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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추석(秋夕) - 2
소호당시집 제3권 / 시(詩)○갑오고(甲午稿)
팔월 보름날 밤에
황강 강사에서 한 남교 과 함께 달을 완상하다〔八月望夜黃江江舍同韓 南敎 玩月〕
황강의 안개 낀 물 하늘에 닿을 듯 흐르니 / 黃江煙水拍天流
만 리의 맑은 광채 중추의 달일세 / 萬里淸光月半秋
도리어 세상의 난리 나쁜 일만은 아니니 / 還是亂離非惡事
사람을 몰아 중선의 누대에 오르게 하네 / 好驅人上仲宣樓
[주-C001] 갑오고(甲午稿) :
1894년(고종31), 김택영이 45세 되던 해에 지은 작품들이다.
[주-D001] 황강(黃江) :
낙동강의 지류로 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북도 김천시, 경상남도 거창군의 경계에 있다. 거창군 궁항리에서 발원하여 거창읍의 동부와 합천군을 지나 동류하여 합천군과 창녕군의 경계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주-D002] 남교(南敎) :
한남교(韓南敎, 1862~1925)로, 다른 이름은 교학(敎鶴)이다.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희관(希寬), 호는 만송(晩松)이다. 면우(俛宇) 곽종석(郭鍾錫, 1846~1919)의 문인이다. 저서로는 《만송집》이 있다.
[주-D003] 중선(仲宣)의 누대 :
당양현(當陽縣)의 성루(城樓)인데, 지금 호북성(湖北省)에 있다. 중선은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의 자인데, 그가 일찍이 동탁(董卓)의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의지해 있을 때, 강릉(江陵)의 성루에 올라가 고향에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서 진퇴 위구(進退危懼)의 심정을 서술하여 〈등루부(登樓賦)〉를 지었기 때문에 중선루라 하였다. 후세에 이를 차용하여 시인이 올라가 회포를 푸는 전거로 삼았다. 《三國志 卷21 魏書 王粲傳》 여기서는 1894년 아산만 앞바다 풍도(豊島) 전투를 시작으로 7월 1일 정식 선전포고를 하고 인천, 아산, 대전 등지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을 피해 창강이 황강으로 와 함께 지냈던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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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당집 제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8월 15일 밤에〔八月十五日夜〕
어둔 비 내리는 임치에 가을 물 이는데 / 雨黑臨淄秋水生
채찍 끝에 발 저는 나귀 삼경 다 되었네 / 蹇驢鞭末欲三更
다음 날 문회당 앞의 저 달이 / 他年文會堂前月
청주의 이 밤길 행차 말해 주리라 / 須說靑州此夜行
[주-D001] 임치(臨淄) :
중국 산동성(山東省) 중부에 있는 도시로, 옛날 제(齊)나라의 수도이다. 소청하(小淸河)의 지류인 치하(淄河) 서쪽 연안, 박산(博山)에서 동쪽으로 70여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주-D002] 청주(靑州) :
중국 화북(華北) 지방에 인접한 지명으로, 고대 중국을 아홉으로 나누었던 구주(九州)의 하나인데, 지금의 산동성 일대이다. 《서경》 〈우공(禹貢)〉에 “바다와 대산에 청주가 있다. 청주 지역은 동북쪽으로 바다에 이르고, 서남쪽으로는 대산에 닿아 있다. 대산은 태산이니, 지금의 습경부 봉부현 서북쪽 30리에 있다.〔海岱惟靑州 靑州之域 東北至海 西南距岱 岱泰山也 在今襲慶府奉符縣西北三十里〕”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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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집 제3권 / 시(詩)
중추절에
호숫가 집에서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中秋湖舍待月〕
오늘 밤 환한 보름달을 보려했으니 / 要看明月此宵多
게다가 맑은 달빛이 푸른 물에 비침이랴 / 況是淸光照碧波
완연히 옥화궁 속으로 들어간 듯하니 / 宛入玉華宮裡住
선유함에 어찌 꼭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랴 / 仙遊何必扣舷歌
[주-D001] 옥화궁(玉華宮) :
당나라 태종의 이궁(離宮)인데, 여기서는 선경(仙境), 신선의 세계를 말한다.
[주-D002]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랴 :
소식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술을 마시고 매우 즐거워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한다[飮酒樂甚, 扣舷而歌之.]”라고 한 구절을 차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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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집 속집 제1권 / 시(詩)
팔월 보름날
창녕 향시에 나아가다〔仲秋望赴昌寧鄕試〕
천리의 남쪽 유람 길이 어찌 이리 먼가 / 南遊千里路何長
말고삐 나란하니 온통 줄지은 기러기 떼로세 / 連轡渾成雁數行
들국화 향기 보내오니 가을빛이 풍성하고 / 野菊送香秋色足
꿈속 넋이 다시 서늘한 초당으로 들어가네 / 夢魂還入草堂凉
강길 따라 나귀 타고 다리를 건너니 / 策驢江路渡橫橋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려 절반쯤 지려 하네 / 紅葉搖風半欲飄
시인 묵객 먼 유람에 시 읊기 정말 좋은데 / 騷客遠遊吟正好
풀벌레는 무슨 일로 또 찌르르 울어대나 / 草蟲何事更喓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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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집 속집 제5권 / 시(詩)
추석에 성묘하는 모습을 보고 느낌이 있어〔秋夕觀上壠有感〕
가을바람 무덤 위에 살랑살랑 불어오니 / 西風吹動白楊原
여기저기 술병 들고 옛 무덤에 잔 올리네 / 處處携壺酹古魂
돌아가는 길에도 인간 세상 흥취 많아 / 歸路亦多人世興
달빛 아래 술 취하니 아이 손자 부축하네 / 月中扶醉盡兒孫
[주-D001] 무덤 :
원문의 백양(白楊)은 고대 중국에서 무덤 위에 심은 나무로, 무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두보(杜甫)의 시 〈장유(壯遊)〉에 “두곡에 노인들 이미 많이 죽어, 사방 교외에 백양이 많구나.〔杜曲晩耆舊 四郊多白楊〕”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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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암선생문집 제1권 / 시(詩)
팔월 보름날
한퇴지의 ‘일년명월금소다’시구를 운으로 하여 절구 일곱 수를 읊다[仲秋望日 詠退之一年明月今宵多爲韻 成七絶] 신해년
계절이 벌써 깊은 가을인지 / 節序臨高秋
갈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네 / 西風吹慄慄
달이 산 위에 둥실 떠올라 / 桂魄推上山
정신이 한결 상쾌함을 느끼겠네 / 頓覺精神一
붉은 궁문에 찬이슬 내리고 / 玉露飛丹闕
새하얀 하늘을 달이 달리네 / 金丸走素天
아 오늘밤 이 흥취가 / 可憐今夜興
해마다 해마다 되풀이 되었으면 / 歲歲又年年
산골에 가을이 짙어 / 峽中秋氣滿
산 위 달이 유난히도 밝네 / 山月十分淸
옥도끼로 언제 찍어낸다던가 / 玉斧何年琢
오늘밤 저 달 저리 밝은데 / 金精此夜明
골짜기마다 바람소리 세차고 / 萬壑風聲緊
천봉에는 눈빛 영롱한데 / 千峰雪色滑
어디서 오는걸까 기러기 한 쌍이 / 一雙何處鴈
물에 잠긴 달보고 저들끼리 춤을 추네 / 相對舞溪月
갠 달이 반공에 밝으니 / 霽月當空白
찬 기운이 하늘 가득 감도는데 / 連天冷氣侵
맑은 저 빛 언제부터 있었을까 / 淸光來幾世
옛날에도 지금과 같았다네 / 聞道古如今
떠가는 저 달 그 옛날 그대론데 / 桂魄流依舊
이 향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 天香何處飄
뗏목 타고 하늘 나루 물으려 하니 / 乘槎欲一問
맑은 이 밤에 선학이 우네 / 先鶴唳淸宵
달 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 對月時傾酒
시 읊고 미친 듯 노래도 하니 / 吟詩且狂歌
이 세상의 벼슬아치들 / 世間靑紫客
이보다 더 나을게 뭐라던가 / 較此不爲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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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집 제2권 / 시(詩)
추석에 달을 보다〔秋夕望月〕
은하수 씻은 듯 푸른 하늘 차가운데 / 銀河如洗碧空寒
가을 이슬 소리 없는 가운데 초목이 시드네 / 玉露無聲草樹殘
만고의 밝은 달은 언제나 오늘 밤 같건만 / 萬古月明今夜色
백년 사는 인생에 몇 번이나 볼 것인가 / 百年人得幾回看
시끄럽게 떠들고 웃는 사람들 무리지어 길 가고 / 喧喧語笑群過陌
고고(孤高)한 심흉으로 나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 落落胷懷獨倚欄
조금 취한 기운에 한 번 꿈꾸는 가운데 / 帶取微醺成一夢
미인이 나의 손 잡고 가을 난초 건네주네 / 美人携手贈秋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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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집 제2권 / 시(詩)
중추(中秋)에
서계(西溪) 노형(老兄)과 회운동(晦雲洞) 시냇가에서 만났는데, 작별에 임하여 시를 지어 주었으므로 삼가 화답하여 받들어 올리다.
깨끗한 돌과 맑은 시냇물 한자리 안에 / 白石淸溪一席中
늙은 얼굴과 흰 머리로 동과 서에 앉아 있네 / 蒼顔華髮坐西東
그대는 우선 가볍게 헤어지지 마오 / 請君且莫輕分手
똑같이 인간에 칠십 세 된 늙은이이니 / 同是人間七十翁
두 번째
태어남은 비록 같은 해이나 어질고 어리석음 달라 / 生雖同歲異愚賢
도를 들은 시기 크게 다르니 매우 부끄럽네 / 聞道深羞早晩懸
지금 나의 이 걸음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 今我此行何足道
그대에게 삼십일 년 앞을 사양하노라 / 讓君三十一年先
회곡(晦谷)의 시냇가에 모였는데, 이때 약천 상공(藥泉相公)이 장차 비파담(琵琶潭)으로 돌아가려 하므로 이 시를 지어 올려 작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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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西溪)의 늙은 아우
은총과 욕됨에 자주 놀라며 여러 조정 섬기니 / 寵辱頻驚事累朝
정신은 줄어들지 않았으나 머리와 살쩍은 변하였네 / 精神不減鬢毛凋
대궐을 하직하고 전원으로 돌아가니 / 却辭丹陛田園去
기러기와 고니 표연히 푸른 하늘에 있는 듯 / 紅鵠飄然在碧霄
두 번째
어렸을 때부터 우리 두 사람 서로 친하여 / 自從穉齒卽相親
육십 년 동안 모이고 흩어지길 자주하였네 / 六十年間聚散頻
오늘 또다시 시냇가에 와서 작별하니 / 今日又來溪上別
다시 만날 날 언제일지 모르겠네 / 不知重會在何辰
[주-D001] 그대에게 …… 사양하노라 :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돌아감이 31년 늦었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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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선생문집 제2권 / 시(詩)
중추(仲秋)에
이 정랑(李正郞) 종학(種學) 에게 부친 두 수
밝은 달이 하늘에 비치더니 / 明月照天宇
남은 빛 내 침상에 들어를 오네 / 餘輝入我床
숲속에선 까치가 꿈을 놀래고 / 樹間驚鵲夢
풀 사이엔 반딧불이 무색하도다 / 草際暗螢光
옥 이슬은 벽공(碧空)을 씻어 조촐하고 / 玉露洗空淨
금풍은 밤에 불어 서늘도 하이 / 金風吹夜凉
광한궁(廣寒宮)에 이르러 갈 수 있다면 / 廣寒如可到
향기로운 계화(桂花) 가지 스치고 말리 / 欲拂桂枝香
옥도끼로 닦아서 만들어내니 / 玉斧修成後
얼음바퀴 굴러굴러 올라를 오네 / 氷輪輾上初
흰 빛은 땅에 깔려 멀리 또 멀리 / 白光舖地遠
맑은 그림자 숲에 가득 성글어라 / 淸影滿林踈
바람은 으시시 나무에 일고 / 淅淅風生樹
이슬은 차가와 옷을 적시네 / 凄凄露濕裾
중문의 재치가 절묘하다니 / 仲文才思妙
아름다운 글귀는 또 어떠한지 / 佳句復何如
[주-D001] 까치가 꿈을 놀래고[驚鵲夢] :
조조(曹操)의 시(詩)에 “달 밝고 별은 드문데, 오작이 남으로 날아간다.[月明星稀 烏鵲南飛]” 하였다.
