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1일에
무설재 네눈박이 진돗개 명견, 도도하고 예쁘다고 우쭐대는 장미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다.
물론
어김없이 겨울 산고를 거침없이 치뤄버린 장미.
사람과 다른 행태와 규칙을 지닌 개들인지라
거의 일정 수순을 밟아 새끼를 수태하게 되는데
어쩌자구 무설재 장미는 겨울날을 좋아하는지
1년의 두번 수태 기간 중에도 여름에 새끼 낳는 꼴을 보지 못했다...뭐 너무
더워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매번 겨울에 새끼를 낳아
무설재 신선의 노고에 불을 지피다니 괘씸하기 이를데 없다.
어쨋거나 일단 새끼를 낳았다 하면 무설재 쥔장은 겨우 미역국 몇번 끓여주는 것으로 소임을 마치지만
신선으로서는 한결같이 새끼 거두기에 일념을 보이고 온갖 정성 들이기는 웬만한 애 아빠는 저리가라요
하필 추운 날에 낳아서 번번이 무설재 전기료 상승 시키는 일등공신 인 장미.
겨울내내 추울까 염려스러워 백열 전등을 24시간 풀 가동 시켜 하루종일 따스한 온기로 지내게 하고
펜션 개집에는 담요를 깔아줘 한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하며 바람들지 않도록 커텐까지 만들어
추위로 부터 새끼들을 격리 시킨 다음 매번 물을 줄 때는 지극으로 따스한 물을 받아 챙겨
장미의 젖이 마르지 않도록 일일이 신경쓰면서 특히 진도개 먹거리는 유별난 관계로
사료는 그중에 제일 좋다고 하는 맛난 것과 영양이 가득 든 통조림까지 포함시켜 먹이는 정성.
에미 장미의 보살핌과 신선의 노력이 합세한 이래로 한달 보름만에
첫번째 네눈박이가 무설재를 떠나기로 한 날, 새 주인을 만나 홍천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한창 치아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중인지라 무설재 쥔장이 뜨락을 거닐기만 하면
무작정 달려들어 치마단 물어뜰기에 여념이 없는 강아지와
더러는 따스한 햇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햇빛 쪼이기는 물론이요
온갖 재롱질로 하루를 시작하는 강아지들인지라 그 모양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로움이 솔솔하다.
워낙 무설재 강아지를 달라는 사람이 순서에도 넘쳐 순위 정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순번은 있는 법.
무심결에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함께 집으로 향할 네눈박이 검정 강아지를 선택하자니
한 녀석은 홱 돌아서서 줄행랑을 놓고
한 녀석은 스스로 다가와 새 주인에게 애교를 부린다.
그러고 보면 주인 찾아가는 녀석들의 선택권도 자신들에게 있는 모양이다만
사실, 저렇게 사람 좋아하는 녀석은 순해터진 개 라는 신선의 평.
이번에 장미는 본래의 네눈박이 남편을 찾지 못했다.
워낙 데데하게 굴면서 네눈박이에게 행태를 부린 탓이기도 하고
순해터진 네눈박이 녀석이 제대로 구실을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진돗개 백구를 찾아 삼만리를 감행하여 겨우 순산을 하게 되었으나
장미 닮은 녀석은 둘이요 백구의 유전자를 받은 강아지가 셋이라 그중에서도
오로지 네눈박이 검정개를 원하던 홍천의 새 주인에게 가장 먼저 우선권을 주게 되었다.
과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니 그의 냄새를 확인하고 정서를 익혀야 할 시간.
나름의 방법으로 첫 만남의 데면데면함을 거두고 친해지기 시작하니
바라보는 또 다른 무설재 명견, "산" 의 눈길이 애처롭다.
그래도 떠나야 한다면 군말 없이 떠나야 할 터...얌전히 자리에 앉아있는가 했더니
차의 시동이 걸리는 순간에는 창문 앞에 달려들어 이별을 아쉬워 하고
뒤 이어 산 까지 합세하여 울어대니 거 참...
그러거나 말거나 무설재 뜨락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새끼들로서는 오늘의 하루가
길고도 길었음인지라 저희들만의 영역 속에서 안도의 휴식을 누리는 중이고
차실 안에서 그들의 행태를 바라보자는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선택의 권리를 누리는 강아지와 가고 싶지 않은 강아지들의 세계 속에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의 논리를 생각하면서 웃음이 절로 실실 일었다.
그렇게 자식을 떠나 보낸 장미는 밤 늦도록 커엉 커어엉...컹.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닌데 번번이 애절함이 묻어져 나오고 듣는 무설재 쥔장들 마음도 아리다.
하지만 떠나보내지 않으면 구정에 비어질 무설재에서의 일상이 난감할 터...최대한으로 버티다 떠난다고 해도
만만하지 않은 강아지 건사가 문제인지라 -지난 번 대구, 경주행에도 먼 이웃에게 신세를 졌으니-
다시는 그런 일을 부탁하는 결례는 있어서도 아니 될 일이기에
굳이 무설재 뜨락에서 어디론가 보내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세상사는 또 그렇게 만남과 이별, 생성과 소멸로 점철되는 법이고
터득되어진대로 살아가면 될 일이다.
첫댓글 어린 녀석들 보기엔 넘 구여워도 건사 해 주는 것은 그저 쉽지만은 않지요~! ^ ^
그렇다고 다 기를 수도 없으니 어쩌겠어요~! ^ ^
그럼요...원하는 사람들도 줄울 섰으니 보낼 수 밖에요.
자고로 갱새이는 쪼고마할 때가 이뿐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