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0년 4월 10일 오후~ 11일 오후
어디로 : 운길산역에서 율리봉, 예봉산을 거쳐 팔당으로...
누구랑 : 나홀로
((이글을 쓰기전에 먼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월 두째 토요일, 상림산악회 산행이 있는날 입니다. 약 2년 전부터 산행에 참석을 못하고 있다가
나홀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상림산악회 창립멤버로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봉사도 해왔으나,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처음에는 발을 다쳐서 요즘은, 토요일 휴무를 가질수가 없다보니, 동행을 할수가 없고
오후늦게서야 나홀로 산행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 야간산행, 또는 비박을 하게 되는군요.
야간산행이나, 산에서의 홀로 비박이 결코 쉽거나, 재미있는건 아닙니다.
때로는, 추위에 시달리고, 때로는 홀로 쓸쓸하고 적적함도 느끼며, 때로는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긴장할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제 그맛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상림산악회 전 현직 임원님들과 고문님들, 그리고 많은 선`후배회원님들께
동참하지 못하는 상황을 변명하고, 언젠가 예전처럼 웃으며 같이 산행 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요일 오후 회사에 얼른 눈도장을 찍고, 눈치껏 집으로 향했다.
아무리 야간산행이나 비박을 한다해도, 출발이 너무 늦으면 경치를 즐기는 여유도, 비박지 선정도,
힘들게 됨을 아니까 서둘러지게 된다.
전날밤 꾸려 놓은 배낭에 소주(나의 필수품)와 물, 안주와 쌀만 챙기면 된다.
아무리 서둘러도....2시가 넘어 버렸다.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양평을 지나 운길산역까지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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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을 인근 주민들은 사랑산 이라고 불러왔고, 옛 문헌에는 예빈산(禮賓山), 예봉산(禮蜂山)으로
기록되어 있던 것이 조선총독부 (조선지지자료)에 예봉산(禮峯山)으로 기록.
수림이 울창하여 조선시대 때는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연료 공급지 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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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역 부근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 양평 양수리를 지나 운길산역에 하차. 시간이 벌써 4시 반이 넘어 버렸다.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처음 계획했던 운길산, 적갑산, 철문봉, 예봉산의 약 17km 코스를 변경하여 율리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시간과 거리가 반으로 줄었다.
▲ 산행 들머리에 접어 들면서 향긋한 솔내음을 맡는다. 담배연기에 찌든 폐속을 청소하듯이 심호홉을 하며 .....
계속 오른다.
▲慶州李氏之阡 이라는 묘비가 누워 있다. ...경주이씨 선영이라는건가...???? 이담에 청암선생님께 라도 물어봐야 겠다.
산에 가면
우거진 나무와 풀의
후덥지근한 냄새.
혼령도, 눈도, 코도 없는것의
흙냄새 까지도 서린
아, 여기다, 하고 눕고싶은
목숨의 골짜기 냄새.
한동안을 거기서
내몸을 쉬다가 오면
쉬던 그때는 없던 내 정신이
비로소 풀빛을 띠면서
나뭇잎 반짝거림을 띠면서
내몸 전체에서
정신의 그릇을 넘는
후덥지근한 냄새를 내게 한다. (박재삼)
▲ 예상밖에, 인적이 드물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가....?
저 멀리 보이는곳이 율리봉 이다.
산에서 본 꽃
산에 오르다
꽃 한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모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오광수)
▲지칠 시간도 없이 3km를 쳐 올렸다. 땀에젖은 배낭끈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난다.
갈증을 풀고자 물통을 꺼집어 내려다 말고,....
"아~ 씨파~!!" 힘이 빠진다. 물을 한통 밖에 채우지 않았으니..... 밥은 어찌할꼬...????? 지난번에는 소주를 준비 못해서
산에서 비싼소주 사먹었는데... 물은 구할데도 없고.....
▲철쭉 군락지를 지나니 약간의 어둠이 깃든다. 율리봉에 닿으니 저멀리 예봉산 정상이 보이고.....
▲율리봉 정상 쉼터.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마음놓고 한대 피워도 될것 같지만, 참는다.
배가 고프다. 어디가서 라면이라도 끓여야겠다. 한적하고 으슥한곳, 텐트를 칠수 있는곳을 찾아 나선다.
▲견우봉이 보인다. 저곳을 넘으면 남한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이 검단산이 있을터_
저 아랫쪽으로 약간 이동하면 바람없고 아늑한곳이 있을것 같다. 하지만.....
