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얼룩말
김상희
요니는 엉뚱하게 걷는다 그래서 눈에 띈다
내가 사랑하는 얼룩말 요니라는 이름을 가진 쉽게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알던 똑똑한 얼룩말
초원의 외로움 같은 건 모른다 줄무늬 패턴이 모두 다르듯 떨 필요 없지 그런 요니의 표정이 좋다 혼자서도 척척 초원을 누비는 요니의 자세가
마른풀을 뜯어먹는 요니를 쓰다듬는다 나와 요니 요니와 나 한 무리로 포괄되지 않는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는
요니는 길들여지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눈을 하고 주위를 맴돈다
요니의 옆으로 긴 눈 짙은 갈색빛의 유리알 같은 눈 안에 네 발로 달리는 나
거실 창을 깨고 요니의 줄무늬가 들어온다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창밖을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걷는 횡단보도 위로 흰 줄이 일어나 요니의 등처럼 꿈틀거린다
나와 요니를 만나게 하는 것은 요니가 이곳에 있다는 느낌 내가 요니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감각
내가 사랑하는 요니 괴상한 다큐멘터리에서 마주 한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요니
요니 없는 나는 나의 줄무늬가 춤추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수상한 템포로도 섞여들 수 있을 까
요니가 있는 그곳에 너무 넓어서 언제든 홀로인 그곳에
ㅡ계간 《포지션》(2026,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