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1월 29일)
눈이 아파서 핑계거릴 찾다가
설날 당일 비가 온다하니
부모님 살아생전 효도란건 해보지 못한죄 성묘라도 빼먹지말자 하고
미리 찾기로 했다.
별 볼일 없는 놈이 조상 찾고 족보 찾는 셈이다.
오후 3시 45분 수락산역에서 의정부 시외버스터널 도착, 마침 도착한 인천행
버스를 이용 4시 50분쯤에 원당 고양시청앞 하차
누가 보면 좀 의아할 일이다.
“무신 죄를 지었길래 어스름한 저녁에 조상을 찾느뇨?”
원당 인근에 있는 지회장님 호출
간단스럽게 싱겁디 싱거워진 소주를 탓하며 5병을 제꼈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 천번은 되었을 자리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싱거워진 소주만큼이나 대화도 싱겁다.
앞에 있는 음식맛이 어떻니, 산행이 어떻니…
여기서는 썰 풀기 좋아하는 주인장은 스타일을 아낀다.
퇴직하면 뭐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연구는 번번히 뒷전으로 돌리는 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오면서 지 좋아하는 것 하나 만들지 못했다?
살아온 인생을 심각하게 반성할 일이다.
가야할 곳이 너무 많고
걸어야 할 길이 너무 많은데,
평생을 읽어온 책보다 앞으로 읽어야할 책이 더 많이 남아 있고,
온누리에 펼쳐진 음악을 찾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는일,
남은 인생에서 나의 부족한 지적능력을 도와줄 동무 찾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해서 요즘 술 먹은 다음날 몸상태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게 되면 조바심이
지나쳐 나한테는 큰 스트레스다.
둘 째날(설날 전날)
연구소가 앞으로 3일간 휴업
실직자 기분이다.
명절 이브 수락산 먹자골목 코다리찜 집
명남, 성훈, 성범,나중에 합류한 광석
독거(?)중늙은이 위안의 밤이다.
담대한(?) 대화의 밤이다.
무신 대화가 그리 있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자정을 넘기고...
이번 명절에도 변함없이 도서구입비를 지원해준
성범아우님
함께한 아우님들 고맙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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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설날)
예수쟁이가 아닌 내가 새벽부터 식구들 불편하게 할 일 없다.
예배가 끝나고 갈 일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뒤에는 명절이 되어도 집안 기념일 되어도
매사 시큰둥해졌다.
추석에도 핑계 삼아 형님댁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1년만에 뵙게 됐다.
애그머니나 !
팍삭 늙은 할배가 형님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이다.
나하고 5살 차이밖에 안되는데,
명남아우는 잊을만하면 나한테
“형님은 내가 알고 있는 또래 다른 사람에 비해서 훨씬 젊어 보인다”
덕담을 꺼낸다.
그런 내가 5년후에는?
자주 만나는 사람은 외양의 변화를 잘 못느끼는데 1년만에 뵈니
좀 늙어 보인게 아닌가 한다.
넷째날
대치동에 살고 있는 양평 아우가 수락산에 왔다.
명절 핑계하여
왕년에 미술관장을 했던 미련이 남았는지 머리가 전위적이다.
“야, 너 아직도 머리 안 짤랐냐?”
“이거 정리한 머린데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걸어 도봉동 유성집에 갔더랬는데
문을 열지않아 역으로 수락산 먹자 골목으로…
내심 기대했던 횟집도 문이 닫혀있고,
이틀전 만났던 코다리찜집 맞은편 전주집,
“형님, 저기 탕 집…”
그래 ???
오랬만에 만났는데 안주 때문에 아우와 술자리 하나 못지키면 안되지,
왕년에 카페에 올렸던 동물병원 개가 자꾸 생각 나서
안주보다는 술을 더 가까이 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집에 도착하니 간뎅이는 이미 온 수락산을 동동
떠다닐 정도다.
(이정도면 내일 또 엄청 스트레스 받겠구나)
첫댓글 명절 많이 바쁘셨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백수타령을 하면서도...
백수도 아니면서 백수인척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요?
부르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