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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 중 하나가 tvN의 드라마 미생이지요!
저도 재미있어서 매회 빠지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드라마 캐릭터 연구에 관한 숙제를 줘서 작성해 본 것입니다.
흥미를 갖고 계신 분 들이 계실 것 같아 제 카페에 올려 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제목 : 드라마 캐릭터 연구 (tvN의 ‘미생’ 주인공 중심)
- 목 차 -
1. 드라마 ‘미생’의 개괄적 설명
1.1 미생의 뜻과 드라마 제목의 의미
1.2 미생의 줄거리
2. 주인공① 장그래 캐릭터 연구
2.1 장그래의 캐릭터 묘사
2.2 장그래 캐릭터가 주는 시사점
3. 주인공② 오상식 캐릭터 연구
3.1 오상식의 캐릭터 묘사
3.2 오상식 캐릭터가 주는 시사점
4. 드라마 ‘미생’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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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라마 ‘미생’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소개
1.1 미생의 탄생과 드라마 제목의 의미
요즘1) 가장 인기가 있으며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가 tvN의 금, 토 드라마『미생』2)이다. 공중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 TV로는 초대박 수준인 시청률 5%대가 넘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3) 하지만 실제 시청자는 더 많이 있음을 체감한다. 필자는 지난 11월 29일 13명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잠시 미생이 토론의 화제가 되어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사람을 확인해보니 7명이었다. 필자도 친구 권유로 지난 5회분부터 시청을 했지만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져 TV다시보기를 통해 첫 회부터 지난 토요일에 끝난 14회분까지 시청을 했다. 미생의 원작은 누적 조회건수 10억 건을 돌파한 웹툰 만화였다.4) 현재는 웹툰 만화가 총 9권으로 구성된 만화책으로 발간되어서 최근까지 90만부가 팔렸다하니 대한민국은 현재 미생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생은 바둑용어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分) 전직(前職)이 한국기원의 연구생 출신으로 기획되었기에 이와 연관이 있다. 미생의 사전적 정의는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두 집을 내지 못해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석(死石=죽은 돌)도 아니다. 바둑 게임이 진행되면서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돌이다. 드라마 제목이 미생(未生)인 이유는 주인공인 장그래 사원이 드라마 속 직장 ‘원인터내셔널’에서 계약직 직원의 신분으로 재직 중인 것과 연관이 있다. 현재 법적으로 계약직 직원은 계약일로부터 2년간만 신분을 보장 받는다. 2년간의 근무가 끝난 후 회사의 정규직 심사를 통해 잔류와 퇴사가 결정된다. 주인공 장그래의 입사 동기인 나머지 3명의 정규직 직원과는 신분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입사동기생으로 나오는 3명도 신입사원이기에 회사 내 미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요즘같이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모든 직장인이 미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드라마의 제목부터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하니 참 잘 지은 제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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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의 기준은 2014년 12월 1일 기준임.
2) 연출 김원석 / 극본 정윤정.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영. 총20부작으로 편성. 2014. 10. 17일 첫 방송 함.
3) 뉴스엔미디어 12월 1일자 보도 [지난 11월 28일 방영된 13회 방송분 평균 시청률 6.3%, 최고 시청률 7.9%]
4) 만화 원작자 윤태호는 現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9년생. 허영만 문하생으로 있다가 1993년
‘비상착륙’으로 데뷔.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끼’로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 미생은 2012년에 문화체육관
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을 했다.
1.2 미생의 줄거리
미생의 명시적인 주인공은 장그래 사원이지만 장그래 만큼 비중있게 다뤄지는 오상식 차장5)과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미생의 주된 줄거리는 프로바둑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기원에 연구생으로 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하고 기원을 나오면서 출발한다. 바둑만 바라보고 성장했기에 고등학교 졸업을 못해서 검정고시를 봤고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다. 장그래가 지인의 추천으로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인턴을 거쳐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후 성장해 나가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6) 여기에 능력이 뛰어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고 있는 안영이(강소라分)의 고군분투, 국내 최고 명문대를 나왔으나 잡무 외에는 지시하는 것이 없어 직속선배인 강대리와 갈등관계에 놓인 장백기(강하늘分), 블루칼라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사무직보다 현장이 더 중요하다고 외치는 한석률(변요한分) 등 장그래의 입사동기들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개성과 스펙이 다른 네 인물들 외에 그 들이 속한 부서의 에피소드는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업무상 갑을관계, 사내정치, 여성차별과 성희롱, 회식문화, 언어폭력, 협업과 개인플레이 등의 있을 법한 얘기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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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드라마 속에서 오상식 차장은 과장으로 출발한다. 11회분부터 차장으로 진급되었다.
