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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여름휴가의 달콤함은 어느 즐거움과도 바꿀 수 없다. 바다로 산으로, 국내로 해외로, 휴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 수백만 인파가 북적이는 해운대 해수욕장이나 물 반 사람 반의 용추계곡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부대끼며 살았다면 아무도 없는 무인도는 아니더라도 나 혼자 혹은, 가족들과 은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어떨까. CEO들에게, 친구에게, 아내에게도 말하기 싫은 나만의 여름휴가를 물어봤다.
성석종 럭스피아 대표의 ‘블랙스톤 리조트’
애들은 요트 아빠는 골프
삼다도에 1석3조가 있네
광반도체(LED)전문기업 럭스피아의 성석종 대표 가족은 제주도의 블랙스톤 리조트만 가면 따로 또 같이 놀 수 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휴양과 건강을, 아내와 성 대표는 골프와 책읽기를 만끽할 수 있다.
블랙스톤은 가족과 커뮤니티 단위를 타깃으로 한 고급 종합 휴양 리조트. 제주의 원시림 지대에 자리하여 승마, 요트, 스파까지 즐길 수 있다. “골프장 홀과 홀 사이 천연자연림에 위치해 수목 향과 수려한 경관을 느낄 수 있는 자연 친화적 빌라는 거실의 문을 열면 아름드리나무의 여린 초록 잎이 손끝에 와 닿죠. 새소리에 아침잠을 깨고 나면 오크우드 향이 사뭇 오스트리아의 고성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골프코스는 원형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그대로 보전해 양쪽에 늘어서게 함으로써 유구한 역사를 가진 외국의 명문 골프코스를 연상케 한다. 네 개의 홀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레이아웃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1번 홀에서 출발해, 남쪽코스로 접어들면 수묵화 같은 풍광이 펼쳐지고, 북쪽코스 7,8번 홀에서는 한라산의 장엄한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또한 산악자전거에 올라타 길게 늘어진 트레일을 따라가면 석양노을 가득한 금빛 바다와 한라산의 포근함에 휴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인근 협재 해수욕장에 자리 잡은 마리나 클럽은 또 다른 매력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가끔씩 올라오는 갓돔, 우럭 등을 낚는 맛, 미술관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맛 멋이 어우러진 식당도 일품이다. 20년 이상 미술품을 수집해 온 성 대표에게 클럽하우스, 호텔, 스파 시설에 장식된 수많은 작품들은 휴양지 그 이상의 장소이다.
이석구 웨스틴조선호텔 대표의 ‘해운대’
북적대는 해운대…
새벽·밤·산책로가 진경(眞景)
이석구 웨스틴조선호텔 대표는 ‘새벽 걷기’예찬론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주변 올림픽 공원이나 석촌호수를 한두 바퀴 걸으며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하루의 생각을 정리한다. 출장을 가도 호텔 근처를 5㎞정도는 꼭 걷는다. 세계 각국의 산책로를 돌아본 그가 최고로 꼽는 곳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이 있는 해운대다. 애사심 때문인지 물어도 진짜라고 답한다.
여름이면 수백만 인파로 북적이는 해운대는 예부터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했다. 신라 말기 학자 최치원이 난세를 피해 해인사로 들어가다 절경에 감탄하고동백섬에 돌을 쌓아 대를 만든 후, 바다와 구름, 달과 산을 음미하면서 이 바위에 새겨 넣은 이름이 해운대(海雲臺)다. 이후 1000년 동안 해운대는 당대 명망가들의 별장지로 인기를 모았다.
2006년 부산에서 APEC이 개최되면서 해운대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고 산책길도 좋아졌다. 코스는 해운대 해변과 동백섬을 따라 도는 두 개가 있다. “해운대 해변 가로등을 따라서 잘 조성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지만 운동도할 겸 모래에 맨발을 담그며 걷는 게 좋습니다.”
동백섬 코스는 동이 트는 새벽 햇살을 받으며 바다 바위 위로 전망대를 따라 절경이 펼쳐진다. 달맞이 고개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해운대 해변에서 광안대교의 시원한 모습으로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이석구 대표는 때로는 최치원이 새겼다는 암석의 글을 음미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지나 여러 바퀴를 속보로 돌기도 한다.
김혜정 듀오 대표의 ‘보길도’
멀미하며 발굴한 땅끝
20년을 잇는 마음의 고향
20년 전 김혜정 대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처음 받아 든 여름휴가. 친구와 서점에 들러 우연히 발견한 곳이 보길도다.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큰 유람선이 드나드는, 명소가 됐지만 당시에는 교통, 숙박 알아보는 것조차 고생이었다. 국문학을 전공했던 김 대표의 친구 설득에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의 흔적이 담긴 곳을 가게 되었다.
두 여자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배 멀미를 참아가며 1시간여 만에 보길도를 찾았다.
보길도는 조선 중기 문인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패배 소식에 세상을 등지고 제주도로 가는 도중 그 경관에 취해 여생을 보낸 곳이다.
윤선도가 ‘어부사시사’를 지었다는 연못 위 정자인 세연정을 비롯해서 바둑알 크기의 까만 갯돌이 가득한 예송해수욕장,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해송림,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로 귀양 가는 길에 머무르며 바위에 글을 남겼다는 글 씐 바위, 봉우리가 뾰족하게 생긴 탓에 이름 지어진 뾰족산 등을 마주했다.