[주-D002] 광한궁(廣寒宮) :
달의 궁전. 《용성록(龍城錄)》에 “당 명황(唐明皇)이 신천사(申天師) 홍도객(鴻都客)과 함께 8월 보름날 밤에 달 속에서 노니는데, 방(榜)을 보니 ‘광한청허지부(廣寒淸虛之府)’라고 쓰여 있었다.” 하였다.
[주-D003] 옥도끼로……만들어내니 :
《서양잡조(西陽雜俎)》에 “태화(太和) 연간에 정인본(鄭仁本)이 숭산(嵩山)에서 노니는데, 한 사람이 수건에 물건을 싸서 베고는 그를 부르더니 말하기를 ‘그대는 달이 칠보(七寶)가 합쳐져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항상 8만 2천의 호(戶)가 있어 이것을 닦는다.’ 하고 인하여 수건을 열어 보이는데, 옥도끼 여러 개가 있었다.” 하였다.
[주-D004] 얼음바퀴[氷輪] :
달의 이칭. 소식(蘇軾)의 시에 “설봉의 이지러진 곳에 빙륜이 오른다.[雪峯缺處上氷輪]” 하였다.
[주-D005] 중문(仲文) :
이종학(李鍾學)의 자(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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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선생문집 제3권 / 시(詩)
중추절(仲秋節)에 법왕사(法王寺)에서 달을 구경하다.
하얀 달 바다에 솟아오르니 / 華月溶溶湧海隅
구름 없는 가을 하늘 물과 같구나 / 秋空如水片雲無
숲 사이 금개구리 싸늘도 한데 / 林間乍見金蛙冷
계수 아래 옥토끼는 외롭네그려 / 柱下遙憐玉兔孤
상쾌한 기운은 안상에 배고 / 爽氣凌凌侵几案
맑은 빛은 술동이에 비추누나 / 淸輝的的照尊壺
이 가운데 여산의 원대사(遠大師) 있어 / 就中賴有廬山遠
도 잠을 권키 위해 술 계속 사네 / 爲勸陶潛酒續酷
달빛이 발을 뚫고 자리로 들어오니 / 月色窺簾入坐隅
향 타는 서탑에 먼지 한 점 없구려 / 焚香書榻一塵無
오늘 저녁 이야기 잠이야 어찌 자리 / 晤言今夕那堪睡
좋은 때 즐거운 일 저버려선 아니되오 / 樂事良辰不可孤
온 절이 휘영청 은세계(銀世界)가 여기런가 / 梵宇炯如銀作界
중의 가슴 맑아라 옥병이 트인 듯이 / 僧懷淸似玉爲壺
즐거운 이 마당 술 행여나 마를세라 / 歡娛却恐尊醪盡
이웃집에 물어서 밤에 또 사와야지 / 爲問隣家入夜酤
[주-D001] 금개구리[金蛙] :
달의 별칭. 상고 시대 후예(后羿)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서왕모(西王母)의 선약(仙藥)을 훔쳐가지고 월궁(月宮)에 달아나 두꺼비[蟾蜍]가 되었다는 전설에 의하여 달을 섬여(蟾蜍)ㆍ항아ㆍ금섬(金蟾)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주-D002] 이 가운데……사네 :
여산(廬山)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명산(名山). 원대사(遠大師)는 혜원법사(慧遠法師)를 가리킨다. 혜원법사는 여산의 호계(虎溪) 동림사(東林寺)에 있으면서 불도(佛徒)인 혜영(慧永)ㆍ혜지(慧持)ㆍ도생(道生), 명유(名儒)인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ㆍ주속지(周續之) 등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했으며, 명사(名士) 도잠(陶潛)ㆍ육수정(陸修靜) 등과 서로 교유하여 여산의 호계삼소(虎溪三笑)로 유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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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선생문집 제7권 / 시류(詩類) - 남행록(南行錄)
중추(中秋)
지난해에는 제ㆍ노 동쪽에서 가을을 맞았는데 / 去歲逢秋齊魯東
지금은 익산으로 귀양와 있네 / 如今謫在益山中
해마다 가절에 돌아가기를 생각하는 나그네가 / 年年佳節思歸客
술을 얻으니 수심에 잠긴 얼굴 또 한번 붉네 / 得酒愁顔又一紅
가을바람 옥 같은 이슬이 은하를 씻은 듯 / 秋風玉露洗銀河
달빛은 예부터 이 밤이 제일 좋거니 / 月色由來此夜多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렸으니 / 惆悵浮雲能蔽日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묻노라 어쩌자는 것인가 / 停盃一問欲如何
자주(自註) : 이날은 구름이 잔뜩 꼈다.
아이 종은 피리를 불고 늙은 중은 노래하니 / 僮奴吹笛老僧歌
건부를 불러와 비파를 잡히네 / 蹇父呼來把琵琶
누가 양촌이 흥이 많은 것을 믿으랴 / 誰信陽村多興味
귀양온 이래 기이한 일 또한 자랑할 만하네 / 謫來奇事亦堪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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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집 제2권 / 시(詩)○조천록(朝天錄)
중추의 달 2수〔中秋月 二首〕
누가 연꽃을 해동에서 나오게 하여 / 誰遣蓮花出海東
먹구름 물리치고 온 하늘 텅 비게 하였나 / 陰雲辟易一天空
차가운 빛은 한밤 이슬을 깨끗이 씻고 / 寒光凈洗中宵露
시원한 바람은 만 리에 바람을 일으키네 / 爽氣吹生萬里風
관원은 관아 열기 전에 대궐로 나아가고 / 官史先衙趨紫闥
기는 의지할 데 없어 푸른 단풍숲에 숨네 / 䕫虛無托竄靑楓
여관 창가에는 고향 생각하는 나그네뿐인데 / 旅窓唯有思鄕客
경주를 다 헤아리니 오경이 이미 다하였네 / 算盡更籌五已窮
마노로 만든 술잔에 호박빛 술을 따라 / 瑪瑙之杯琥珀酒
뜰에서 담소하니 온통 외국말이라네 / 一庭談笑摠秦聲
맑은 밤 이슬 차니 벌레 소리 드물고 / 淸宵露冷稀蟲語
하늘에 구름 걷히니 기러기 갈 길 넓네 / 碧落雲收闊雁程
오만관에서 한 해를 보내니 달빛이 밝고 / 烏館一年明月色
도성에서 천 리 떨어지니 나그네 심정일세 / 玉京千里遠人情
서풍 부는 남포에 좋은 약속 늦었는데 / 西風南浦佳期晩
어느 곳 붉은 난간에서 생황을 연주하나 / 何處朱欄引鳳笙
[주-C001] 조천록 :
저자가 성절 겸 사은사(聖節兼謝恩使)로 연경에 다녀오며 지은 시를 엮은 것이다.
[주-D001] 기(夔) :
동해 유파산(流波山)에 산다는 상상 속의 외발 짐승이다. 《山海經 大荒東經》
[주-D002] 경주(更籌) :밤에 시각을 계산하는 산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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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집 후집 제2권 / 시(詩)○조천록(朝天錄)
한가위 보름달〔中秋月〕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울리고 / 萬戶鳴砧杵
거리마다 시장 문은 닫혔어라 / 千街捲市門
옥바퀴는 둥글게 꽉 차고 / 玉輪規正滿
은하는 엷어져 흔적이 없네 / 銀漢淡無痕
나뭇잎 떨어지니 가을 매미 울어대고 / 葉墮寒蟬響
둥지가 차가우니 잠자던 새 퍼득이네 / 棲寒宿鳥翻
창문 열고 근심스레 잠들지 못하니 / 推窓愁不夢
어느 곳에 돌아가는 넋을 의탁할까 / 何處托歸魂
항아는 달 속으로 도망갔으니 / 嫦娥逋月裏
나처럼 나그네 시름 생겨나리 / 同我旅愁生
멀리서 고향 모습 그리워하느라 / 遠作故鄕色
긴 밤 내내 마음 가누지 못하네 / 偏成長夜情
홀로 자는 게 싫어 잠들지 못하고 / 無眠猜獨宿
술이 있어도 혼자 마시기 싫다네 / 有酒禁孤傾
쓸데없이 흰 토끼털 붓을 가져다 / 謾取兎毫白
내 두 살쩍만 더욱 희게 하네 / 添吾雙鬢明
[주-D001] 옥바퀴 :
둥근 달을 형상한 말이다.
[주-D002] 항아(嫦娥)는 …… 도망갔으니 :
항아는 하(夏)나라 때 유궁후 예(有窮后羿)의 아내였는데, 남편이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사약을 구해 와서 먹기 전에 항아가 훔쳐 먹고 달 속으로 달아나 달의 정기가 되었다고 한다. 《淮南子 卷6 覽冥訓》
[주-D003] 쓸데없이 …… 하네 :
시 짓느라 고심하여 머리털만 더욱 희게 하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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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제3권 / 칠언율시〔七律〕
추석(秋夕)에 선릉(宣陵)에 대해 감회가 일어나기에
버틴 범 서린 용은 석상으로 늘어섰고 / 虎踞龍蟠象設層
백 년 된 솔과 잣은 구름 뚫고 서 있네 / 百年松柏入雲凝
상전이 창해로 변한 것도 안 믿긴데 / 桑田未信變滄海
옥완이 무릉에서 나올 줄을 알았겠나 / 玉椀那知出茂陵
백성이 덕택 입자 하늘 욕망 쇠퇴하니 / 德澤浹民天欲老
천제에게 정령 있어 대지는 별수 없지 / 精靈在帝地何能
외론 신하 창오의 순 부르며 눈물지니 / 蒼梧叫舜孤臣淚
가을 바람에 씻겨 달 마치 얼음 같네 / 霑灑秋風月似氷
[주-D001] 선릉(宣陵) :
성종(成宗)과 계비(繼妃) 정현왕후(貞顯王后)의 능이다.
[주-D002] 옥완(玉椀)이 무릉(茂陵)에서 나올 줄 :
옥완은 옥주발이다. 무릉은 한 무제(漢武帝)의 능이다. 심형(沈炯)의 한 무제를 제사 지내는 글에 “갑장(甲帳)의 주렴(珠簾)이 하루아침에 쇠퇴하니, 무릉의 옥완이 드디어 인간 세상으로 나왔도다.” 하였다. 《海錄碎事 卷10》
[주-D003] 백성이 …… 없지 :
정령(精靈)은 정령의 기인데, 만물을 형성하는 본원이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정기(精氣)가 사물이 되고 유혼(遊魂)이 변화가 된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에 “음양 정령의 기가 융합하고 쌓여서 만물이 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성종이 덕정을 베풀어 백성들이 잘 살자 하늘의 욕망이 다 차서 데려가려고 하였으나 만물을 만드는 정령이 천제에게 있어서 붙잡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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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오재집 제2권 / 시(詩)
중추절 밤에 홀로 앉아 읊조리다〔仲秋夜 獨坐口號〕
궁궐에 가을바람 일고 / 閶闔秋風起
구름 낀 하늘에 흰 달 오른다 / 雲霄皓月來
산과 강이 어렴풋이 보이고 / 山河相掩暎
별들이 모두 배회하네 / 星斗共徘徊
멋진 감상 시고에 보태고 / 勝賞添詩草
맑은 빛은 술잔에 넘치네 / 淸光溢酒杯
중원에서 반년 지낸 나그네 / 中原半年客
이 밤 즐거이 회포 푸노라 / 此夜好懷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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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오재집 제3권 / 시(詩)
중추
달밤에 홀로 앉아 있다가 느낌이 있어서〔中秋月夜 獨坐感懷〕
이 밤 8월의 달빛이 / 此夜中秋月
제월당에도 비추겠지 / 還應照月堂
백년토록 부모 봉양 기약했는데 / 百年期侍奉
홀로 남은 신세 문득 처량하구나 / 孤露忽凄凉
다시는 거문고와 술을 실컷 즐기지 못할 텐데 / 無復琴樽盛
푸른 대나무, 잣나무만 부질없이 남았겠지 / 空餘竹栢蒼
지금 갖가지 한이 많으니 / 秪今千種恨
어찌 깊어가는 고향 생각 견디랴 / 那忍更思鄕
두 번째
이 밤 8월의 달빛이 / 此夜中秋月
미천에도 비추겠지 / 還應照美川
선산에 송추를 북돋아주지 못했으니 / 松楸封植淺
서리와 이슬에 감회가 깊어라 / 霜露感懷偏
천지 사이 외로운 신세 슬퍼하니 / 天地悲孤影
조상 무덤 몇 년이나 돌보지 못했나 / 丘原隔幾年
평생 관직 떠나 살기를 바랐는데 / 平生誓墓願
고개 돌려보니 선현에게 부끄럽다 / 回首愧前賢
세 번째
이 밤 8월의 달빛이 / 此夜中秋月
미호에도 비추겠지 / 還應照渼湖
강물은 흰 비단처럼 밝았고 / 江流明素練
발 두른 누각은 얼음 술병처럼 빛났지 / 簾閣暎氷壺
마을에서 들리던 피리 소리 바람 속에 끊기고 / 村笛臨風斷
고기잡이 불빛이 강물 저편에 가물댄다 / 漁燈隔水孤
시와 술을 즐기던 흥취 회상하니 / 憶曾詩酒興
티끌세상은 꿈에도 들지 않네 / 無夢到塵區
[주-D001] 제월당(霽月堂) :
‘월당(月堂)’은 제월당으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읍내동에 위치한 건물이다. 제월당은 송상기의 선친으로 대사헌을 지낸 송규렴(宋奎濂, 1630~1709)의 당호(堂號)이다.
