 이곳에 서면 일출이 장관이지만 바쁜 아침시간이라
조식을 준비하며 창문에 비친 일출로 언제나 하루를 맞이한다
그러나 가족이 쉬는 주말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느긋하게 산책을 즐긴다
언제 와 봐도 원주민(?)들은 거의 안 오고 온천여행 온 사람들만 오고 가는 곳
서울 남산근처에 집이 있는 내가 15분 거리에 서울타워를 안 가는 것처럼..
중국처자들인가 보다
뜻밖에 설경을 담느라 이리뛰고 저리뛰며 쏼라쏼라 환호성이다
해변의 문학기념관
문학관 실내에는 다다미 방이 있는데 그 옆에 저렇게 의자 하나가 놓인 툇마루도 있다
다리가 불편하여 다다미 방에 정좌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일 거다
다다미 방도 좋지만 나는 가끔 저 의자에 앉는다
무심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든다
문학관 정원도 하얀세상이다
黑松이라 적혀있네
흔히, 분재 받침으로 쓰이는 흑단이 흑송으로 만드는 것인가?
해변문학관 장소는 그 옛날 유명한 요리집이었다고 한다
장소도 정원도 당시 그대로이고 건물만이
개인이 사사한 집으로 대체해서 그런지 뒷 정원에서 보면
일반집과 다름없이 보여 정감이 간다
문학관 마당에 새들의 발자욱이 여기저기 나란히 나란히
해변 문학관 실내는 언제와봐도 늘 정갈하고 깨끗하다
관내엔 이 고장에 인연이 있는 문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오른쪽 첫 사진은 43년 전 '雪國'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다 야스나리'다
그가 쓴 천 년 학이란 소설에도 이 고장이 나온다
천황도 다녀간 竹島는 옛 문인들도 사랑하던 조용한 마을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바쁜 일탈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러 일부러 이곳에 들를 때가 있다
바다를 끼고 있어 멋진 카페도 더러있는 동네지만
조용한 다다미방에서 마시는 '抹茶' 는 풍경에 맛을 더 해준다
그야말로 心身이 쉬는 공간이다
문학관을 나오니 눈이 많이 녹았다
옆에 있는 프린스 호텔에 가 봐야 겠다
고풍으로 지어진 프린스 호텔
그 옛날 천황도 묵고 갔다는 격조높은 호텔이다
예전에 나의 친구가 놀러왔을 때 이 호텔에서 이틀을 머물렀는데
바다에 떠오른 일출과 노을이 장관이었다고 지금도 만나면 목소리를 높인다
오랜 역사를 가진 '스테이크 하우스 '
사랑에 언약을 하러 이곳에 놀러오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함께 바라본 풍경속에 천년약속도 들어있다
5월에만 오픈하는 아름다운 잔디밭이 오늘만큼은 白野다
해변문학관 내에 옛날 사진이 있어 찍어왔다
자세히 보니 당시엔 해수욕도 즐기는 곳이었네
지금은 겨울이라 수묵화에 가까운 풍경이지만 사진에서와 같이
5월이면 온통 철쭉으로 오색창연하다
거리에 가로수도 철쭉이니까.ㅎ
사진은 프린스호텔 내에서 매년 5월 5일에 열리는 '茶果會'
작년에는 참석했었는데 올해는 동유럽 어딘가에 있겠지
온통 철쭉인 호텔 오솔길은 봄이 되면 황홀하리만치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꽃길이다
茶道家의 지붕에도 눈이..
