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가하에 사는 완기사라는 사람은 이상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툭툭 건드려 나는 소리를 듣고 그 두개골의 주인이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는지, 예컨대 인간계에 났는지, 천상에 났는지, 축생이나 지옥에 났는지, 아수라 따위 귀신의 세계에 났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은 그의 능력으로 돈을 벌려고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완기사에게 빨간 색의 까사를 입혀 여러 지방으로 순회하며 그의 능력을 선전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수백 냥, 또는 수천 냥의 돈을 내고 자기네 부모나 친척들이 어느 세계에 났는지 가르쳐 달라고 몰려들었다.
완기사와 그의 일행은 그렇게 세상을 돌다가 어느 때 사왓티에 오게 되었다. 그들은 사왓티 근교에 있는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가는 길목에 숙소를 정했다. 그런데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손에 꽃과 향과 초 따위를 가지고 제따와나 수도원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완기사 일행들은 그들에게 물어 보았다.
“대체 어디들 가시는 겁니까?”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고 수도원에 가는 길이오.”
“거기 가서 당신들은 무엇을 얻습니까?”
완기사 일행들은 자기네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세상에 우리 완기사 같이 비상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는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건드려 보고 그 사람이 어느 세계에 태어났는지 말해 주니까요. 자, 당신네들도 여기 와서 한 번 해보시지요.”
그러자 신자들은 반박했다.
“완기사든 누구든 우리 부처님같이 탁월한 분은 달리 있을 리가 없소.”
그래서 완기사들과 신자들 간에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신자들이 말했다.
“그렇다면 같이 수도원에 갑시다. 그래서 당신네의 완기사가 더 비상한 능력을 가졌는지, 우리 부처님이 더 수승한 능력을 가지셨는지 봅시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수도원으로 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아시고 다섯 개의 두개골을 상위에 올려놓고 계시었다. 그것은 각기 다른 세계에 태어난 두개골이었다.
즉, 축생 귀신 인간 천상과 아라한의 두개골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도착하자 부처님께서는 완기사에게 물으시었다.
“죽은 사람의 해골을 두드려 보고 그 해골 주인이 어느 곳에 태어났는지 알아 맞춘다는 사람이 그대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 두개골의 주인은 어디에 태어났는지 말해 보라.”
완기사는 두개골을 두들겨 보더니 말했다.
“이 두개골의 주인은 남자인데, 니라야(지옥)에 태어났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를 칭찬하시었다.
“사두, 사두!(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는 계속해서 나머지 세 개의 두개골에 대해서도 물으시었는데, 완기사의 대답은 정확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가 바르게 대답할 때마다 그를 칭찬해 주시었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아라한의 두개골을 가리키시며 그 주인은 어디에 태어났는지 물으시었다. 그러자 완기사는 다른 두개골을 감정할 때처럼 그것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의 주인이 어디에 태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마침내 자기는 그것을 모르겠노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물으시었다.
“완기사여, 너는 그것을 모르겠느냐?”
“부처님이시여,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완기사여, 여래는 그것을 아느니라.”
그러자 완기사는 부처님께 그것을 알 수 있는 주문을 알려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여래는 빅쿠가 아닌 사람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없노라.”
그리하여 완기사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런 끝에 그는
'내가 이것까지 알게 되면 인도 안에서 으뜸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자기 동료들을 밖으로 불러내어 이렇게 말했다.
“동료들이여, 이 근처에서 며칠만 기다려 주게나. 나는 며칠간만 빅쿠가 되어 그 비밀을 알고 나서 돌아올 테니까.”
이렇게 되어 완기사가 빅쿠가 되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몸의 서른두 가지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는 수행법을 지도하시었다. 그래서 완기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몸의 각 부분을 하나하나 의미를 새기면서 관찰하고 외며 마음을 집중시켜 나갔다.
그동안 완기사가 밖으로 나갈 때면 그의 동료들이 초조하여 그에게 물어왔다.
“어떤가? 비법을 다 배웠는가?”
완기사가 대답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게나.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다가 며칠이 지난 뒤 그는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런 다음부터 그의 동료들이 그에게 예의 그 질문을 해오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브라흐민 형제들이여, 이제 나는 그런 것은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네.”
이 같은 그의 말을 들은 다른 빅쿠들이 완기사가 거짓으로 자기는 아라한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여 부처님께 자기들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너희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여래의 아들 완기사는 일체 중생이 죽어 가며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근본으로부터 잘 깨달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그는 모든 중생의 태어나고 죽는 길을 알고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번뇌로부터 멀리 떠나 깨달음에 이르렀나니
나는 그를 브라흐마나라 부른다.
그가 가는 길
천인도 인간도 알지 못한다.
모든 번뇌를 완전히 파괴하고
욕망에서 벗어났나니
나는 그를 브라흐마나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