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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 내가 감독이 된 이유.
chapter1. 평범한 유소년에서 2군으로 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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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 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살았다.
예술과 학문의 도시 플로렌스. 한국인은 피렌체라고 부르는 그런 도시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에게 2가지 언어를 배우면서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카르체난사 메디치.
중세시대 최고의 명문가였던 메디치가의 먼 친척인 어머니의 성을 따고 아버지가 붙여주신 이름 카르체난사.
그 이름의 뜻은 대기만성이라는 나름대로 멋진 이름이었으나 유년기는 그저그런 인간으로 밖에 생활할수 없을
거라는 그런 의미또한 가진 이름이었다.
유소년 시절 플로렌스대학 부속 고등학교 벤치선수로서 단 7번의 출전 기회밖에 받지 못한
이름의 뜻 그대로의 그저그런 미래가 불확실한 그런 선수였다.
사업차 바쁜 아버지는 연중 해외에 계셨고 현대에는 이름뿐이지만 대귀족이었던 메디치가문 이라는 이름때문에
이곳저곳 불려다니시는 어머니또한 집에 계시는 일은 적었다. 집은 유복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파란색 눈을 가진 나는 친구들도 적었고 한국인 이중국적 이라는 것때문에(실력이 없기도 했지만)
감독에게 출전 기회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적인 이탈리아 감독.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그는 훈련장에서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니는 나를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출장했을때는 미드필더가 부족한 나의 고등학교에 선수들이 부상당했을때나 큰 점수로 패배할때 주전을 쉬게 하기위해서..
그럴 때뿐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반복되었었던 일. 감독에게 요청을 해봐도 훈련장에서 눈에 띄기 위해 몸부림을 쳐
봐도 동정어린 눈빛으로 볼뿐 선발출장의 기회는 없다. 그래도 이런일은 익숙했기에 참을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하던 고등학교시절 모든 미드필더가 부상으로 출전할수 없었음에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채 벤치 구석에 앉
아서 후보수비수들이 미드필더로 뛰고 있던 모습을 본 그때..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94년 월드컵. 한국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강적 스페인을 만나 2:2라는 나로선 믿을수 없는 스코어를 내었다. 모든면에서 한국은
스페인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조직력, 개인기량, 감독의 능력 등등. 그런대도 비겼다. 경기는 스페인이 유리했지만
한국인들은 체력이 떨어져도 스페인공격수들에게 수도없이 공격기회를 내주면서도 악으로 버텨내면서 결국 2:2로 비겼다.
그 경기를 보면서 가슴은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고 마지막 2:2로 비기면서 종료신호가 났을때 꽉쥔 내손은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고
죽어있던 내 눈빛은 야수처럼 날카로와져 있었다.
3층의 아무도 없는 어두운 큰집에서 내가 느낀것. 바로 그것은 가. 능 .성 이었다.
한국은 그뒤 볼리비아와 비기고 독일에게 패함으로써 결국 16강은 가지 못했다. 그러나 스페인 경기 이후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태극기 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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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후..
어떻게 된 일일까? 어느새 나는 플로렌스 대학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그 날이후 난 눈빛도 달라져 있었고 패배자같았던 느낌도 사라져 있었다. 94년 월드컵 이후 난 그냥 말없이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뛰고 또 뛰고 또 뛰었다. 밤이되면 머릿속에선 태극기가 떠오르고 가끔은 그냥 눈물만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낮이되면 뛰고 또 뛰는.. 그런 생활의 반복. 그리고 고교 졸업을 2달 앞둔 어느날 감독은 나를 불렀다.
"카르치, 몸상태는 어떤가?"
"불편한곳 없이 아주 좋습니다."
"5번으로 뛰어라. 지금 성적은 알고있겠지? 이미 지역고교리그는 가망이 없을것 같다. 그러니 3년동안 열심히 뛴 너에게 선발 출전을 시키고 싶구나."
하하..이제와서...?
"..감사합니다."
그날 난 수비형 미드필드로 출전해 우승후보였던 레체부속고교를 상대로 1득점 2어시스트를 하고 나의 학교는 지역고교리그탈락
위기를 넘겼다. 그후로 난 3번의 선발출장을 더 하였고 플로렌스대학 부속고등학교는 지역고교리그 3위의 믿을수 없는 성적을
내고 난 졸업을 하였다.