[주-D002] 홀로 남은 신세 :
‘고로(孤露)’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 안 계신 것에 대한 슬픈 감정을 말한다.
[주-D003] 서리와 이슬 :
‘상로(霜露)’는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서리와 이슬이 내리면 군자가 이를 밟음에 반드시 서글픈 마음이 든다.”라고 하였다.
[주-D004] 관직 떠나 살기를 :
‘서묘(誓墓)’는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둔함을 의미한다. 육유(陸游)의 〈상서걸사(上書乞祠)〉에 “서묘하는 것이 어찌 한갓 조상이 그리워서겠는가. 세상이 곳곳마다 위기로다.〔誓墓那因一懷祖, 人間處處是危機.〕”라고 하였는데, 이는 난세를 만나 시골로 내려갈 것을 선영에 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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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오재집 제4권 / 시(詩)
8월 15일은
선왕의 탄신일인데 병이 들어 제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연히 두보의 시가 떠올라 율시 한 편을 지어 감회를 붙이고 몽와께 올린다〔八月十五日 卽先王誕辰也 病未參陪祭 偶思杜詩 足成一律 以寓感懷 仍呈夢窩案下〕
천추절 경사 끝나고부터 / 自罷千秋節
팔월이면 마음 아프네 / 頻傷八月來
옛사람도 감회 읊조렸으니 / 古人猶志感
지금 나도 가슴 찢어지오 / 今我亦心摧
구름이 창오의 수레 가리고 / 雲斷蒼梧駕
바람이 금속퇴에 서글프다 / 風悲金粟堆
차마 진하하던 그곳 보겠는가 / 忍看陳賀地
부질없이 곡반에서 돌아왔어라 / 空作哭班回
[주-D001] 선왕의 탄신일 :
선왕은 숙종(肅宗)을 가리킨다. 숙종은 1661년 8월 15일에 경덕궁의 회상전에서 태어났다.
[주-D002] 몽와(夢窩) :
김창집(金昌集, 1648~1722)으로, 자는 여성(汝成), 호는 몽와(夢窩), 시호는 충헌(忠獻)이다.
[주-D003] 천추절(千秋節) …… 아프네 :
숙종이 승하한 뒤로 8월이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현종(玄宗)이 8월 5일에 탄생하였는데, 개원(開元) 17년에 백관이 주청하여 이날을 천추절이라 했다. 여기서 유래하여 군주의 탄일을 천추절이라 했으므로, 여기서는 숙종(肅宗)의 탄신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주-D004] 구름이 …… 가리고 :
숙종이 승하했다는 말이다. ‘창오(蒼梧)’는 순(舜) 임금이 승하한 곳이다. 《사기(史記)》 〈오제기(五帝本紀)〉에 “순이 제위(帝位)에 오른 지 39년에 남쪽으로 순수(巡狩)하다가 창오(蒼梧)의 들판에서 죽었으므로 강의 남쪽 구의산(九疑山)에 장사 지냈다.”라고 하였다.
[주-D005] 바람이 금속퇴(金粟堆)에 서글프다 :
숙종의 능에 서글픈 바람이 분다는 말이다. ‘금속퇴’는 섬서성(陝西省) 포성현(蒲城縣)에 있는 산 이름으로, 당 현종(唐玄宗)의 태릉(泰陵)이 있는 곳이다. 현종이 일찍이 이 산에 이르러 용이 서리고 봉황이 나는 듯한 산세를 보고 자기의 장지(葬地)로 택했다고 한다. 금속(金粟)이란 이름은 산 주위에 널려 있는 부서진 돌이 마치 곡식 낱알과 같으므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大唐新語 厘革》 여기서는 숙종의 명릉(明陵)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주-D006] 차마 …… 돌아왔어라 :
숙종의 탄신일에 축하하던 곳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곡반(哭班)’은 국상 때 백관이 모여 곡하는 반열을 말한다. 여기서는 숙종의 죽음에 곡을 하고 돌아왔던 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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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전집 제9권 / 시(詩)
중추의 밤에 희점하다[中秋夜戲拈]
이천 년 이전이라 밝은 달은 / 二千年前月
함께 이 구리자를 입증해주네 / 共證此銅尺
건초(建初)의 동척(銅尺)은 8월 15일에 만들었음.
아득하고 아득한 숭양의 꿈은 / 依依嵩陽夢
청안이라 만리의 나그네로세 / 靑眼萬里客
묻노라 가을달의 이 한 자리는 / 問不秋月筵
설 눈의 저녁과 어떨는지요 / 何如臘雪夕
연운이라 지나간 지경을 찾고 / 煙雲尋過境
설니라 옛 자취를 더듬어보네 / 雪泥覓舊跡
당랑거철(螳蜋拒轍) 스스로 요량 못한 것 / 螳轍自不量
죽가는 본래부터 바뀜 없나니 / 竹柯本無易
문자의 상서빛을 일으켜 노니 / 拈起文字祥
온 방안에 허백이 생겨나누나 / 一室生虛白
산해의 높깊음을 두들겨 보니 / 山海叩崇深
티끌 세상 좁다는 걸 깨닫겠구려 / 埃壒覺偪窄
천상이라 주안의 화로를 보소 / 天上鑄顔爐
강과 유는 각기 다 스스로 맞네 / 剛柔各自適
그댄 부디 구산을 갉아버리소 / 須君剔舊酸
열선은 산과 늪에 있는 거라네 / 列仙在山澤
[주-D001] 구리자[銅尺] :
건초(建初) 동척의 원품(元品)에 “建初六年八月十五日造”라고 전예(篆隷)간의 문자로 명각(銘刻)된 것인데 옹성원(翁星原)이 추사에게 진척(眞尺)의 탁본(拓本)과 목척(木尺)의 탁본 두 종을 기증하였음.
[주-D002] 숭양 :
천제오운첩(天際烏雲帖)을 일명 숭양첩이라고도 함.
[주-D003] 당랑거철(螳螂拒轍) :
자기의 힘을 요량하지 못하는 것.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猶螳蜋之怒臂以當拒轍”이라 하였음.
[주-D004] 죽가 :
《예기(禮記)》에 “竹貫四時而不改柯易葉”이라 하였음.
[주-D005] 허백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虛室生白 吉祥止止”라 하였음.
[주-D006] 주안 :
《양자(揚子)》 법언(法言) 학행(學行)에 “人可鑄歟 曰孔子鑄顔淵矣”라 하였음.
[주-D007] 구산 :
구일(舊日)의 유산(儒酸)을 이름. 유산은 빈한한 선비를 지칭함. 소식의 시에 “豪氣一洗儒生酸”이라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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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집 제3권 / 칠언율(七言律)
중추(仲秋)에
감회가 일어 지은 시를 청심 사군(淸心使君)에게 부치고 아울러 동강자(東江子)에게 보이다.
지방관으로 나가 머리 희어도 마음은 젊어 / 一麾頭白未心降
흥을 타고서 높은 누각 북창 아래 누웠노라 / 乘興高樓臥北窓
사해의 문장은 오직 목로가 으뜸이고 / 四海文章唯牧老
백 년의 빼어난 경치 여강이 독차지했네 / 百年形勝擅驪江
벗이 그리워도 속절없이 서찰만 오갈 뿐 / 故人相憶空書札
밝은 달 아래 누구와 술항아리 마주하랴 / 明月誰同對酒缸
다시금 묻노니 낙수 가의 희락자여 / 更問洛濱希樂子
어느 때나 기러기 그림자가 쌍을 이룰꼬 / 幾時鴻雁影成雙
[주-D001] 목로(牧老) :
고려 말의 문호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말한다. 자는 영숙(穎叔)이고 본관은 한산(韓山)이며,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주-D002] 어느 …… 이룰꼬 :
서로 함께 만나길 갈망하는 뜻이 담겨 있다. 두보(杜甫)의 〈희작기상한중왕(戲作寄上漢中王)〉이란 시에, 한중왕의 형인 여양왕(汝陽王)이 죽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구름 속에 한 쌍의 기러기 지나간단 말 듣지 못했다.[雲裏不聞雙雁過]”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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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집 제7권 / 해도록(海島錄)
중추(中秋)의 밤
어젯밤엔 하늘에 구름이 없더니 / 昨日天無雲
오늘 밤엔 둥근 달이 묻히었구나 / 今宵埋月輪
조물주도 이미 시기심이 많거니 / 造物已多忌
티끌세상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 況乃塵俗人
그래도 다행히 비는 오지 않기에 / 幸喜雨不作
작은 뜰에 방석을 깔고 앉았노니 / 小庭布重菌
나와 자리 함께한 이는 두 사람 / 從我者兩子
뜻이 맞으매 새롭고 오램이 없어라 / 意得無故新
간서 내려올까 비록 두렵기는 하지만 / 簡書縱可畏
맛없는 술이나마 애오라지 가까이한다 / 薄酒聊自親
밤이 길다는 것은 믿지 못하겠고 / 未信夜刻永
술잔이 자주 도는 것만 깨닫겠어라 / 但覺杯行頻
찬 김치는 반은 익고 반은 날것 / 寒菹半生熟
나무젓가락은 역시 참되어라 / 木箸亦已眞
외로운 달빛은 어드메에 있느뇨 / 孤光在何分
옥토끼는 속절없이 머뭇거리누나 / 玉兔徒逡巡
덧없는 세상 우환은 으레 있게 마련 / 浮世例憂患
인생 백 년이 그 며칠이나 남았느뇨 / 百年餘幾辰
서풍이 흰 이슬을 불어 없애는데 / 西風殺白露
눈물 흘려 옷과 수건을 적시노라 / 有淚濕衣巾
[주-D001] 뜻이 …… 없어라 :
서로 뜻이 통하니 처음 사귀었어도 오래 사귄 것만 같다는 것이다.
[주-D002] 간서(簡書) :
조정에서 벼슬아치를 발령할 때 내리는 공문이다. 《시경》 소아(小雅) 출거(出車)에 “어찌 돌아가길 생각지 않으리요마는 이 간서를 두려워한다.” 하였다.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는 공무에 몸이 속박될까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용재가 조정의 명이 내려져 귀양이 풀리거나 거제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되어 여기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과 헤어질까 걱정이라는 뜻으로 말하였다.
[주-D003] 나무젓가락은 역시 참되어라 :
투박한 나무젓가락으로 김치 안주를 집어 먹는 것이 진솔(眞率)하다는 것이다. 두보(杜甫)의 〈낙유원가(樂遊園歌)〉에 “자루가 긴 나무 표주박은 진솔함을 보인다.[長生木杓示眞率]”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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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1권 / 시(詩)○격경집(擊磬集) 갑인년(1854, 철종5)에서 갑자년(1864, 고종1)까지 귀천(歸川) 천운루(天雲樓)에서 지었다.
