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인 꿰차는 투자조합…투자 불확실성도 커진다
코스닥 상장회사를 보유한 투자조합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상 법인이나 개인에게 주어지던 회사 최대주주 지위를 투자자 모임이 꿰차고 있는 것이다. 이들 주도로 인수·합병(M&A)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성격이 불분명한 조합은 의도를 알 수 없기에 불확실성도 크다.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도 많아 기업 건전성과 개인투자자 피해 측면에도 우려를 낳사고 있다.
◇“코스닥社 사들이자”…투자조합 인수 붐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9일까지 조합 형태를 주체로 한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26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사례가 9건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조합의 최대주주 등극이 1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3월에 제미니투자(종목홈)(019570)(더리미티드제1호투자조합)를 비롯해 디에스케이(종목홈)(109740)(프로톡스1호조합), 대성파인텍(종목홈)(104040)(아이리스1호투자조합), 코디엠(종목홈)(224060)(GMU홀딩스 투자조합), 지난달 로코조이(종목홈)(109960)(러더포드제10호투자조합)까지 주식·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른 변경이 가장 많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이 올라간 경우도 있다. 4월 제이디글로벌에셋조합은 메이슨캐피탈(종목홈)(021880)(옛 씨엑스씨종합캐피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다. 마이더스성장1호 조합은 스페로 글로벌(종목홈)(028040)(옛 파캔오피씨), 트러스트아이비1호조합측은 CS(종목홈)(065770)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8월 KGP(종목홈)(109070)가 실시한 유상증자에서는 더블유글로벌3호조합이 신주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현재 양수도 계약을 맺었거나 유상증자 진행도 적지 않아 실제 ‘최대주주 조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9일 디엠티(종목홈)(134580)는 금성투자조합이 최대주주 지분 양수 계약을 체결했고 아리온(종목홈)(058220)은 7일 인도네시아 자본 시나르마스조합과 약 120억원 규모 지분 양도 계약을 맺었다.
경영권 변동 이슈가 관심을 받는 증시 특성상 조합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 전후로 대부분 주가가 급등했다. 리젠(종목홈)(038340)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나온 3월28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태양(종목홈)씨앤엘(072520)(옛 태양기전)은 올 1월 최대주주가 바뀐 후 한 달간 40% 가까이 올랐다. 토필드(종목홈)(057880)는 5~6월 유상증자 후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주가가 180% 폭등했다. 신사업을 제시해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 5월 제이스테판(종목홈)1호투자조합으로 주인이 바뀐 제이스테판(096690)은 카지노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주가가 41% 가량 올랐다. 제미니밸류제1호조합측을 주인으로 맞은 아리온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나서면서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33% 가량 상승했다.
◇실체 파악 힘들어…개인투자자만 ‘봉’주인이 바뀌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역할은 긍정적이지만 조합 형태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우선 기업간 M&A 추진 시에는 향후 사업방향을 가늠할 수 있지만 조합은 실체와 인수 목적을 파악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 목적도 알지 못한 채 경영권 변경 이슈에만 투자하는 셈이다. 현재 최대주주 변경 공시에는 조합의 명칭, 자산, 대표조합원, 최다출자자 등만 파악할 수 있다. 조합원이 많게는 30~40명 이상 포진한 경우에는 어느 자본이 유입됐는지 알기가 불가능하다.
지분을 취득한 후 빠른 시일 내 되팔거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폭스브레인(종목홈)(039230)은 8월 최대주주가 더블제이프라이빗에쿼티제1호투자조합으로 바뀌었지만 10월 다시 준파투자조합을 새 주인으로 맞으며 바쁜 하반기를 보냈다. 신원종합개발(종목홈)(017000)은 지난달 15일 에이원2호조합이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사흘간 주식 60만주를 장외매도 해 17일 이스트로젠으로 바뀌었다. 제일제강(종목홈)(023440)의 경우 레드캣츠2호조합이 이전 최대주주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등 법적 다툼을 벌이다가 반년도 안 돼 자리를 내줬다. 작년 중국 기업이 인수했던 로코조이(109960)는 지난달 러더포드제10호투자조합이 주식을 넘겨 받아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합은 한달여간 보유 지분 중 대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기고 퇴장했다. 부실한 공시도 한 몫 한다. 온다 엔터테인먼트(종목홈)(196450)의 경우 올 6월 최대주주인 다빈치1호투자조합의 지분매각설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답변했지만 이후 7~8월 장외매도로 지분 약 20%를 모두 팔아치웠다.
조합 형태의 최대주주 변경은 아직까지 검증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법인보다 설립·투자가 쉬워 투자조합이 유행하고 있지만 정보에 취약한 개인에게는 리스크가 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