일본 전통요리집이다
바다 해산물과 횟감이 싱싱하여 일식 맛이 일품인 곳이다
동경에서 일본요리를 먹으며, 새삼 이곳이 얼마나 맛있는 곳이었는지 실감을 했다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조용한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신선하고 예쁘게 차려진 요리를 즐기러 나는 이 집으로 온다
프린스 호텔에서 내려서면 다리입구에 신사가 있다
400미터 다리를 건너 많은계단을 올라 죽도섬안에 있는 신사까지는
좀 거리가 있는데 굳이 그곳을 안가도 간단히 이곳에서 합장이 가능하다
사진에서와 같이 신사입구에는 우리나라 해태상 비슷한 동상이 꼭 있다
오른쪽은 입을 벌리고 왼쪽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
입을 벌려 첫 울음을 터트리는 것과 죽을 때는 입을 다물고 말없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자국언어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서일까
히라가나의 처음 '아'와 끝의 '응'에 비유한다
아까 본 중국처자들이다
중간에 서 있는 아저씨가 비둘기와 갈매기들에게 식빵을 주다가
너무 춥다며 자기대신 처자들에게 던져주라고 3봉지를 건네준다
몰래 찍은 사진인데 저 아저씨의 움추림이 사진으로 봐도 무척 추워뵌다.
장갑이 필요없을 정도로 따뜻한 곳에 눈이 왔으니
원주민들이 놀래는 날이다.ㅎ
처자들이 식빵봉지를 갖고 다리에 서자 눈치빠른 갈매기들이
소리지르며 날라와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이룬다
늘 주인행세를 하던 비둘기들도 그 기세에 놀라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다
바다에서 뱃짱을 키워온 갈매기들 앞에선
꼼짝 못하는 비둘기들..
눈맞이하러 뛰어 나왔는데 서산쪽에 해가 비친다
이왕 나온김에
여늬때처럼 섬이나 한바퀴 돌고 가야겠다
조금전에 떠나온 프린스호텔도 중국처자들도 갈매기들도 멀리 보인다
다리를 건너오면 108개 쯤되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신사 안에 들어서면 천황이 식수한 나무도 있다
바다위에 떠있는 야오도미 신사
저 길로 내려서면 바로 바닷가로 이어진다
모놀송년답사 때에 김시습 부도 앞에 소나무도 龍枝가 많았는데
이 신사엔 용신을 모셔놓은 곳이 있어 늘 보던 가지들이라
그때 그 곳에서 본 소나무가 내 눈엔 특별히 보였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용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아까도 말했지만,
원주민들은 거의 안 온다
저 곳에 서 있는 사람들도 중국인들이었다
이곳에도 요즘 중국인노동자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오늘은 휴무이니 저들도 편안해 보인다
신사를 내려와 섬을 한바퀴 돌고 있으면 이런 풍경들이다
바다를 향해 휘어진 동백나무들이 얼마나 많은지
꽃피는 2월엔 동백나무숲을 걷고 있는 요시도
어느새 동백아가씨가 된다.^^
식빵 탐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인
갈매기들이 배가 부른지 다리 난간에서 한 숨 돌리고 있다
온천여관
서울에 오는 눈에 비하면 알량하기 짝이없는 싸리눈이었지만
나도, 저 가족도 오랜만에 내린 눈으로 흥분에 시간이었다
녹고있는 눈이 아까운지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첫 사진엔 눈이 제법 하얗게 쌓였었는데
어느새 녹아 겨울잔디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함박눈도 아닌 싸리눈에 뛰어나간
불쌍한 요시..ㅠㅠ
몇 주 전 이야기지만, 오늘 잠시 시간이 나서 사진을 꺼내보니
지난 겨울 이야기 같다
오늘은 아주 화창하다
서울에도 이곳에도 곧 봄이 오겠지
흐르는곡인 "Passacaglia"는
아일랜드 태생의 바이얼리니스트 Fionnuala Sherry와
노르웨이 태생의 작곡가 Rolf Lovland 로 구성된
듀오 "Secret Garden"의 2001년도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 Dreamcatcher에 수록된 곡으로
슬프도록 애절하면서 애수어린 선율이 가슴을 저미는 곡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성악가 김동규의 '낮선 재회'라는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랫말로 불리워지기도 했죠.
요즘 한국에는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대장님 게시글에서 본 '현빈' 시리즈에서
눈치챘습니다.ㅎㅎ
첫댓글 오랜만에 시크릿 가든 곡을 꺼내 들어봅니다.