중추절 밤에 배를 띄우다〔中秋夜汎舟〕
작은 배로 물결 가르고 가 저녁 모래밭에 대니 / 小艇衝波艤晩沙
저 멀리 절집에서 종소리 들려오네 / 鍾聲遠自梵王家
초록 버들은 깊은 물가 언덕에 늘어지고 / 綠楊岸落三篙水
붉은 여뀌는 모래톱 십 리에 이어졌네 / 紅蓼洲連十里花
달을 따러 구름에 올라가는 건 한갓 꿈 / 取月梯雲徒夢想
쌀밥 짓고 쏘가리를 회치면 족할 내 인생 / 炊秔鱠鱖足生涯
이 강이면 속세와 뚝 떨어져 있으니 / 此江便與塵寰隔
도화원에 만 그루 노을빛 꽃 심지 마시게 / 休種桃源萬樹霞
[주-C001] 귀천(歸川) :
경기도 양근(楊根) 귀천리이다. 김윤식의 고향이다.
[주-C002] 천운루(天雲樓) :
김윤식의 고향 귀천에 있던 누대 이름이다. 김윤식의 생전에 이미 불에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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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2권 / 시(詩)○강북창화집(江北唱和集) 무진년(1868, 고종5)에서 신미년(1871, 고종8)까지이다.
중추에 비 내린 후 아이들의 운을 차운하다〔仲秋雨後次兒曹韻〕
숲에 내리던 성근 빗발 저녁 되어 개더니 / 林霏疎颯晩來晴
찬바람에 시든 연꽃이 흰 모시처럼 가볍네 / 風冷殘荷白苧輕
깊이 가려진 서실 휘장엔 등불만 고요하고 / 書幌掩深燈火靜
다급한 마을 다듬이질 소리 종이창에 울리네 / 村砧調急紙窻鳴
어렴풋한 세상사 기러기 발자국 같고 / 依稀世事鴻留跡
쓸쓸한 가을 회포 제비 떠나가는 심정일세 / 寥落秋懷鷰去情
한가한 날 자질들 거느리고 동산을 거니니 / 暇日東山携子姪
면류관 쓴 남의 광영 연모할 필요 없다네 / 不須軒冕慕他榮
멍하니 한밤중에 마른 오동에 기댄 채 / 嗒然中夜據枯梧
텅 빈 가을 창에 바보처럼 앉아있네 / 漻泬秋窗坐似愚
세월 오래된 산길에 기견이 생기고 / 歲久山蹊生杞犬
빗물 불어난 강 언덕에 장오가 모였네 / 雨添江岸簇檣烏
독서는 단지 한가함 보내기 위함 / 讀書只爲消閒地
근심을 푼들 어찌 끝내 없을까 / 遣悶那能到底無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무엇인가 / 聲自西南者何物
거울 속 모습 보니 흰 눈이 살쩍에 스몄구나 / 鏡中飜覺雪侵鬚
[주-D001] 기러기 발자국 :
송나라 소식(蘇軾)의 〈화자유민지회구(和子由澠池懷舊)〉시에 “인생이 가는 곳마다 무엇 같은지 아는가? 마땅히 나는 기러기가 눈 녹은 진창을 밟는 것과 같으리라.〔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라고 했다.
[주-D002] 기견(杞犬) :
기구(杞狗)라고도 하며, 전설 속의 개를 말한다. 나부산(羅浮山) 마고단(麻姑壇)에 있는 구기(枸杞)나무 아래에 있다는 붉은 빛의 개를 말한다.
[주-D003] 장오(檣烏) :
돛대 위에 있는 까마귀 모양의 풍향계를 말한다.
운양집 제2권 / 시(詩)○북산집(北山集) 계유년(1873, 고종10)에서 정해년(1887, 고종24)까지이다.
중추절에
소산 댁에 모여서 달을 감상하다〔中秋夜會素山宅賞月〕
부절 막 받자마자 벌써 백성을 근심하여 / 纔分符竹已憂民
시 짓는 자리에 오기도 전에 진솔함에 맡기네 / 不及詩塲却任眞
서치가 객으로 오기에 서재에 걸상 놓았고 / 徐穉爲賓齋設榻
좌석에 서씨(徐氏)가 있었는데, 장단(長湍) 사람이다.
사운이 수령이 되었어도 솥에 먼지가 생겼네 / 史雲作宰甑生塵
이제 북사에는 풍류가 줄겠으니 / 從今北社風流減
내년에 달빛이 새로운 곳은 그 어디일까 / 何處明年月色新
목계가 한 곡을 한번 들어보면 / 試聽木鷄歌一曲
훗날 자고 먹을 때면 부모님 생각 배가 되리라 / 鼎茵他日倍思親
장단(長湍) 오관산(五冠山) 아래에 옛날에 어떤 효자가 〈목계가〉를 친히 지어 악부(樂府)에 전해졌다. 소산(素山) 영공(令公)에게 풍수불기(風樹不洎)의 회포가 있어서 언급한 것이다.
[주-D001] 서치(徐穉) :
후한의 서치(徐穉)는 남창(南昌) 사람인데 청빈한 고사(高士)로서 은거하여 출사하지 않았다. 진번(陳蕃)이 태수로 있을 때 서치를 위하여 특별히 의자 하나를 만들어두고서, 서치가 오면 그 의자에 앉게 하고, 그가 떠나가면 그 의자를 매달아두었다고 한다.
[주-D002] 사운(史雲) :
후한(後漢) 범염(范冉)의 자이다. 내무장(萊蕪長)을 지냈다. 평생 가난하여 여러 번 밥도 짓지 못했는데 솥 안에 물고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주-D003] 자고 먹을 때면 :
인(茵)과 정(鼎)은 잠자리와 솥을 뜻하므로 일상적인 기거와 음식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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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3권 / 시(詩)○비궁창수집(閟宮唱酬集) 계유년(1873, 고종10)에서 갑술년(1874)까지
중추절에
소산 경당 위당 옥거 백거와 칠성당에 올라 함께 읊다〔仲秋日與素山絅堂韋堂玉居白渠登七星堂共賦〕
희미한 높은 바위에 작은 당을 지으니 / 隱約穹巖結小堂
흰 구름 속 신선들이 초장을 읽네 / 白雲仙侶讀醮章
점차 들려오는 물소리에 표주박 물 생각나고 / 漸聞澗佩思瓢飮
조용히 성관과 마주한 채 심지에 불을 붙이네 / 靜對星冠點炷香
자각 들어선 뭇 봉우리들 터진 경계를 메우고 / 紫閣數峯縫缺界
국화꽃 한 송이가 중양절을 이루었네 / 黃花一朶作重陽
가슴 씻어내고 눈 가늘게 떠 높은 곳 바라보니 / 盪胷決眦憑高眼
만 리에 뻗은 허공을 새가 가로질러 날아가네 / 鳥度晴空萬里長
[주-D001] 초장(醮章) :
하늘에 제사 드리는 글이다.
[주-D002] 성관(星冠) :
도사(道士)의 관모이다.
[주-D003] 자각(紫閣) :
선인(仙人)이나 은자가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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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4권 / 시(詩)○면양행음집(沔陽行吟集) 2 무자년(1888, 고종25) 7월부터 임진년(1892, 고종29) 계동(季冬)까지
중추일 우중에〔中秋日雨中〕
돌길에 쓸쓸히 촉서 바람 불어오니 / 石逕蕭蕭薥黍風
앵앵 파리 소리 맴맴 매미 소리 그새 사라졌네 / 蠅營蟬噪轉頭空
이별의 정회로 멀리 삼산 밖을 바라보다 / 離懷遠望三山外
팔월 가운데서 가절을 다시 만났네 / 佳節重逢八月中
흥을 타면 탁주로도 힘을 내지만 / 乘興濁醪猶有力
때 지나면 단비도 아무 공력 없네 / 過時甘雨亦無功
천재가 하필 요탕의 시대에 미쳐 / 天灾偏及堯湯世
크고 작은 동쪽 나라 베틀에서 상심하네 / 杼柚傷心大小東
지난해처럼 올해도 타향에서 가절 보내고 / 殊鄕送節去年同
문득 가을 소리 듣고서 동자에게 물어보네 / 忽聽秋聲問小童
센 머리 천 장이나 길어짐을 어찌 막으리 / 衰髮那禁千丈白
성근 숲은 이미 이분이 붉어졌네 / 疎林已看二分紅
거친 들에서 굶주린 참새 근심하고 / 野田荒落愁飢雀
처량한 수향에서 이른 기러기 보네 / 水國蕭凉見早鴻
무함 찾아가 초서 점일랑 치지 마시오 / 莫向巫咸椒糈卜
궁하던 통하던 모두 벽옹옹에게 맡길 뿐 / 窮通一任碧翁翁
[주-D001] 촉서(薥黍) :
수수이다.
[주-D002] 요탕(堯湯) :
요 임금과 탕 임금이다. 모두 고대의 성군(聖君)으로 태평성대를 말한다.
[주-D003] 베틀에서 상심하네 :
베를 짜는 과부도 나랏일을 근심한다는 것이다. 《춘추좌씨전》 소공(昭公) 24년 조에 “과부가 씨줄을 근심하지 않고, 낙읍(洛邑)이 망함을 근심하였다.〔嫠不恤其緯 而忧宗周之隕〕”라는 말이 나온다. 즉 천과 실이 부족하여 베를 못 짤까봐 근심하지 않고 나라가 망할까만 근심하였다는 뜻인데, 후에 개인의 안위를 잊고 나라를 근심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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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4권 / 시(詩)○면양행음집(沔陽行吟集) 2 무자년(1888, 고종25) 7월부터 임진년(1892, 고종29) 계동(季冬)까지
중추일에 짓다〔中秋日作〕
산중엔 계절 바뀌었건만 객은 그대로 머무르니 / 山中節換客淹留
좋은 밤 달빛 가득한 누대 견디기 어렵네 / 叵耐良宵月滿樓
단란한 열 식구 중 아들은 오직 하나인데 / 十口團圓惟一子
겨우 반 넘긴 백 년 인생 또 중추를 맞음에랴 / 百年强半又中秋
눈앞의 세 잔 술 마시고 취해야겠지 / 眼前宜取三盃醉
눈썹 가엔 부질없이 만국의 근심만 엉겼네 / 眉際虛凝萬國愁
어이하여 가을 쓰르라미는 그리 슬피 우는가 / 底事寒螿吟太苦
머리에 서리 떨어지면 이내 그칠 것을 / 到頭霜落便應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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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4권 / 시(詩)○면양행음집(沔陽行吟集) 2 무자년(1888, 고종25) 7월부터 임진년(1892, 고종29) 계동(季冬)까지
중추절에 자천과 함께 읊다〔中秋節與紫泉共賦〕
가을제사 북소리 시골 노래 한바탕 소란쿠나 / 社皷村歌閙一堂
전가의 팔월은 분주함을 잠시 잊는 때 / 田家八月暫休忙
명절날 병 얻어 처음 일으킨 몸 가련해라 / 佳辰得病憐初起
좋은 밤에 책을 보니 점차 나아감이 기쁘네 / 良夜看書喜漸長
철 이른 감 붉게 터져 때로 섬돌에 떨어지고 / 早柿綻紅時落砌
늦은 파초 초록을 펼쳐 담장 키를 넘었네 / 晩蕉展綠始過墻
막걸리와 송편 이웃에게 배불리 얻어먹으니 / 秫醪葉餑從隣飽
해마다 먹는 그 맛에 타향이 익숙해지네 / 風味年年慣異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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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집 제2권 / 시(詩)
중추에
국보 형 및 아우들과 더불어 화산을 유람하는데 적안 이중회 어른 상현 이 뒤따라 왔기에 태고사에서 함께 묵고 아침에 일어나 적안옹의 시에 차운하다〔仲秋 與國寶兄及群弟遊華山 赤岸李仲晦丈 相顯 追至 同宿太古寺 朝起次岸翁韻〕
텅 빈 산에 바람 불고 새벽 서리 맑은데 / 空山淅瀝曉霜淸
눈 가득 가을빛은 흰 성곽을 둘렀구나 / 滿目秋光繞粉城
폭포 있는 높은 난간에서 시원한 소리 들리니 / 白瀑危欄聞颯爽
청려장 짚고 오솔길을 기우뚱 걷네 / 靑藜細路踏欹傾
구름이 갠 만 리 길엔 산봉우리들 다투어 솟고 / 晴雲萬里峯爭出
단풍든 일천 바위는 해 뜨자 더욱 밝아지는구나 / 紅樹千巖日更明
시로와 함께 오게 될 줄 참으로 생각 못했거니 / 詩老相携眞不意
표연히 나막신신고 마음껏 거닐어 보리라 / 飄然謝屐恣閒行
[주-D001] 국보 형 :
오원의 재종형(再從兄) 오박(吳璞)이다. 《월곡집》에 자주 등장하나 자세한 인적 사항은 미상이다.