그리고 플로렌스 대학의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고 3년동안 북부대학리그를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2살 대학교 4학년이
되던해 플로렌스시의 명문구단 피오렌티나로부터 영입제의가 들어왔다. 이적액 2천만리라에 피오렌티나 2군에서 뛰게 되었고
2군에서 활약을 했던 나는 곧 1군으로 올라가게 될 터였다... 그런데 잘나가던 나에게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그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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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일생 일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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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에서 아시아인은 나 하나뿐이었다.. 아니 모든선수들이 이탈리아 선수들이었다.
마침 98년 프랑스 월드컵때였고 한국은 멕시코에게 3-1 역전패, 네덜란드에게 5-0대패, 벨기에와의 투혼끝에 1-1무승부.
94년에 비해 한국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시차적응의 실패일까.. 아니면 선수들간 불화일까?
결국 98년월드컵은 월드컵 기간중 감독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발생시키고 1무2패의 허무한 성적으로 한국은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다.
나는 월드컵 기간동안 주어진 휴가를 끝내고 한국의 경기를 곱씹어보며
아르테미오 프란키 구장의 2군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아직도 친해지지않은 많은 2군 선수들이 있었다.
"야, 저녀석 한국인이지?"
"어 파파가 한국인이라던데?"
"크크큭 참 웃기게 됬어? 그따위 나라 출신주제에 어떻게 우리구단에 들어왔을까?"
그곳엔 삼삼오오로 모인 2군훈련생들이 내가 들으라는 듯이, 나의 모국 한국과 나를 싸잡에 욕하고 있었다.
나를 욕하는 것은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랬기에 나는 이번에도 말없이 혼자 훈련에만 열중할줄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한국이 욕먹는건 처음이었다. 나의 몸속에선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얼굴은 점차 시뻘개 지며 주먹이 꽉쥐어졌다.
씨..발..놈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분노했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내가 그들에게 다가갈 때 피오렌티나 수석코치이자 2군 감독이
들어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훈련에 열중하려던 찰나 감독이 나를 불렀다
"카르체난사 메디치."
감독은 조용히 날 구단 사무실로 불렀다.
"예. 감독님 왜그러십니까?"
"자네는 한국인 인가? 이탈리아 인인가?"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무슨 의도지 이 질문은?
"구단주께서 한국인들을 기용하지 말라는 소문은 들었겠지? 그 이유는 자네도 잘알고. 후보생들과 유소년이
넘치는 우리 구단에선 미래가 없는 한국인들을 기용할 여유는 없다는것."
"아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다음달 부턴 1군에서 뛸수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사정이 바뀌었네. 우리 1군 스쿼드는 최고의 선수들로 차있고 2군도 자네정도의 선수들은 가득하네."
"말도안됩니다! 제가 그동안 2군 리그 경기와 친선경기에서 얼마만큼 활약을 하신지 잊으신 겁니까?!
세리아 B리그에서는 주전으로 뛰게 해주겠다는 영입제의도 있었습니다!"
"흐음.. 내가 알아본 결과 이젠 그 구단들에서도 자네에겐 더이상 관심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네.
다시한번 묻겠네. 자네는 한국인인가.. 이탈리아인인가?"
난 단순히 대답할수 없었다. 물론 난 2중국적자로 어느 나라 사람도 될수 있었지만 어찌말하면 어느나라
사람도 아닐수 있다. 23년간 날 물먹인 이탈리아가 내 모국인가? 아니면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멀고먼
아시아 동쪽의 작은 나라 코리아인가?
"전.. 이탈리아인이 아닙니다."
이렇게 대답할수 밖에 없다.. 아직은..
"흐음.. 그게 자네의 뜻이란 말이지? 잘 알겠네. 자네의 포지션은 우리 구단의 최고 스타 루이 코스타와 같다는 것은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그가 현재 장기 부상이기에 우리는 자네를 그의 백업으로 뛰게 할 생각이었네. 허나 구단에서 이런식으로
결정이 난 이상 어쩔수가 없다네. 자네는 어쩌면 영원히 2군으로 뛸수도 있네. 나도 자네의 실력은 알고 있지만... 미안하네."
뭐.. 라고? 영원히.. 2군?
