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김건희 '쌍특검' 어느 세월에…정의당 또 우물쭈물
[ 시민언론민들레 |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 2023.03.24 00:15
민주 '최후통첩'…용혜인도 '3월 패스트트랙' 중재
정의, '법사위 여야 합의 처리'에 미련 두며 미온적
국힘 태도 변화 기대…김건희 특검법 발의도 안 해
양비론, 형식논리, 허구적 프레임 얽매여 오판 거듭
용혜인 "법사위 상정, 여야 합의 추구 시간만 낭비"
"야3당 공조 회복이 윤 정부 퇴행 막을 선결 과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양경숙 의원이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기 이동하고 있다. 2023.3.9 [공동취재] 연합뉴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야권의 이른바 '쌍특검' 추진이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월 국회 회기 중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자고 서두르고 있으나 정의당은 '법사위 여야 합의 처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여전히 미온적인 모습이다. 보다 못한 기본소득당이 중재안을 내놓고 야3당 공조에 의한 '3월 쌍특검 일괄 패스트트랙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의당은 패스트트랙 자체에 회의적인데다 두 특검법을 굳이 동시에 처리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김건희 특검법은 차일피일하면서 발의조차 안 하고 있다. 여전히 정의당이 쌍특검에 걸림돌인 모양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온갖 억지 혐의를 씌워 기소했다"며 "정작 부실 수사로 50억 클럽은 무죄 판결이 나고,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매일같이 증거가 새롭게 쏟아져도 손도 대지 않던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도 윤석열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특검 반대 입장, 국회 법사위의 처리 거부 의사를 충분히 확인했을 테니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양특검 실시에 본격 동참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20일 최고위원회의 때도 "열흘 전부터 법사위 처리를 요구해왔지만 국민의힘은 요지부동"이라며 "더 이상 검찰 수사나 국민의힘 선의에 기대서 시간을 끄는 것은 사건 무마에 공조하는 꼴이고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내일 법사위에서도 진전이 없으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정의당도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에 진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내일 법사위 결과 이후에는 특검 추진을 위한 분명한 결단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최후통첩'을 보내며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21일에도 법사위에서 아무런 진척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전체회의에 쌍특검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 그중에서도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극렬 반발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겠다(주호영 원내대표)"고 공언한 지 오래다. 국민의힘은 아예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고 수사와 재판 어디에서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는 진술이 나온 적이 없었다(양금희 수석대변인)"는 등 철저하게 잡아떼는 전략을 고수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정의당은 '우선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 공조 요청을 거부하면서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등 정세 판단에 심각한 문제점을 노정한 바 있다. 정의당은 뒤늦게 "더는 '용산지검'으로 쪼그라든 죽은 검찰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겨둘 수 없다"며 "정의당은 정의당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지만 이번엔 검찰 대신 국민의힘만 해바라기처럼 마냥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정의당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적 공분에는 눈을 가리고 오로지 용산 대통령실에 주파수를 맞춘 국민의힘에 의해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사위에서 한 달째 가로막혀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패스트트랙 앵무새를 방불케 하는 민주당의 쌍특검 주장은 진실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양비론을 펼쳤다.
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진정 특검법 추진을 바란다면 언론이 아니라 법사위 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담장 등 실체 있는 정치적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정의당은 특검이 진실 규명이라는 본 궤도를 잃지 않고 추진될 수 있도록 법사위 조속 처리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과 민주당 둘 다 똑같이 문제이고, 법사위에서 끝까지 여야 합의로 심사·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쩌자는 것인지 실질적인 방법론은 없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3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정의당 재창당 전국대장정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2023.3.23. 연합뉴스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지금 정의당한테 압박할 게 아니라 국민의힘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근데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에서 심사 자체를 안 할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고 상식적인 의구심을 표하자 이 대표는 "계속 이것을 문제 제기를 해야죠. 그러니까 법사위원장이 돼서, 법사위원장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법사위원장 자격이 있느냐. 이런 논의를 해가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국회 안에서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더 진행을 시켜 나가고, 그리고 나서 여러 가지 또 추후 판단들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 "일단 국회는 여러 가지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절차에 대해서 이것을 진행시켜 나가려고 하는 의원들이 충분히 노력을 했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과정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종 하나 마나 한 막연한 얘기뿐이었다.
정의당이 명색이 진보좌파 정당임에도 윤석열 검찰과 국민의힘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순진한 시각을 고집하는 이유에는 '민주당 2중대'로 비칠 수 있는 길은 무조건 피하겠다는 강박관념도 깔려 있는 듯하다. 대의명분에 따른 협력보다 수구보수 진영이 설정한 허구적 프레임에 얽매여 주요 국면 때마다 오판을 거듭하는 정의당 노선은 정당 지지율과 비호감도에 국민적 평가가 여실히 반영돼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9일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당초 법안에는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의당 입장을 고려해 일정 부분 양보한 것이다.
이밖에 정의당과 이견을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게 특검 후보자 추천권이다. 민주당은 법안에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특검 후보자 추천을 하도록 규정해 자당에 추천권을 부여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정의당과 협의해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당 자체 법안이 제시돼야 양당이 각론을 조율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할 최종 법안을 완성할 텐데, 정의당은 당초 20일까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쌍특검 중재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소득당 제공
이렇게 두 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쌍특검 중재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님,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님, 이제 결단해주십시오"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용 의원은 "두 특검안을 마련해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은 현 정부의 불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견제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의혹으로 얼룩진 정쟁을 해소하여, 국회가 민생 회복으로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법사위를 틀어쥐고 '대통령 방탄'을 위해 다수의 특검법안을 논의는커녕 상정조차 못하게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미 예견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특검안의 대동소이한 차이만을 부각하며 합의를 차일피일 지연시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고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용 의원이 마련한 중재안은 ▲특검 추천권을 정의당 요구대로 국회 비교섭단체인 정당에 주고, ▲대장동 특검은 '50억 클럽'에만 국한하지 않고 불법 자금과 특혜 제공 의혹 전반을 폭넓게 수사하도록 하며, ▲김건희 특검은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은 빼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 대상을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주장을 적절하게 조정하면서 합의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의 중재안은 정부여당의 방해가 아니라 야당 간의 대동소이한 차이로 특검안 처리가 지체되는 현 상황을 야3당 공조의 회복으로 결론 짓자는 제안"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절대적 반대와 극한 대립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절차대로 법사위 상정을 기대한다거나, 여야 합의의 정당성만 추구하는 것 역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형식논리에 집착하는 정의당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정세 인식이다. 그는 아울러 "누차 말씀드렸듯 3월 국회가 골든타임이다. 여당의 반대로 협의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쌍특검'을 늦어도 올해 안에 추진할 수 있는 남은 방안은 하나"라며 "3월 임시회에서 본회의 패스트트랙을 통해 다음 정기회 내에 이 안건을 반드시 처리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명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개혁성과 실천력에서 정의당보다 훨씬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용 의원은 "야3당 공조의 회복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계속된 퇴행에 방파제를 세울 선결 과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기본소득당 중재안을 받아들여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낼 3각 공조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