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멀리서 함께 자리해 주신 대구/구미 형제 바이크 라이더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명이 시작 될 무렵 뒤척임이 싫어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커튼을 제키고 밖의 날씨를 어림잡아 본다. 어제만 해도 봄 날씨 같았는데 정작 행사를 준비한 날 새벽은 구름으로 가득 덮여있다.
함께 가기로 한 미해병 군인에게 준비가 되었느냐고 전화를 하니 지금 대구에 있다고... 밤에 급한 일이 있어서 어제 대구에 갔단다. 못내 아쉬워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많은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함께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이것 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부지런한 달맥님이 어제도 한 잔 기울인 것같은 모습인데 내색없이 치닥거리를 하고 있다. 일단 잔차를 차에 올리고 출발하였다.
늘 여행의 즐거움은 좋은 출발에서 시작된다. 조금 아쉬운 것들이 있더라도 재빨리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가면 금방 유쾌해 지는 것이 여행자들에게 손쉬운 분위기 전환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기에...
웃고 떠들고... 그리고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서로 챙겨주면서 목적지에 닿았다.
바다가 뒤로 펼쳐져있는 강구의 멋진 공원은 그림에 담기에도 아까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먼저 배너를 걸 곳을 물색하고 있는 사이에 하나 둘 그리운 얼굴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반가운 해후와 새로운 만남의 인사가 분위기를 이끌어나가고... 가볍게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하였다.
앞서 향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정작 나는 길을 모른다. 워밍업을 준비한다는 핑게를 대고 공원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면서 달맥님에게 앞서 달라고 부탁하니 바로 앞 언덕을 치고 올라가란다...
라이더들의 군무가 시작된 것이다... 언덕에 올라 길게 뒤꼬리를 늘어트리며 이어지는 행렬을 뒤 돌아 보니 그 모습이 아름답다. 이렇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무리들의 춤사위에는 연출자가 필요없는 더 할 나위없는 멋진 그림을 그려놓는다.
뒤에 혹 있을 지 모를 사고를 대비함인지 시라브로 클럽의 차량이 무리를 이루며 춤추 듯 달려나가는 라이더들의 후미를 따라 붙는다. 섬세하게 잘 짜여진 대본이 그들에게 있다는 것이 새삼 부러웠다. 그래도 호스트를 맡은 포항 식구들이 뒤를 챙기고 있다.
먼 곳에서 온 라이더들을 앞 세우고 뒤를 따라가려 하니 그렇지 않아도 못 타는 주제에 더 늦고 말았다. 그래도 열심히 따라 붙으며 혹 뒤쳐지는 라이더들이 없는 지를 살피며 나간다. 그래도 뒤에는 믿음직한 포항 아우들이 뒤에 남아 있는 라이더들이 없는지를 카운트하며 또 따라오고 있다.
곳곳에 사진을 담당한 분들이 앵글에 각을 세우고 촘촘히 라이더들의 멋진 모습을 뭍혀내고 있다. 그 앞을 지나면서 나름 멋적은 포즈를 취해 보기도 하면서도 나는 아직은 어떤 포즈가 멋있는지도 모르는 초보다. 마냥 잔차가 가져다 주는 멋에 인간의 모습을 뭉퉁그려 놓으면 나름 그런대로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해보는 흉내다.
잠깐 쉬는 곳에는 벌써 앞서 간 무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금밖에 오지 않았는데 등과 얼굴은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윈드자켓을 벗어서 백팩에 꼿고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며 따라가 본다.
멀리 1차 휴식장소가 보인다. 원래 그곳의 경치가 멋있어서 그곳에서 합동 결혼식같은 사진을 찍기로 계획이 되어 있던 곳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까마득하게 멀리만 보인다... 휴...