6) 사실 이 도입부 설정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 대기업에서 고졸 계약직사원은 여성 대상으로 선발하긴 해도
원인터내셔널같은 회사에서 남성 고졸사원을 선발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
진다.
2. 주인공① 장그래 캐릭터 연구
2.1 장그래의 캐릭터 묘사
장그래는 영업 3팀 2년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26세다. 미생의 명시적 주인공이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라는 대사 하나로 압축적인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다. 한때는 바둑 영재였지만 지금은 최전무(이경영分)의 추천으로 입사한 낙하산이다. 다양한 스펙에 영어는 기본이고 기타 외국어 몇 가지는 필수인 사람들이 모인 종합상사에 이력서에 쓸 것 없는 가벼운 존재감이다. 7살에 바둑을 시작했고 10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입문한 후 연구생 자격이 끝나는 18살까지 오로지 프로 입단을 위해 십대를 고스란히 바둑에 바쳤다. 하지만 최종 입단 실패와 함께 맨땅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졌다. 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집 판돈으로 어머니와 겨우 시작한 감자탕 가게는 팔 개월 만에 쫄딱 망했다. 검정고시 출신에게 제대로 된 직장은 불가능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22살에 바둑 후견인이었던 사장의 도움으로 그의 회사에 취직했지만, ‘바둑을 두었던 아이’에 대한 사내 직원들의 호기심이 불신으로 이어지며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군대로 도피했다. 제대 후 세상은 더 화려해진 스펙과 특기자들로 번쩍거렸고 장그래의 하루는 날로 더 깜깜해져갔다. 그렇게 지내 던 어느 날 전직장 대표이자 장그래의 후견인이었던 사장이 최전무에게 장그래를 소개시켜주면서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전 직장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장그래는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 시키지 않고 우직하게 맡은 바 일을 처리해 나간다. 최전무의 낙하산이라는 오해로 오상식 차장(이성민)에게 미운털이 박혔지만 우직하게 맡은 일을 소화하면서 조직에 동화되는 장그래에게 오상식 차장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장그래는 연구생시절 바둑과 관련된 생활이 현실세계와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회사 일의 위기와 도전을 바둑과 연결시켜 가장 좋은 판을 만들려 고민한다. 매일 집에 돌아와 바둑 한게임을 복귀하듯 하루 일을 복귀하고 패착이 뭔지를 분석하고 묘수를 생각한다. 이런 응용된 생각이 박과장(김희원分)의 영업비리 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영업3팀의 신사업 프로젝트인 요르단 중고차 수출 건과 관련해는 역발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해 오상식 차장과 김동식 대리(김대명分)에게 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2년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14회 방영분에서 오상식 차장에게 욕심을 버리라는 충고를 들은 후 “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 함께! 계속!” 이라는 대답으로 오상식 차장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2.2 장그래의 캐릭터가 주는 시사점
장그래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주인공과 차별성을 주는 캐릭터다. 동시대 다수가 걸어 온 길에서 한참 비켜서 있는 아웃사이더이며 한국기원 연구생출신이란 것부터 특이하다. 일류대학에 스펙 출중한 동기생 속에서 자기 PR도 제대로 못하는 착한남자이기도 하다. 또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효자이며 자기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팀을 위해 본인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책임감도 충만하며 여성처럼 곱게 생긴 외모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면이 있어 우연히 만난 유치원 교사에게 호감을 받고 있다. 현실세계에서 청년실업과 계약직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동질감을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공감대를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업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 바둑과 연관시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는 시청자로 하여금 반전의 매력과 대리만족의 기쁨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점점 일에 대한 재미에 빠지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인간미를 느끼면서 계약기간이 끝난 후 일터를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드라마 속 주변인물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더욱 연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가 된다.
