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背信)”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믿음과 의리를 저버림’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이 말의 상대어는 “의리(義理)”일 겁니다. 의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입니다.
중국 역사에는 이 배신과 의리에 관한 많은 고사(古事)와 고사(古史)있는데 그만큼 그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배신은 한자 그대로 '믿음을 등진다'는 뜻으로, '거짓'과 함께 인류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자 행위라고 하는데, 인간의 본성 탐구에 있어 꼭 필요한, 혹은 인간관계와 인간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오늘날의 ‘배신(背信, Betray)’은 ‘특정 양측의 동의하에 체결된 물리적/비물리적 계약, 혹은 상호간 도의적 신뢰 관계를 통한 암묵적 합의 사항을 어기는 행위를 말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어떤 조직(사업체)의 계약관계나 조폭들의 사이에서 쓰는 얘기일 겁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배신'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의 뜻을 지닌 단어이고, 여기에 '돌아선다'는 의미를 좀 더 추가적으로 드러내는 단어가 '배반'입니다.
한편 '반역'이라는 말은 '나라와 겨레를 배반함' 또는 '통치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빼앗으려고 함'의 의미를 지닙니다. 상황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주군을 배신한 후 반역으로까지 나아가는 사례를 생각하면, 유의어의 범주에 폭넓게 넣을 수 있일 겁니다.
'배신자'는 '배신'이라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배신감'은 '배신'이라는 행위를 당한 후의 감정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에 배신, 배신자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나 어느 모임이나 배신, 배신자가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국회의원후보 공천을 앞두고 이 당, 저 당에서 배신, 배신자를 지칭하는 꼴을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황당할 뿐입니다.
<윤석열 정권 탄생 원인 제공자’들을 공천할지 말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시끄럽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윤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본인들이 발탁해 초고속 승진시킨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한테 정권을 뺏긴 수모를 당했으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차원일 것이다. 그러자 친문재인계 고민정 의원이 “윤 총장이 국민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라 시켜놨더니 배신의 칼을 꽂은 것”이라면서 배신 탓이지 발탁한 잘못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럼 윤 총장이 ‘배신’한 이유는 뭘까.
임명 철회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국민 뜻에 거슬러 구태여 임명 강행했기 때문 아닌가. 거기에 더해 추미애, 박범계 후속 장관들이 끊임없이 윤 총장 체급을 키워주면서 배신의 명분을 쌓게 해준 탓이기도 하다. 친문계를 쳐내려고 끄집어낸 원인으로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중차대한 실패에 책임을 안 묻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조국 건은 현 정권 탄생 이유의 일부분이다. 그것 말고도 심각한 원인이 여럿 있었다. 지금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것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임대차 3법과 부동산 폭등 문제가 국민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주도한 임대차 3법은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고 본인들도 여러 번 잘못을 인정했다.
법이 만들어지자 집주인들이 자동 재계약에 대비해 미리부터 올린 돈을 받느라 전월세 가격이 폭등했다. 그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입법이 없었으면 벌이지 않았을 재계약 갈등을 빚었고, 올려줄 돈이 없어 살던 집에서 나와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민주당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27번의 실패로 기록된다. 대책을 낼 때마다 집값 상승을 야기했고 부동산 공화국을 만들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총체적 무능 탓이었다. 하염없이 오르는 집값에 집 없는 사람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성폭행 사건은 민주당 사람들의 내로남불을 ‘확인·재확인·확인사살’까지 해줬다. 메가톤급 파문에도 불구하고 당 주변에선 이후에도 성 관련 비위가 끊이지 않았다.
가해자만 나쁜 게 아니었다. 여성 의원들이 떼 지어 가해자를 두둔했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몰아갔다.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 등이 피해호소인 용어 확산에 앞장섰다. 그런데 며칠 전 발표된 공천 적격자 및 경선 대상 명단에 이들 이름이 오른 걸 보면 올곧은 진보 정치학자라는 임 위원장이 이 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는 듯하다.
반년 이상 나라를 시끄럽게 한 언론중재법 개악 시도도 민주당 정권의 무리수 입법의 대표적 사례다. 언론보도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만들어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다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결국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이 같은 편이라 생각한 강성 좌파 매체들도 격분했다. 온 사회가 이 문제로 논쟁하느라 그만큼 민생 입법 기회가 사라졌다. 김용민 의원을 비롯해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일이다.
정권 교체 뒤 수사가 이뤄졌지만 2021년에 벌어진 ‘돈 봉투’ 사건은 겉으론 진보이고 참신한 정치인들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구악 중 구악의 폐습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부끄러운 단면이 드러난 일이다. 그간 민주당에선 이런 유형의 이중적 행태가 적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돈 받았다는 의원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다닌다. 지도부가 이 명단을 파악했을 텐데, 임 위원장이 이를 한번이라도 보긴 했을까.
이런 일 말고도 크고 작은 원인이 많다. 그런데 이것들을 무시하고 공천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현 정권 탄생 원인은 비단 당 공천에 쓰이고 버려질 재료가 아니다.
많은 국민이 총선 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지 아니면 지난 4년간 국회 제1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주당을 심판할지를 고민할 때 떠올릴 잣대들이다. 임 위원장이 공천을 제대로 하겠다면 민주당 실패 사례와 그 원인 제공자들을 샅샅이 찾아내 페널티를 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주당 심판론이 거세질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이 지난여름에 한 일들에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국민일보. 손병호 논설위원
출처 : 국민일보. 오피니언 칼럼 여의춘추, ‘尹정권 탄생 원인’ 수두룩하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많아서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얻은 것은 ‘어떤 생명체든 다 이기적인 것’이라는 겁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사람이 그렇게 느낄 뿐이지, 제 것을 다 남에게 주는 생명체는 없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진리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우파에게 넘긴 것이 그들에게는 패배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살기 위해서 좌파를 버리고 우파를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에 무슨 배신과 의리의 문제가 있겠습니까? 정 얘기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한 것입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을 배신자로 지칭하며 나발을 부는 자들에게 오늘 당장 후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하며 100% 다 등을 돌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무슨 정치판에 도의가 있고 의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들뿐입니다. 그게 사람의 본성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정말 의리를 지키고 남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게 의리이기 때문이고 그게 배신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입을 열고 함부로 ‘배신’운운하는 것들은 앞날을 보고 싶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