[주-D002] 화산 :
북한산(北漢山)을 말한다.
[주-D003] 이중회 어른 :
이상현(李相顯)으로, 본관은 전주, 자는 중회이다. 1726년(영조2) 병오 식년시에 진사 3등으로 합격한 뒤 감역관(監役官)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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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집 제3권 / 시(詩)
중추의 감회〔中秋感懷〕
먼 데서 온 나그네 고향 그리워하는 밤 / 遠客思鄕夜
텅 빈 서재에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 空齋白露秋
변방에 앉아 가절을 슬퍼하노니 / 關河悲令節
선산에 향불도 올리지 못하네 / 香火阻先丘
손님처럼 왔던 기러기는 어찌 그리 빨리 가는가 / 賓鴈征何早
멀리서 들려오는 다듬이소리 그치지 않네 / 遙砧聽未休
층층 구름은 또 무슨 뜻일까 / 重雲復何意
달뜨기를 기다리며 괴로이 누각에 기대어 섰네 / 待月苦憑樓
[주-D001] 가절(佳節) :
중추가절(仲秋佳節), 즉 추석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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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사집 제1권 / 삼사수창록(三槎酬唱錄)
팔월 십오일 밤,
도감(都監) 제공(諸公) 및 네댓 명의 태수(太守)들과 달천교(達川橋)에 모여 달을 구경하며 2수. 이 다리는 정주(定州) 동쪽 5리쯤에 있다.
십 리라 시내 다리 가을 물은 불었는데 / 十里河橋秋漲深
사또께서 자리 열어 이렇게 함께 모였어라 / 使君開席此同臨
맑은 빛은 오늘 밤 달을 저버리지 않으나 / 淸光不負今宵月
미친 흥은 도무지 옛날의 마음이 아니로세 / 狂興都非舊日心
우선 술잔을 들어서 좋은 날을 즐겨 보고 / 且把酒盃酬勝節
억지로 시를 지어 번잡한 회포 달래노라 / 强排詩律慰煩襟
망망한 변방이라 고향길 꿈에도 아득해 / 茫茫關塞迷歸夢
옛 도성 향해 고개 돌리니 눈물이 흐르누나 / 故國回頭淚不禁
시끄러운 전란으로 늘 바쁜 통에 / 擾擾兵戈日着忙
시절이 벌써 가을이 된 줄도 몰랐어라 / 不知時節已秋涼
무단히 한 식경 동안 벌인 강호의 흥취여 / 無端一餉湖鄕興
푸른 밭둑에서 콩을 삶고 게는 속이 누렇군 / 豆煮畦靑蟹劈黃
[주-D001] 맑은 …… 않으나 :
오늘 밤도 날씨가 맑아 어김없이 밝은 추석 달이 떴다는 뜻이다.
[주-D002] 무단히 …… 누렇군 :
호수가 있는 시골에서 잠시 동안 벌이는 술자리에 밭둑의 콩을 삶고 게를 잡아 삶아서 안주로 삼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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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사집 제4권 / 갑진조천록 상(甲辰朝天錄上)
팔월 보름,
성절사(聖節使)와 천추사(千秋使) 두 사행(使行)과 옥하관(玉河館)에서 만났으며, 이어 계회도(契會圖)를 그리고 그 그림 두루마리에 적다.
벼슬아치 행차 이어지는 옥하관 / 聯翩冠盖玉河濱
술동이 놓고 단란히 열 사람 모였다 / 尊酒團圓且十人
이만하면 고향에서도 성대한 모임 / 縱在吾鄕猶盛集
게다가 외로운 객관에 또 가절임에랴 / 況同孤館又佳辰
구천의 뗏목 그림자 가을 만나 차갑고 / 九天槎影逢秋冷
만리 밖 고국 생각은 달 보니 새로워라 / 萬里歸心見月新
이 광경 그림 그리는 것도 또한 좋은 일 / 畫裏形容亦勝事
훗날엔 꿈속의 몸을 가리켜 얘기하겠지 / 他時指點夢中身
[주-D001] 꿈속의 몸 :
지나간 과거는 덧없어 꿈속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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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4권 / 시(詩)○해서록(海西錄)
중추일
황주의 연융당에서 문무의 선비들을 시험 보고, 밤에 절도사 이 영공 한창 과 안악 군수 이 영공 시중, 인산 승과 월파루에 모여서 술을 마련하고 호중연을 베풀었다. 다시 루 자 운을 쓰다. 〔中秋日 試文武士于黃州鍊戎堂 夜會節度使李令 漢昌 及安岳倅李令 時中 麟山丞于月波樓 設酌呼中 復用樓字韻〕
밤에 절도사 이 영공 및 안악 군수 이 영공, 인산 승과 월파루에 모여서 술을 마련하고 호중연을 베풀었다. 절도사 이 영공은 이한창, 안악 군수 이 영공은 이시중이다.
높은 성이 절벽 앞에 있고 / 高城當絶壁
멋진 모임이 중추절에 열렸네 / 勝集屬中秋
비껴 흐르는 강물에 달그림자 일렁이고 / 影動橫江月
한밤중의 누각에선 빛이 생겨나네 / 明生半夜樓
차려입은 의관에 모두가 준수하고 / 衣冠多俊彩
옷깃과 띠에는 변방의 계책 장하여라 / 襟帶壯邊籌
민수(澠水)처럼 넘치는 술 모두 다 마시니 / 倒盡如澠酒
은하수 이미 북쪽으로 기울었네 / 星河已北流
[주-C001] 해서록(海西錄) :
《이계선생삼편전서(耳溪先生三編全書)》의 원주에 “경인년(1770, 영조46) 봄 은대에 있다가 황해도 관찰사에 제수되고 신묘년 겨울(1771)에 체직되어 돌아왔다. 이 편은 부절을 쥐고 나아가 정사를 베풀던 때 유람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D001] 중추일 …… 보고 :
이계가 황해도 관찰사로 있던 1771년(영조47) 가을 순행 중에 지은 시로, 인재가 많음을 기뻐하는 내용이다. 황주에 연융당이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는데, 추측건대 황주성 동북쪽 장대(將臺) 인근에 있던 연무당(鍊武堂)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주-D002] 민수(澠水)처럼 넘치는 술 :
잔치 자리에 술과 안주가 넉넉하게 많은 것을 비유한 것이다. 민수는 제(齊)나라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다. 춘추 시대 진 소공(晉昭公)이 제후(齊侯)와 만났을 때, 진(晉)나라 대부(大夫) 중행목자(中行穆子)가 “술은 회수(淮水) 같고 고기는 모래섬 같도다.[有酒如淮, 有肉如坻.]”라고 말하자, 제후(齊侯)가 “술은 민수 같고 고기는 언덕 같다.[有酒如澠, 有肉如陵.]”라고 말한 일이 있다. 《春秋左氏傳 昭公12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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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4권 / 시(詩)○해서록(海西錄)
중추일
황주의 연융당에서 문무의 선비들을 시험 보고, 밤에 절도사 이 영공 한창 과 안악 군수 이 영공 시중, 인산 승과 월파루에 모여서 술을 마련하고 호중연을 베풀었다. 다시 루 자 운을 쓰다. 〔中秋日 試文武士于黃州鍊戎堂 夜會節度使李令 漢昌 及安岳倅李令 時中 麟山丞于月波樓 設酌呼中 復用樓字韻〕
밤에 절도사 이 영공 및 안악 군수 이 영공, 인산 승과 월파루에 모여서 술을 마련하고 호중연을 베풀었다. 절도사 이 영공은 이한창, 안악 군수 이 영공은 이시중이다.
높은 성이 절벽 앞에 있고 / 高城當絶壁
멋진 모임이 중추절에 열렸네 / 勝集屬中秋
비껴 흐르는 강물에 달그림자 일렁이고 / 影動橫江月
한밤중의 누각에선 빛이 생겨나네 / 明生半夜樓
차려입은 의관에 모두가 준수하고 / 衣冠多俊彩
옷깃과 띠에는 변방의 계책 장하여라 / 襟帶壯邊籌
민수(澠水)처럼 넘치는 술 모두 다 마시니 / 倒盡如澠酒
은하수 이미 북쪽으로 기울었네 / 星河已北流
[주-C001] 해서록(海西錄) :
《이계선생삼편전서(耳溪先生三編全書)》의 원주에 “경인년(1770, 영조46) 봄 은대에 있다가 황해도 관찰사에 제수되고 신묘년 겨울(1771)에 체직되어 돌아왔다. 이 편은 부절을 쥐고 나아가 정사를 베풀던 때 유람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D001] 중추일 …… 보고 :
이계가 황해도 관찰사로 있던 1771년(영조47) 가을 순행 중에 지은 시로, 인재가 많음을 기뻐하는 내용이다. 황주에 연융당이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는데, 추측건대 황주성 동북쪽 장대(將臺) 인근에 있던 연무당(鍊武堂)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주-D002] 민수(澠水)처럼 넘치는 술 :
잔치 자리에 술과 안주가 넉넉하게 많은 것을 비유한 것이다. 민수는 제(齊)나라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다. 춘추 시대 진 소공(晉昭公)이 제후(齊侯)와 만났을 때, 진(晉)나라 대부(大夫) 중행목자(中行穆子)가 “술은 회수(淮水) 같고 고기는 모래섬 같도다.[有酒如淮, 有肉如坻.]”라고 말하자, 제후(齊侯)가 “술은 민수 같고 고기는 언덕 같다.[有酒如澠, 有肉如陵.]”라고 말한 일이 있다. 《春秋左氏傳 昭公12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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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8권 / 시(詩)○이계록(耳溪錄)
중추철 밤 뒷산 기슭에 오르다〔中秋夜 登後麓〕
행인들 발길 차차 끊어지고 / 稍稍行人斷
돌아오는 새들만 어지러이 지나가네 / 紛紛棲鳥過
달 높아 산 그림자 작고 / 月高山影小
바람 잦아들어 물소리 커지네 / 風定水聲多
맑은 기운 두성과 우성에 보이고 / 灝氣看牛斗
그윽한 마음 벽라의에 부치네 / 幽情寄薜蘿
밝은 창에 드는 맑은 빛에 잠 못 이루어 / 虛窓淸不寐
한밤중에 홀로 소리 높여 노래하노라 / 中夜自高歌
[주-C001] 이계록(耳溪錄) :
〈이계록(耳溪錄)〉은 이계가 해직(解職)될 때마다 우이동을 오가며 지은 시들을 모은 것으로, 이계(耳溪)를 건너 우이동을 찾아가며 지은 시, 주변의 누정(樓亭)이나 산수(山水)를 즐기며 지은 시, 찾아온 친척이나 손님에게 지어준 시 등이 보인다. 우이동에서 즐기는 정취와 여유, 해직에 대한 착잡한 마음, 손님에 대한 반가움, 자신의 노화에 대한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이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24제(題) 32수(首)이다.
[주-D001] 중추절 …… 오르다 :
추석날 밤 뒷산에 혼자 올라 지은 시이다. 맑고 청아한 달밤의 정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평성 ‘가(歌)’ 운의 측기식 수구불용운체 오언율시이다.
[주-D002] 벽라의(薜蘿衣) :
칡덩굴로 만든 은둔자의 의복인데, 은둔하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초사(楚辭)》 〈구가(九歌) 산귀(山鬼)〉에 “벽려옷을 입고 여라로 띠를 둘렀도다.[被薜荔兮帶女蘿]”라고 한 데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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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3권 / [시(詩)]
팔월 십오일에 절도사를 모시고 입암에서 노닐다[八月十五日陪節度使遊立巖]
입암은 울산(蔚山)의 서북쪽으로 20리쯤에 있다. 물이 재악(載岳)에서 나와 동쪽으로 언양(彦陽)을 경유하여 해구(海口)에 이르러 황룡연(黃龍淵)으로 들어가는데, 입암이 그 굽어 돌아흐르는 곳에 있는바, 물 가운데 우뚝하게 서있어 바라보면 마치 부도(浮屠 탑을말함)와 같이 보인다. 그 밑에는 물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는데, 세속에 전하기를 그 곳에 용이 있다고 한다. 해가 가물 적에는 호랑이의 머리를 그 곳에 넣으면 반드시 비가 온다.