따뜻한 봄날에 서울에 가면 '낯선 재회'가 되지 않도록 자주 모놀해야 하는데...
참 조용해보이는 곳이네요! 덕분에 앉아서 좋은 경치 감상합니다~~~
온천지대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조용한 곳이고
버스비가 엄청비싸 거의가 자동차로 다니기 때문에 걷기좋아하는 요시가 걷고
있으면 왠 이물질? 하고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요.ㅎㅎ
요시님의 사진은 늘 감동을 주지만 오늘은 애수어린 선율에 빠져 더 감동적이였어요~
조금만 나가면 그렇게 좋은 산첵길이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오랫동안 즐겨듣는 시크릿 가든의 곡인데
현빈대장님 덕분에 오랜만에 들어봤네요. 향언니도 이런 음악 좋아하시는구나.^^
너무멋진곳이네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해요.
다음엔 바다를 메워 만든 시파라다이스를 소개할께요.
요시님과 함께 죽도를 한바퀴 휘~이 둘러본 기분입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소식 반갑습니다.
구슬옥 님, 추운데 잘 지내시는지요?
옛 묵객들이 사랑했던 죽도엔 조개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래사장엔 온통 조개껍질입니다. 갑자기 조개이름들이 생각 안나네.ㅎㅎ
벌써 재작년인가요. 군산송년답사에서 맞았던 월명공원의 함박눈이 생각납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올해는 그런 함박눈을 맞질 못했네요.
애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아름다운 경치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어제부터 3일 연휴인 일본엔 기온이 내려앉아 어제도 눈이 조금 내렸었네요.
저는 따뜻한 규슈로 출장을 다녀왔기에 못 봤는데 흔적이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눈이 귀한 동네.ㅎㅎ
아항~~요시언니 사는 동네 모습이 저렇구나.
단정하니 전형적인 일본 풍경이야요.
언니~~현빈씨 보러 언제 오능겨라?
혼모노 현빈씨가 누군가 검색해보니 군대가고 읎던데.ㅎㅎ
어서 봄을 건네주오, 니세모노 현빈씨 만나러 가게.
굳이 일본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본임이 느껴지네요 참 이쁘고 정갈합니다 서울의 눈을 빌려서리^^ 비행기에서 볼게요
이곳과 교류를 맺을 도시는 없을까요?
콘세르쥬 자격증은 따 놓았으니 언제라도 러브 콜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ㅎ
그곳에 가면 복잡한 마음도 Automatic으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ㅎㅎ 동백꽃에 내린 눈이 인상적입니다..
계절적으로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봐도 동백꽃이 피어있으니 눈은 상상도 못해 본
곳이었죠.ㅎ 산책을 하다가 한가지씩 꺾어와 꽂아놓습니다.
지금도 집안 곳곳 화장실까지도 동백꽃 천지입니다.ㅎㅎ
전화를 해도 금방 만날수 없는 먼곳에있다고 생각하니까 ~ 언니가 더 보고싶어지네요..
같이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다고 하니 으찌된 일인지..
산도 아닌, 동유럽 여행이잖우..
많이 섭섭했다오!~~ㅠ
언니...
올해는 눈이 넘 많이 와서 사고두 많았구...
이젠 눈이 무서워...ㅎㅎ
언니랑 11일동안 거리를 누빌걸 생각하니 좋다~~~
그렇다고 들었는데 철없는 요시는 雪에 눈이 멀어~~ㅠ
먹는커피..그거,그거..기억하고 있다오~
어라?
어제 분명히 답글 썼는데..어디로 사라졌지?
요시님을 본지도 오래됐어요.
무언가를 보면 골똘히 ..사색하는 요시님이 내 머리속을 맴돌아요..
야사시이 요시님! 그냥 불러봤어요^*^
참 이상해요, 어젯밤엔 뜬굼없이 토끼성님 꿈을 꾸었어요.
저도 점점 신에 가까히가고 있나 봅니다.ㅎㅎ
잘 생긴 손주는 많이 컸지요?
난다까 우레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