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동 사동으로산타페를 몰고 돌진한 차량은 재개발에 불만을 가진 60대라고 합디다. 턱이 높은데 몇 번이나 반복해서 회전문을 냅다 들이 박은 60대가 누구일까요? 광주 민주 항쟁 때 담양으로 버스를 몰고 온 대모차가 파출소를 밀어 부쳤던 생각이 났습니다. 대형 버스 2대로 폴리스 라인을 친 것은 경복궁과 인사동 근처라서 보는 눈이 많았을 것입니다. 조국에 나 같은 돌 아이가 또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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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사진을 찍었어요. 셀카야 매일 찍지만 사진관에서 맨 얼을 맡기려니까 경건해집니다. 심은하 한석규 나오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아시나요? 슬픈 영화인데 로맨틱도 있어요. 2005년도에 보았던 8월의 크리스마스 느낌을 리셋 합니다. 나 홀로 집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란 영활 보았습니다. 전에(98')본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새로운 느낌입니다. 한 석 규 나 심 은하 씨는 외모보다 분위기가 특급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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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맞춰 가을비까지 내려 줘서 저는 지금 빠르게 센티-맨-탈 해 지고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진사인 정원(한 석규)이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잔잔한 일상을 다룬 영화인데 특별히 죽음을 과장되게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을 비켜가면서 삶의 긍정적인 의미들을 보이려고 애쓴 흔적이 역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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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 같긴 합니다만 기대 수명은 아직 멀었으니 염라 대왕은 참고 하시라. 30대 중반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은 그동안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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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다림(심 은하)이라는 주차단속원을 만납니다. 다림은 잘못 찍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놓고 정원의 잘못이라 우기기도 하고, 한낮의 땡볕을 피해 사진관으로 들어와 여름이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하는 당돌한 아가씨입니다. 나는 심 은하의 지금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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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정원에게 끌리는 이유는 필름을 넣어달라며 떼를 써도 빙그레 웃으며 넣어주고,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불평해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주는 편안함 때문인 걸 보면 허 감독이 캐스팅을 잘한 것 같습니다. 사각 유리창, 비, 을씨년스러운 사진관, 그리고 눈 덮인 거리가 빠르게 휙휙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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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하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나 짧은 남자의 굳은 가슴이 이제 겨우 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 갔으니 어쩌란 말입니까? 이제는 살고 싶어지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정원은 다림을 보는 게 두려울 뿐입니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사진관 앞을 몇 번이고 서성이다가 창틈에 편지를 넣고 돌멩이로 창문을 깨트려도 야속한 사진관은 쉽게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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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해본 적이 있는 사람만 아는 이 그리움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얼마 전 할머니가 영정 사진을 요청할 때 사진사의 앵글에 맞춰진 얼굴은 할머니가 아닌 느닷없는 내 얼굴 이었는데 설마, 할머니보다도 먼저 떠날 줄이야...,. 시나브로 크리스트-마스 이브에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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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벽면엔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기에 주인이 바뀐 사진관은 지금도 출장 중 일 뿐입니다."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2024.9.4.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