삭철 같은 열 길도 넘는 기이한 바위가 / 奇巖削鐵十尋餘
못 가운데 거꾸로 꽂힌 모양 그림도 그만 못하리 / 倒揷潭心畫不如
저녁 연기 가로질러 반층쯤 드러난 곳에 / 日暮煙橫層半露
물새들이 날아앉았다 고기를 물어올리네 / 駕鵝飛上落銜魚
돌아흐르는 바위 밑이 바로 용추라 하니 / 洄洄巖底是龍湫
문사들이 해 걸러 노는 걸 응당 의아해하리 / 應訝騷人隔歲遊
풍뢰가 평지에서 일어날까 두려우니 / 却恐風雷起平地
노래 풍악 재촉하여 방주로 내려가야지 / 須催歌吹下芳洲
원수와 담소하며 피라미를 완상하고 / 元戎談笑翫游鯈
흥겨워 돌아오니 이슬이 물가에 가득한데 / 乘興歸來露滿洲
취한 눈으로 말 머리의 둥근 달을 쳐다보니 / 醉看馬頭端正月
중추 가절이 되었음을 갑자기 놀라네 / 忽驚佳節已中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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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4권 / [시(詩)]
중추에
왕세자가 문소전에 대리로 제사지내는데, 이 교리 간, 유 교리 휴복, 권 전적 구와 함께 대축이 되어 짓다[中秋王世子代祭文昭殿與李校理幹柳校理休復權典籍俱爲大祝有作]
세밀히 꾸민 원묘에 겹겹의 문 통창한데 / 枚枚原廟敞重門
아름다운 달빛은 액원에 곱기도 해라 / 穆穆金波麗掖垣
세자의 수레 따르는 방울 소리를 갑자기 듣고 / 忽聽鳴鸞隨鶴駕
다시 술그릇에 뜬 향 연기를 보노니 / 更看香穗泛犧樽
삼가서 의당 신령의 강림을 믿을 것이요 / 小心須信神能格
세서를 쓸 땐 눈 밝음을 자랑하지 마세나 / 細字休誇眼不昏
당 아래 펼치는 칠덕무를 자세히 보니 / 七德諦觀堂下舞
선왕이 진정 후손에게 보이기 위함이로다 / 先王端爲示仍昆
[주-D001] 칠덕무 :
당 태종(唐太宗)이 무(武)의 칠덕(七德)에 기초하여 만든 무곡(舞曲) 이름인데, 칠덕은 바로 금포(禁暴)ㆍ집병(戢兵)ㆍ보대(保大)ㆍ정공(定功)ㆍ안민(安民)ㆍ화중(和衆)ㆍ풍재(豐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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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9권 / [시(詩)]
중추절
밤에 극기ㆍ세륭ㆍ백원과 함께 달을 구경하며 두류산을 바라보다[中秋夜與克己世隆百源翫月望頭流]
지난해 오늘의 두류산에는 / 去年此日頭流山
완악한 구름이 찬란한 달빛을 가리었기에 / 頑雲遮隔爛銀盤
부르튼 발로 돌아와 마음이 불쾌해서 / 繭足歸來志不慊
꿈에도 혹 버릇이 되어 꼭대기를 오르곤 했네 / 夢或成魘窮巑岏
오늘 밤의 맑은 경치는 실로 뜻밖이라 / 今宵晴景實邂逅
멀리 좋은 벗 불러서 단란하게 모이었는데 / 遠徵勝友要團圞
청상문 안이 정히 그림과도 같아라 / 淸商門裏正如畫
등이 누런 두꺼비가 숲 속에 보이누나 / 金背蝦蟆林下看
밝은 촛불 물리치고 술잔을 벌여놓으매 / 斥去華燭羅杯觴
베짱이 슬피 울고 이슬 흠뻑 내리는데 / 絡緯悲嘶零露溥
띄엄띄엄 뜬구름도 이내 활짝 걷히어 / 浮雲點綴旋辟易
백 리 안통은 털끝까지 다 볼 수가 있구나 / 百里豪末觀能殫
두류산 또한 묵은 한을 위로라도 해주는 듯 / 頭流亦似慰舊恨
아득히 구름 위에 솟은게 눈에 들어와 / 入眼縹緲攙雲端
영랑과 천왕봉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고 / 永郞天王可指數
술자리도 온화해라 즐거운 놀이 제공하네 / 酒邊醞藉供淸歡
당시의 발자취 바위 산에 펼쳐있으니 / 當時足跡布巖嶂
후일의 남건은 참으로 유독 어려우리라 / 後日濫巾良獨難
밤새도록 은궐을 마주하여 길이 읊으니 / 終宵長嘯對銀闕
두 겨드랑이에 문득 바람 날개가 생긴 것 같네 / 兩腋倏若生風翰
[주-D001] 등이 누런……보이누나 :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음력 8월 15일 밤에 숲 속을 바라보니, 하얀 기운이 마치 마전한 베를 뻗쳐놓은 듯하므로, 가까이 가서 보니, 바로 등이 누런 두꺼비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것이 곧 달 속에 있는 두꺼비인 듯하다고 하였다.
[주-D002] 남건 :
함부로 은사(隱士)를 흉내 내어 은사의 두건(頭巾)을 쓴다는 뜻으로, 은사가 아니면서 은사인 체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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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집 제1권 / 시(詩)
추석날 밤
존보와 욕파정에서 묵으며. 저녁 내내 하늘에 먹구름이 덮여 있다가 한밤중에 별과 달이 비로소 빛을 내서 서로 바라보며 즐거워하다가 ‘루’ 자 운으로 시를 짓다〔中秋夜 與尊甫宿浴波亭 竟夕雲陰羃䍥 夜中星月始甚朗 相顧樂之 賦得樓字〕
호숫가 정자 닫아둔 지 몇 가을 지났는데 / 湖亭空閉屢經秋
오늘 바야흐로 호탕한 놀이 펼쳐지네 / 今日方成爛漫遊
창 흔드는 강물 소리에 밤새 시름겹고 / 撼戶江聲愁永夜
숲 너머 어화 보이니 외로운 배 있으리 / 隔林漁火有孤舟
하늘에 기러기 날아가니 서리가 잎을 때리고 / 遙空雁急霜鳴葉
강가 모래 환하니 달빛이 누각에 가득하네 / 近岸沙明月滿樓
날이 밝으면 단협 가는 길 찾으려 하니 / 明發欲尋丹峽路
은주암 아래에서 다시 머뭇거리네 / 隱舟巖下更夷猶
두 번째〔其二〕
강가 인가에 낙엽이 지는 가을 날 / 近水人家落木秋
복건 쓰고 쓸쓸히 난간에 기대섰네 / 幅巾蕭散倚欄頭
이경의 싸늘한 달빛에 모래 기슭 환하고 / 二更霜月明沙岸
십 리의 세찬 여울 바위 누각을 울리네 / 十里風灘響石樓
만사는 나를 취하게 할 거리도 못 되니 / 萬事不堪供我醉
평생토록 오직 창주에서 늙고 싶어라 / 一生惟欲老滄洲
밤 깊도록 잠 못 이루어 베개에 기대앉으니 / 夜闌不寐仍攲枕
찬 하늘에 슬픈 기러기 소리 멀리서 들리네 / 遙聽寒空旅雁愁
[주-D001] 욕파정(浴波亭) :
지금의 여주읍(驪州邑) 우만(牛灣)에 있던 정자이다. 정암은 〈서사군수창시후(書四郡酬唱詩後)〉에서 “병신년(1716, 숙종42)에 나는 증소(橧巢)와 함께 사군(四郡)의 산수를 유람하려고 하여, 행차가 여주(驪州)에 도착하였다. 때마침 추석이라 나는 성묘한 뒤에 증소와 함께 우만(牛灣)에 있는 욕파정(浴波亭)으로 갔는데, 욕파정은 우리 집안 소유의 옛 정자이다. 밤중에 촛불을 켜고 시를 짓고 다음 날 단협(丹峽 단양(丹陽))으로 들어갔다. 돌아올 때에는 황강(黃江)에서 배를 구하여 또 권형(權兄) 경중(敬仲)과 함께 타고 다시 욕파정 아래를 지나갔다.”라고 하였다.
[주-D002] 루 …… 짓다 :
이때 김신겸(金信謙)이 지은 시가 《증소집(橧巢集)》 권1에 실려 있는 〈중추야루자(中秋夜樓字)〉이다.
[주-D003] 은주암(隱舟巖) :
단양팔경 중 제2경인 석문(石門) 근처에 있는 바위이다.