역시 명당(?) 자리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럴땐 산소나, 공동묘지의 주변이면 딱 좋은데...
▲ 어둠과 배고품에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벌써 어둠이 사방을 감싸고
카메라는 자동으로 후렛쉬가 터진다.
▲뚝딱 하고 집을 지었다. 산속에서 이정도면 궁궐이지뭐..... 하하하하!!
명당이다. 발아래 팔당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양치할 물한컵, 커피물 한컵만 남기고, 모두 라면을 끓였다. 맛있다. 살것같다.
▲ 텐트 좌 우로 난길이 있어 실내등을 켜 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야간산행을 하는사람이 있다면. 놀라지 않게 미리 인기척을 내는거다.
내가 지난번 야간산행때 얼마나 놀랬던가.....
▲어영부영~ 12시가 넘어 간다. 이제 궁궐같은 보금자리에서 잠을 청할 시간이다.
피곤함이 밀려온다
날이밝고 예봉산 정상에서 누구 만날 사람이 있다.
꼭. 오겠지...?
새벽녘에 새찬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잠시 나가서 텐트 고정핀을 확인한것 말고는 잠을 잘잔것 같다.
~~~~~~~~~~~~~~~~~~~~~~~~쿨, 쿨,~~~~~~~~~~~~~~~~~~~~~~~~~~~~~~~~~~~
4월 11일 아침늦게 눈을떴다.
늦잠이다.
새벽녘에 그렇게 바람이 새차게 불더니 조금 잠잠해졌다.
텐트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물기가 촉촉하게 느껴진다.
하늘이 맑다.
공기도 맑다.
하하하~ 오늘은, 예쁜 여인을 예봉산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지....
▲ 이사진 진짜 맘에든다.ㅎㅎㅎ( 텐트에 누워 하늘을 보고 찍은 사진)
▲텐트를 걷고 짐을꾸려 출발한 시간은 9시.
11시에서 12시사이에 만날 여인을 생각해서 일찍 서둘러 정상을 향한다.
▲ 예봉산 정상 안내도
▲멀리. 미사리 조정호가 보인다.
▲ 운길산
▲견우봉
▲철문봉
▲예봉산 표지석
한시간 반을 기다리다 지겨움을 느낄즘에.......연락이 왔다. 정말 왔다.ㅎㅎㅎ
▲ 우선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물도 마음껏 마시고.....
이 여인, 땀이 개고나니 춥다고 방석을 감고 먹는 폼이라니.....
▲ 보고싶어 예봉산 깔딱고개를 단순에 왔다는 여인이다....
▲이 나무들은 왜이렇게 상처가 많은가? 순탄하지 못한 삶의 증거인가...?
▲척박한 토지가 아니라, 바위틈새를 비집고 뿌리를 뻗어가는 이 나무를 보면서 강한 생명력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느낀다.
▲ 그녀와 같이 하산을 한다. 봄내음 풍기는 산야를 밟으며,
오래된 고목의 역사를....
갖 피어나는 버들강아지의 새싹을....
바위틈새 비집고 뻗어나는 나무의 생명력을......
겨우내 얼었던 개울물이 소리내어 흐르는 웅덩속을 들여다 고며.....
같은 방향, 같은 보금자리 향하는 인생 동반자와 그렇게 하산 하였다.
그 여인...?
집에와서 보니 내 마누라 였다.!!!
▲ 집에오는 버스를 타면서, "당신은 당신 교통카드로 찍어..." 계산은 틀림없이 하고 살아야제....
배낭크기 때문에 앉지도 못하고 눈치보며 오는 길이지만. 그래도 혼자 보다는 둘이가 좋드이다.
첫댓글 산속에서 홀로 어둠을 맞이하고 밤을 지나 신새벽을 여는 비박 ! 상상만해도 그러고 싶은 충동으로 가슴떨립니다. 여인의 정체(?)에 대한 마지막 반전도 좋구요~^^
좋게 이해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 입니다. 어떨땐 너무춥기도, 너무 적막 하기도, 비박장비가 너무 무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쉬는날 그시간만 되면 다시 생각나는건 아마도 뭔가 끌림이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 합니다.
무섭지 않으신가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가능하면 군산악회 산행에도 동참하고 싶은데... 아직도 짬을 내기가 좀 힘드네요. 조만간 동참하도록, 그리하여 반가운 많은 사람들도 만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