하하... 지금껏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팀에 헌신한 나에게 이따위 취급을 하다니..
내가 검은 머리여서? 노란색 피부에 눈이 작은 동양인이어서?
"... 영원히 2군으로 뛰겠습니다. 제가 은퇴하는 그날까지."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지?'
"!!"
"단지..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 휴우~ 사람 놀래키는군..그것이 무엇인가? 자네가 진심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주고 싶군 그 조건이란 것."
"다음주 벌어지는 1군의 AC밀란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뛰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제 청춘을 다바치는 대가로 요구하는 조건입니다."
'미쳤다... 난 미쳤다..'
그러자 감독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내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말했다.
".. 그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것이 아니네. 하지만 자네의 뜻을 잘 알았고 그 경기는 우리에게 있어
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지만.. 자네의 실력이라면.. 음.. 좋네. 한번 감독을 설득해 보겠네"
"그럼 1주일동안 최고의 몸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머리가 어지럽다. 나도 모르게 그만 이상한 말들을 하고야 말았다.. 이제 시작이었는데.. 이곳이 아니라면
날 받아줄 곳은 어디라도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나의 인생을 2군에서 보내야 하는건가?
내가 왜 그런말을 했을까.. 1군에서 그렇게 뛰고 싶었나?
아까전 훈련장에서 들은 그런 말들 때문에?! .. 후우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렇게 된
이상 밀란전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나의 가치를 입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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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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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휘이익~~!
엄청난 열기와 환성 응원소리.
이곳은 밀란의 구장 주세페 메아차, 산 시로.
그들은 언제나 우승후보이고, 스쿼드진도 화려한 명문구단 AC 밀란.
내가 어떤 조건을 걸고 나왔던지간에 나에게 있어서 지금은 최고로 화려한 순간이다.
과연 상상할수 있었을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등번호 5번을 달고 피오렌티나의 선발로 뛴다는 것을?
이탈리아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인 이곳 세리에 A에서 후보도 아닌 선발로 뛴다. 거기다 상대는 최고의 명문구단 AC 밀란.
출장하기전 락카룸에서 감독의 짧은 연설이 있었다.
"상대는 AC밀란이다. 상대의 명성에 흔들리지마라. 우리 역시도 최강이다. 시즌 초반이라 구단측은
큰 부담이 없는 상태다. 너희들의 실력을 믿고 최선을 다해라. 지더라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구단측은 만족할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
그리고 수석 코치의 역시 짧은 말이 있었다.
"1주일정도간의 훈련뿐이라 아직 익숙하진 않겠지만 카르체난사 메디치가 부상당한 루이스 대신 뛰게 되었다.
훈련하는동안 알았겠지만 그는 2군이지만 1군에서 뛰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선수다. 그를 믿어주기 바란다.
톨도. 자네에게 카르치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카르치! 데뷔전이니만큼 확실하게 해보자고"
"옛!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발 출장하는 선수들중 몇몇은 동정의 눈빛을 몇몇은 불신의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러나 그정도는
이미 각오한것이 아니었는가. 난 나의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뿐이다.
드디어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통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은 약간 빨라지긴 했지만 정상이다.
점점 빛이 가까워온다... 그리고.. 나는 경기장안에 도착했다.
우와아아~~~!!! 휘이이익~!
주세페 메아차, 산 시로의 80000만 관중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귀가 멍멍하고 머릿속은 급격히 하얘져 간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가? 앞에 가는 선수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운데엔 이미 밀란 선수들이 나와있는듯
빨간바탕에 검은줄이 있는 옷들이 10개가 보인다... 이제 악수를 하는건가? 한 선수가 악수를 하며
날 힐끗 보고는 피식웃어버리고 간다.
짜악. 번쩍!
윽. 누군가가 나의 등을 엄청 세게 쳤다. 등골이 휘어질듯한 통증에 뒤를 돌아보니 톨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정신차려, 신입"
"아 알겠습니다!"
덕분에 제대로 정신이 나고 주위의 관경을 살필 여유도 어느정도는(정말 어느정도는 이다..) 찾게되었다.
그리고.. 아까 날 보고 피식 웃은 녀석은 올해 디나모 키에브에서 이적해온 우크라이나 최고의 유망주 셰브쳉코 였다.