[주-D004] 창주(滄洲) :
물가에 있는 은사(隱士)의 거처를 비유하는 말이다.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지은 〈위정충권진왕전(爲鄭沖勸晉王箋)〉의 “창주를 굽어보며 지백에게 사례하고, 기산에 올라가 허유에게 읍을 한다.[臨滄洲而謝支伯, 登箕山而揖許由.]”라는 말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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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추에 우연히 짓다〔中秋偶成〕
병석의 심사라 절로 감회가 많은데 / 病懷自多感
하물며 또다시 중추절을 만났음에랴 / 況復是秋中
일평생 흥취는 순채와 농어인데 / 蓴膾平生興
어젯밤 바람에 오동잎이 떨어졌도다 / 梧桐昨夜風
사람의 정서는 노소에 따라 다르나 / 人情老少異
하늘의 달빛은 고금에 항상 같구나 / 月色古今同
억지로 달빛 대해 술을 마시노라니 / 強對淸光飮
금준이 어느새 텅 비어 버렸다오 / 金樽未覺空
[주-D001] 일평생 …… 떨어졌도다 :
오동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히 일어난다는 말이다. 원문의 ‘순회(蓴膾)’는 순챗국〔蓴羹〕과 농어회〔鱸鱠〕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전고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오중(吳中) 출신 장한(張翰)이 일찍이 낙양에 들어가 동조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자 자기 고향 강동(江東) 오중(吳中)의 순챗국과 송강(松江)의 농어회가 생각나서 “인생은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한데, 어찌 수 천리 타관에서 벼슬에 얽매여 명작(名爵)을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乎?〕”라고 하고는 즉시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 고사가 있는데, 여기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92 文苑列傳 張翰》
[주-D002] 사람의 …… 버렸다오 :
‘금준(金樽)’은 술잔의 미칭이다. 참고로 이백의 시 〈파주문월(把酒問月)〉에 “지금 사람은 옛 달을 보지 못하였으나, 지금 달은 일찍이 옛 사람을 비추었다오. 옛 사람과 지금 사람 흐르는 물 같으니, 똑같이 밝은 달을 보고 이와 같이 느꼈으리라. 오직 원하노니 노래하고 술 마실 때에는, 달빛이 언제나 금준 속에 비추었으면.〔今人不見古時月, 今月曾經照古人. 古人今人若流水, 共看明月皆如此. 唯願當歌對酒時, 月光長照金樽裏.〕”이라고 하였다. 《全唐詩 卷179 把酒問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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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계집 제2권 / 시(詩)
8월 대보름
밤에 윤생 경함 과 함께 달을 보며 당시에 차운하여 제원 종형 호 에게 부치다〔八月十五夜同尹生 敬涵 看月次唐詩韻寄濟原從兄 濩〕
산골에서 가을에 나그네 되니 / 峽裏秋爲客
하늘가 달이 숲에 떠오르누나 / 天邊月上林
푸른 그 빛 사해를 두루 감싸니 / 淸光同四海
이 좋은 밤 천금이나 진배없어라 / 良夜直千金
지세는 탁 트여 달빛 환히 비치고 / 地闊偏多照
산봉은 외로워 그늘 역시 적구나 / 峯孤亦少陰
갠 하늘에 무한한 달빛 밝으니 / 晴空無限色
이 빛으로 이내 마음 씻으리라 / 將此洗吾心
[주-D001] 8월 …… 부치다 :
윤생(尹生)은 윤경함(尹敬涵, 1662~?)으로, 본관은 남원(南原)이고, 부친은 유학(幼學) 윤주(尹儔)인데, 이때 아마도 창계가 살던 진안(鎭安) 부근에 살았던 듯하다. 창계가 차운한 당시(唐詩)는 당 태종(唐太宗)이 지은 〈추일(秋日)〉 2수 가운데 한 수이다. 《瀛奎律髓 卷12 秋日類》 ‘제원(濟原)’은 전라도 금산군(錦山郡)의 속역(屬驛)으로 찰방(察訪)이 있던 자리인데, 창계의 종형 임호(林濩, 1645~1709)가 아마도 이때 여기에 있었던 듯하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33 全羅道 錦山郡》 임호의 자는 차소(次韶), 호는 눌헌(訥軒), 본관은 나주(羅州)이다. 할아버지는 임숙(林埱), 아버지는 임장유(林長儒)이다. 1683년(숙종9) 증광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1694년 홍문록(弘文錄)과 도당록(都堂錄)에 선발되어 부수찬, 부교리 등을 지냈다. 이후 사간, 부교리, 집의, 수찬, 대사간 등 주로 언관으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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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11권 / 설교집(雪窖集) 289수(二百八十九首)
팔월 대보름 밤에 읊다
막막하게 낀 구름이 말렸다가 펴지더니 / 漠漠輕雲捲復舒
밤이 깊자 흩어지고 달 외로이 떠 있구나 / 夜深雲散月輪孤
삼귀정의 정자 위에 올라가서 보는 곳에 / 三龜亭上登臨處
만 리 밖의 흐림 맑음 비슷하지 않으려나 / 萬里陰晴得似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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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1권 / 영처시고 1(嬰處詩稿一)
중추월(中秋月) 2수
단정히 비춰주는 저 한가위 달 / 端正中秋月
곱게곱게 창공에 걸려 있구나 / 姸姸掛碧天
맑은 빛은 똑같다오 천 리 밖에도 / 淸光千里共
찬 그림자 둥글대로 다 둥글었소 / 寒影十分圓
탐스러운 구경도 이 밤뿐이야 / 賞玩唯今夜
보려면 다시 한 해가 걸린다네 / 看遊復隔年
천지가 하나같이 하얀 은색 / 乾坤銀一色
혹시나 저 서산에 떨어질까 봐 / 常恐落西邊
한가위라 구름길 깨끗이 열려 / 中秋雲路淨
둥근 바퀴달 희기도 희네 / 皎皎一輪圓
흥겨우면 붓대에 바칠 뿐이라 / 逸興只輸筆
탐내봤자 한 푼도 들지 않는걸 / 耽看不用錢
발 뚫은 빛 문득 부수어지고 / 穿簾光瑣碎
창에 들면 그림자 곱고 곱구나 / 入戶影姸娟
보고보고 다시 또 보고지고 / 遮莫須臾玩
일 년이 지나야만 이 밤 아닌가 / 今宵隔一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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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10권 / 아정유고 2(雅亭遺稿二) - 시 2
중추에
술에 취해 멋대로 써 초정자(楚亭子)에게 희증함
산수로 벗삼고 성명 삼으니 / 山水友朋性命之
그런 후에야 좋은 남아라 이를지니라 / 夫然後謂善男兒
평생에 한 번만 보아도 인연이 있다 하는데 / 平生一見緣猶在
격일로 상봉하니 교분을 알겠네 / 間日相逢契可知
예에서 구하여도 무릇 몇 사람이뇨 / 於古也求凡幾輩
가을처럼 느껴지는 사람 다시 누구인가 / 似秋而感更伊誰
아 나는 본래 기인일 따름이다 / 嗟乎僕本畸人耳
그의 마음 알려거든 눈썹 먼저 살펴보소 / 欲會其心願察眉
[주-D001] 초정자(楚亭子) :
초정은 박제가(朴齊家)의 호이며 자(子)는 높여서 붙인 말이다. 박제가는 문장에 뛰어났으며 당시 아정 등과 함께 4검서(檢書)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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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집 제2권 / 시(詩)
중추(中秋)의 달
견우성과 직녀성의 광채는 사라지고 / 斗牛彩已滅
실낱 같은 초생달이 생기기 시작했네 / 蝦蟆明正生
고향 산천은 예서 몇만 리나 되는가 / 關山幾萬里
이슬에 바람 일자 삼경으로 접어드네 / 風露欲三更
노승은 앉아서 수면에 들지 않고 / 老衲坐無睡
시인은 쉴새없이 읊조리고 있구나 / 騷人吟不停
남쪽에 까치가 나무 돌며 나니 / 南飛鵲繞樹
오래된 나그네도 마음이 놀랐다네 / 久客亦心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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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4권 / 시(詩)
추석(秋夕)
성묘 전 십이일이 바로 선친의 기신일(忌辰日)인데, 장차 돌아가려 할 즈음에 감회가 일기에 한 수 읊다.
늙어서도 자족(自足)을 모른 채 헤매는 이 몸 / 老境迷知足
임금님 은혜 받고 휴가의 허락을 얻었어라 / 天恩許丐休
돌아가신 어버이 기일(忌日)이 돌아옴에 / 百年先忌夕
가을날 고향 산천 두 줄기 눈물이 흐르누나 / 雙涕故山秋
그윽한 감회 일으키는 물속의 저 달 / 水月延幽賞
숲 속의 바람결 이별의 시름을 부추기네 / 林風攪別愁
은랑처럼 쓸쓸히 혼자 앉아 있는 날 / 殷郞屛居日
시대 구제할 계책 나에겐 원래 없고말고 / 本乏濟時猷
[주-D001] 은랑처럼 …… 날 :
가슴속의 울적한 심사를 입 밖에 내놓아 토로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대는 것을 말한다. 진(晉) 나라 은호(殷浩)가 억울하게 쫓겨나 신안(信安)으로 유배되었는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자기 혼자 있을 때에는 공중에다 손가락으로 ‘돌돌괴사(咄咄怪事)’라는 네 글자만 계속 반복해서 쓰면서 한탄했던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黜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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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6권 / 시(詩)
추석에
승려 지해(志海)가 택당(澤堂)으로 나를 찾아와서 함께 잠을 잤는데, 그가 인근에 절터를 잡고 싶다고 하기에, 글 한 편을 써서 약속을 하였다.
고요한 밤바람 물 흐느끼는데 / 夜靜風泉咽
텅 빈 산에 맑게 개인 달빛만 가득 / 山空霽月盈
가을 집에 젖어드는 상로의 감회 / 秋齋霜露感
모경이라 수운의 정 깊어만 가네 / 暮境水雲情
스님 만나 얘기하니 안온(安穩)해지는 마음 / 偶接僧談穩
세상의 속박이란 것도 원래 별게 아닌 것을 / 元知世累輕
그대 만약 절터 잡아 여기 산다면 / 能來卜隣社
나도 당장 벼슬아치 그만두고 돌아오리 / 爲爾解塵纓
[주-D001] 상로(霜露)의 감회 :
부모와 선조에 대한 애틋한 생각을 말한다.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서리와 이슬이 내린 곳을 군자가 밟고 가면 반드시 처창(悽愴)한 마음이 들게 마련인데, 이는 결코 추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하였는데, 정현(鄭玄)의 주(註)에 “이는 계절의 변화에 어버이 생각이 나서 그런 것이다.” 하였다.
[주-D002] 모경(暮境)이라 …… 가네 :
만년(晚年)에 접어들면서 더더욱 고향에 머물러 살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진다는 말이다. 수운은 수운향(水雲鄕)의 준말로, 은자(隱者)가 사는 청유(淸幽)한 지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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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1권 / 시(詩)
중추(中秋) 달밤에 감회에 젖어
가을비는 어제부터 뜸해졌어도 / 秋雨昨來歇
습한 구름 저녁에도 돌아갈 줄 모르는데 / 濕雲暝未歸
그래도 애련해라 바퀴처럼 둥근 저 달 / 猶憐滿輪魄
천 리의 밝은 빛을 잠시나마 토해 주네 / 暫吐千里輝
더불어 희미하게 흘러가는 은하수요 / 星河共淡蕩
영롱하게 빛나는 안개 속의 이슬방울 / 煙露相發揮
산과 늪도 달빛에 젖어 정적 속에 누웠나니 / 明涵山澤淨
털끝처럼 미세한 모습 눈 안에 모두 들어오네 / 細分毫髮微
서재에 초연히 홀로 앉아 있노라니 / 高齋坐超忽
소리도 하나 없이 고요한 삼라만상 / 萬籟靜方希
금정의 기운 역시 이제 성해질 텐데 / 金精自此盛
연단(鍊丹)의 비결 아는 이 얼마나 될까 / 寶訣識者稀
어떡하면 이 광경 옆에다 끼고 / 安得挾光景
표표히 구주(九州)를 훌쩍 뛰어넘어 / 飄颻凌九圍
긴 휘파람 한 소리 청상곡(淸商曲)을 울리면서 / 長嘯激淸商
산바람에 벽라의(薜蘿衣)를 떨쳐나 볼꼬 / 山風拂蘿衣
[주-D001] 금정(金精) :
서방(西方)의 기운, 즉 숙살지기(肅殺之氣)가 몰아치는 가을 기운을 말한다.
[주-D002] 청상곡(淸商曲) :
가을에 속하는 상성(商聲)의 맑고도 슬픈 노래를 말한다.
[주-D003] 벽라의(薜蘿衣) :
《초사(楚辭)》 구가(九歌) 산귀(山鬼)의 “벽려로 옷 해 입고 여라의 띠를 둘렀도다.[被薜荔兮帶女蘿]”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은자(隱者)의 옷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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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집 제2권 / 시(詩)
추석〔中秋〕
예전에도 추석날 함주의 나그네 되었으니 / 中秋昔作咸州客
손가락 꼽아 보니 이제 이십 년이 지났네 / 屈指今經二十年
흰머리로 거듭 와서 밝은 달 대하노라니 / 白首重來對明月
여생에 몇 번이나 둥근달을 볼 수 있을지 / 餘生看得幾回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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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집 제2권 / 시(詩)
추석 달〔中秋月〕
오랫동안 답답했던 빗속의 회포를 / 久將欝欝雨中懷
중추의 달 아래서 풀어 보려 했더니 / 擬向中秋月下開
가을바람이 구름을 쓸어 간 덕택에 / 賴有西風掃雲去
찾아온 친구인 양 고운 모습 보노라 / 玉容如見故人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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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속집 제1권 / 시(詩)
중추일(仲秋日)에
여강(廬江)에 있다가 백문서(白文瑞), 이양원(李養源) 함(涵) 등 여러 벗들과 함께 추풍병욕소(秋風病欲蘇)로 운을 나누어 시를 읊다.
티끌 세상 더러움을 사절하고서 / 遠謝紅塵累
백옥주를 찾아서 여기 왔도다 / 來尋白玉洲
중류에서 배를 타고 노닐다가는 / 中流初掣楫
날 저물어 또다시 누에 올랐네 / 薄暮又登樓
도의 명맥 민락을 추종하였고 / 道脈追閩洛
현묘한 말 이주를 배척하였네 / 玄言斥耳周
생각에 빠져 오래 앉았노라니 / 永懷仍坐久
솔과 국화 뜨락 가득 가을이로다 / 松菊滿庭秋
긴 밤 내내 창문에는 달빛이 밝고 / 永夜窓虛白
당 앞의 가을 물은 맑고도 맑네 / 堂前秋水空
모르는 새 심신이 차가워지고 / 居然魂骨冷
우연스레 웃음과 말 같아지누나 / 偶爾笑談同
이미 산과 시내 경치 맘에 드는데 / 已喜溪山勝
도리어 공 부자의 궁에 기댔네 / 還依夫子宮
날 밝자 갈 길이 수심스러워 / 天明愁去路
머리 돌려 청풍에 읍을 하누나 / 回首揖淸風
서원 찾아 여기에 온 몇몇 사람들 / 尋院二三子
그림자에 그 누가 안 부끄러우리 / 何人不愧影
시 지어서 각자의 뜻 말을 하는데 / 新詩各言志
시구 의미 어쩜 그리 훌륭도 한가 / 句語何雋永
맑은 새벽 사당 문을 들어설 제에 / 淸晨入廟門
아침 해가 마음을 비추는구나 / 初日照心耿
어디에서 오두를 찾아 내어서 / 何方覓烏頭
나의 이 병 치료할 수 있게 되려나 / 庶以醫我病
해 넘도록 거북처럼 장육하다가 / 經歲龜藏六
오늘 아침 꾀꼬리가 골짝 나왔네 / 今朝鸎出谷
뜻에 맞는 사람들 활개를 치며 / 翩翩意中人
이 넓다란 집에 와서 모이었도다 / 會此渠渠屋
시냇가에 나아가서 갓끈을 빨자 / 臨流便濯纓
옥 같은 못 속속들이 다 비치누나 / 玉潭照心曲
그대는 탕명 한번 읊조려 보라 / 請君誦湯銘
새롭게 함 욕심 막는 데에 있도다 / 日新在窒欲
우연히도 강가 서원 찾아와서는 / 偶尋江院勝
며칠 동안 선비들과 함께하였네 / 數日對群儒
산빛 솔과 잣나무로 아주 환하고 / 嶽色明松柏
가을 소리 갈대숲서 일어나누나 / 秋聲起葦蘆
서재에서 경과 의를 뒤따라 좇고 / 齋追敬與義
서가에서 전과 모를 대하는도다 / 丌對典兼謨
문장 재주 참말 애들 놀음이거니 / 小技眞兒戲
대소 소소 따질 것이 뭐가 있으랴 / 何論大小蘇
[주-D001] 민락(閩洛) :
송(宋) 나라의 학자 정명도(程明道), 정이천(程伊川)과 주자(朱子)를 말한다. 정명도와 정이천은 낙양(洛陽) 사람이고, 주자는 민(閩) 지방 사람이므로 이렇게 칭한다.