장그래 캐릭터는 드라마 성공요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생성이라는 측면에서 상식을 파괴했다. 그 동안 나온 대다수의 드라마 속 주인공 캐릭터는 능력자 캐릭터가 많았다. 미남, 재력가, 지혜, 다재다능, 달변, 좋은 스펙, 유머, 순수, 심지어 싸움을 잘하는 사람 등 시청자가 대리만족하거나 이상형으로 꼽는 인물이 주인공의 주요 캐릭터였다. 하지만 장그래 캐릭터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보통 이하의 수준으로 설정된 캐릭터다. 학력, 신분, 자격증, 외국어 실력, 심지어 작은 키까지 어느 것 하나 차별화 된 것이 없다. 보통사람 보다 좋은 조건이 있다면 바둑실력이 프로 기사에 준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이런 부실한 캐릭터에 왜 호감이 갈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SBS의 K-POP 스타를 보면 신인가수 지망생의 신선한 노래를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심사위원의 평을 듣는 것도 이 프로를 유심히 보게 만든다.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은 각자 개성 있는 심사평을 한다. 하지만 이들 심사위원의 평을 들으면서 요즘 대중이 원하는 것은 오버하지 않으며 꾸밈없이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노래에 대한 진정성 등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한 마디로 힘을 빼라는 얘기다. 물론 나와 같은 비전문가가 그것을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끔 내 귀와 눈으로도 그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평이나 조언은 노래 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축구, 야구, 골프 경기를 시청할 때 해설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힘을 빼라는 얘기다. 힘을 써야 하는데 힘을 빼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힘을 빼라는 얘기는 진짜 힘을 빼라는 말이다. 힘을 빼야 자연스럽게 폼이 만들어 지고 잘 만들어진 폼은 공을 더 멀리, 더 힘 있게 날아가도록 만들어 주며 공 다루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도 만들어 준다. 그렇게 해서 날아간 공이 멋진 성과를 만들어 줄 확률 또한 높다. 장그래의 이미지는 힘을 뺀 이미지다. 힘을 빼면 자연스러워지고 진정성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 그대로다. 인공이 들어가면 잠시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보게 되면 질린다. 우리가 예술품을 볼 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품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힘을 뺐다는 얘기는 그 만큼 흡수 능력이 생긴다. 장그래 캐릭터가 시청자를 흡수하는 것은 캐릭터에 힘을 뺐기 때문에 시청자가 흡입되는 것이다. 향후 드라마 캐릭터를 고민하는 작가나 PD라면 이런 부분은 분명 시사점이 있다. 과거처럼 주인공 캐릭터를 능력자로 만들기보다 장그래 캐릭터처럼 보통 이하의 캐릭터라도 반전매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3. 주인공② 오상식 캐릭터 연구
3.1 오상식의 캐릭터 묘사
오상식[이성민分] 영업3팀 차장. 43세. 승부사적 기질의 전형적인 워커홀릭으로 일에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사람에게는 융통성과 인간미를 겸비한 자! “장고 끝에 악수 둔댔다. 감 왔으면 가는 거야!”로 대표되듯 자신의 영업적 감(感)과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정상적인 업무 보다 무에서 유를 찾듯 일을 만들며 해야 하는 업무가 대부분인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의 팀장. 사내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는 회사의 실세인 최전무와 대적하는 것도 마다않는다. 결국 잘나가던 자원1팀에서 온갖 부서의 뒤치다꺼리나 할 뿐인 영업3팀으로 좌천당했다. 과거 최전무와 함께 자원 1팀에서 일을 할 때 계약직이었던 김은지 사건으로 깊어진 최전무와의 갈등이 14회 방영 분에서 잠시 소개됐다. 이런 사유로 최전무와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 일 뿐이다. 고작 월급쟁이이지만 일을 잡으면 어떻게든 되도록 만들어 가는 집념의 상사맨이다. 구겨진 와이셔츠, 늘 일을 만들어 하는 성격에 야근을 밥 먹듯 하고 그래서 모자란 잠 덕분에 항상 충혈 된 눈을 껌뻑인다. 피곤에 쩐 피부,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난 턱수염, 위궤양, 식도염, 지방간이라는 3종 세트는 늘 달고 다니는 이 땅의 보편타당한 중년 직장인이자 이웃집 아저씨다. 회사에서는 이 책상 저 책상 날라 다니지만 집에서는 아들 셋 끼고 소파에 널브러지는 평범한 40대 가장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럼에도 노련한 통찰력과 승부사 기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끔 팀원인 김동식(김대명分)대리와 펼치는 콤비플레이는 덤 앤 더머 수준으로 시청자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장그래의 멘토로 자리매김 되면서 장그래의 능력과 성실함 그리고 순수한 마음에 점점 마음이 간다. 그런 연민이 쌓이면서 장그래와 헤어지는 연습도 하지만 항상 장그래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장그래에 대해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이 있는데 무리가 없어, 어린 친구가 취해있지 않더라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신임하게 된다. 계약직 신분이라 인센티브도 없고, 회사가 주는 선물도 정규직원과 다른 식용유 세트를 받은 것에 마음이 쓰여 장그래에게 개인적으로 만든 봉투를 건네주는 인간적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람. 모든 신입사원 아니 모든 회사원이라면 함께 일하고 싶은 그런 매력의 영업3팀 팀장이다.