흐.. 내가 우습게 보였단 건가?
관중석을 둘러보니 압도적으로 밀란팬들뿐이고 한 2~3천 정도의 피오렌티나 원정응원단이 있을 뿐 이었다.
아마 우리가 공을 잡을때면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겠지.
선공을 정하고, 전반은 우리의 킥오프가 되었다.
그리고 잠시후.. 주심의 호각소리가 나고 내 인생의 마지막 축구 경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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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4.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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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렌티나는 4-3-3 전술을 쓰고 있었다.
1-3-3-3 의 이 전술은 피오렌티나의 최강 공격진을 살리기 위한 전술이다.
나는 중앙 미드필더로써 중원을 장악해야하는 특명이 주어졌다. 때로는 공격에 줄기차게 가담하여 포인트를 따내야 했으며
역습을 당할시에는 레프카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담해 상대의 투톱에게 압박을 가하는 평소에는 천재 루이 코스타가
맡았던 자리이다.
======올리베이라=====바티스투타=====에드문두========
아모로소=============카르치================토리첼리
========하인리히=======레프카==========팔코네=========
======================피리카노========================
========================톨도==========================
이 전술은 평소에는 루이코스타를 정점으로 움직였는데 상대적으로 밀란보단 수비적이었다. 수비진 역시 쓰리백뒤에 스위퍼를
가동해 수비를 두텁게 쌓는 4-3-3 포지션.
주 공격 패턴은 수비위주 후 역습,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수비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한번에 이어지는 올패스에 이은 골이였다.
최고의 감독 조바니 트라파토니와 최고의 선수들은 전시즌에 이 전술로 리그 최다 득점을 이룩하기도 했다.
상대편인 밀란은 4-4-2 다이아몬드 어택형 전술로
===========세브쳉코==========인자기==================
====================레돈도===========================
암브로시니======================================가투소
===================알베르티니========================
말디니=======라우르센========챠모트========코스타쿠르타
====================알비아티=========================
강력한 미드진과 포워드진을 최대한 활용한 전술이었다.
어찌보면 밀란의 창과 피오렌티나의 방패가 창이냐 방패이냐를 놓고 싸우는 형상과도 같았다.
그러나 피오렌티나도 공격력엔 전혀 뒤지지 않았으며 밀란 또한 영원한 리베로 말디니의 존재로 인해 수비가 약하다곤 볼수없었다.
도박사들은 6-4정도로 밀란쪽에 손을 들어 주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경기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이번 시합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루이 코스타 만큼의 활약을 해
주느냐.. 아니면 삽질에 삽질을 해서 미드필더의 구멍이 되느냐...
삐이익!
주심의 호각소리로 인해 경기는 시작되었다.
바티는 왼쪽의 아모로소에게 패스해 주면 3톱과 함께 앞으로 뛰어갔다. 항상 연습해오던 전술이다.
나역시 아모로소 토리첼리와 일렬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 수비의 헛점을 찾기 시작했다.
밀란의 코스타쿠르타는 올리베이라의 주력을 감당하지 못하며 순간적으로 놓쳤다. 그리고 아모로소의 스루 패스.
상대미드진과 수비진을 가로지르며 올리베이라의 발에 안착하는 완벽한 패스였다.
올리베이라는 뒤늦게 달려온 코스타쿠르타를 발재간으로 가볍게 따돌리며 바티에게 패스. 올리베이라에게 달려오던 수비진들은
다시 바티에게 달려갔으나 바티는 다시 올리베이라에게 패스.
꿈에서나 볼듯한 완벽한 2:1 패쓰였다!. 알비아티와 1:1상황에서 올리베이라는 공을 멈추지 않고 오른쪽으로 톡 차넣었다. 순간 조용해지는 밀란 서포터들.
올리베이라는 칭찬해달라는듯 뒤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러나 난 보고 있었다. 이를 악물며 골대로 달려가 기어이 터치라인 바깥으로 클리어하는 말디니를...
말디니는 주장답게 간단히 뚫려버린 코스타쿠르타를 꾸짖으며 한번의 선공으로 넘어갈뻔했던 분위기를 다시 중립으로 만들었다.
우와아아~!! 밀란 서포터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순간 침묵했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시 밀란서포터들의 엄청난 응원이 시작되었다.
