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활이 ‘늘 반복되는 똑 같은 일상’이란 생각이 든다면 그때야 말로
‘생활의 긴장’이 필요할 때다. 나를 긴장시킬 새로운 자극은 없을까?
여행이라도 훌쩍 떠났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럴 때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지하철 티켓 한 장으로 떠나는
아시아 여행’이다.
먼저 지하철을 타자. 목적지는 지하철 4호선 안산역이다.
안산역 부근의 원곡동 일대는 이방인들의 해방구다. 해가 지면 이곳 원곡동 일대의
거리는 외국인으로 가득 찬다. 중국ㆍ인도네시아ㆍ몽골ㆍ파키스탄 등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만도 10개국이 넘는다.
안산역에서 내려 역 광장에 서면 행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광장 앞 지하보도를 건너면 원곡본동 동사무소 표지판이 눈에 띈다.
동사무소 쪽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바로 아시아 각국의 생활과 문화가 한데
끓고 있는 용광로의 입구다. 한자들과 영문 간판으로 거리가 가득하다.
이 동네 골목엔 골목마다 특정 국가의 상점이나 식당들이 몰려 있다.
이곳의 매력은 거리 구경과 함께 아시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미각 순례도
되기 때문이다.
지하보도 입구부터 동사무소까지는 인도네시아ㆍ방글라데시ㆍ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식당들이 몰려 있다.
이곳의 ‘폰독 인도네시아’란 식당은 인도네시아인인 옹(52)과 그 부인 릴리(48)가
운영한다. 이 식당에서 5천원만 내면 ‘나시고렝’(볶음밥)과 ‘른당’ 등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폰독 인도네시아’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컨트리 하우스’란 식당을 만난다.
이 식당은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를 둔 김시라지(41)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곳에선 김씨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는 인도식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양고기 커리와 치킨 커리 등 각종 커리류로 가격은 5천원이다. 여기에다 인도인들의
주식인 짜파티(빵)를 곁들이면 훌륭한 식사가 된다.
원곡동 동사무소를 지나면 거리 풍경이 확 달라진다. 이곳부터는 중국인들의 거리다.
동사무소 옆의 외환은행 간판만 보면 흡사 중국은행처럼 보인다.
노점에서 만두를 팔고 꼬치집에선 숯불에 양고기를 굽는다.
이곳 부근엔 줄잡아 1백개가 넘는 중국집이 있다.
이 가운데 ‘삼소포자포’란 중국집에선 탕수육 맛을 꼭 봐야한다. 최고의 맛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바삭바삭하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소스를 끼얹었는데도
바삭함이 살아있다. 이곳 메뉴판은 모두 한자로 되어있어서 약간 불편하다.
탕수육은 ‘糖酸肉段’이라고 씌어있다.
두부를 국수처럼 뽑아내 만든 근두부도 맛있다.
이 지역은 식당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독특한 특산품 등도 살 수 있는 상점들이 많아
눈요기 거리도 된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외국인들은 비록 가진 것은 넉넉지 않으나 열심히 사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이들은 어렵던 시절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훈훈한 정과 인심들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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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름과 바람님, 저도 지공이니 공짜 지하철로 아시아 여행을 다녀올랍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리며, 저도 800원 환승버스타고 가는 서울구경한번 올려 볼께요.
안산이란곳이 그런곳인줄 처음 알았읍니다.넘 재미 있네요.봄나들이 첫번째 코스로 찜 했읍니다.지하철 왕복요금하고 탕수육값만 있으면 되겠죠?
그런데 처음 가시면 조금 실망하실 겁니다. 온통 중국집만 보이니까요. 그래서 그 곳 사정을 잘 아는 가이드가 있으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