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을 안고 초록의 싱그러움과 따가워진 초여름의 이른 햇살을 받으며 도착한 지리산 뱀사골.
오늘 길잡이가 되어주실 탐방안내소에서 근무하시는 박계순(고구마깡) 선생님이
너그러운 웃음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나비와 나방이 알에서부터 애벌레, 번데기, 우화까지 어떤 변화과정을 거치는지
직접 관찰하고 들어보는 탐방안내소의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면서 일정이 시작됩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재롱을 피우는 듯 통통한 초록의 몸을 꼬물거리는 참나무산누에나방을 보여주시자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그 귀욤이를 조심스레 만져 보고 사진도 담아보는데
아직 서투른 숲공부 초보들(32기)이 많이 참가한 숲기행이기에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곤충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발동되는 순간입니다.
산에 가면 자연스럽게 나무와 꽃들에게 시선이 갑니다.
하지만 초록으로 풍성해진 잎과 매달린 꽃, 열매를 보는 걸로 끝이 아니라
거기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공간에 또 다른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시간입니다.
지리산 깃대종 히어리의 예쁜 잎을 돌돌 말아 숨어 있는 히어리잎말이나방이 참 신기합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할 뿐 장미색들명나방이 잎을 돌돌 말고
마치 원래부터 그런 모양인 양 동그란 원래의 잎과 조화롭게 군데군데 매달린 쪽동백 나무의 아래에서
눈분신 빛을 받은 실루엣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나무 이야기인가 하면 곤충, 곤충이야기인가 하면 나무이야기...
숲은 무수한 생명들의 긴밀한 공생의 세계임을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타래처럼 풀어놓는 고구마깡 선생님의 부드럽지만 때론 강단있는 목소리에 귀기울일수록
그 의미를 피부로 느끼는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나도밤나무와 먹그림나비, 참나무와 참나무산누에나방, 히어리나무와 히어리잎말이나방,
쪽동백나무와 장미색들명나방, 병꽃나무와 반달누에나방, 황벽나무와 대왕팔랑나비,
박쥐나무와 왕갈고리나방, 노린재나무와 뒤흰띠알락나방...
나무마다 그 나무를 먹이로 하는 곤충이 항상 따라온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앞으로 나무를 보는 우리의 시선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닮은 나무잎들을 모아놓고 구분하는 방법과 서로의 느낌을 나누기도 합니다.
철쭉과 진달래, 오미자와 다래, 병꽃과 고광나무, 서어와 개서어..
털과 빛깔과 냄새와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고 나니 차이점이 명확해집니다.
때마침 우리 눈높이에서 만난 함박꽃이 반가워 코를 가까이 대어 봅니다.
향기에 취하고 예쁜 꽃색깔에 반해 마음껏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던 꽃의 구조까지 루페로 자세히 관찰해 보니
꽃잎 안에 숨어있던 암술과 수술의 조화에 또 한번 반합니다.
그 뿐인가요~ 6월 숲기행의 마지막 백미는 회목나무.
더위에 힘들어하며 찾아간 마지막 목적지.
탐방로 옆 큰 바위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은 곳.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조그만 나무 하나.
초록잎 중앙맥 위 여린 꽃자루를 내리고 거기 매달려 살포시 잎 위에 올라앉은 반짝이는 무언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만한 분홍 펄 감의 네 장의 꽃잎...
신이 천상에 두려 아껴둔 꽃을 실수로 지상으로 내려보낸 꽃은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신비로운 회목의 꽃...
꿈을 꾼듯한 회목나무 꽃 여운을 뒤로 하고 예정보다 늦어진 하산길에 나섭니다.
시작점에 다다르자 시원한 계곡물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시원한 뱀사골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몇시간의 더위와 수고로움을 말끔히 씻어냅니다.
참여한 숲친구들 모두 벤치에 둘러앉아 눈을 맞추고
서로의 행복한 순간을 되뇌이며 느낌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고구마깡 선생님의 흐믓한 웃음을 뒤로 하고 서로서로 손을 흔듭니다.
다음 숲기행이 벌써 기대됩니다.
- 후기 32기 미류나무 & 민트 -
참나무산누에나방(알로 월동)
눈부신 쪽동백 아래에서
개회나무 하얀 꽃에 취하다.
개머루 줄기 잎과 덩굴손의 마주남에 신기하다.
