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 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3대 세습 후계구도’가 공식화됐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인물은 장남인 김정남이다. 김정남은 만 24세 되던 지난 1995년 생일을 맞아 인민군 대장 계급장과 군복을 받았다. 100만달러짜리 생일 선물을 받을 만큼 김정일의 각별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정일은 1980년 김정남을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보냈다. 김정남이 나가 있는 사이 김정일은 일본에서 태어난 무용수 고영희와의 사이에 둘째 정철과 셋째 정은을 뒀다.
김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사랑도 분산됐다. ‘후계구도 1순위’였던 김정남은 1990년대 후반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되면 개혁·개방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김정일의 눈 밖에 난 김정남은 2001년 도미니카 위조 여권을 들고 일본 에 입국하려다 추방되고, 마카오 에서 도박에 몰두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김정남은 2008년 7~9월 김정일이 건강악화로 쓰러졌을 무렵 평양 에 있었지만, 2009년 1월 이복(異腹)동생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북한 땅을 밟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20년 넘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처럼, 후계경쟁에서 밀린 김정남도 ‘국제 미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에 이어 유력 후보로 꼽혔던 것은 차남 김정철이었다. 김정철 후계설은 지난 2005년 후진타오 (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철이 만찬에 참석한 사실이 외신에 알려지면서 거론됐다. 당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은 후진타오의 북한 방문은 후계구도가 김정철로 정해졌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김정철이 요직인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부(副)부장에 발탁됐다고 보도하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김정철을 꼽았다. 이 신문은 “김정일도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근무하면서 당 조직을 장악하고 권력 후계자가 됐다”며 “(후계자로 거론되는) 다른 두 아들에게 아직 요직을 맡기지 않은 점에 미뤄 김정철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정철이 서방의 팝 가수 공연을 여성과 함께 관람하면서 유럽을 돌아다니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공개되자 후계 탈락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일본 후지 TV는 ‘북한 왕자의 새로운 진실’이라는 보도에서 김정철이 독일의 에릭 클랩턴 공연을 관람한 모습을 공개했다.
당시 후지TV는 “화면 속 모습을 볼 때 김정철은 몸매와 목소리가 여성처럼 변하는 ‘여성 호르몬 과다 분비증’을 앓는 듯하다”며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좋아한 액션배우 장 클로드 반담의 육체미를 흉내내기 위해 근육증강제를 과다 섭취한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정철이 왼쪽 손 약지에 금색 반지를 낀 젊은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도 공개됐다. 외국언론은 “김정철이 심약하다”는 평을 쏟아냈다.
2008년부터는 ‘샛별 장군’으로 불렸던 3남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정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작년 1월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그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 김정은 등 6명에게 대장의 군사칭호를 올려준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넘겨줬던 세습권력을 다시 김정은이 이어받는 3대 권력세습 구도가 현실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