[주-D002] 이주(耳周) :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가리킨다. 노자는 이름이 이이(李耳)이고, 장자는 이름이 장주(莊周)이다.
[주-D003] 오두(烏頭) :
진통제로 쓰이는 부자(附子)의 별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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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집 제2권 / 시(詩)
추석 하루 전에
상관(上官)과 부관(副官)이 천서사(天瑞寺)로 나를 찾아와서 상관 현소(玄蘇)가 먼저 절구 한 수를 짓기에 차운하다.
좋을사 서늘바람 맑은 이슬 가을인데 / 好是金風玉露秋
시선(詩仙)과 시승(詩僧)이 함께 맑은 놀이하네 / 詩仙韻釋共淸遊
지난해의 동평관 일 그대 기억하리니 / 去年東館君能記
이날에 먼 나그네 시름 응당 알리라 / 此日應知遠客愁
현소의 시에 지난해 동평관에서 추석날 모였던 일을 언급하였기에, 끝구에서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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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일고 제1권 / 시(詩)
중추일(仲秋日)에
여강(廬江)에 있으면서 ‘추풍병욕소(秋風病欲蘇)’ 시구(詩句)로 분운(分韻)하여 시를 읊다. 6수. 5수는 속집에 들어 있다.
화창한 날 여강 언덕 올라가서는 / 勝日登廬阜
두약주 물가에서 꽃을 따누나 / 搴芳杜若洲
샘서 솟은 물은 옥협 사이 흐르고 / 源泉流玉峽
호연지기 강가 누각 가득히 찼네 / 浩氣滿江樓
풍월 속에 솟는 생각 가이없는데 / 風月思無盡
성상 속에 해는 몇 번 바뀌었는가 / 星霜歲幾周
전형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한데 / 典刑猶在目
오로봉엔 맑은 가을 기운 서렸네 / 五老帶淸秋
여강에 오로봉(五老峯)이 있으므로 마지막 구절에서 언급하였다.
[주-D001] 추풍병욕소(秋風病欲蘇) :
두보(杜甫)의 시 ‘강한(江漢)’에 나오는 구절로, “지는 해에 마음 되레 비장해지고, 갈바람에 병은 나으려 하네.[落日心猶壯 秋風病欲蘇]” 하였다.
[주-D002] 두약주(杜若洲) :
두약은 풀 이름인데, 잎은 능하(菱荷)와 같고 줄기 끝에 꽃이 핀다. 《초사(楚辭)》 구가상군(九歌湘君)에, “방주에서 두약을 뜯는도다.[採芳洲兮杜若]”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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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재집 제1권 / 시(詩)
중추 보름날 밤에
부사와 의주 부윤 임사장윤원 과 함께 군자루에서 달구경하며〔仲秋十五夜與副使及灣尹任士長 㣧元 玩月于君子樓〕
군자루 가에 비단이 둘렸구려 / 君子樓頭擁綺羅
천 리의 국경은 여기서 끝나고 / 千里封疆玆土盡
일 년 중 달님은 오늘밤이 가장 밝지 / 一年明月此宵多
황량한 성엔 비 온 뒤 가을 기운 더해지고 / 荒城雨後增秋氣
강적소린 바람 따라 저물녘 강 너머에서 들린다 / 羌笛風前隔暮河
무릎 맞대고 앉으니 같이 입직한 듯한데 / 促膝渾疑同禁直
내일 아침에 이별하는 근심을 어이할까 / 明朝其柰別愁何
[주-D001] 임사장(任士長) :
임윤원(任胤元, 1645~1712)으로, 본관은 풍천(豊川), 자는 사장이다. 1687년(숙종13) 알성 문과에 급제하였다. 벼슬은 교리ㆍ황해도 관찰사 등을 지냈다. 《승정원일기》 숙종 24년 7월 26일 기사에 의주 부윤(義州府尹)으로 제수되어 하직한 일이 보인다.
[주-D002] 군자루(君子樓) :
한국문집총간 91집에 수록된 《고산유고(孤山遺稿)》 권1 〈은산(殷山)의 객관에서 할아버지의 이견당(理遣堂) 운에 공경히 차운하다[殷山客館敬次祖父理遣堂韻]〉의 자주(自註)에, 윤선도(尹善道)의 할아버지 윤의중(尹毅中)이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당시에 지었다는 기록이 《평양지(平壤誌)》에 남아 있는데, 전란으로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후 1687년에 재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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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재집 제1권 / 시(詩)
추석 보름달〔端正月〕
오랜 비 막 그치고 더운 기운 물러가니 / 積雨初收暑氣殘
맑은 가을 달빛이 가장 볼만하구나 / 淸秋月色最宜看
높이 걸린 옥우는 본래 붙어 있는 곳 없는데 / 高懸玉宇元無着
금빛 물결 펼치며 찬 기운 보내오네 / 舒轉金波自送寒
뭇 별이 밤에 빛을 뽐내는 걸 허락지 않고 / 不許衆星爭夜色
은하수를 따라 구름 가 희롱하는 걸 좋아하네 / 好隨明漢弄雲端
자첨이 공연히 봄날 밤의 감상을 말했지만 / 子瞻漫道春宵賞
항아에게 묻고 싶어 문득 난간에 기댄다 / 欲問姮娥便倚欄
[주-D001] 옥우(玉宇) :
신화 속의 신선이 산다는 궁전으로, 여기서는 달을 가리킨다.
[주-D002] 자첨(子瞻)이 …… 말했지만 :
소식(蘇軾)의 시에 “봄날 밤의 일각은 가치가 천금이니 꽃엔 맑은 향이 있고 달엔 그림자가 있구나. 노래하고 피리 부는 누대엔 소리가 가느다랗고, 그네 뛰는 정원엔 밤이 깊고 조용하구나.[春宵一刻値千金, 花有淸香月有陰, 歌管樓臺聲細細, 鞦韆院落夜沈沈.]” 하였다. 《東坡全集 卷30 春夜》
[주-D003] 항아(姮娥) :
달 속에 있다는 선녀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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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재집 제2권 / 시(詩)
8월 15일 밤에
달빛이 대낮처럼 밝았다. 병석에 무료하여 부질없이 감회를 적어 본다〔八月十五夜月色如晝病懷無聊漫吟志感〕
천애 먼 곳에서 절서가 눈앞을 지나가니 / 天涯節序眼中過
유수 같은 세월 빠르기도 하여라 / 倏忽光陰劇逝波
천 리 국토의 끝인 이 땅에 / 千里封疆玆土盡
일 년 중 오늘밤 달이 제일 밝구려 / 一年明月此宵多
쓰르라미는 안개 낀 풀 속에서 울어 대고 / 寒螿咽咽鳴煙草
놀란 까치는 이슬 맺힌 가지로 모여드네 / 驚鵲翻翻集露柯
변하는 시물에 사람은 쉽게 감동하나니 / 時物易遷人易感
서울 소식은 요사이 어떠한고 / 日邊消息近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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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시집 제7권 / 시(詩)
중추 6일
모화관에 행행(行幸)하여 연경(燕京)으로 돌아가는 태감을 전송하다〔仲秋六日幸慕華館餞太監還京〕
조서 받들어 은혜 베푸는 일 마치고 나서 / 奉詔敷恩事已竣
가을바람에 가는 깃발이 연경을 향할 제 / 秋風還旆向幽燕
성상 어가는 새벽에 나와 행관에 임어하고 / 鑾輿曉出臨行館
가무 대열은 아침에 나와 이별연을 여누나 / 歌舞朝回敞別筵
하염없는 눈물이 나그네 소매를 적시어라 / 涕淚謾從征袖濕
꿈은 응당 이미 고향으로 달려가 있겠지 / 夢魂應入故鄕懸
군왕께서 오히려 이정의 뜻을 중히 여겨 / 君王尙重離亭意
금잔에 술 부어 주며 자꾸자꾸 당부하누나 / 就酌金觴一再宣
[주-D001] 행관(行館) :
옛날에 관원이 멀리 출행하여 외지에 임시로 주거하던 곳을 말한다. 여기서는 명(明)나라 사신이 조선에 나와서 묵고 있던 관소(館所)인 모화관(慕華館)을 가리킨다.
[주-D002] 이정(離亭) :
옛날 성곽 밖의 길가에 세워 행인이 잠시 휴식하던 정자를 말하는데, 옛사람들이 모두 여기에서 서로 송별하였으므로, 전하여 길 떠나는 사람에 대한 송별의 자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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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시집 제7권 / 시(詩)
중추에 달을 대하여 짓다〔仲秋對月〕
하늘이 청명하여 사방에 푸른빛 드리우매 / 長空湛湛碧四垂
달 바퀴는 궤도가 없이 유리를 달리는구나 / 氷輪無轍乘琉璃
사방 마을 고요한 밤이 대낮처럼 밝아라 / 千村夜靜朗如晝
나무 끝엔 이슬 맺혀 화려한 광채를 발하네 / 樹頭零露發華滋
유인은 잠 못 이루고 학 머리를 기울여라 / 幽人不眠鶴頭側
흐트러진 백발은 숱 적어 빗지도 않았다오 / 散髮蕭森稀未拭
거문고 타며 달을 맞아도 달은 머물지 않고 / 鳴琴邀月月不住
시 읊어 달에게 물어도 달은 알지 못하네 / 吟詩問月月不識
고금의 하 많은 사람을 다 비춰 봤을 테지만 / 照見古今多小人
영달한 이는 행락하고 궁한 이는 상심하여 / 達者行樂窮傷神
인심은 달을 보고 근심과 즐거움이 있거늘 / 人心見月有憂樂
달빛은 무심한 채 밤마다 쌕쌕하기만 하네 / 月色無心夜夜新
그믐 초하루로 얼마나 기울고 둥글고 했나 / 幾從晦朔缺復圓
사람도 옛사람 아니요 해도 그 해가 아닐세 / 人非昔人年非年
사방 벽에선 귀뚜리가 괴로이 울어 대서 / 寒螿四壁空苦咽
내 한숨 소리 도와서 서로 가련해하는 듯 / 助余太息如相憐
[주-D001] 유리(琉璃) :
하늘빛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2] 露 :
대본에는 ‘落’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3] 유인(幽人)은 …… 기울여라 :
유인은 은자(隱者) 또는 한가한 사람 등의 뜻으로 쓰이는바, 여기서는 성현 자신을 지칭한 말이다. 학(鶴) 머리를 기울인다는 것은 학이 무슨 소리를 들을 적에 머리를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이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하여 여기서는 시 읊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소식(蘇軾)의 〈숙망호루재화(宿望湖樓再和)〉 시에 “그대 와서 시험 삼아 시를 읊거든, 학 머리의 기울인 모양이 될 걸세.〔君來試吟咏 定作鶴頭側〕”라고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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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추석(秋夕)-2.끝.

첫댓글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