조록싸리
개면마(영양잎과 생장잎이 따로여서 뒷면에 포자가 없다고 설명해 주심)
까치박달(이름에 박달이 들어갔지만 자작나무속이 아닌 서어나무속)
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줄 날이 오겠지..ㅎㅎ
다래와 오미자
철쭉과 진달래
함박꽃나무 향기
꽃이 떨어진 때죽나무
참회나무(동글동글해진)
포에 호위를 받는 듯 둘러싸인 피나무 꽃
두 잎 어긋나기 뾰족한 경침 짝자래
매화말발도리
별에서 태어난 참조팝나무 꽃
생강나무 열매
노각나무 꽃 봉오리
제비꽃(콩제비꽃이었던가?) 진 자리 맺은 열매를 쪼개 개미가 좋아한다는 하얀 기름(단백질)덩어리를 찾았다.^-^
한 장소에 나란히 곧게 서 있는 세 나무의 수피가 완전 제각각인데 세 아이 모두 물오리...신기하다.
천상의 회목나무 꽃. 날개 달고 올라가버리지 않길...
바위 위에 온통 다래 꽃~
Y자를 닮은 독특한 고광나무의 가지
세로로 돌돌 말린 다릅의 수피
나도밤나무는 꽃을 활짝 피운 지금부터 벌써 겨울눈의 형상이 보인다.
말발도리는 꽃이 져도 아름답네.
까치수영(까치수염)
서로 느낀 행복을 얘기하고 들어주는 소감나누기.
지리산 뱀사골에서 만난 선후배님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첫댓글 기억을 짜내어 기록한 미숙한 후기에 혹 오류가 있으면 선배님들께서 바로잡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뱀사골 숲기행이 얼마나 알차고 행복했는지 글속에 묻어납니다~ 시원한 뱀사골 물소리도 듣고싶고 신기한 곤충들도 만나고싶네요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담 기행에 물소리도 지리산도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열정의 깜이샘~♡ 감사합니다^-^
학구적이고 수준높은 숲기행 후기입니다.참여는 못했어도 간접적으로 배워갑니다
뵌적 없지만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현장에 다시온듯 생생한 후기에 제대로 복습 할 수 있어 너무 좋으네요.
걷는내내 들려오던 물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배움의 길.
그 방대함 속에서 백과사전처럼 정없는 앎에 굶주려 있지만
요령없이 보고또보고 가고또가서 눈에 담고 찾다보면 아하~! 하는 그날이 오겠지요?~^^
32기 쌤들의 열정과 우수함이 느껴졌어요~~열정 최고!!
또한 길라잡이 고구마깡쌤께서 던져주는 관계 연결고리들을 잘 따라가보자 다짐한 숲기행이였습니다.
내내 행복한 시간 이였습니다.
미정쌤 후기 감사합니다~~!
수..도..^-^선생님 저도 항상 미소짓는 선생님 반가웠구요~ 감사합니다. 또 뵈요^-^
지리산 뱀사골의 숲기행은 너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기행이었습니다.
분홍빛 자개로 꽃을 만들어 나뭇잎에 예쁘게 붙여 놓은 듯한 회목나무를 눈으로 보는 순간은 감동이었고
노린재나무의 생명력과 적응력에 대한 설명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분하시면서 다정한 어투로 많은 것을 내어주신 고구마깡 선생님...감사합니다.
숲길 동기 담쟁이, 민트샘과 함께, 또 32기와 함께여서 저도 행복했고 또한 감사합니당~♡
후기글은 미류나무선생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며, 지리산 숲기행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며 감동이 느껴집니다~^^ 최고예요~!!
지리산 뱀사골에서 만난 나비 애벌레, 나방 애벌레 너무 귀엽고 신기했습니다^^
고구마깡 선생님의 지리산 애정이 담긴 숲해설^^
지리산에 살고 있는 여러 식물들과 시원한 계곡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숲기행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숲기행 후기 너무 생생하게 재방송된 느낌 감동이네요!!!
이렇게나 자세하게 처음본사람도 알기쉽게 작성해주셨네요.
지리산 뱀사골 계곡 잊지 못할것 같네요.
온 힘을 다해 길라잡이 해주신 고구마깡 샘 고맙습니다.
특히 5박6일 지리산 종주 저도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애정어린 후기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항상 같이 해주셔서 힘이 됩니다. 열정 언니 화이팅!^-^
우와 !!!생생하고 자세한 숲기행 후기글 감동입니다
그 날 공부한 나무이름 나방이름 잊어버리면 모범생 노트같은 이 글 다시 읽으면 되겠네요 ㅎㅎ
선생님의 숲에 대한 탐구와 열정을 응원합니당 ^^
감사합니다 송화샘~
나방 종류도 너무 많고 이름외기 힘들어요.^^ 나중을 생각해서 동기샘들이 기록해 놓았던 거 취합해서 기록만 했지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