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이 쏟아졌다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난다.
카페에서 차나 한잔할까 하여 아내에게
'눈내리는 것을 보니 당신하고 폭설에 고립되고 싶다 카페에서 차나 한잔하자' 하였더니
'그라모 집에서 고립되면 되겠다'고 한다
'그래도 눈오는 분위기인데'
'머리에 눈내린지 언제인데 당신은 아직도 철이 덜 들었소'
'눈은 모두의 허물도 다덮어주는데 당신은 감성도 없나'
'나는 눈이 당신 정신머리를 덮어주면 좋겠소'
'우쒸, 밖에서 차 한잔하자는데 정신머리는 또 무슨 소리고?'
분위기와 감성쯤은 있으면 좋으련만 꽁꽁 언 얼음처럼 정신이 확깬다
그런데 커피는 왜 타오는데
2023. 12. 30
#폭설에고립되고싶다 #허물도덮어주는데 #커피는왜타오는데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일러스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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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 폭탄이 높은 온도에 녹아내리니 질척이는 거리
내리시니 아름다워 보여도 그것도 잠시이고요.
나이들어 눈 길 걸으려면 무서움이 먼저이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