이후 김 대표에게 보길도는 삶의 안식처였다. 복잡한 일이 있을 때면 찾게 되는 단골 장소가 됐다. 갓 대학을 졸업한 여자는 이제 주부로 엄마로 사업가로 바쁘다. 보길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간혹 가만히 앉아 명상에 잠기면 세연정, 예송해수욕장 등이 눈앞을 스친다.
“올해는 꼭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보길도를 다녀올 겁니다. 아이와 함께, 엄마의 20년 전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말이죠. ”
손국일 디지털큐브 대표의 ‘실미도’
을왕리 찍고 무의도 돌아
실미도서 마무리 하세요
소주와 삼겹살, 포장마차 분위기를 즐기는 손국일 대표. 여행도 여권, 비자 들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거창한 해외여행보다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국내 여행을 즐긴다.
작년 가족과 을왕리, 무의도, 실미도 코스를 잡았다. 을왕리에서는 해수탕을 즐기며 피로를 풀고, 무의도에서는 4륜 바이크를 타고 국사봉 산행을 했다.
영화를 좋아한 그는 마지막을 실미도로 택했다.
“이른 여름을 찾는 이가 뜸할 때 떠나 한적하고 편했죠. 아이들과 같이 목욕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 동안 쌓인 피로가 자연스레 사라지더군요. 갯벌에서 조개도 줍고 아이들에게는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됐습니다. 실미도라는 영화를 본 뒤 꼭 한번 가야겠다고 맘 먹었죠. 안성기 설경구 등이 혹독한 훈련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가족은 원래 아빠 빼곤 비행기 타고 가는 해외여행을 원했다. 불만으로 시작한 여행이 실미도를 나올 때는 가족애를 재발견하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패션디자이너 케이 킴의 ‘코모’
패션 영감 떠오르는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곳
패션 디자이너 케이 킴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히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고 싶을 때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 코모로 향한다. 밀라노에서 동북쪽 기차로 30여 분을 달리면 마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둘러보기 어려운 곳이기에 여행객들이 많이 북적거리지 않아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마을을 끼고 돌면 Y자 모양의 코모 호수를 만나게 된다. 스위스 접경의 알프스산맥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태양과 안개가 낀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이다.
이곳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산기슭을 따라 곳곳에 자리한 그림 같은 빌라, 호화로운 별장도 하나의 관광명소가 됐다. 또한 산중에 자리 잡고 있거나 선착장을 끼고 형성된 매혹적인 마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벨라지오라는 지명의 마을은 좁은 골목. 골목에서 낡은 돌계단 하나하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분수쇼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이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벨라지오에서 만난 시공을 초월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빨리 만들고 빨리 팔고 빨리 사라지는 바쁜 현대 속에서 아름다움, 패션을 다시 생각합니다.”
심상돈 스타키보청기 대표의 ‘해살이 마을’
고향에서 일하고 해수욕장서 피로 풀어
심상돈 대표는 여름이 되면 강릉의 ‘해살이 마을’을 즐겨 찾는다.
대관령의 끝자락인 강릉시 사천면 사기막리에 위치한 해살이 마을은 산과 계곡,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대관령, 그 계곡을 감싸 도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용연계곡, 그리고 마을과 15분 거리에 위치한 사천해수욕장은 짧은 휴가를 더 짧게 느끼게 해준다. 심 대표는 해살이 마을에서 그물 하나 둘러메고 천렵을 하던 추억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보기도 하고, 논에서 첨벙거리며 잡는 미꾸라지를 잡는 재미를 느끼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린 뒤 인근 코발트 빛 물결이 출렁이는 사천해수욕장으로 달려간다.
심 대표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 영업사원을 말한다고 한다. 전국을 쉴 틈 없이 누비기로 유명하다. 1년 전 해살이 마을을 알게 되었고 올 여름도 그곳을 휴양지로 선택한 것.
“천혜의 자연조건을 맘껏 누릴 수 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낭만이 공존하고, 농촌사랑과 체험을 실천할 수 있어 내게 있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는 곳이죠.”
총수들 휴가는
쉬면서도 사업구상…
대기업 총수들은 최근 고유가, 환율 불안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휴가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예 휴가를 떠날 엄두조차 못 내거나 설사 시간이 나더라도 출장을 이용해 휴가를 함께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 총수들의 휴가라고 해봤자 집에서 가족들과의 휴식이 고작이었다. 물론 이 시간마저도 숨가쁘게 달려온 상반기를 돌아보고,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는 데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 회장은 휴가를 국내에서만 보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올해도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책 읽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할 계획. ‘일등기업’을 강조해 온 그는 여름에도 그룹의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은 지은 지 얼마 안 돼 그야말로 성에 가깝다. 경사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외벽과 건물의 구조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과 비슷하다. 지하 2층에 지상 1층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있으며 지하철 한강진역에서 하얏트로 올라가는 길 가운데 툭 튀어나온 커브 길에 위치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자주 찾지 못한 모친 이순정(99) 여사를 보러 이틀 정도 시간 내어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나머지는 하반기 경영구상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신규 취항마다 모친을 모시고 다니는 등 효심이 지극하다. 박 회장은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거쳐 67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부인과의 사이에 세창(28, 연세대 생물학과 졸업)과 세진(25 이화여대 가정학과 졸업) 남매를 두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중국 비즈니스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어 특별한 휴가는 없고 중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들을 보러 잠깐 시간을 낼 예정이다. 지방 사업장 방문 등 정상 업무할 예정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짧은 여름휴가를 보낸 후 지주회사 전환, 대규모 리조트 단지 개발계획 등 최근 그룹 내 현안으로 떠오른 사업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조석래 효성 회장은 7월 말 전경련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하계 세미나를 휴가로 대체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