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새끼 거위라는 뜻을 지닌 오카리나는 흙으로 빚어 손아귀에 넣고 연주하는 관악기다.
천상의 맑은 기운을 담은 흙피리의 신묘한 음색과 음률이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대자연의 품 속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순수한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는 흙피리 신동(神童),
그가 이제 세상에 그 맑음과 밝음의 기운을 흘려 보낸다. 이 것은 이 땅을 살려내는 하늘의 음악이다.
원래 흙피리는 중국 은나라의 유물 가운데 발굴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악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인 훈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동양의 흙피리에 매혹된 한 이탈리아인이 약 200년 전에 구멍을 몇개 더 뚫어 만든 악기가 오카리나입니다.
오카리나는 일본인 연주자 소지로의 실크로드와 대황하를 통해서 우리도 익숙해 있는 악기입니다.
다만 흙피리 소리뒤로 신디사이저의 어울리지(?)않는 음이 기분을 조금 불안스럽게 하는군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삼단 같은 머리에 개량 한복 차림의 부자가 지리산 자락에서
음악과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다.
한태주는 국내에 연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카리나의 연주법을 혼자 힘으로 터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국내에서 명상용 오카리나 음반이 제작된 적은 있으나 순수 연주곡으로는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아마도 안개 낀 산 봉우리, 산마루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 아빠와 물장구치며 놀던 계곡의 물소리
이모든 것들이 자연의 숨결이 바로 음악 교재이자 선생이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일곱살 생일선물로 이 깜찍한 악기를 한 음악 선배한테 받았다고 한다.
태주군은 갖고 놀것이라고는 자연밖에 없었을 테니 오카리나를 손에 쥐고 자랐고,
지난 8월 부모님의 사랑을 천지(天池)로 표현한 '하늘 연못'을 타이틀곡으로 오카리나 음반(CD)을 냈다.
음악을 좋아하는 태주는 초등학교를 끝으로 제도교육과의 결별을 원했고 부모들도 선뜻 동의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결박하는 제도교육의 폭력에서 벗어난 태주는
자신의 해방구인 계곡을 쏘다니거나 물놀이를 하며 숲의 향기에 취해 온전하게 산다.
태주의 학교에서는 노는 게 수업이다. 물과 바람과 놀고 풀잎과 어울리면서 생명의 숨을 익힌다. 흙피리 연주자인 그는 따로 스승을 두지 않았다. 그를 빼어난 연주자와 작곡가로 키운 것은 혹독한 연습이나 비싼 수강료가 아니라 노는 대로, 느낌을 갖는 대로 허락한 자연이었다. 만약 태주가 제도교육에 얽매였다면 그의 소리는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냥 열여섯 소년에 불과했을 것이다.
태주는 최근 '하늘연못'이란 타이틀로 흙피리(일명 오카리나) 연주음반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담긴 10곡은 태주가 지난 2년 동안 숲과 바람, 물소리에 취해 만든 창작곡이다. 대표 곡인 '하늘연못'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고, '물놀이'는 계곡 물에서 놀던 느낌을 담은 경쾌한 곡이고, '고구려 벽화의 노래'는 벽화의 감동으로 만든 곡이다.
태주가 흙피리를 불면 그의 친구들인 새들이 모여든다고 했다. 새들은 태주의 흙피리 소리에 취해 아무 평도 하지 않았지만 이 소리를 듣던 김지하 시인은 '외로운 한 신의 소리'라고 치하했고 송순현 정신세계원 원장은 '천상의 맑은 기운을 담은, 이 땅을 살려내는 하늘의 음악이다'고 감탄했다.
흙피리는 흙과 물과 불의 조화로 만들어진 자연의 악기다. 이 악기는 먼 옛날 산봉우리에 올라가 이웃 마을과의 연락을 주고받는데 쓰여졌다고 한다. 그런 만큼 흙피리는 어떤 악기 소리보다 멀리 퍼져나가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악기로 평가받고 있다.
한치영씨는 "우리 국악기 중에 '훈'이라는 이름의 작은 종 모양의 악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흙피리의 일종이다"며 "200여년 전 소리를 처음 접한 한 이탈리아 사람이 이 악기를 가져가 구멍을 몇 개 더 뚫은 뒤 서양음계인 7음계로 만들어 오카리나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악기로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이 악기가 사실은 우리의 고유 악기라는 설명이다.
김지하 시인은 강화도에서 처음 태주의 흙피리 소리를 들었다. 시인은 소리를 듣고 '흙의 소리요 바람의 소리'였다고 표현했다. 시인은 또 "기껏해야 열 여섯 소년의 소리가 그토록 외로운 것은 인간은 본디 자기존재의 방에 있을 때엔 외롭다"면서 또 "태주는 지금 그 외로움을 날세우기 위해 자연 속에 있다"며 '흙바람'에 담긴 신비의 소리를 영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법스님(실상사 주지)은 지리산 실상사 찻집에서 태주의 흙피리 소리를 감상했다. 스님은 그때의 흥취가 "절 마당의 천년 고요가 한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이었다"며 "아름다운 풍경 덕분인지, 멋진 흙피리 소리 덕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고 좋은 기분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열 여섯 산골소년 태주는 자신의 흙피리 소리로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한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가 되려는 욕망보다 탐욕의 가시에 찔린 부상자들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은 스승이자 친구인 자연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