3.2 오상식 차장의 캐릭터가 주는 시사점
오상식 차장과 비슷한 캐릭터는 유사한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차별화 되지 않은 그 캐릭터에 어떤 매력이 추가되었기에 시청자들이 오상식 차장에게 열광할까? 개인적으로 오상식차장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에 손을 들고 싶다. 같은 배역을 줘도 그 배역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냐 아니냐에 따라 캐릭터의 완성도에 차이가 난다. 크지도 않다. 2%의 차이다. 그 2%의 차이를 오상식을 연기한 이성민이라는 배우가 잘 소화를 하기 때문이다. 오상식과 비슷한 캐릭터는 이후에도 얼마든지 만들어 질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연구 보다 적합한 배우를 찾는 것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고민이 필요하다. 굳이 오상식 차장 캐릭터에 특이점을 찾는다면 직장인의 잠재된 모델을 현실화 시켰다는 것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을(乙)’의 관점이다. 을로 살아가는 이유는 나 보다 높은 상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원에게는 대리가 대리에게는 과장, 차장이 또 그 위에 부장과 임원이 있다. 사장이라는 갑(甲)과 회사라는 갑 밑에서 을은 피곤하다. 상사를 통해 업적을 평가 받고 승진과 신분보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오상식이라는 캐릭터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잘한다. 갑 같은 을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오상식을 통해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원은 오상식과 같은 것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다. 오상식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내정치를 안하기 때문이다. 무대가 되는 원인터내셔널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사내정치는 필연이다. 그런 것 관심 없거나 모른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할 수 없는 사람,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답변이다. 오상식은 할 수 있지만 안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캐릭터의 차별화다. 그런데 그동안 직장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이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오상식 캐릭터를 정교하게 다룬 미생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사내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한다. 동기생들 보다 진급도 늦고 사내정치망도 약하지만 일이라는 명분에서 추진력은 최고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직장인에게 오상식은 능력자다. 닮고 싶은 능력자! 그러나 닮아가기 어려운 능력자! 직장은, 회사는 감정이 없는 듯해도 그 어느 곳 보다 감정이 충만한 곳이다. 다만 감추며 살거나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닫혀 있었던 것 뿐인데 오상식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가감 없이 오픈된 것이다. 시청자는 그런 오상식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2%의 차별화 된 배우를 누구로 캐스팅해야 할지와 디테일한 표현과 전달력에 대해 고민을 해야 만들어 질 수 있는 캐릭터다.
4. 드라마 ‘미생’의 인기비결과 캐릭터와의 상관관계
미생은 총 2O회분을 채우고 종영될 예정이다. 지난주까지 14회가 진행됐으니 남은 6회분이 남았다. 이쯤 되니 원작 만화와 비슷한 결말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전혀 예측 밖의 상황으로 진행이 될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쯤에서 미생의 인기비결과 캐릭터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먼저 그 어떤 드라마 보다 주인공이 많다는 것이다. 장그래라는 명시적 주인공 외에 극중 장그래와 입사동기인 3명의 신입사원(안영이, 장백기, 한석율)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영업3팀의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 천관웅 과장, 오상식 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입사동기인 선지영 차장, 전형적인 을의 분신을 연기한 IT영업팀의 박용구 대리 등 한 번쯤은 각 회차 방영분에서 주인공의 비중으로 연기한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가 주인공 역할을 훌륭하게 잘 소화했다. 그 배경에는 각 캐릭터에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차장을 통해 워킹맘의 아픔을, 박대리를 통해 을(乙)의 비애를, 안영이를 통해 직장 내 남녀차별과 성희롱 등의 실상이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사회적 이슈와 잘 접목됐다. 또 다른 비결이라면 캐릭터가 무대로 활용하는 공간이 실제 대우인터내셔널 사옥이며 회사 밖의 무대인 각 주인공의 거주지 모습과 업체 관계자와의 만남장소 등이 모두 실제장소에서 촬영됐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시청자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적 묘사가 뒷받침 되어야 극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tvN의 드라마는 이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 해 12월 tvN의 ‘응답하라 1994’가 10.4%의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가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촬영의 디테일로 스튜디오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방영하는 다른 방송국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