"오~ 쉬엣.. 그걸 못넣다니..."
"올리브... 병신."
올리베이라와 친한 에드문드다.
"뭐 이 씹새꺄? 나라고 저게 안들어갈줄 알았냐?"
"-_-. . . 바티랑 나랑 옆으로 존나 뛰어가고 있었는데...."
"어쩌잠..."
"....... 미친놈"
공격진은 이런 한심한 대화를 했지만 경기는 더 후끈 달아올랐고, 함성소리는 경기장이 떠나갈 것처럼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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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5. 내가 감독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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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이 끝났다.
'허억.. 허억..'
난 그저 중앙을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내 앞으로 공이 지나가는걸 결코 허용하지
않았고, 중앙 돌파를 시도하는 상대의 공격진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며 내가
한번지칠때 상대는 두번지치게 만들었다. 공격까지는 상상도 못한채.. 그저 나에
게 주어진 최소의 임무를 해내기위해 이 한몸을 불태웠다.
전반 결과는 1:1
선제골은 전반 25분 우크라이나의 신성 셰브쳉코의 발에서 나왔다. 오버래핑하던
알베르티니를 내가 압박하자 알베르티니는 중거리슛을 날렸고, 톨도는 펀칭으로
가볍게 쳐냈으나 수비수가 클리어 하지 못하고 문전으로 쉐도하던 셰브쳉코의 다
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먹었다.
그러나 우리는 피오렌티나다. 한골먹었다고 주눅들지 않고 침착하게 원래의 전술
대로 득점당한후 바로 총공격에 들어갔다. 삐익~!. 킥오프. 바로 그 전술이다.
밀란 서포터들의 심장을 순간 얼렸던.. 이번엔 말디니도 어쩔수 없었다. 바티의
빨랫줄같은 강슛은 인간의 스피드론 도저히 따라갈수 없었다. 아까완 다르게 올
리베이라는 바티에게 패스를 했으며 피오렌티나의 영웅 바티는 영웅다운 면모를
보이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중앙에서 치열하게 볼다툼을 하면서 전반이 끝이났다.
감독은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일뿐. 그러나 바티스투타
는 내 어깨를 한번 툭툭쳐주며 락커룸으로 들어갔고 아모로소와 토리첼리는 같은
선상에서 싸웠던만큼 잘했다고 와서 말해주었다.
나에겐 그거면 충분했다. 나의 데뷔전은 겨우 반정도 지났을 뿐이다. 난 다시 원
래의 내 포지션을 이미지네이션하기 시작했다. 활발한 공격가담.. 역습시엔 다시
수비가담. 중앙미드필더에게 필요한건 넓은 시야. 공간으로 찔러주는 정확한 패
스. 상대 공격수를 압박.
어차피 마지막이다. 여기서 죽어도 좋다. 다시는 뛰어보지 못할 1군이다. 이렇게
락커룸에서 나 자신을 다독이며 경기장내로 들어갔다.
후반전 시작.
다시 치열한 미드필더간에 볼다툼이 시작되었다. 우리측은 이 점수를 지키기 위
해 공격진들도 미드필드에 가담해 상대에게 찬스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기회는 말없이 찾아왔다.
'후우..후우...'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슬로우 비디오 처럼 상대수비가 자기의 포지션으로 돌
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리고 우리편 3명의 공격수들도 슬로우모션으로 상대진
영으로 달린다. 난 침착하게 마르세유 룰렛으로(일주일동안 연습한 필살기였
다!) 태클을 거는 가투소를 제치며 3명의 공격수들과 함께 적진으로 뛰었다. 바
티는 나에게 눈짓을 보냈고, 난 바로 알아듣게 되었다. 제로의 영역인가.. 말없
이도 통했다. 난 패널티 에어리어 깊숙이 크로스를 찔러줬고 바티는 오프사이드
를 교묘히 피하며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헤딩 슛!
골!!인!!!!!!
바티는 밀란 서포터 앞으로 달려나가 10번 티셔츠를 잡고 자신을 내세웠다. 우리
편 선수들은 모두 바티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내가 있을곳은 저기가 아니기
에... 난 그저 내 자리로 돌아갔다. 감독은 바티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2:1
우크라이나의 신성은 레프카의 일대일마크에 막혀 번번히 찬스를 날렸고(세리에
는 세계제일의 수비를 자랑하는 곳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좀 날렸다고 까불지 말
라..라고 순간 나 답지 않은 생각을했다.) 인자기는 부상인지 웬지 뛰는폼이 시
원찮았다.