다행이 간단한 휴식 후 앞쪽에 나서서 가기로 하여 달맥님 뒤를 바짝 좆아 보았다. 평평한 도로를 갈 때는 그런대로 잘 나가 주었다. 내 다리에 감사를 하고 있을 무렵 오르막 길이 나타난다. 이 오를막 만 오르면 바로 포토색션을 하기로 한 장소이니 힘을 좀 써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에 열심히 페달링을 하면서 오르는데 역시 초보의 허벅지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금방 자지러지고 만다... 뒤에 따라오던 한 여성분이 휙~~ 앞서 나간다... 헉... 장난이 아니다... 후에 알게되었지만 그분이 바로 여성 라이더 1인자라고...
합동결혼식 사진은 없었다. 잠깐 경치에 취해 보고 싶었는데... 다른 라이더들이 벌써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시 잔차에 올라 이제는 멋진 풍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과메기를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겁없이 앞서 나가보았다. 분명 거리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런데 생가보다 훨씬 더 힘들다... 대구 한티재에서 긴 오르막 길에서는 초장에 힘쓰면 안된다는 진리(?)를 깨우쳤기에 좀 더 힘을 경제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시작을 했는데도 숨은 벌썩 턱에 차오르고 더 들이마실 페가 없어서 헉헉대기만 한다... 또 그 여성 1인자 분이 휘~이~익 앞서 나 간다. 헉헉대는 내 숨소리를 뒤에서 듣고 "힘드시죠?" 하며 격려 해 주는 라이더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내기는 했지만 혀가 한 발이나 나와서 사실은 말로 답할 형편이 아니었다 ㅋㅋㅋ
대구 라이딩 때 노산 아우님이 숨을 못 쉬겠어서 힘들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래도 걷지 않고 어렵사리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가끔 야간 라이딩에서 붙은 근력이 지탱해 주었기 때문이리라...
곳곳에 서 있는 풍차가 쉭~익 소리를 내면서 반겨준다. 이곳이 정상이다.
과메기를 풀어 맛있게 간식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입담을 나눈다. 이제 부터는 내리막 길이다... 천천히... 빨리간다고 상 주는 것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으니 안전을 생각하면서 길을 내려간다.
강구항에 있는 식사 장소는 의외로 차량으로 앞 뒤가 꽉 막힌 좁은 골목같은 곳에다 또 음식점이 4층에 있었다. 엘리베니터가 있기는 하지만 40명에 달하는 라이더들이 다른 손밈들과 함께하니 쉽게 올라가기 힘들었다. 그때 페달맨이 연이 것까지 자전거 두 대를 번쩍들고 계단을 오르는게 보인다. 나도 따라서 잔차를 들고 오르는데...ㅎ~ㅓ~ㄱ... 안 보인다.
모두 즐거운 마음이 하나로 되어서 인사도 하고 떠들고 그저 즐겁기만 하다. 관광라이딩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었다. 각 지역의 클럽 회장님들의 인사 말씀은 모두 하나같이 서로를 칭찬하는 덕담으로 이어지고 우의를 다지는 다짐으로 맺는다.
식사를 마치고 바다를 배경으로 모두 둘러 앉아 자기 소개를 하였다. 내겐 참 색다른 모습이었지만 서로를 알 수있는 좋은 기회였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얼른 먼저 내려와 등대가 있는 곳 까지 다녀와 보았다. 등대가 있는 곳에는 늘 이렇게 등대 끝까지 가 보곤 하는게 내 습성인지라...
다시 최초의 모임장소로 달려 나간다. 평범한 도로를 조금만 더 가면 집으로 데려다 줄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음을 약속하는 희망을 남겨주는 곳...
그런데 정작 마지막 100여미터가 오늘 코스 중에서 제일 가파른 언덕일 줄이야... 죽는 줄 알았다. 얼마나 용을 쓰며 올라왔는지 다 올라와서 바로 화장실로 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ㅎㅎㅎ
함께 한 모든 멋쟁이 라이더들에게 감사드린다. 모두 정말 멋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눈에는 모험과 사랑과 서로를 얼싸안는 큰 마음이 있었다.
내년 3월 구미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나도 꼭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싶다...
꿈갖기
첫댓글하 재미난 글 잘읽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라이딩이었습니다.. 포항 식구들 신경써 주심에 감사드리고 .. 가까운 이웃 대구식구들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