우리편은 내가 팀에 녹아들면서 호흡이 점점 맞아갔고 기어이 경기는 종반으로
치달았다. 후반 43분. 우리팀은 모두 이겼다는 생각을 했을것이다.. 나 역시도
우리팀은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경기가 끝날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순
간 나의 압박은 나도모르게 느슨해 졌고 그 틈을 노린 알베르티니는 날 슬쩍 제
치며 또 중거리 슛을 날렸다. 골..인...
2:2
나.. 때문이었다. 아마 루이 코스타 였다면 끝까지 방심같은건 하지 않았을 것이
다. 알베르티니는 골 세레머니 대신 공을 들고 필드 중앙으로 갖다 놓았고 밀란
팀은 역전 승리를 생각하며 각자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경기는 끝났다. 밀란은 홈팀이어서 비긴것이 못내아쉽겠지만 질뻔한 경기
를 비겨서 다행이라 생각할것이다. 그리고 난 필드에 주저앉았다. 난 주저앉은
몸을 들어올릴수가 없었다. 풀타임을 전력으로 뛴 내 몸이 이제야 고통을 호소한
다. 세포하나하나가 수면제를 먹은듯 흐물거린다..
우리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하나둘 나에게로 다가온다.
바티.. 에드문드.. 아모로소.. 올리베이라... 토리첼리, 심지어 톨도까지. 얼굴
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혼이 빠진듯한 나에게 주먹을 들어 보인다. 아..아 그렇
겠지. 그렇게 삽질했으니 화가 났을만도 하지. 다들 주먹을 내려친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쓱쓱.
'?'
난 맞은게 아니었다. 팀원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탈리아인
은 특유의 개방적인 웃음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인들은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
으로.. 그리고 다들 말한다.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그 말을..
"Ci vediamo."
치 베디아모...(또 보자.)
입가에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땀인가? 나도 참.. 땀을 왜 이렇게 많이 흘린거지.. 하하..
"흐....흑..흑..끅..끅"
땀이.. 아냐... 눈물이.. 흐른다. 일주일동안 팀의 막내였던 나는 선배들에게 이 말을 듣자마
자 줄줄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샘이 터져버린듯 계속 흘러나온다. 그리고 난
꽉 막힌듯 답답한 입을 억지로 열어 말했다.
"Arri..ve..derci."
아리..베..데르치(또.. 봐요.)
피오렌티나 vs 밀란
경기결과 2:2
내 생에 첫 1군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끝이났다.
그리고 난 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이것이 내 은퇴경기라는 것을.
난 다음날 구단에 은퇴서를 제출하였고, 간소하게 짐을 챙겨서 네덜란드발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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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압박 이겨주시고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05년도에 썼던 글입니다..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피오렌티나가 c1리그로 떨어져서 안습 상황이 됬을때에
메디치가 감독으로 와서 팀을 구한다.. 라는 내용으로 쓸 생각이었던거 같습니다만... 여기서 글빨이 다해 그만뒀었고..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니 참.. 허접하게도 썼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갑자기 피오렌티나도 한번 해보고 싶게 해서
피오렌티나 하면서 연재 재개를 할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응이 없으면.. 안쓰려구요 ㅋㅋㅋ -_-;
첫댓글 재밋습니다^^ 건필요 !
헐..1경기 뛰고 은퇴...;;;그런게 어딨음..ㅠㅠㅠ
오......겁나재밌네요!!
엄청난 몰입도....ㅠ.ㅠ
진짜 진지해지는 이이야기!;;정말 기대되요~!
건필하세요!! 계속 내려가는 스크롤에 깜짝 놀랐다는..
잘봤습니다, 재밌어요 ^^~
뼛속까지 진지해 ㄷㄷㄷ
이야...디테일한 이야기 내용에 빽빽한 뒷이야기 선수의 심정이 느껴지는 감자전이군요..ㄷㄷ
처음에 어떻게 읽지 하다가 끝까지 다 읽었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